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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6월 15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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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가장 가까운 강국.
너무 높은데서 바라보면 ‘역사’나 ‘미래관계’를 둘러싼 고담준론에 그치기 일쑤다. 너무 낮은데서 들여다보면 ‘노는 법’이나 ‘섹스’에 돋보기를 들이댄 조각그림만 얻기 마련이다.
그래서 일본을 바라보는 눈에는 적절한 ‘높이’가 필요하다. 이 책은 나름대로 흥미와 의미를 함께 추구하며 ‘적당한 배율’의 화면을 얻어낸 일본 사회 문화 리포트다.
양국 관계와 같은 ‘큰’ 주제를 얘기할 때 저자는 ‘당위’보다 살아있는 현상에 집중하고, 숨은 법칙을 찾아내려 한다.
“한일관계는 잘 나간다 싶으면 일본이 삼천포로 빠져버렸다. 이수현씨의 사고를 계기로 우호 무드가 조성되는 걸 보고, 곧 양국에 찬물을 끼얹을 우익의 준동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너무도 빨리 그런 일이 나타났다. 태평양 전쟁을 정당화하는 중의원 예산위장의 망언, 그리고 교과서 문제….”
반면 ‘풍속’과 같은 자잘한 주제에서는 작은 현상의 나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두 나라의 심리적 거리를 보여준다.
“몇년 전 까지 포르노 톱스타였던 K양은 요코하마대의 재학생이었는데 제재를 받기는커녕 축제에 인기 스타로 초대받아 당당히 모교 무대에 섰다.… 서갑숙 수기는 일본에서도 화제였다. 한 주간지 기자는 ‘탤런트가 열한 명하고 했으면 별 것 아니네. (일본에서는) 여고생도 열 명이 넘는 판에’라고 말했다.”
저자가 제목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원조교제, 가족 해체, 심지어 고교생의 충동살인에 이르기까지 일본사회의 대표적 골칫거리들을 우리도 그대로 인수해 왔다. ‘일본이 희망없는 시간인 25시로 치달을 때, 우리의 시계바늘이 그 뒤를 따라서는 안된다’라고 책은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이 책이 ‘일본 때리기’에 매달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약자에 대한 배려와 예절 등 일본인 특유의 미덕에 대한 예찬, ‘반(反) 외국인 감정’의 진원지인 일부 추한 한국인의 범죄 행태 등을 고발하는 데에도 저자는 인색하지 않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