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지구촌 곳곳 '장기매매' 성행

  • 입력 2001년 6월 14일 18시 56분


인간의 장기를 매매하는 것은 거의 모든 나라에서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의사들도 장기매매를 비도덕적인 일이라고 비난한다. 그래서 장기매매에 간여하는 사람들은 모두 범죄자로 취급된다. 이 범죄자들이 길 가던 사람을 납치해서 마취시킨 다음 장기를 도둑질해간다는 소문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러나 장기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다 지친 환자들은 환자들 사이의 입소문을 통해 장기매매를 알선하는 중개인의 연락처를 알아내어 장기를 사들인다. 장기를 파는 사람들은 대부분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이다. 길 가던 사람을 납치해서 장기를 도둑질하는 일이 일어나는 경우는 없다.

장기매매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콩팥의 경우 자기 콩팥을 팔겠다고 자발적으로 나서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굳이 위험을 무릅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남의 콩팥을 기다리는 환자 수는 약 4만9000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스라엘 인도 터키 중국 러시아 이라크 등 몇몇 나라에서는 장기매매가 거의 공공연하게 행해지고 있다. 예루살렘에 있는 하다샤 대학병원의 신장이식 담당자에 따르면 신장이식 수술을 받은 후 이 병원에서 회복중인 환자 244명 중 60명이 얼굴도 보지 못한 낯선 사람에게서 신장을 샀다.

물론 이들 환자가 수술을 받은 곳은 이스라엘이 아니라 다른 나라였다. 이스라엘에서는 친척이 아닌 사람들이 장기를 주고받는 경우 불법적인 장기매매가 아닌지 면밀한 조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자는 중개인에게 장기를 사는 비용과 수술비용뿐만 아니라 자신과 동행하는 가족의 체류비, 제3국에서 수술을 해줄 이스라엘 의사와 간호사의 교통비와 체류비까지 모두 지불해야 한다. 4년 전 장기매매 중개인의 알선으로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수술을 받은 이스라엘인 모셰 타티가 지불한 돈은 14만5000달러였다.

중개인은 타티씨가 돈을 지불하자마자 그를 벤구리온 공항으로 데리고 갔다. 그곳에는 전세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출국수속을 밟을 필요도, 서류에 사인을 할 필요도 없었다. 그것은 이스탄불에 도착해서도 마찬가지였다.

타티씨가 탄 전세기에는 세 명의 환자가 더 있었다. 중개인은 동행한 의사가 이스라엘 최고의 신장이식 전문가라고 했다. 수술은 타티씨 일행이 도착한 다음날부터 하루에 두 명씩 자정과 오전 4시에 각각 실시되었다. 일부러 병원 직원들이 대부분 퇴근하고 없는 시간을 택한 것이다.

타티씨를 제외한 세 명의 환자는 건강을 되찾았다. 그러나 타티씨는 수술직후 심장발작을 일으켰고 며칠 후 이식한 신장을 다시 떼어내야 했다. 의사의 실수로 신장과 몸을 연결하는 혈관이 막혀 신장이 망가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중개인과의 거래가 모두 구두로만 이루어졌기 때문에 타티씨는 아무런 보상을 받을 수 없었다.

타티씨의 사례는 장기매매가 불법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위험부담이 현실로 드러난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환자들 중에는 이런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죽은 사람에게서 적출한 신장을 합법적으로 이식 받는 것보다 산 사람의 신장을 사서 이식 받는 것을 더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

한 환자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자동차 사고를 당해서 며칠 동안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은 사람이나 심장발작으로 사망한 노인의 신장을 이식 받기 위해 몇 년 동안이나 기다려야 할 이유가 없다. 차라리 건강한 젊은이의 신장을 사는 편이 낫다. 신장을 판 사람 역시 내가 준 돈으로 생계를 해결할 수 있으니 좋은 일이 아닌가.”

사실 환자들의 이런 생각에는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미국 보스턴에 있는 뉴잉글랜드 메디컬센터의 리처드 로러 박사에 따르면 시체에서 적출한 신장의 평균 수명은 약 11년인 반면 살아있는 사람에게서 기증 받은 신장의 수명은 20년이 넘는다.

게다가 장기를 필요로 하는 환자의 수에 비해 장기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일부 의사들은 이런 현실을 인정하고 타티씨와 같은 사례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아예 장기매매를 합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은 대부분의 의사가 장기매매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어떤 사람이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수술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부자들의 장기 공급원이 되는 것은 안될 말이며 수술에 따른 건강상의 위험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사실 터키인인 메흐멧 피스킨의 경우 뼈가 점점 석회화되는 병을 앓고 있던 막내아들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이웃사람의 주선으로 신장을 팔았으나 처음 약속했던 금액인 3만달러 대신 1만달러밖에 받지 못한데다 건강마저 악화돼 직장을 잃었다. 또한 인도에서는 여성들이 가계에 기여하라는 남편들의 강요로 신장을 판 사례도 있다.

(http://www.nytimes.com/2001/05/27/magazine/27ORGAN.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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