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득이시리즈」아이들은『배꼽』어른들은 『황당』

  • 입력 1996년 12월 6일 19시 57분


「金華盛기자」 만득이시리즈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듣는 순간 당신은 웃음보가 터져 나왔는가. 아니면 실없는 소리쯤으로 치부해 버렸는가. 『애들은 깔깔대고 우스워 죽겠다는데 어른들은 멀뚱멀뚱 서로 얼굴만 바라본다』 『30대까지는 그래도 웃으려고 애를 쓰는데 40대부터는 도대체 무슨 뜻인지 조차 모른다』 요즘 초중고생사이에서 크게 유행하는 만득이시리즈에 대해 어른들은 씁쓸하다는 반응이다. 영구시리즈 참새시리즈 최불암시리즈 빠떼루시리즈까지는 그래도 같이 배꼽을 잡고 웃었는데 이번엔 감이 안잡힌다. 왜 그럴까. 감성지수가 낮아서인가, 아니면 나이탓인가. 왜 아이들은 우습다고 생난리인가. 만득이가 하루는 화장실에서 「큰 것」을 누고 있었다. 이때 갑자기 변기안에서 귀신이 다급하게 만득이를 부르는 소리가 났다. 『만득 휙! 아 만 휙!』 깜짝 놀란 만득이가 얼떨결에 확 줄을 잡아당겨 물을 내렸다. 그러자 아까보다 더 황급한 귀신의 소리가 들렸다. 『만 헙! 득아. 만득 헙!아』 자, 배꼽이 빠질 정도로 우스운가. 아니면 썰렁한가. 서울 둔촌동에 사는 주부 김영희씨(38)는 『처음엔 무슨 뜻인가해서 어리둥절했다. 나중에 그 뜻을 알고 나서도 내용이 재미있다기 보다는 그것을 전하는 애들의 연기가 훨씬 귀엽고 우스웠다』고 말했다. 개그작가 장덕균씨(32)는 『신세대들은 비디오세대다. 이들은 어른들이 보기엔 말도 안되는 것에도 단지 그 모습을 상상함으로써 항상 웃을 준비가 되어 있다. 거기엔 어른들은 몰라도 된다는 기성세대에 대한 거부감도 있다』고 말했다. 만득이는 이름만 들어도 촌스럽고 어수룩하다. 여기에 요즘 세상에는 걸맞지 않은 황당무계한 귀신이 죽어라 따라 다니며 만득이를 괴롭힌다. 만득이는 겉으론 당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귀신을 가지고 논다. 그럼 왜 하필 귀신인가. 김병후 연희신경정신과원장(43)은 『귀신은 신세대들 삶에 관여하는 귀찮은 존재, 즉 싫다해도 자꾸 따라 다니는 애인이나 공부만하라는 부모를 희화화 한것』이라고 진단한다. 『제발 나 좀 내버려 두라』는 절규라는 것. 아니 이런 깊은 뜻이 있다니. 자 이제 다시한번 만득이 시리즈로 돌아가자. 얘기하는 사람은 개그맨 이경규나 서세원 혹은 최병서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어느 비오는 날 만득이가 드라이브를 했다. 윈도 브러시를 켜자 갑자기 귀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만득아(쓰윽) 만득아(쓰윽) 만득아(쓰윽)』 화가 난 만득이는 브러시를 더욱 빨리 했다. 그러자 귀신은 『만(쓰윽)득(쓰윽)아(쓰윽)만(쓰윽)…』 어떤가. 재미 있는가. 아니면 썰렁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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