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울대의 위기, 교육의 위기

  • 입력 2001년 3월 19일 19시 15분


서울대 교수 10명 중 8명이 서울대와 한국의 대학이 ‘위기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교수협의회의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위기의 주된 원인으로 일관된 교육정책의 부재, 대학의 자율성 침해, 학문간 불균형 등을 꼽았다.

많은 교수들은 중장기적인 학문정책을 수립하지 못한 채 수시로 바뀌는 교육정책이 대학의 혼란과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선진고급인력을 양성하겠다며 1조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두뇌한국(BK) 21’정책이 오락가락하다 결국 ‘나눠먹기식’이 돼버린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교육발전 5개년 계획안이나 국립대발전계획도 마찬가지다.

서울대 교수들은 특히 최근에 발표된 입시안이 반세기 동안 우리나라 대학의 교육과 연구를 선도해온 서울대의 역할을 아무런 대안없이 무너뜨릴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대학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규제와 간여도 교육환경을 더욱 열악하게 만들고 있다. 대학의 정원, 입시제도, 학과 증설 등 모든 것을 교육 당국이 좌지우지하는 상황에서 진정한 학문 발전은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대 등 국립대의 경우 총장이 독자적인 예산 편성권과 직원 인사권도 갖고 있지 않다.

실용학문이 강조되면서 인문학 등 기초학문이 고사 위기에 처해 있는 것도 문제다. 이는 학문간의 균형적인 발전을 약화시켜 장기적으로 국가경쟁력을 크게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훌륭한 졸업생보다는 훌륭한 입학생 확보에 더 많은 힘을 기울여온 대학 당국도 반성할 점이 많다.

각종 통계가 보여주는 지난해 한국 대학 교육의 현실은 참담하다. 고등교육비의 공공재원 분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전 대학의 절반이 교수확보율 50% 미만이다. 교수 1인당 학생 수는 39.7명으로 이는 미국 독일 일본 등의 12∼18명 수준에 비하면 턱없이 열악하다. 며칠 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행한 ‘2000 세계경쟁력연감’에 따르면 한국 대학의 경쟁력은 조사대상 47개국 중 43위다.

국공립이건, 사립이건 대학은 기본적으로 자생적인 학문 생산구조를 갖춰야 한다. 무엇보다 교수들이 창의성과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동기유발시스템이 갖춰져야 하며 그러자면 대학의 자율성이 보장돼야 하고 그것을 무시한 정책은 전면적으로 재검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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