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 ‘치욕’ 씻겠다는 의지있나

  • 입력 2002년 1월 13일 22시 50분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의 동생 신승환(愼承煥)씨 구속은 우선 그가 ‘이용호 게이트’에서 금융감독원과 한국자산관리공사 등에 대한 로비활동을 했다는 점이 인정된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신씨에 대한 그동안의 검찰수사가 ‘봐주기 수사’ ‘축소수사’였음이 입증됐다는 사실이다. 분통이 터질 일이다. 지난해 9월 검찰이 사상 처음으로 특별감찰본부까지 설치하고 부산을 떨면서 신씨를 소환했다가 아무런 잘못이 없다며 몇 시간만에 귀가시킨 조치를 검찰은 이제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또 이용호 게이트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법이 발효되자 “이용호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를 100% 자신한다”던 신 총장의 발언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신씨 구속으로 이용호 게이트는 이제 검찰총장 개인의 사퇴 차원을 넘어섰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신 총장의 퇴진 여부와 관계없이 검찰총장의 권위는 이미 땅에 떨어졌다. 설사 그가 구차하게 자리를 지킨다고 해도 이제 국민은 그를 더 이상 검찰총장으로 인정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검찰이 국민에게 준 실망은 더 크다. 공정한 법 집행을 해야 할 검찰이 총장의 동생이라는 사사로운 인연을 배척하지 못하고 죄를 덮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으니 앞으로 누가 검찰을 신뢰하겠는가.

검찰이 국민을 속인 데 대해서는 정권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 그런 뜻에서 우리는 오늘 연두기자회견을 하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발언을 주목하고자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검찰 스스로 이번 사건을 규명해야 한다. 잘못된 수사 경위를 명백하게 밝히고 철저한 반성을 하는 것이 검찰이 할 일이다. 검찰은 특히 신씨가 ‘수사로비’를 위해 접촉한 검찰 간부의 명단을 공개하고 그들이 어떤 부탁을 받았으며 어떻게 수사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밝혀야 한다. 특검팀이 확보한 신씨의 비망록에는 현직 검사들의 명단과 접촉 상황이 비교적 상세하게 적혀 있다 하니 검찰이 자초지종을 파헤치기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검찰은 이번 위기가 검찰총장뿐만 아니라 검찰조직 전체와 관련된 것임을 직시해야 한다. 특검 수사에 마지못해 끌려가 진상을 털어놓는 자세라면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실망은 점점 커지고 신뢰회복의 길도 멀어질 것이다. 최악의 경우 검찰간부들이 로비를 받고 신씨를 비호했다는 사실이 제3자인 특검에 의해서 드러난다면 검찰은 그 파장을 어떻게 감당하려는가. 검찰이 정말로 정신을 차릴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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