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말 출산 예정인 박씨는 ‘예비 미혼모’. 주변의 일부 곱지 않은 시선이 있긴 하지만 가게를 냄으로써 경제적으로 혼자서도 아기를 키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서울의 미혼모 복지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그는 “누구의 도움없이 새로 태어날 아기를 남부럽지 않게 키우겠다”고 말했다.
박씨처럼 지오디페의 ‘점포 사장’으로 나서는 미혼모나 예비 미혼모들은 모두 17명. 이들은 연령층도 20∼40대로 다양하다. 대부분 사귀던 남자와 헤어지거나 무능력한 짝을 버리고 복지시설에서 홀로 아이를 키우고 있다.
이들은 ㈜지오디페가 벌이는 복지사업 ‘한 부모 돕기 운동’에 선발돼 7월에 창업훈련과 워크숍 교육을 마쳤고, 16일 점포 계약식을 가졌다. 이들에게는 1년간 보증금과 임대료가 면제되는 등 회사측의 파격적인 지원이 이뤄진다. 이 밖에 물품거래업체 알선은 물론 자금 및 고객관리 요령 등 점포 운영과 관련한 각종 조언도 수시로 제공될 예정이다.
“초기에는 ‘왜 이런 호의를 베푸나?’하는 생각에 회사측의 무상임대 의도를 의심하기도 했죠.” 2.6평의 잡화가게를 내는 한 미혼모의 말이다.
그는 “처음에는 바람이나 쐬는 기분으로 구경삼아 신청을 했다”며 “그러나 워크숍이 진행되는 동안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다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의 창업훈련 과정을 지켜본 지오디페의 곽지헌(郭智憲·38) 법무팀장은 “쇼핑몰 회사가 복지사업를 벌인다고 주변에서 이상하게 생각해 무엇보다도 미혼모들과 접촉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며 “그러나 이들과 서로 알게 되면서 죄의식없이 낙태를 하는 경우와는 달리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자립심을 다지는 태도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오디페가 미혼모 돕기에 나선 것은 창업자이자 이 회사 대표인 이만용(李晩龍·45) 사장의 개인적인 성장 배경에서 비롯된다.
그는 “어렸을 때 어머니가 홀로 되셨고 그 뒤 보육시설의 신세를 지는 등 어려운 환경을 경험해 미혼모들에게 자립의 기회를 주는 복지사업을 펼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오디페측은 800여개 점포가 들어서는 이 쇼핑몰에 미혼모를 위한 무상임대용으로 50개 점포를 책정해 놓고 있어, 이번에 계약이 체결되는 17개를 제외한 나머지 점포는 추가 희망자를 수시로 모집할 예정이다. 032-237-1020인천〓박희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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