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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공짜 모이를 가져다 놓으셨네요. 복권 명당 앞에 모인 비둘기들에겐 오늘 이 먹이가 로또 1등만큼 반가운 행운인가 봅니다. 정말 ‘로또 명당’이 따로 없네요. ―경기 성남시 야탑동에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수크령이 봄볕 아래 하늘하늘 춤을 춥니다. 바람에 몸을 내맡기면서도 우아한 맵시를 잃지 않습니다. 그 모습이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계절과 닮았습니다. ―서울 용산구 원효로에서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화면 너머의 봄 강바람이 솔솔, 벤치에 드러누워 일단 스마트폰을 꺼내 듭니다. 고개를 들면 더 넓은 봄이 펼쳐져 있는데, 우리는 지금 어디를 보고 있는 걸까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오랜 시간 이런 일꾼이 없었을 겁니다. 자전거에 철근을 덧대 많은 짐을 실어날랐던 흔적이 훈장처럼 남았습니다. 퇴역한 지금도 물건을 쌓아 놓는 용도로 쓰입니다. ―서울 중구 방산시장에서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봄을 향한 미련 낙화하던 벚꽃 몇 송이가 거미줄에 걸렸습니다. 좋은 계절을 보내줄 수 없다는, 좀 더 우리 곁에 머물러 달라는 우리의 마음이 전해진 걸까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이번 주 백년사진을 준비하다가 우연히 마주친 사실 하나를 먼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1926년 4월 25일과 2026년 4월 25일. 정확히 100년의 시차를 두고 두 사건이 같은 날에 일어났습니다.1926년 4월 25일, 창덕궁에서 순종이 승하하셨습니다.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 그리고 일제 강점 이후 ‘창덕궁 이왕(李王)’으로 격하된 채 살다 세상을 떠난 분입니다. 신문은 며칠 간 순종의 승하를 슬퍼하는 사람들의 행렬과 조문 일정을 사진 화보로 보도했고, 군중들의 분노와 슬픔의 감정은 한 달여 뒤인 6월 10일 인산(因山, 황제의 장례)일에는 거대한 만세 시위로 번졌습니다. 우리가 아는 6·10 만세운동입니다. 2026년 4월 25일 저녁(현지시간), 워싱턴 힐튼호텔.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이 한창이던 그 시각, 행사장 보안 검색대 인근에서 총성이 울렸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비밀경호국에 의해 신속히 무대 밖으로 이송되었고, 용의자는 현장에서 체포되었습니다. 물론 두 사건의 무게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한 분은 나라를 잃은 시대의 마지막 황제였고, 한 사람은 세계 최강국의 현직 대통령입니다. 100년의 시차지만 우연히 같은 날에 벌어진 두 사건을 이 자리에 나란히 놓으려는 것은, 두 사건의 경중을 견주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한 시대의 권력자가 위기의 한복판에 놓인 순간이 어떻게 기록되고 어떻게 기억되는지, 그 방식이 100년 동안 어떻게 변했는지를 한 번 들여다보고 싶었습니다.●1926년의 한 장1926년 신문에 실린 순종 인산 관련 사진들은 대부분 비슷한 문법을 따릅니다. 끝없이 늘어선 군중, 흰 상복의 파도, 일본 경찰의 통제. 사진을 찍은 사람은 소수의 사진기자였습니다. 카메라는 무겁고 비쌌고, 필름은 귀했습니다. 무엇을 찍을지, 어떤 각도에서 찍을지, 어떤 사진을 신문에 실을지를 결정하는 권한이 사진기자와 편집자에게 집중되어 있던 시대입니다. 선택된 몇 사람이 기록한 역사가 몇 장의 사진으로 사건을 기록되어 전파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시대의 결정적 순간은 ‘한 장’입니다. 