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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5월 15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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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정부와 재계는 반목과 화해를 거듭했다. 작년 이맘때도 경제부처 장관과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은 규제완화를 메뉴로 입씨름을 벌였다. 전경련 회장단이 “30대그룹 지정제는 기업경영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자 정부는 “재벌들이 아직 정신을 못차렸다”며 발끈했다. 당시 이헌재(李憲宰) 재정경제부 장관은 “그룹 구조조정본부부터 없애라”며 역공을 가했다.
기업들은 불만을 삭이며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 양측은 며칠 뒤 정재계 간담회에서 ‘국가경제의 발전을 위해’ 정부와 재계가 화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정확히 1년 만에 비슷한 현상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 재계가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구하자 정부는 “개혁을 하지 말자는 얘기냐”며 맞받아쳤다.
정부쪽의 불편한 심기를 읽은 때문인지 10일 열린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는 화합을 강조하는 의견이 부쩍 늘었다.
그러나 재계는 출자총액제한제 등 쟁점사항에서 수정안을 내놓으면서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전경련 이승철 상무는 “그만큼 기업들이 느끼는 위기감이 절박하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양측의 공방전은 시간이 경과할 수록 각론보다는 총론 중심으로 흘렀던 과거의 양상을 빼닮고 있다.
규제를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기업의 건전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고 재벌의 역기능을 막는 규제는 존속해야 한다.
그러나 그 결정은 거창한 개혁명분이 아니라 규제의 효율과 타당성에 바탕을 두어야 할 것이다.
똑같은 주제를 놓고 비슷비슷한 얼굴들이 되풀이하는 해묵은 논리다툼을 언제까지 지켜보아야 할까. 또 그 사이 우리경제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박원재<경제부>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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