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층이 얇은 넥센은 강정호가 중심이 되지 않으면 어려운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9일 목동 SK전 만루홈런으로 오랜 침묵에서
탈출한 강정호는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나태했었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목동 | 국경원 기자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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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백조가 됐네요.” 10일 목동 삼성전을 앞둔 김성태(29)는 강정호(24·넥센)를 보며 웃었다. 전날 생애 첫 만루홈런 포함 ‘5타점 활약’을 두고 한 말이었다. 강정호는 시즌초반 극심한 슬럼프에 시달렸다. 5월25일 2군행을 통보받기 전까지 타율은 0.234, 홈런은 단 1개에 불과했다. “솔직히 2군에 한 번 쯤 내려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지만, 진짜 2군 통보를 받으니 당연히 기분이….”
강정호의 2군행은 2007년 8월16일 1군 엔트리 등록 이후 처음. 2군행 자체가 그에게는 채찍이었다. “프로는 결과로 말하는 거잖아요. 저 나름대로는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2군에 가보니, 그게 아니었구나 싶었어요.” 2군 7경기에서 타율은 0.381.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강정호가 보여준 근성이었다. “타구가 근처에만 와도 다이빙을 했다”는 것이 2군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리고 흙범벅이 된 유니폼을 벗으면, 또 자신을 되돌아 봤다.
“사실 지난 시즌에는 마음이 좀 급했어요. 아시안게임도 있고…. 아시안게임금메달 따고, 이제 좀 ‘즐기면서 야구를 해야지’ 싶었는데 그게 좀….” 강정호는 지난시즌 아시안게임을 위해 손등부상도 참고 뛰었다. 결국 병역혜택까지 받았지만, ‘편한마음’이 도리어 “나태함을 낳았던 것 같다”는 반성이었다. 강정호는 복귀 이후 9일까지 5경기에서 타율 0.277(18타수 5안타)을 기록 중이다. 특히 홈런이 2개나 나왔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올해가 제 야구인생의 고비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돌아온 강정호가 스파이크 끈을 조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