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영욱

변영욱 기자

동아일보 사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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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변영욱 기자입니다.

cut@donga.com

취재분야

2025-11-22~2025-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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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넘치는 전재수 과거 사진들…유죄의 증거일까, 무죄의 증거일까[청계천 옆 사진관]

    ● 사진으로 불법을 증명할 수 있을까요즘 경찰 수사와 언론 검증 과정에서 유독 자주 호출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행사 사진’입니다. 사진은 사실을 기록하는 도구이지만, 동시에 해석의 대상이 됩니다. 때로는 증거로 불리고, 때로는 의혹을 부풀리는 재료가 되기도 합니다.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한일 해저터널 추진 청탁과 함께 현금 2000만 원과 고가의 시계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이 19일 경찰에 출석했습니다. 전 의원은 해양수산부 장관직을 내려놓고 국회의원 신분으로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이 사건을 둘러싼 보도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사진’이라는 매개가 유난히 두드러져 보입니다. ● 카메라를 피하지 않았던 정치인전재수 의원은 평소 사진 촬영을 피하지 않는 정치인이었습니다. 오히려 적극적인 편에 가까웠습니다.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리는 경제관계장관회의나 각종 공개 행사에서도 그는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때로는 선임인 부총리보다 먼저 프레임에 들어와 ‘신 스틸러’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고, 명절 선물 소개 행사에서는 국무총리 옆에 서서 물건을 들고 환하게 웃는 포즈를 주도하기도 했습니다. SNS에도 그는 자신의 얼굴을 자주 올립니다.대중 정치인에게 노출은 인지도이고, 인지도는 표로 환산된다는 공식을 그는 잘 이해하고 활용해 왔습니다.● 의혹이 불거졌을 때, 언론은 어떻게 움직였나금품 로비 의혹이 처음 제기된 지난 10일 오전, 기자들의 손놀림이 바빠졌습니다. 당일 장관 일정을 확인하고, 과거 사진을 추렸습니다. 해양수산부 홈페이지에는 전 의원의 일정이 비어 있었고, 확인 결과 그는 UN해양총회 유치 활동을 위해 해외에 있었습니다.다음 날 인천공항으로 귀국하는 장면은 대부분의 언론이 포착했습니다. 그사이 온라인에는 관련 기사와 함께 수많은 사진이 빠르게 확산되었습니다.이 과정에서 분명해진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전재수 의원의 과거 사진들이 넘쳐난다는 점이었습니다.● 사진은 많았지만, 결정적 장면은 없었다정부청사에서 촬영된 사진, 행사 기록, SNS 이미지, 통일교 소식지까지 자료는 충분했습니다. 평소 공개 활동이 많았던 정치인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그러나 사진이 많다는 사실이 곧바로 의혹을 입증하는 증거가 되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실제로 그날 오전 몇 년치의 자료 사진을 확인했지만, 전재수 의원의 팔목에는 시계를 찬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로비로 받은 시계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추가 주장이 제기될 수는 있습니다. 다만 현재 국면은 오히려 사진을 통해 혐의를 구성하려 했던 쪽이 추가 설명과 정밀한 검증을 요구받고 있는 상황에 가깝습니다.사진은 사실의 단서가 될 수는 있어도, 그것만으로 진실을 완성하지는 못합니다.● 사진이 많은 정치인과, 사진이 없는 정치인이 대목에서 자연스럽게 비교되는 인물이 있습니다. 이번 수사 국면에서 함께 이름이 나온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입니다.그는 30년 가까이 정치 현장에서 활동해왔지만, ‘사진이 없는 정치인’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대장동 민간 사업자들의 뇌물 문제로 그의 이름이 거론되었을 때, 언론은 쓸 수 있는 사진을 찾지 못해 난감해하기도 했습니다. 공개된 이미지는 개인 SNS에 남아 있던 사진 한 장에 불과했습니다.● 법원 출석이 첫 기록이 된 얼굴정진상 전 실장이 언론사 카메라에 뚜렷하게 포착된 것은 2022년 11월,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며 법원에 출석하던 장면이 처음이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언론 보도에 등장하는 그의 이미지는 대부분 법원 출두 장면에 머물러 있습니다.그는 여전히 공개 석상보다는 음지에서 일하는 인물로 인식됩니다. 사진의 유무가 정치적 영향력의 크기와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다시 보여줍니다.● 귀국 장면은 언제나 메시지가 된다전재수 의원이 귀국하던 날 새벽, 인천공항에는 많은 기자들이 몰렸습니다. 의혹의 중심에 있는 정치인이 카메라 앞에 처음 등장하는 순간은 언제나 해석의 대상이 됩니다.과거 국방부 장관이었던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고 외압 의혹 속에서 귀국하며 보여준 장면과 비교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그는 언론을 향해 고개를 숙이지 않았고, 여론은 그 태도를 곱게 보지 않았습니다.● 고개를 숙인 사진, 흰 넥타이의 의미전재수 전 장관은 귀국길 공항에서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숙였습니다. 물의를 빚은 데 대해 국민에게 하는 사과의 제스처로 읽혔습니다. 수사의 결과와는 별개로 책임의 형식을 취하는 장면은 사진으로 기록되었습니다.19일 경찰 출석하며 그가 맨 흰색 넥타이 역시 다양한 해석을 불러왔습니다. 백의종군, 혹은 무죄를 주장하는 ‘innocent’의 메시지로 읽혔습니다. 의도가 무엇이든 정치인은 언제나 이미지로 해석됩니다.● 사진은 위험하지만, 가장 공개적인 기록이다사진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정치인이 곤혹스러워지는 사회라면 그 사회는 오히려 위험합니다. 군사독재 시절 공권력의 탄압을 피하기 위해 운동권 간부들이 사진을 남기지 않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을 그때와 같은 시대로 인식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공적 활동을 숨기지 않고 기록에 남기는 정치, 카메라 앞에 서는 정치가 위축된다면 남는 것은 비공개와 밀실뿐입니다. 사진은 위험할 수 있지만 동시에 가장 공개적인 기록입니다. 그리고 공개성은 정치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조건입니다.아직까지 사진은 전재수 의원의 의혹을 사실로 증명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사진을 이유로 그를 먼저 단죄하는 것도 경계해야 할 일입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좋은 댓글로 여러분의 생각을 나눠주시면 좋겠습니다.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5-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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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 눈]도심의 인심

