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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월 22일 16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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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도몬 후유지(童門冬二)는 이렇게 설명한다. 노부나가는 결단력이 있고,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과감하게 실행했으며, 능력을 존중해 신분에 얽매이지 않고 사람을 등용함으로써 오늘날 관점으로도 뛰어난 경영자였고 지도자였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를 카리스마 경영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노부나가가 낭만주의자였고, 시인이었으며, 자유인이었고, 마음이 부드러운 사람이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덧붙였다.
카리스마와 인간미 있는 언행, 그리고 인기.
작가의 분석에 대한 찬반을 떠나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바로 2002년 월드컵 한국대표팀의 히딩크 감독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히딩크 감독은 대표팀의 전술을 4―4―2 시스템으로 개조하고 있다. 또 연습경기도중 ‘숨이 차다’고 교체를 요청한 박재홍과 간판급 선수인 황선홍 강철도 상비군에서 제외했다. 선수단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엄격한 규율을 정하기도 했다. 냉혹한 승부의 세계를 헤쳐나가는 지도자에게 결단력이야 당연한 것이지만 대표선수단에, 그리고 변화를 요구하는 팬에게는 카리스마적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카리스마가 무엇인가. 절대적 재능이나 힘으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게 아닌가.
히딩크 감독의 유머 감각과 인간미 또한 예사롭지 않다. 추운 날 연습에서 한 선수가 센터링을 높게 하자 “공이 너무 높이 떠 얼어버리겠다”며 훈련장 분위기를 고조시켰고, 기자회견장에서 갑자기 코치의 목을 껴안고 흔들어 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축구는 즐겁게 해야 한다며 질책보다 칭찬으로 선수들을 독려하고 어울리는 모습도 훈훈한 정을 느끼게 한다.
작가의 눈이 맞는 것일까. 히딩크 감독의 주가는 상한가이다. 인터넷에는 격려와 기대를 포함해 그에 관한 얘기가 수도 없이 떠오른다. 히딩크 효과, 히딩크 신드롬이란 말까지도 거부감 없이 팬의 입에 오르내린다.
그렇지만 우리의 관심거리는 히딩크 감독의 오늘 인기보다는 500일 후의 인기이다. “팬이 원한다면 큰 일을 저지르고 나서, 또다시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그의 말이 실현됐으면 좋겠다. 월드컵 한국호를 통해 지도자의 카리스마와 인간미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도 확인할 수 있을 테니까.
<논설위원·체육학박사>dh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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