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채 4748억 만기연장 힘들듯

  • 입력 2002년 3월 21일 18시 09분


공적자금을 둘러싼 여야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해 예금보험공사 채권의 차환발행이 어려워지게 됐다.

4748억원어치에 달하는 예보채의 차환마감일(25일)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기 때문. 다급해진 재정경제부는 윤진식(尹鎭植) 차관이 20일 기자간담회를 자청, “하루빨리 정치권이 동의안을 처리해달라”고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3월 만기분을 포함해 연말까지 만기가 예정된 예보채는 모두 4조5000억원어치. 하반기에 쓸 자체 재원으로 3, 6월 만기분 채권(8400억원)을 먼저 갚는 방법이 있지만 자금수급 계획에 혼란이 생기게 된다. ‘아랫돌을 빼서 윗돌 괴는’ 식으로 자금을 집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하반기에는 또다시 공적자금 논란을 무릅쓰고 신규 채권을 발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윤 차관은 “공적자금을 차환하지 않고 갚기 시작하면 재정자금의 조달 집행계획을 상당히 뜯어고쳐야 한다”고 우려했다.

재경부는 별도자료를 통해 △차환발행이 신규 자금조성이 아닌 만큼 국민부담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며 △다른 용도로 사용할 가능성이 없다는 기존 주장을 강조했다.

국회 동의를 기피하는 한나라당은 초기 발행채권을 액수 그대로 차환발행하면 그동안 회수한 공적자금만큼 공적자금 규모가 늘어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차환발행에 앞서 예금대지급 등 떼인 것이 분명한 공적자금을 먼저 확정하고 국정조사를 벌이는 것이 순서라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특히 지방선거가 끝난 뒤인 ‘6월말까지’ 공적자금 회수와 손실규모를 추정하겠다는 정부 계획에 불만을 숨기지 않고 있다.

문제는 차환발행이 안될 경우 국가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 당장 25일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피치IBCA사의 평가팀이 방한하고 무디스도 4월초쯤 등급상향 조정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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