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야의 세상읽기]프로는 자존심

  • 입력 1996년 10월 25일 20시 45분


『자존심을 버리라구. 이 일을 계속할 거라면 말이야』 몇년 전 국제홍보회사에 다닐 때, 미국인 직속상관이 하던 말이다. 나는 한 외국초콜릿회사가 후원하는 국제축구대회 일을 맡고 있었는데 이 회사 담당자의 상식에 벗어난 태도 때문에 일하기가 무척 힘들었다. 한번은 그가 중요한 회의시간을 몇차례나 바꾸더니 결국 일방적으로 토요일 오후로 정해버렸다. 내가 선약이 있다고 했더니 회사일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프로정신이 없다, 하기야 여자에게 그런 프로정신이 있겠느냐, 애초에 이 일을 대행사에 맡긴다고 할 때부터 마음내키지 않았다는 등 모욕적인 말들을 벼르고 있었던 것처럼 마구 퍼부어댔다. 이런 개인적인 인신공격에는 마땅히 가만히 있지 말아야 했다. 그러나 곧 이어질 이 회사의 대형 프로젝트 수주에 차질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별 대꾸를 하지 않았다. 자존심이 무척 상했지만 말 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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