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화제]거꾸로 된 세계지도 고안한 길광수 박사

  • 입력 1996년 11월 8일 20시 44분


「尹鍾求기자」 해운산업연구원 길광수박사(40)는 요즘 전화받느라 정신이 없다. 걸려오는 전화마다 「고정관념을 깼다」 「신선한 충격」 「기발한 발상」이라는 칭찬이 쏟아진다. 지난주 거꾸로 된 세계지도를 세상에 내놓고부터다. 『기존의 세계지도를 단순히 거꾸로 한 것만은 아닙니다. 해양강국의 무한한 가능성이 한눈에 드러나도록 한국을 세계중심에 배치했죠』 유럽중심의 기존 세계지도에서는 대륙의 변방으로 보였던 한국을 세계 물류이동의 중심국가로 자리매김시킨 것이 이 지도의 최대성과란다. 그가 거꾸로 된 지도를 처음 떠올린 것은 지난 5월. 제1회 바다의 날(5월31일)을 앞두고 21세기 해양산업정책을 구상하면서 부터였다. 어떻게 하면 「해양한국」의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중 술자리에서 우연히 「세계지도를 뒤집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떠오른 것. 즉석에서 「거꾸로」라고 메모했다. 다음날 출근하자마자 지도를 거꾸로 펼쳐보았다. 세계를 향해 탁트인 한국, 태평양을 앞마당으로 둔 한국이 나타났다. 새로운 세계였다. 하지만 유럽중심 지도를 그냥 뒤집어서 사용할 수는 없는 일. 선진해양국가의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원추도법으로 지도를 다시 그렸다. 그리고 한국을 중심으로 세계로 뻗는 해양항로를 그려넣었다. 한국의 수출입 물동량과 세계의 해양수산자원까지 표시했다. 꼬박 3개월이 걸렸다. 지난달 31일 해양수산부장관은 이 지도로 대통령에게 정책보고를 했다. 『해양개척정신을 고취하기 위한 국민홍보자료로 활용토록 하라』는 대통령의 지시도 있었다. 이후 해양수산 관련업계와 정부부처 등에서 새 지도에 대한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단순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발상의 전환. 고정관념의 탈피는 그의 이력에도 나타난다.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그는 한국외국어대와 동국대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고 세계 해운동향을 분석하는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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