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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2월 20일 17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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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고 세상에서 처음 본 게 고아원 천장이었다”는 이씨는 대구 대명4동 성당시장에서 폐지를 수집하고 남의 살림도 대신해 주며 어렵게 살고 있다. 그런 그는 조금이라도 돈이 생길 때면 오락실로 달려가 댄싱 게임 ‘펌프’를 한다. 지난 방송에서 이씨는 펌프로 단련된 종아리 근육을 내 보이며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펌프를 한다”고 말했다.
두달만에 그를 찾은 제작진은 그의 생활이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독지가도 나타나지 않았고 그를 버린 어머니도 나타나지도 않았다. 다만 한 할머니가 나타나 “혹시 내 딸인가 싶어 확인하러 왔다”고 말했을 뿐. 그 또한 친모는 아니었다.

제작진은 특히 이씨 내면의 근본적 변화를 첫 눈에 알아보지 못했다. 방송 이후 그는 사람들이 알아보는 통에 다소 외로움을 잊었다는 것. 외로울 때마다 펌프를 해서 종아릿살이 딴딴해진 그는 요즘 다소 펌프에 재미를 잃었다. 시장에서 판촉행사를 하는 기업이나 약장수가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 그를 내세울 때 빼고는 예전처럼 자주 오락실을 가지는 않는다.
시장 골목에 나섰을 때 “야, DDR아줌마다!”하는 꼬맹이들의 외침이, “돈을 안 받을테니 언제든지 와서 펌프를 하라”는 동네 오락실 주인아저씨의 친절이 펌프의 재미보다 훨씬 좋다는 이씨.
시장 사람들이 자신의 계좌에 돈을 입금시켜 달라는 심부름도 믿고 맡길 정도로 돈에도 별 관심이 없는 그는 ‘태생적 외로움’이 조금이나마 달래지는 요즘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