한 장의 사진이 한 시대를 대표합니다. 백성들은 그 한 장의 사진을 통해 한 시대의 종말을 받아들였습니다. 모두가 같은 이미지를 공유했고, 같은 이미지로 한 사건을 기억했습니다.●2026년의 여러 장2026년 트럼프 만찬장 총격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같은 사건을 두고 시중에 유통되는 ‘대표 이미지’가 하나가 아닙니다. 여러분이 기억하는 지난 주 사건의 대표 이미지를 한번 떠올려 보세요. AP 통신 마크 시펠바인 기자가 찍은 사진에는 무대 위에 앉아있는 트럼프와 그를 둘러싸는 경호원들이 담겼습니다. 또 다른 AP 사진기자 알렉스 브랜든은 만찬장 전체가 보이는 와이드샷을 남겼습니다. 무대 배경에는 ‘CELEBRATING THE FIRST AMENDMENT(수정헌법 1조를 기념하며)’라는 문구가 선명합니다. 언론 자유를 기념하는 자리에서 총성이 울렸다는 아이러니가 한 장의 사진 안에 응축돼 있죠.여기까지가 ‘기자의 사진’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더 많이 본 이미지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호텔 CCTV에는 용의자가 검색대를 재빠르게 통과해 행사장으로 향하는 복도를 뛰는 장면이 잡혔습니다. 만찬장 안에 있던 참석자들의 휴대폰 영상과 행사를 무심하게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케이블TV 영상에는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들리는 ‘탕탕탕’하는 총성, 그리고 그 속에서 와인병을 챙기는 한 여성의 모습, 샐러드를 계속 입에 넣는 한 남성의 모습이 담겼습니다. 그중 ‘와인병을 챙긴 여성’의 짧은 영상 클립은 SNS에서 빠르게 잘려 나가 ‘와인녀’라는 이름의 짤이 되었습니다.여기에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트루스소셜에 직접 올린 용의자 사진까지 더해지면, 같은 사건을 두고 최소 다섯 종류의 결정적 이미지가 동시에 유통됩니다. 이제 누가 이 사건을 어떤 이미지로 기억하느냐는, 그 사람이 어떤 매체와 어떤 알고리즘을 통해 사건을 만났는지에 따라 완전히 달라집니다.●100년 사이에 무엇이 변했을까1926년의 사진은 위에서 아래로 흘렀습니다. 사진기자가 찍고, 편집자가 고르고, 신문이 배포하면, 독자는 받아들였습니다. 한 장의 사진이 한 시대의 공통 기억이 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뒤집어 말하면 ’위‘만 잘 통제하면 이미지는 잡을 수 있습니다. 2026년의 이미지는 사방에서 동시에 발생합니다. 누구나 카메라를 들고 있고, 누구나 영상을 자르고, 누구나 그 자른 영상을 다시 유통합니다. 가장 정제된 한 장보다, 누군가가 휴대폰으로 찍어 잘라낸 15초짜리 클립이 더 많이 소비됩니다. 그리고 그 클립에는 종종 ‘와인녀’ 같은 별명이 붙습니다.또 하나 주목할 만한 점은 뉴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얼굴입니다. 1926년의 신문 사진을 들여다보면, 인산 행렬에 모인 군중의 얼굴은 대부분 식별이 어렵습니다. 카메라의 해상도가 낮았고, 신문 인쇄의 망점도 거칠었기 때문입니다. 군중은 ‘덩어리’로 찍혔지, 한 명 한 명의 얼굴로 찍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 시대에는 초상권이라는 개념 자체가 크게 문제 될 일이 없었습니다. 얼굴이 보이지 않으면 권리도 발생하지 않는 법이니까요.2026년은 다릅니다. 만찬장 한구석에 앉아있던 일반 참석자의 얼굴도, 와인병을 챙기는 손의 결까지도, 누군가의 휴대폰 안에서 또렷하게 기록됩니다. 모든 사람이 ‘덩어리’가 아니라 ‘개인’으로 찍히는 시대입니다. 그래서 모자이크라는 보호 장치가 새롭게 필요해졌지요.물론 미국의 초상권은 한국의 초상권과는 문화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이번 호텔 총격 사건이 잘 보여줍니다. 만약 우리나라 기자나 시민들이 찍은 영상이었다면 같은 현장에 있었던,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임신 중인 아내를 대피시키는 모습은 얼굴을 모자이크 없이 보여줬겠지만 부정적 이미지를 주는 ’와인녀‘의 얼굴은 모자이크를 해서 보여주려 했을 것입니다. 