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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6월 14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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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POSCO) 초청으로 방한중인 스칼라피노 교수는 이날 오후 포항공대에서 행한 강연에서 이같이 밝히고 “핵심 이슈에 대한 북-미 양국간 협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미국은 한국 혹은 다른 주요 강대국과 지나친 정책상 괴리를 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까지의 부시 행정부의 정책은 북한의 태도를 확실히 검증하고 상호주의에 입각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예상대로 북한의 언론매체는 부시 행정부에 대해 격노하는 반응을 보였으나 장차 협상의 여지는 여전히 남겨 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스칼라피노 교수는 강연에 앞서 가진 인터뷰에서 부시 행정부는 다음과 같은 3가지 이유 때문에 북한에 대한 포용정책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즉 전통적으로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공화당이 한국정부가 난처한 상황에 빠지는 것을 원치 않는 데다 미국 여론도 해외에서의 긴장을 더 이상 바라지 않고 있으며, 과거 김영삼(金泳三) 정권 때와 같은 껄끄러운 한-미 관계가 재연되는 것도 원치 않고 한반도 주변 4강 사이에 이미 북한에 대한 공동이해관계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스칼라피노 교수는 한반도 주변 4강중 중국도 ‘두 개의 한국’을 지지하고 있으며 일본과 러시아도 북한의 급속한 붕괴를 원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스칼라피노 교수는 6·15 남북정상회담 1주년이 됐으나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실현되지 않고 있는 데 대해서는 “정상회담 1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경제 상황이 나빠지고 한국에서 ‘그동안 북한이 우리를 위해 무엇을 했느냐’는 회의론이 일고 있으나 북한에 대해서는 인내와 기다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북한은 식량과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물론 심지어 와인 제조법까지 배우기 위해 외국에 전문가를 보낼 정도로 변하고 있다며 김정일 위원장만 보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즉 북한의 강경론자와 온건론자들이 개방의 속도와 범위를 둘러싸고 대립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외부 세계에서 북한의 온건론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
스칼라피노 교수는 외국에 나간 북한의 젊은 테크노크라트들이 이념보다는 실용적이고 개인적인 이익에 좀더 관심을 갖는 경향을 보이는 희망적인 조짐이 있다며 북한은 시간이 흐를수록 변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한미관계에 대해 그는 “미국은 한국내 반미정서가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밀접한 동맹관계를 지속할 것”이라며 “한국의 정치 경제적 추이가 어떻든 향후 미국과의 동맹관계가 한국의 외교정책 기조로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방형남국제부장>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