    남산 자락, 감나무 가지 끝에 주홍빛 까치밥이 주렁주렁 남았습니다. 삭막한 도심이라고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네요. 인심이 이리 후합니다.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5-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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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궁정문화 가까이서 살펴보세요

    국가유산청 국립고궁박물관이 18일부터 서울 종로구 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여는 특별전 ‘천년을 흘러온 시간: 일본의 궁정문화’ 전시장. 박물관 개관 20주년과 한일국교정상화 60주년을 계기로 일본 도쿄국립박물관과 협력해 일본 궁정문화를 국내에 처음 소개한다. 사진 왼쪽에서부터 궁정 여성의 정복(宮廷衣裳)과 치마가 전시돼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5-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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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 지뢰 제거 희생자 공개하며 김정은 결사옹위 서사 집중 조명 [청계천 옆 사진관]

    ● 러시아 파병 군인들에 대한 환영식 개최한 북한러시아에 파병돼 지뢰 제거에 투입됐던 북한 공병부대원들이 귀국했는데 김정은이 이들과 희생자 및 가족들을 한자리에 모아 환영식을 열었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13일 “해외 작전지역에 출병했던 조선인민군 공병부대 지휘관, 전투원들이 부과된 군사 임무를 완수하고 승리의 개가 드높이 귀국하였다”며 12일 평양 4·25문화회관 광장에서 진행된 ‘제528 공병연대를 위한 환영식’ 모습을 보도했다. 조선중앙TV와 유튜브를 통해 전세계에 송출된 40분짜리 편집영상은 뉴스 기록이라기 보다는 한 편의 뮤직비디오에 가까웠다. 북한이 스스로 표현한 ‘숭엄한 화폭’이 되도록 화면에 등장하는 모든 요소는 의도적으로 설계되어 있었다. ● 장엄한 행사장을 만들기 위한 배경 작업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길게 늘어진 인공기였다. 원래 인공기는 가로와 세로 비율이 2:1이라서 3:2의 태극기에 비해 한쪽이 길다. 그런데 이날 4·25문화회관 안에 걸린 인공기는 천정부터 바닥까지 길게 늘어져 있다. 애국심을 자극하는 미장센인 것이다. 그리고 이 행사가 파격을 줄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김정은의 행사에서만 가능한 파격이다. 9명의 희생자 초상화가 걸린 추모의 벽은 검정색 배경으로 만들어졌고 이에 걸맞게 배경 음악은 무거운 리듬이 선정되었다.● 주인공은 연단 위에, 군인들은 위를 바라보며 박수평양 시민들이 광장 입구에서 박수를 치며 김정은을 맞이하는 장면에서부터, 로우 앵글과 틸트다운을 오가며 김정은을 중심에 두는 카메라의 시선까지 모든 것이 정확히 배치돼 있었다.김정은이 탄 차량의 번호판은 727-1953이었다. 7·27 전승절과 정전협정의 해를 합쳐 만든 상징 같은 숫자였다. 연단에 선 김정은의 발 아래에는 레드카펫이 깔려 있었고, 병사들은 아래에서 올려다보며 경례를 했다. 화면 안의 위계는 말하지 않아도 정확히 전달되는 방식이었다.● 휠체어를 탄 젊은 북한 사람은 낯선 장면이번 영상에서 가장 낯선 장면은 휠체어에 앉은 젊은 병사들이 등장한 순간이었다. 북한 선전물에서 장애나 부상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데, 이번에는 지뢰 제거 과정에서 다친 흔적을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이들의 모습은 ‘희생의 실체’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활용되었다. 