이번의 경우에는 이미 미국 현지인들의 X (구 트위터)등에서 얼굴이 그대로 노출되었기 때문에 국내 언론들도 다시 모자이크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 사건의 결정적 순간이란 것이 있는 시대일까1926년의 4월 25일을 그 시대 사람들은 몇 장의 사진으로 기억했습니다. 100년 뒤 우리가 4월 25일 트럼프 사진을 떠올릴 때, 어떤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를까요. AP 기자가 찍은 무대 위 트럼프일까요, 만찬장 와이드샷일까요, 호텔 복도를 가로질러 질주하는 CCTV 속 용의자일까요, 아니면 와인병을 챙기던 그 여성의 짧은 영상일까요. 아니면 범인의 ’셀카‘인가요?100년 전 한 황제의 죽음을 기록한 몇 장의 사진과, 100년 뒤 한 대통령의 위기를 기록한 수많은 이미지. 그 사이에서 사진은 한 시대의 공통된 기억을 만드는 매체에서, 각자가 다르게 기억할 수 있는 매체로 바뀌었습니다. 좋은 변화일까요, 아쉬운 변화일까요. 정답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런 변화를 함께 지켜보는 일이, 100년 전 신문 사진 한 장을 매주 들여다보는 이 자리에서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겨우내 혼자 담벼락을 지키던 나뭇잎 그림 위로, 진짜 봄이 슬며시 돌아왔습니다. 나뭇가지 끝마다 초록 잎이 돋아나며 이제는 그림뿐 아니라 나무도 봄을 채워 갑니다.―서울 용산구 청파동에서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나들이 나온 시민들이 영상을 찍고 있습니다. ‘챌린지’를 하는지 하나, 둘 리듬에 맞춰 보지만 제각각입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이 순간이 그대로 추억이 되니까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송파안전체험교육관에서 주민들이 자전거 안전교육 주행 실습에 참여하고 있다. 이번 교육은 송파구가 성인을 대상으로 3주간 이론과 실습을 병행해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안전한 자전거 이용 문화 확산과 생활형 교통수단 정착을 위해 마련됐다. 평생학습 사이트 ‘송파런’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사이를 비집고 통과하는 시설물 앞에서 살짝 고민이 듭니다. M, L, XL 중 어디를 선택할까. 웃으며 들어섰다가 멈칫하는 순간, 체중계보다 더 정확한 뱃살 나이가 드러납니다. ―경기 시흥시 연꽃테마파크에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평양 화성지구에 새로 들어선 ‘해외군사작전 전투위훈기념관’ 준공식이 4월 26일 저녁에 열렸다. 우크라이나전에 파병됐다 숨진 북한군 전사자들을 위한 시설이다. 노동신문은 다음 날인 27일자 노동신문에 80장에 가까운 사진을 게재했다. 행사 자체는 단순하다. 러시아 고위 대표단이 푸틴 대통령의 편지를 들고 준공식에 참석했고, 김정은이 전사자들의 무덤과 기념물 앞에 고개를 숙였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북한이 준공식을 준비하면서 의도했던 몇 가지 목적을 살펴보는 것은 우크라이나 파병과 희생자 문제가 앞으로 어떻게 북한 내부에서 영향을 끼칠지를 예측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 시간 — 왜 하필 해 질 녘이었나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시간이었다. 이번 행사는 해가 지는 시간에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행사장에 참석한 사람들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며 빛이 사람의 머리카락을 배경으로부터 분리시키는 시간이다. 그리고 한낮의 사진과 밤의 사진은 다르게 작동한다. 