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1년 3월 19일 18시 54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후지쓰는 93년 "사원들의 일할 의욕을 북돋워 경쟁력을 강화한다"며 간부직부터 성과급제를 적용한 이후 전직원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후지쓰에서는 일본 기업의 뿌리깊은 전통인 연공서열제는 자취를 감췄다.
후지쓰의 성과급제도는 6개월마다 사원 각자가 목표를 제시하고 상사가 그 결과를 5단계로 평가해 급여나 상여급, 승진 등에 반영하는 시스템이다. 이 제도는 그후 다른 기업의 '모델'이 됐다.
그러나 최근 사내에서 이 제도의 폐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성과급제도 도입이후 △실패를 두려워해 장기 목표에 도전하는 모험정신이 줄어들었고 △애프터 서비스 등을 소홀히 해 고객이 떨어져 나가며 △자신의 목표달성에만 신경을 쓰는 바람에 문제가 발생하면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는 사례가 많아졌다는 것. 최근 몇 년간 히트상품이 전혀 나오지 않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 제도는 영업실적이 좋은 대도시 사업장이나 대형 프로젝트에 속해 있는 사원들에게는 유리한 반면, 개인의 노력이나 성실성은 전혀 평가받지 못한다는 불평도 적지 않았다.
회사측은 이같은 주장을 받아들여 단기적인 성과만을 중시하는 현행 제도를 수정키로 했다. 장기적인 프로젝트에 매달리거나,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하더라도 얼마나 성실히 업무를 수행했는가하는 점도 평가에 반영키로 했다. 또 목표달성 여부만으로 승진이나 인사를 하던 시스템도 고쳐 잠재력이나 적성 등도 고려해 인사를 하기로 했다.
후지쓰의 궤도수정은 결국 서구식 성과급제도가 최선은 아니며 서구식 이념에 동양식 방법론을 접목하지 않으면 제도가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드러낸 셈.
아키쿠사 나오유키(秋草直之)사장은 "연공서열제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하면서도 "일본에서 이 제도의 뿌리를 내리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는 "평가방법을 각 부서의 실정에 맞춰 수정함으로써 일본식 성과급제도를 정착시키겠다"고 말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