영상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라는 느낌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영상은 희생자들과 생존장병을 추모하거나 환영하는 형식일 뿐, 실제로는 김정은의 파병 결정이 정당하다는 것을 확인시키려는 의도가 강하다. 김정은을 향해 울음을 터뜨리는 병사와 가족들의 모습은 여러 번 반복되었고, 카메라는 그 울음이 어떤 표정이어야 하는지, 김정은을 바라볼 때 어떤 자세가 옳은지까지 안내하는 듯했다. 파병에 대해, 그 과정에서 발생한 희생에 대해 지도자를 비난할 것이 아니라 박수와 경례를 해야 한다는 정답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의 울음을 표현하는 방법야간에 이어진 환영 음악회 중간중간 김정은의 표정도 교차되었는데, 클로즈업을 하지 않는 대신 중간 거리에서 잡아 ‘울먹이는 듯한 분위기’ 정도로만 전달했다. 대신 이춘히 아나운서의 울분 섞인 나레이션이 감정을 대신 밀어 올렸다. 보는 사람이 김정은의 감정을 직접 보기보다는 나레이션을 통해 ‘이 장면은 이런 감정으로 보라’는 안내를 받는 방식이다.●김정은의 이미지를 콘트롤 하는 현송월현장에서 눈에 띈 또 다른 장면은 현송월의 움직임이었다. 김정은과 포옹을 기다리는 병사와 유족들을 줄 맞춰 정리하고, 포옹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끊어주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이는 김정은의 스킨십 장면이 영상에서 빠질 수 없는 핵심 요소라는 의미였다. 곁에서 어색함 없이 장면이 흘러가게 만드는 현장의 ‘감정 조율자’ 역할을 현송월이 전담하고 있었다.● 무릎 꿇는 지도자는 처음추모의 벽 앞에서 김정은이 무릎을 꿇고 헌화하는 순간은 자연스러운 장면처럼 보였지만, 사실 그 앞에는 이미 액션캠이 설치되어 있었다. 무릎을 꿇는 지도자의 이미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이 장면이 얼마나 치밀하게 준비된 것이었는지를 보여주는 단서다. 김일성과 김정일 시대에는 없는 이 이미지는 북한이 인민들에게 새롭게 다가가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 정치적 세트장의 가리키는 방향전체 영상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명확했다. 해외 파견이라는 결정을 정당화하고 그 희생을 영웅의 서사로 묶어내려는 목적이다. 사망한 9명의 병사 사진을 들고 울부짖는 유족의 모습이 반복되는 동안 김정은은 늘 그 중심에서 ‘슬픔을 함께 나누는 지도자’의 이미지를 취하고 있었다. 영상은 병사들의 희생을 말하면서도 결국 김정은에 대한 결사옹위 서사로 귀결된다. 반복되는 경례의 구호는 ‘결사옹위’였다. 결론적으로 이 환영식은 기록이 아니라 하나의 정치적 세트장이었다. 북한의 카메라는 그날 있었던 일을 남기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 카메라는 감정을 설계하고, 그 감정이 다시 국가의 메시지로 흘러가게 만드는 도구다. 이날 행사는 평소보다 50% 정도 많은 카메라맨이 동원되었다. 스틸 카메라맨은 3~4명, 동영상 카메라맨은 8~12명 정도였다. 그래서 질문은 언제나 같다. 무엇을 보여주었는가보다 왜 이렇게 보여주었는가.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5-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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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올백’ 최재영 목사가 ‘파란색 목도리’ 두른 이유는 [청계천 옆 사진관]