낮은 모든 것을 보여주는 시간이고 밤은 집중해서 보게 하는 시간이다. 여기서 조명은 보여주고 싶은 것만 빛나게 한다. 동시에 밤은 의례(의식)의 시간이기도 하다. 추모, 영혼, 한(恨) 같은 말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시간이다.같은 사람들, 같은 장소라도 낮에 모이면 군중이지만 밤에 모이면 애도자가 된다. 준공식 후 음악회까지 고려했기 때문에 분위기 조성을 위해 황혼의 시간을 골랐을 것이다. ● 굿 — 한국인이 직관적으로 알아보는 형식야간 음악회와 눈물 흘리는 유가족 사진을 보면,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딘가 익숙한 형식이 떠오른다. ‘굿’이다. 연설문에서 김정은은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데려다 우리 국기를 덮어 꼭 따뜻한 조국땅에 묻어주자 했던 그 소원”을 강조했다. 뒤집어 읽으면, 그 소원이 온전히 이뤄지지 못했다는 뜻이다. 시신이 돌아오지 못한 죽음. 유가족 입장에서 가장 아픈 종류의 죽음이다. 이런 죽음은 응어리를 남긴다. 슬픔을 개별적으로 놔두면 분열과 한으로 이어지지만 의례화되면 결속으로 이어질 수 있다. 평양은 희생자 유족들의 ‘한’을 개별 가정에 두지 않고, 국가 차원의 의례로 끌어올려 집단적으로 풀어내는 무대를 만들었다. ● 피에타 — 빌려온 도상기념관 실내에 세워진 조각의 구도가 묘했다. 김정은이 흰 꽃을 들고 걸어가며 위를 바라보는 지점에 있는 조각의 사진을 한참을 들여다 봤는데, 개인적으로 떠오른 건 서구 미술사의 대표 도상인 ‘피에타’였다. 죽은 아들을 안은 어머니의 형상.김정은의 연설문도 산 자와 죽은 자의 관계를 이렇게 정리하고 있다. “어머니 조국에 바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바쳤다” “조국의 한 줌 흙이 될 것을 다짐하며” “그들 모두를 따뜻이 품어안을 시각” — 죽은 아들을 품에 안는 어머니의 형상이 연설 텍스트와 조각 양쪽에서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 북한에서 어머니 조국이라는 표현은 흔하다. 그리고 그 조국을 인격으로 대표하는 존재가 결국 김정은이다. 피에타는 본래 기독교의 도상인데, 북한은 이 보편적 슬픔의 구도를 빌려와 체제 충성의 서사로 다시 코드화했다.● 고개 숙인 지도자 — 익숙하지 않은 신체노동신문보다 하루 늦게 28일 인터넷에 공개된 1시간 30분짜리 조선중앙TV 에서 김정은은 조각상 뿐만 아니라 유족들을 향해서도 고개를 숙이는 장면이 여러번 나온다. 사실 이건 우리 뿐만 아니라 북한 내부에서도 자주 보던 자세는 아니다. 우크라이나 파병은 북한 내에서 큰 관심거리이고 뉴스이다. 소문으로 돌던 파병과 희생이 사실로 확인된 상황에서 많은 주민들이 슬퍼하는 상황에서 지도자가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리는 것은 ‘함께 애도하는 사람’으로 만든다. 유가족 입장에서도 자식의 죽음이 최고지도자가 전례없는 모습으로 고개를 직접 숙일만한 가치있는 죽음으로 격상되면서 보상과 위로의 효과를 갖게 된다. 그리고 이 장면은 김정은을 ‘정(情)이 있는 지도자’로 다시 포장한다. 핵·미사일의 차가운 이미지에 인간적 온기를 입히는 작업이다. 사진 한 장이 하는 일치고는, 작지 않다.● 들리지 않는 것 — 잘려 나간 현장음마지막으로 한 가지. 행사를 다큐멘터리처럼 편집해 북한 내외부적으로 배포했을 영상에서 유가족들의 울음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배경 음악과 아나운서가 읽는 대본만 들린다. 슬픔의 소리 (통곡, 흐느낌, 절규) 가 그대로 들어가면 통제 불능의 정서가 생긴다. 슬픔이 너무 생생해지면 “왜 죽었나”라는 질문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북한은 슬픔의 소리는 낮추고 화면만 보여주는 방식을 택했다. 음악이 슬픔을 대신하고 정돈된 행사 내용이 통곡을 대체한다. 이렇게 되면 슬픔은 안전하게 관리된 형태로 전달되고, 보는 사람은 정서적으로 동참할 뿐 비판적 거리를 두기가 어려워진다. 