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화재 참사 합동장례식

  • 입력 2002년 2월 8일 15시 05분


"무서워라 이 세상 사는게 고통이더니…. 유태인 가스실처럼 한날 한시 봄햇살 한번 맘껏 받지 못하고 떼죽음 당하니 원통해라."

지난달 29일 전북 군산 유흥가 화재참사로 숨진 여종업원 14명의 합동 영결식이 8일 오전 9시 참사 현장의 잔해가 그대로 남아 있는 군산시 개복동 대가 유흥주점 앞에서 열렸다.

군산개복동화재참사대책위가 주관한 이날 장례식은 유족과 여성단체회원, 시민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치러졌다.

장례식은 추모사, 고인 소개, 추모시 낭독, 도립국악원 단원들의 기원춤, 유족대표 인사,헌화, 결의문 낭독 순으로 1시간반 동안 진행됐다.

장례위원장인 이강실(李康實·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목사는 추모사를 통해 "우리사회는 이들의 죽음을 아직도 우리 모두의 잘못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노예매춘과 인신매매 불법감금이 이 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족 대표인 숨진 여종업원 김모씨의 아버지(58)는 "낯설고 물설은 이 군산 땅 후미진 뒷골목에서 피어나지도 못한 채 싸늘한 시신이 되어 돌아왔느냐"며 "성매매 없는 세상에서 자유로운 영혼으로 다시 태어나라"고 울부짖었다.

참석자들은 "이번 사건은 쇠창살이 합판으로 바뀌었을 뿐 인신매매와 감금 등 16개월 전 발생한 인근 대명동 참사 때와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는 상황에서 발생했다"며 "경찰은 도대체 뭘 하느냐"고 규탄했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성매매 방지법 즉각 제정 등을 촉구했다.

군산=김광오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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