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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2월 23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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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당선자의 원칙주의가 증시에 확산되면 합리적인 투자풍토가 조성돼 실적이 양호한 저평가주가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23일 한 증권사가 내놓은 ‘21세기형 대통령의 다섯 가지 면모로 살펴본 수혜주’라는 리포트의 한 대목이다.
최근 증권가에 갖가지 테마가 나돌고 있지만 대부분 이런 수준이다. ‘테마’ ‘랠리’ ‘효과’는 거래가 많아야 돈을 버는 증권사들의 희망사항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랠리와 효과, 믿기 어렵다〓크리스마스에 임박해 주가가 오른다는 ‘산타랠리’는 한국증시에선 없다. 동원증권의 조사에 따르면 1992년 증시개방 이후 12월15일부터 24일까지 열흘간 종합주가지수는 평균 1.68% 떨어졌다.
산타랠리는 논리적으로도 설득력이 없다. 미국 월가의 분석은 펀드매니저들이 주가 상승 기대감에 주식을 사두고 크리스마스 휴가를 떠나는 경향이 있다는 것. 하지만 2000년 이후 약세장에선 속 편히 휴가를 떠나려는 펀드매니저들이 오히려 많은 매물을 내놓았다.
‘1월 효과’는 한미 증시에서 통계적으로 입증된다. 그런데 한국증시의 1월 효과는 미국의 1월 효과와 맥락이 다르다. 미국에서는 △1년 보너스를 연말에 한꺼번에 받는 투자자들이 1월에 주식을 많이 산다는 해석과 △투자자들이 연말에 값이 떨어진 주식을 팔아 손실을 현실화해 세금을 줄이려 한다는 설명이 있다.
한국 증시에서 1월 효과를 낳는 것은 외국인투자자들의 입김이다. 따라서 불규칙적이고 예측하기 힘들다. 동원증권 김세중 선임연구원은 “외국인들이 연초에 포트폴리오를 짤 때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한국주식 비중을 높여온 게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1월 효과는 미국에서 ‘1월에 주가가 유독 많이 오른다’는 것보다는 ‘1월 주가가 1년간 주가흐름을 예측케 한다’는 맥락으로 받아들여진다. 1월에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가 오른 51개년 중 45개년에는 연중 주가도 상승세를 탔다.
▽테마보다는 종목으로 승부하라〓최근 증시에서는 대통령선거 직후 증권가를 휩쓴 ‘용비어천가 테마’ 외에도 ‘이라크 전쟁 테마’ ‘북핵수혜테마’ ‘방학수혜테마’가 투자자들을 유혹한다. 대부분 투자자들의 막연한 연상작용에 기댄 ‘아니면 말고’식 테마다.
현대증권 오성진 종목팀장은 “장(場)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일수록 사이비테마가 많아진다”면서 “효과가 오래가서 기업실적으로 연결되는 테마에만 관심을 가지라”고 권고했다. 예를 들어 △폭설수혜주처럼 계절성을 띠고 매년 반복되는 테마 △광우병수혜주처럼 실제 혜택을 입는지가 분명치 않은 테마 △히트영화관련주처럼 말은 많아도 실적향상 효과는 별로 없는 테마는 남는 게 없다는 얘기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