그 빈틈에 김정은의 정리된 연설문이 보고 듣는 사람의 머리 속으로 흘러간다. ● 체제에 대한 부담을 단결로 만들어 버리는 선전술파병으로 청년들이 죽었다는 사실은 본래 어느 체제에서든 부담스러운 문제다. 유가족의 분노, 동년배의 두려움, 사회의 동요 등 모두 잠재된 위험이다. 평양은 이 위험을 정면으로 다루는 대신, 무대 위에서 의미를 바꿔버리는 길을 택했다. 죽음은 희생으로, 슬픔은 한풀이로, 한풀이는 충성으로, 충성은 단결로.이 전환이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지금 판단할 수는 없다. 다만, 북한은 생각보다 사진과 영상을 활용해 질문을 차단하는 한편 원하는 스토리를 만들어가는데 탁월하다는 것을 이번 준공식과 야간 음악회는 잘 보여주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소상공인 매출 촉진을 위한 ‘동행축제’가 열리고 있는 인천 부평 문화의거리에서 24일 시민들이 매대에 놓인 비녀를 살펴보고 있다. 동행축제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전국 단위 소비촉진 행사로 다음달 10일까지 진행된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백년사진 no. 161 (2026년 4월 25일)● 두 장의 선박 나포 사진의 앵글 차이이번 주 4월 24일자 국내 한 신문의 국제면에 두 장의 선박 나포 사진이 나란히 실렸습니다. 오른쪽은 미국 해병대원들이 헬기에서 로프를 타고 선박 갑판으로 내려오는 야간 작전 장면입니다. 초록빛이 나는 이유는 빛이 부족한 상황에서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그만큼 긴박하고 실제 상황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왼쪽은 이란 혁명수비대원들이 소형 고속정에서 사다리를 타고 컨테이너선에 올라타는 장면입니다.두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정적인 차이가 하나 있습니다. 앵글입니다.미국 사진은 별로 선명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스토리 연결도 영상 자체만으로는 잘 안됩니다. 야간 적외선 카메라로 찍은 영상은 작전을 수행하는 사람의 시점에서 촬영된 느낌을 줍니다. 공격 헬기에서 내려다보이는 선박의 갑판, 로프를 타고 내려가는 해병의 몸, 어둠 속 녹색 실루엣. 이것은 작전을 수행하는 군인이 직접 찍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반면 이란 사진에서는 혁명수비대원들의 얼굴이 보입니다. 복면을 쓰긴 했지만 카메라를 의식하는 시선이 느껴집니다. 이것은 작전에 참여하지 않은 별도의 카메라맨이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누군가 먼저 갑판에 올라가 이 장면을 ‘찍어주고’ 있었습니다. 드론으로 항공에서 촬영한 장면도 포함됐습니다. 바다 한가운데 멈춰선 선박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구도였습니다. 정성껏 준비된 촬영 현장입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이란 사진이 연출로 읽힙니다. 경위는 이렇습니다. 4월 19일, 이란 국적 화물선 투스카가 미국의 봉쇄를 뚫으려다 적발됐습니다. 유도 미사일 구축함 USS 스프루언스가 6시간에 걸쳐 경고를 보냈지만 투스카는 응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스프루언스는 투스카의 엔진룸을 향해 5인치 함포를 발사해 추진력을 무력화했습니다. 강습상륙함 USS 트리폴리에서 출발한 31해병원정대 해병들이 MH-60S 시호크 헬기를 타고 날아와 로프를 타고 갑판으로 내려왔습니다. 미군(CENTCOM)은 이 전 과정을 담은 33초짜리 야간 적외선 영상을 4월 20일 X에 공개했습니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사흘 뒤 맞받았습니다. 4월 22일, MSC 에파미논다스와 MSC 프란체스카 두 척의 컨테이너선을 나포했다며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낮이었고 조명도 정상이었습니다. 