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칼럼]유호열/'한국 어디로 가야하나'시의적절한 기획

  • 입력 2001년 8월 17일 18시 27분


올해는 광복 56돌이자 건국 53돌이 되는 해이다. 반세기가 넘는 동안의 변화를 생각하면 실로 감개무량하기 그지없을 정도이다. 그러나 올해 8·15를 맞는 심정은 변화와 발전에 대한 감상보다는 우려와 걱정이 앞선다. 국가목표와 민족통일의 방향과 방식에 대한 국론 분열, 당리당략만을 추구하는 정치 지도자들의 끊임없는 정쟁, 자국의 이익을 앞세운 주변 열강의 한반도를 둘러싼 갈등과 경쟁 양상이 흡사 광복 당시의 혼란과 위기를 방불케 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와 문제점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새로운 비전과 통합의 전략을 제시하는 데 언론은 신명을 바쳐야 할 것이다.

동아일보는 8월8일부터 15일까지 7회에 걸쳐 ‘한국 어디로 가야 하나’라는 지상포럼을 특집으로 마련해 혼란과 갈등에 빠진 우리 사회를 진단하고 처방을 제시하는 전문가들의 대담기사를 게재해 침묵하는 지식인에게 용기를 주고 한줄기 빛을 제공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였을까. 각계 원로 115인은 침묵을 깨고 난국 타개를 위한 성명을 발표했다.

동아일보는 8월15일자 A1면, A2면, A3면 ‘적과 동지 이분법 심각, 독점하는 권력 변해야’ ‘불신, 반목, 흔들리는 나라에 불안’ 등을 통해 각계 원로의 참뜻을 가감 없이 전달하였다. 그러나 보도 내용은 당면한 위기의 본질과 처방에 대한 지식인이나 사회 원로의 고언을 충실히 전달하는 데만 그친 인상이 짙다. 언론으로서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갈등과 혼란에 대해 문제점을 더 심층적으로 파고들어야 하고 동시에 새로운 시대를 담당하는 젊은이들의 각오와 열정을 촉구하는 기사가 이어져야 했을 것이다.

현재 겪고 있는 갈등과 위기는 상당 부분 북한의 존재와 지난해 6·15공동선언 이후 전개된 신남북관계에 기인하고 있다. 8월10일자 A1면 ‘북, 미 대화조건 철회를’과 ‘미가 금강산관광 방해’, A3면 ‘북-미 핑퐁공방’ 및 ‘금강산 관광길 엉뚱한 걸림돌’ 기사들은 북한의 대미정책 및 대남정책의 전략적 의도를 부각시키면서 이슈화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정부의 대북정책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해결책 역시 상당 부분 정부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정부의 입장과 역할에 대한 철저한 분석 보도가 이어졌어야 했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김대중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언급했듯이 의도와 방향성에 대해서는 국내외의 폭넓은 지지와 환영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실제 정책 추진과정에서는 북한 및 주변 국가들을 다루는 데 여전히 미숙하다. 언론은 정부가 ‘속 타는’ 심정만을 내보이는 데 대해 따끔한 비판을 가해야 할 것이다.

8·15 평양행사와 관련한 8월16일자 A1면, A3면 ‘남북 8·15 평양행사 파행’ ‘남북관계 돌출 악재’ 기사와 8월17일자 A1면, A3면, A4면의 ‘남 대표 기념탑행사 또 참석’ ‘평양 가서 남-남 대립’ 등의 기사도 참석자들의 행태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왜 이렇게까지 되었는지 그 원인이 되는 정부 정책과 결정과정에 대해 분석과 비판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유호열(고려대 교수·북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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