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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3월 26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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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삼성이 KT의 정부지분 매각 입찰에 참여한다는 쪽으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LG와 SK 등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린다.
6월 말 KT의 완전 민영화를 앞두고 정부가 국내 기업에 매각할 KT 지분은 28.37%(8857만주)로 매각 금액은 5조원에 이를 전망.
KT는 국내 유·무선 통신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매출액 12조원(KTF 포함 시 17조원)의 거대기업. 지분 매각의 향방에 따라 통신업계뿐만 아니라 재계에 지각변동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삼성, 뛰어드나〓삼성은 이번 입찰을 정보기술(IT) 분야의 강자로 자리잡을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참여 쪽으로 내부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26일 “이번 입찰에서 KT의 지분 3∼7% 정도를 사들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통신단말기 분야의 세계 3대 생산업체인데도 그동안 통신서비스 업종에 진출하지 못해 IT 분야 기반 확대에 한계를 느껴왔다. 다만 허용한도인 15%까지 지분을 매입할 경우 자칫 재계 전체를 적으로 돌리는 부작용을 우려한다. 경영권은 당장 특정 기업이 차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2∼3년간의 시간을 활용해 순차적으로 풀어나갈 방침. 삼성 측은 공식적으로는 “KT 지분매각 입찰 참여건은 아직까지 여러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LG, SK도 참여할까〓KT 지분매각 입찰에 삼성의 참여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LG나 SK도 지분매입경쟁에 뛰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이는 특정기업이나 그룹이 KT지분 확보에 나설 경우 나머지 기업도 독주를 막기 위해 팔짱을 끼고 있을 수 없다는 분석 때문. 그동안 증권가에선 자금여력과 사업 시너지 등을 고려해 삼성 외에 LG와 SK가 참여하는 3파전을 예상해 왔다.
그러나 삼성과 달리 이미 통신서비스 업체를 보유하고 있는 LG와 SK도 현시점에서는 일단 ‘더 지켜보자’며 표면적으로는 담담하다.
LG 관계자는 “이번 입찰은 KT 지분을 장비업체들에 골고루 나눠준다는 측면이 크다”며 “지분보유에 따른 메리트가 크지 않아 관망 중”이라고 밝혔다. SK 측도 “아직 입찰 참여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며 “특정 기업의 경영권 견제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경영권 보장이 걸림돌〓KT가 민영화되더라도 특정 기업의 경영권 확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 때문에 이번 지분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KT가 ‘경영과 소유의 분리’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데다 최대주주인 정부도 이를 지원하고 있기 때문.
이상철(李相哲) KT사장은 “KT가 바라는 소유지배 구조는 GE나 IBM처럼 최대주주 지분이 분산돼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선진국형 구조”라고 강조한다. 양승택(梁承澤) 정보통신부장관도 “민영화된 KT의 경영권을 특정기업이 차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정부는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특정기업의 소유를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무리한 소유와 경영 분리원칙 주장이 자칫 국내 지분매각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박정훈기자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