화면은 너무 깔끔하고 너무 조용했습니다. 선원들은 보이지 않았고 저항도 없었고 긴장감도 없었습니다. “대외 선전을 위해 치밀하게 준비된 작전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라는 뉴스 해설이 설득력이 있습니다.미국은 4월 23일 또 한 번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인도양에서 유조선 머제스틱 X를 나포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이 선박은 기니 국적으로 등록됐지만 이전 이름은 피닉스였고 2024년 미국 재무부 제재 대상이었습니다. 이란산 원유를 밀수하던 선박이었습니다. 국방부는 “이란에 물질적 지원을 제공하는 선박을 어디서든 차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이란이 거리에서 만든 이미지들미국과 이란이 해상에서 봉쇄를 지속하는 가운데 전쟁이 장기전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두 국가는 인터넷을 통한 선전전에도 매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15일 한국 신문 여러 곳에 이란 수도 테헤란 모습의 사진이 실렸습니다. 테헤란 거리 건물에 걸린 대형 걸개 그림 사진 속에는 이란에서 영웅으로 불리는 두 인물의 동상이 국기를 배경으로 서 있습니다. 폐허가 된 건물 앞에 희생자들의 사진이 줄지어 세워지고 누군가 가져다 놓은 꽃이 장사진을 이룬 모습의 사진도 보입니다. 이란 국회의장은 미국과의 협상에 나서면서 비행기에 비치된 희생자 어린이들의 사진을 보는 장면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또 하나 눈에 띈 사진은 일종의 공익 광고같은 이미지였습니다. 테헤란 혁명광장 건물 외벽을 가득 채운 벽화입니다. 커다란 손이 호르무즈 해협의 바닷물을 움켜쥐고 있습니다. 캡션은 “호르무즈는 우리 것”입니다. 앞의 두 장이 이란 내부를 향한 결속의 이미지였다면, 호르무즈이미지는 외부를 향한 이미지 같았습니다. 이 걸개그림들이 테헤란 거리에 등장한 날은 4월 12일, 파키스탄에서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시작된 시점입니다.온라인에서도 같은 전략이 동시에 작동했습니다. 이란 대사관 남아프리카 공식 X 계정은 트럼프·밴스·헤그세스를 해적으로 묘사한 AI 생성 이미지를 올리며 “페르시아만의 비참한 해적들”이라는 캡션을 달았습니다. 80년대 스타일의 AI 뮤직비디오에서는 트럼프가 키보드를 치며 “호르무즈 해협은 닫혀야 한다”는 가사를 부릅니다. 이 계정은 소셜미디어를 전장·거리·협상과 함께 “저항의 전선”이라고 공식 선언했습니다. ● 트럼프가 SNS에서 직접 만든 이미지같은 시각, 트럼프는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폭스뉴스 방송 화면을 캡처해 올렸습니다. 군함 사진에 “AND DISCONTINUE TRANSIT(운송 중단)”이라는 자막이 박혀 있습니다. 트럼프가 뉴스 방송 화면을 캡처해 직접 SNS에 게시한 장면입니다. 이것은 보도 사진이 아닙니다. 트럼프가 편집자가 되어 방송 화면을 캡처해 게시한 것입니다. 이란의 걸개그림은 국가가 거리에서 제작한 이미지입니다. 트럼프의 군함 사진은 권력자가 SNS에서 직접 유통한 이미지입니다. 채널도 다르고 방식도 다릅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같은 점이 하나 있습니다. 둘 다 기자의 카메라를 통과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 2026년 콘텐츠 전쟁의 뉴노멀전쟁이 컨텐츠의 차원에서 수행되고 있습니다. 한 장의 장면, 한 편의 밈, 33초짜리 야간 영상이 전쟁의 도구입니다. 이란의 걸개그림도, 트럼프의 군함 사진도, 혁명수비대의 나포 영상도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보는 순간 읽히는 이미지입니다. 그리고 모두 기자를 거치지 않았습니다.올해 1월, 이란 시위 사진이 왜 이것뿐이었는지를 다룬 적이 있습니다. (백년사진 No.147, 동아일보, 2026.01.17) 당시 외신을 통해 들어온 이란 현지 사진은 두 종류뿐이었습니다. 