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에버그네일이 붙잡혔다.’
경찰의 추적을 피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사기와 절도를 일삼아온 후안 카를로스 구스만 베탕쿠르트(33·사진)가 마침내 미국 버몬트 주에서 검거됐다고 AP통신이 30일 보도했다. 베탕쿠르트는 2006년 미 라스베이거스 포시즌 호텔에서 38만 달러(약 4억5000만 원) 상당의 현금과 보석을 훔친 혐의로 수배를 받아왔다.
그는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Catch me if you can)’의 실제 주인공인 미국의 전설적인 사기꾼 프랭크 에버그네일에 비견되는 인물이다. 에버그네일은 16세부터 21세까지 비행기 조종사, 변호사, 의사 등으로 신분을 속여 가며 26개국에서 250만 달러 상당의 수표를 위조하는 등 전 세계에서 사기 행각을 벌였다.
베탕쿠르트도 어려서부터 남을 속이는 데 ‘천재성’을 발휘했다. 1976년 콜롬비아에서 태어난 그는 1993년 마이애미 공항 활주로에서 발견되었는데 당시 “나는 13세의 고아다. 비행기에 몰래 숨어서 왔다”고 말해 주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그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기부금이 7만5000달러나 쏟아졌다. 나중에야 당시 그가 17세였고 고향에 부모가 살아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이후 그는 ‘고급 호텔 전문 절도범’으로 악명을 날렸다. 범행 수법은 비교적 간단했다. 먼저 호텔의 방명록을 보고 주요 고객의 이름을 파악한 뒤 고급 정장을 입고 호텔 직원에게 가서 그 사람 행세를 하며 “방 열쇠를 잃어 버렸다”고 속이는 식이다. 직원이 문을 열어주면 방 안에 들어가 보석, 현금 등을 훔쳤다. 베탕쿠르트는 10개 이상의 가명을 쓰면서 철저히 신분을 위장해왔고, 심지어 왕자나 성직자 행세를 하기도 했다.
베탕쿠르트는 영국에서 여러 건의 호텔 절도를 저질러 1998년 체포됐지만 보석으로 풀려난 뒤 도주했다. 2004년 12월 런던에서 다시 붙잡혔지만 2005년 6월 탈옥했다. 불과 열흘 뒤 아일랜드 더블린 고급 호텔에서 절도 행각을 벌이다 붙잡혀 2007년까지 수감 생활을 했다.
베탕쿠르트는 캐나다 콜롬비아 일본 멕시코 러시아 태국 베네수엘라에서도 비슷한 수법으로 호텔 절도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수배를 받아왔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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