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 물 내리는 소리, 꽥~꽥~ 양치 구역질 소리… 항의하니 “증거 있냐?”[층간소음 이렇게 푼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15일 1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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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나 빌라 같은 공동주택의 층간소음은 발망치, 가구끄는 소리 같은 직접적인 충격으로 인한 소음과 진동이 가장 많습니다. 그런데 위층 화장실에서 물 내리는 소리, 싱크대에서 물 흐르는 소리 같은 이른바 ‘급배수 소음’도 심각합니다. 해마다 층간소음 민원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새 아파트는 그나마 덜한데 오래된 아파트는 상황이 매우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측정 방법이나 처벌 기준이 미흡해 당국이나 관리소에서도 대처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위층에 항의해도 안 되고 관리소에서도 어쩔 수 없다고 하는 사정이라면 비용이 어느 정도 들어 가더라도 자구책을 마련할 수 밖에 없습니다. 스트레스로 병원비 쓰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아래 사례는 실제 사례입니다. 층간소음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다면 메일(kkh@donga.com)으로 연락주시면 전문가들과 상의해 해답을 찾아보겠습니다.

#사례: 참다 못해 위층 현관문 두드렸는데 문도 안 열어줘… 관리소도 “어쩔 수 없다”

경기도 수원시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맞벌이 주부입니다. 30년 넘는 아파트 생활하면서 제가 층간소음으로 글을 쓸 줄을 꿈에도 몰랐습니다. 아들만 3명이라 아래층에 피해줄까 봐 1층으로 이사왔습니다. 층간소음 항의를 받을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들어 죄인의 심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애들을 친정에 맡겨 놓을 때가 많았습니다. 1층 매물 나온 것 보고 바로 계약해서 5년 정도째입니다.

층간소음 분쟁에는 웬만큼 단련됐다고 생각했는데, 2년전 2층에 새로 신혼부부가 이사온 후로 하루하루가 지옥입니다. 이들은 귀가 시간이 늘 밤 11~12시 사이입니다. 11시 30분 이후 들려오는 쿵!쿵! 대는 발소리와 화장실 물소리가 본격적으로 들리기 시작합니다.

지난달 1일 새벽 1시경이었습니다. 늦은 귀가를 했는지 12시부터 화장실 물소리가 나서 자려고 누웠다가 잠이 들지 못했습니다. 그냥 얼굴 붉히지 말고 참자 했는데, 소리가 너무 심하게 나서 경비실에 연락하여 위층에 연락 좀 해달라고 했더니 “이런 업무는 관리소에서 담당하는 거라 본인들이 관여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관리실은 다들 퇴근한 시간이고 당직자도 없어서, 애먼 경비 아저씨 붙잡고 하소연 하는 것도 어려워, 직접 위층에 인터폰을 했습니다. “늦은 시간에 인터폰을 해서 죄송하다”고 하고 “화장실에서 들리는 소리가 심해서 잠을 통 잘 수가 없으니 주의해줬으면 한다”고 부탁했습니다. 그랬더니 “우리 집에서 나는 소리라는 증거가 있냐”고 반발했습니다. 사실 2년 가까이 소음 참아가며 직접 연락한 것도 처음이고, 그동안 많이 참아왔는데 저런 안하무인 태도에 화가 나서 바로 위층으로 쫓아갔습니다. 그 늦은 시간에 오죽하면 올라갔겠습니까. 뻔뻔하기 그지없는 그 태도에 아이들도 자다 깨서 말리는데, 정말 앞뒤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문을 두드리니 응답도 없이 가만히 있길래, 현관문에 대고 소리쳤습니다. 그동안 화장실에서 시끄럽게 불렀던 노래도 가감 없이 말하고 구역질 나던 소리마저 그대로 흉내 내며 소리 질렀습니다. 그리고 거실에서 쿵쿵거리며 걷는 발걸음까지 다 들린다며 소리 지르며 화내고 왔는데 얼굴 한번 내비치지 않더군요. 너무 화가 납니다. 그렇게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지만 저는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고, 소음도 전혀 줄어 든 것이 없습니다. 이쯤되면 이제는 일부러 저러나 싶은 생각까지 듭니다

요즘은 그나마 발소리는 좀 줄었습니다. 그런데 화장실에서 들리는 소리는 참기에 너무 괴롭습니다. 샤워하며 들리는 소리는 거의 굉음입니다. 위층의 안방 화장실에서 우리 집 안방 화장실로 내려오는 물소리, 양치 할 때 꽥꽥거리는 괴성, 노랫소리 등으로 자다가 깬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본인들 화장실 문닫으면 그 소리가 주변에 들리지 않을 거로 생각하는지 하루하루 마음껏 소리내는 것 같습니다. 저와 남편은 안방에서 잠을 더는 잘 수가 없어 거실에서 생활하고 있는지 1년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퇴근을 하고 집에 들어갈 생각만 하면 가슴이 뛰고 화부터 나기 시작합니다. 집에 들어가면 고주파 소음으로 인해 고막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고, 병원에 가도 원인을 알 수 없다고 합니다. 늦은 밤에 자주 전화를 해서 그런지 최근에는 관리소장과 직원들도 전화를 피하고 다른 곳에 전화하라고 합니다. 해결 방법이 없어 너무 답답합니다.

차상곤(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의 ‘실전 팁’

병원에 가야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면 어느 정도 비용을 감수하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우선은 안방 화장실 천장 내부에 설치된 하수관을 손봐야 합니다. 전문 기술자를 불러 보온재와 흡음재로 감싸고, 천장의 빈 공간을 흡음성 재료(집안의 헌 옷도 가능)로 채우기 바랍니다. 그리고 화장실 문은 방음문으로 교체하거나 문풍지 등으로 문 틈새와 두꺼운 비닐 등으로 환기구를 철저하게 차단해야 합니다. 그러면 현재 들리는 고주파 소음이 상당히 줄어들 것입니다. 위층의 협조가 가능하다면 위층에 감압밸브를 설치해달라고 요청하십시요. 그리고 늦은 밤에는 가급적 안방화장실이 아닌 거실 화장실을 사용해달라고 요청하십시요. 관리소(또는 층간소음관리위원회)에는 막연히 불만을 터트릴 것이 아니라 현장 방문을 요청하거나 녹음을 들려주는 게 좋습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층간소음#급배수 소음#층간소음 이렇게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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