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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0월 27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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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자가 제시하는 비전이나 정책에 기초해서 투표하는 행위를 ‘앞을 보는 투표(prospective voting)’라고 한다. 반대로 지난 시절의 정치를 이번 선거에서 평가하는 식의 투표를 ‘회고적인 투표(retrospective voting)’라고 한다. 198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로널드 레이건 후보가 승리를 거둔 것은 그의 비전과 공약 덕분이라기보다는 지미 카터 당시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다는 평가도 있다. 미래에 대한 희망보다는 ‘정권에 대한 심판’ 차원에서 승패가 결정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6·13 지방선거에서도 후보자들이 제시한 미래의 비전보다는 유권자들의 ‘비리에 대한 분풀이’가 승패를 결정지은 측면이 있다.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여론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살피고, 그렇게 해서 감지한 여론에 영향을 받는다. 대세를 몰고 가는 후보에게 끌리는 현상이 ‘대세 추종’인데, 이길 것 같은 사람을 지지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와는 반대로 현실적인 여론의 분포와 상관없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이길 것이라고 예측하는 ‘투사’ 심리도 있다. 이 투사 심리는 후보자의 정책 입장에 대해서도 나타난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자가 특정 사안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잘 모르는데도 그 후보의 입장이 자신의 의견과 비슷할 것이라고 ‘투사’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투사’ 심리는 ‘자기 이행적 예언’으로 바뀌기도 한다.
▷유권자들은 나름대로 자신이 행사할 한 표의 ‘가치’를 계산한다. 나의 한 표가 당락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지, 돌아오는 이익은 무엇인지,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드는 비용과 돌아오는 대가 중에서 어느 쪽이 더 큰지 손익대조표를 만들어 보게 된다. 그 결과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나름의 ‘전략’이 되기도 한다. 선거는 무질서하게 보일지라도 나름대로 유권자의 이성적인 계산과 전략적인 투표 행위의 결과다.
‘이유 없는 투표’는 없고, 모든 표의 뒤에서는 사회심리적인 선택의 메커니즘이 작용한다.
강미은 객원논설위원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mkang@sookmy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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