이란 정부가 허용한 사진과 친정부 집회 장면. 반정부 시위대의 모습은 SNS를 통해 겨우겨우 외부 세계로 흘러나왔습니다. 한 손으로는 시위대를 진압하고 다른 손으로는 카메라와 인터넷을 통제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번 신문 1면들과 군사 영상들은 그 통제 기술이 전쟁 국면에서도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다만 미국을 상대로 한 콘텐츠 전쟁에서는 아직 따라잡지 못한 영역이 있습니다.장비의 차이가 아닙니다. 드론까지 동원했지만 이란의 영상에는 긴장감이 없었습니다. 카메라가 작전 밖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지에 대한 감각의 차이입니다. AI 밈으로는 트럼프를 조롱하는 데 성공했지만, 실제 군사 영상에서는 미국의 연출력을 따라잡지 못했습니다. 콘텐츠 전쟁에도 격차가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듭니다. 이미지로만 싸우는 전쟁이면 차라리 낫겠다고. 실제 폭격으로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이 희생되는 장면, 그리고 이번 전쟁으로 이란과 일부 아랍인들의 마음에 쌓인 분노가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미국 시민들을 보복의 두려움 속에 살게 할지를 상상하면 정말 끔찍합니다. 콘텐츠로 싸우는 전쟁은 다음이 있습니다. 그러나 폭탄으로 싸우는 전쟁은 지옥을 만듭니다.이 장면들을 보면서 여러분은 무엇을 느끼셨나요?변영욱 기자 cut@donga.com}

23일 경기 성남시청 1층 누리홀에서 열린 ‘2026 성남시 채용박람회’ 행사장이 구직자들로 붐비고 있다. 이번 박람회에 참여한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농협유통 양재하나로클럽 등 40개 기업은 현장 면접을 통해 235명을 신규 채용하기로 했다. 성남=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뻥튀기 과자와 비닐 장갑이 만나 생동감 넘치는 작품이 됐습니다. 일상 속 평범한 재료가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만나 색다른 모습을 선보입니다.―서울 지하철 2·5호선 왕십리역에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분홍과 초록 사이 박태기나무 가지 끄뜨머리부터 신록이 올라옵니다. 수북했던 분홍 꽃이 떨어지고, 그 자리를 여린 잎이 채웁니다. 계절의 흐름이 이렇게 이어집니다. ―서울 용산구 서계동에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바위에 난 길 산을 오르다 표면이 고른 바위를 만났습니다. 바위에 층층이 박힌 돌이 발판이 됩니다. 덕분에 한 걸음씩 디디며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갈 수 있습니다.―서울 종로구 신영동에서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19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2026 롯데월드타워 스카이런’에서 한 참가자가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롯데물산이 주최해 올해 8회째를 맞이한 스카이런은 롯데월드타워 123층까지 총 2917개의 계단을 오르는 수직 마라톤 대회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1층부터 123층까지 총 2,917개의 계단을 오르는 수직 마라톤 대회 ‘2026 롯데월드타워 스카이런(SKY RUN)’이 19일 오전 9시에 개막했다.국내 최고 높이 555m를 오르는 이 대회는 2017년 첫 회 이후 누적 참가자 1만 2천여 명을 돌파한 국내 대표 수직 마라톤 대회로 올해는 역대 최다인 2,200명이 참가했다.특히 올해는 해외 엘리트 선수 및 최근 3개년 수상자 총 20명이 경쟁하는 엘리트 부문이 처음 신설됐다.