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행어 『공주병,빠떼루 줘얍니다』

  • 입력 1996년 12월 15일 20시 14분


「金甲植기자」 올해 방송가를 장식한 유행어중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공주병 브랜드」였다. 『이쁜 애라고 돌려서 말하지 말고 자옥이라고 콕 찍어서 얘기해』 『아저씨 나한테 홀딱 반했지』 MBC 「오늘은 좋은 날」의 「세상의 모든 딸들」 코너에 출연중인 탤런트 김자옥(45)의 공주병 대사다. 그는 중년의 나이에 교복과 댕기머리 차림으로 등장, PC통신과 청소년의 입에 오르내리던 공주병의 「실체」가 됐다. 또 공주병 바람은 치료할 수준을 넘어선 심각한 상태의 「공주암」으로 이어졌고 KBS 2TV 「목욕탕집 남자들」의 윤여정은 중년에도 고치지 못하는 심각한 증세를 의미하는 「왕비병」의 원조가 됐다. 「미나공」(미안해 나 공주야) 「미나왕」(미안해 나 왕자야) 「미나자」(미안해 나 자옥이야)등 파생어도 출현했다. TV 3사는 공주병은 물론 왕자병을 소재로 한 각종 프로를 제작해 시류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유행어의 초반 진원지는 SBS 「코미디 펀치펀치」의 「배워서 남주나」코너. 당시 재판을 받고 있던 전두환 노태우씨의 실제 상황과 연결되면서 유행어를 만들었다. 『반갑다 친구야』라는 노태우 캐릭터로 출연한 김기섭의 말에 박용식이 벌컥 화를 내며 『친구라고 하지 말아요』라고 대꾸하는 식이다. 서세원의 독특한 캐릭터를 내세운 『오늘은 왠지』는 상반기 가장 큰 반응을 얻은 유행어. 라디오 프로의 코너로 등장한 『오늘…』은 접두어식으로 개인의 감정과 사연들을 다양하게 소개하는 형태로 등장했다. 세태의 흐름에 민감한 PC통신도 유행어의 산실이 됐다. 7월들어 애틀랜타 올림픽이 본격화되자 PC통신에서 「빠떼루」 열풍이 거세게 불어왔다. 레슬링 경기의 해설을 맡았던 김영준씨는 독특한 억양과 어눌한 말투의 『빠떼루를 줘얍니다』로 CF에 출연하는 등 일약 스타가 됐다. 『빠떼루』는 한총련 사태를 비롯, 정치권의 부조리 등 다양한 분야에 인용되며 빠떼루 시리즈를 낳았다. 후반기에는 「만득이」 시리즈가 신세대 사이에 유행됐다. 드라마에서는 「목욕탕집 남자들」과 MBC 「애인」이 유행어를 만들어 냈다. 상반기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목욕탕…」은 로맨스 그레이를 의미하는 『십전대보탕이나 먹자』는 말을 유행시켰다. 극중 부인 몰래 찻집에 드나들며 데이트를 즐겼던 복동(이순재분)의 행각에서 나온 것. MBC 「애인」은 드라마의 내용을 배경으로 기혼자의 탈선을 암시하는 유행어를 탄생시켰다. 탈선의 「기회」를 엿보는 『놀이동산 가 볼래』나 황신혜와 유동근의 이별장면에서 등장한 『만나서 반가왔어요』 등이다. 개그작가 장덕균씨는 『유행어야말로 민심의 흐름을 단적으로 짚어낼 수 있는 지표』라면서 『PC통신 등 다양한 의견 표출이 가능해지면서 정치적 감각보다는 문화적 욕구와 개인적 심정 등을 담은 유행어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