[대담]랭카스터교수-眞際스님 『21세기는 불교 시대』

  • 입력 1996년 12월 15일 20시 14분


「金璟達 기자」 「세계적 불교학자와 한국 선승(禪僧)의 만남」. 한국불교에 특히 관심이 높은 불교학자인 루이스 랭카스터(64) 미국 버클리대교수가 최근 한국을 방문, 臨濟(임제)선풍의 맥을 잇는 고승 眞際(진제·62)스님과 만났다. 랭카스터교수는 한국불교에 관심을 갖고 7년에 걸쳐 고려대장경의 영문판 출간 등 한국불교의 세계화에 힘쓴 세계불교학계의 거두로 손꼽히는 인물. 진제스님은 현대선종의 중흥조인 鏡虛(경허)선사의 법손으로 性徹(성철) 西翁(서옹)스님과 더불어 현대선종을 이끌었던 香谷(향곡)선사로부터 인가를 받은 선승이다. 두 사람은 13일 부산 해운대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해운정사에서 현대문명과 종교, 한국불교의 특징과 전망 등을 주제로 폭넓은 대화를 나눴다. 다음은 대담 요지. 진제〓세계 여러나라의 다양한 불교를 접할 기회가 많았을 텐데 한국 불교의 특색과 장단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하군요. 랭카스터〓한국불교는 뿌리깊은 전통과 함께 전국적으로 통일된 교단도 있고 비구와 비구니가 균형이 있으며 선의 기풍이 널리 확산돼 있어 다른 나라들보다 더 불교부흥의 잠재력이 돋보인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가운데 임제선풍의 맥을 잇고 계신 스님의 깨달음에 대해서도 무척 궁금했습니다. 소개를 좀 해주시겠습니까. 진제〓앗!할(喝)! (스님은 갑자가 두 눈을 부릅뜨고 오른손을 움켜쥔 채 큰 소리를 질렀다). 이 (할) 속에는 살활종탈(殺活從奪),즉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고 주기도 하고 뺏기도 하는 자유자재한 기틀을 갖춤이라. 바로 이것이 임제의 선풍이지요. 랭카스터〓스님의 인상적인 말씀을 깊이 새기고 싶습니다. 그런데 현대사회는 물질만능풍조의 만연과 사회적으로 소외현상이 심화되는 것이 세계적 추세인데 이 시대 불교의 역할, 특히 선수행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진제〓물질이 풍요로워지면 정신세계는 쇠퇴하게 마련입니다. 사회적 범죄도 그 근본원인은 정신의 황폐화 때문이죠. 불교의 역할은 바로 이러한 인간의 정신세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한 것입니다. 참선을 하게 되면 모든 번뇌와 망상 불안 등이 봄눈 녹듯이 사라져 참된 인간본성을 찾게돼 모든 시비와 갈등을 없앨 수 있을 것입니다.따라서 생활 속에서 모두가 선을 실천하고 수행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에 대한 교수의 의견도 궁금하군요. 랭카스터〓저도 공감합니다. 특히 국제 불교계에서도 일상생활에서 수행을 병행할 수 있는 생활 불교, 생활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수행방법도 다양해지고 있죠. 일례로 최근 미국에서는 일부 불자들이 사찰에 가지 않고 소모임을 형성, 집을 하나 빌려 수시로 선수행 장소로 사용하는 등의 움직임도 있습니다. 진제〓21세기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전산화에 주력하고 계신 교수께서는 새로운 기술이 가져올 미래 종교계, 특히 불교계의 환경 변화에 대해 어떤 전망을 갖고 계십니까. 랭카스터〓20세기에 우리는 동구공산주의 몰락 등 숱한 역사의 반전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최근들어 불교계도 세계적으로 침체현상을 보이고 있지만 21세기가 되면 또다시 반전이 일고 불교가 부흥할 것으로 봅니다. 다가오는 새시대에는 모든 종교들이 새로운 매체들을 통해 새롭게 자리매김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불교학자로서 제가 불경 전산화 작업을 통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세계적 표준화를 모색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죠. 이 가운데 한국불교계가 좀 더 세계적인 안목을 갖고 수행과 포교에 정진, 세계불교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합니다. 랭카스터교수는 16일 오후2시 동국대 불교대학원 세미나실에서 「불전전산화의 과제와 전망」을 주제로 세미나를 갖고 17일 출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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