오전 9시 오프닝·개회사·축사에 이어 9시 15분 기부금 전달식이 진행됐고, 9시 30분 출발 퍼포먼스와 함께 엘리트 부문 선수들이 힘차게 스타트를 끊었다. 일반 부문과 해양경찰, 외국인 인플루언서 부문은 이후 순차적으로 출발했다.엘리트 부문 남녀 1등에게는 롯데월드타워 높이 555m를 의미하는 금 5.55g의 기념주화가, 2·3등에게는 스폰서 상품이 수여된다. 일반 부문 1~3등 참가자에게는 롯데상품권 123만원, 시그니엘 서울 스테이 2인 식사권, 유니클로 모바일 금액권 등이 주어진다.대회 참가비 전액은 롯데의료재단 보바스어린이재활센터 발전 기금으로 기부될 예정이다.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1960년 봄, 마산 도립병원1960년 4월, 동아일보 사진기자 박용윤은 마산 도립병원에 서 있었습니다. 태극기에 덮인 시신 앞이었습니다. 행방불명됐다가 눈에 최루탄이 박힌 채 마산 앞바다에서 떠오른 열여섯 살 김주열이었습니다. 그 사진은 지금봐도 너무 참혹한 장면이라 이 글에서는 따로 공유하지 않겠습니다. 그 자리에는 외신 기자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카메라를 들기 전에 먼저 시신 앞에 고개를 숙였습니다. 짧은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장면이 못처럼 박혔습니다. 사진을 찍기 전에 사람을 먼저 보는 것. 기술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였습니다.박용윤도 셔터를 눌렀습니다. 그 사진은 4·19혁명의 도화선이 됐습니다.아래 사진은 당시 기록을 모아 발간했던 사진집의 표지입니다. 들불처럼 커진 시민들의 분노에 이승만 대통령은 결국 대통령에서 물러났습니다. ● 66년 뒤, 그가 피사체가 되어 앉았습니다올해 3월 20일,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국화실. 제32회 박용윤 보도사진 인간애상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박용윤 기자가 직접 기금을 출연해 만든 상입니다. 후배들이 따뜻한 인간애를 담은 사진을 찍는 기자가 되길 바라는 뜻으로 32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현수막 앞에 세 사람이 섰습니다. 꽃다발을 안은 수상자, 정장 차림의 관계자, 그리고 앞에 앉아 있는 휠체어의 노인.노인의 이름이 박용윤입니다. 1929년생. 올해 97세. 자신의 이름을 딴 상의 시상식에 직접 나타난 것입니다.사진 속 그의 두 손이 무릎 위에 놓여 있습니다. 1960년 마산에서, 부산에서, 세종로에서 셔터를 눌렀던 그 손입니다. 마산 도립병원에서 외신 기자들이 먼저 고개를 숙이던 장면을 보고 품었던 그 마음이, 이름이 되어 현수막에 걸려 있습니다.카메라를 들고 역사의 순간들을 찍던 사람이, 이번엔 피사체가 되어 앉아 있습니다.● 사진은 찍는 사람을 기억합니다그는 원래 건축을 하려 했습니다. 뭔가를 남기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6·25 전쟁 참호에서 89명 중 2명만 살아남은 전투를 겪은 뒤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사지에서 돌아온 그는 병사가 쓰러지는 사진 한 장을 보고 깨달았습니다. 건축보다 이런 사진이 더 오래 남을 것 같았습니다.그 선택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한국 최초의 수중촬영, 도쿄올림픽 특파, 멸종된 줄 알았던 먹황새 특종. 기업인이 “촌지를 안 받는 기자는 처음 봤다”고 할 만큼 원칙을 지켰고, 전우들의 죽음을 기억하며 평생 헌혈을 50회 이상 했습니다. 후배들에게는 늘 말했습니다. “사진은 기술보다 가슴으로 찍어야 한다.”지금 그는 알츠하이머로 투병 중입니다. 그러나 내가 건넨 명함을 보시곤 글자를 또렷하게 읽으셨습니다.뭔가를 남기고 싶었던 청년은, 결국 남겼습니다. 그리고 다시 4월 19일, 그가 셔터를 눌렀던 날로부터 66년이 지났습니다.이 사진 앞에서 여러분은 무엇을 느끼셨나요? 백년사진이었습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