    ● 천대엽 법원 행정처장의 ‘자유’ 넥타이 & 디올백 영상 최재영 목사의 ‘파란색’ 목도리지난 9일 서울 서초동 사법청사에서 열린 사법개혁 공청회.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단상으로 향하는 순간 카메라의 셔터가 일제히 터졌습니다. 개회사에서 천 처장은 자신이 그날 아침 선택한 넥타이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세종대왕은 지식인 귀족이 독점하는 사법권력을 서민에게 돌려줘야겠다는 염원으로 한글을 만들었다”면서 최근 여권 주도의 사업 개혁이 현실과 동떨어진 입법 논의라는 주장에 힘을 싣는 듯한 발언을 했습니다. 넥타이에 새겨진 ‘‘자유·평등·정의’라는 한글 문구를 봐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현직 법관을 비롯해 법학 교수, 언론인, 시민사회계 인사 등이 참여해 발표와 토론을 했는데 “특정 정치적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입맛에 맞는 판사들로 구성된 재판부를 만든다면… 사법부는 정치적 하청기관으로 전락할 것이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또 내란특검법에 따라 내란 혐의 사건에 대해 의무화된 재판 중계에 대해서도 “왜곡된 편집으로 (쇼츠 등으로) 재가공돼 재판부를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었습니다. 특별한 상황이라는 이유로 특별한 방식으로 재판이 처리되고 국민들에게 전달되는 현재 상황에 대해 법원행정처장이 갖고 있는 우려와 철학을 넥타이로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전혀 다른 현장이지만 같은 날 광화문 특검 사무실 앞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포착됐습니다. 최재영 목사는 “디올백 사건이 다시 한번 확인되도록 진술할 계획”이라면서 “어떤 과정에서 무마가 됐는지 특검에서 파고들 예정”이라고 답했습니다. 최 목사는 미국에서 목회활동을 하다 2022년 9월 당시 영부인이었던 김건희 여사에게 300만원 짜리 디올백을 선물하고 이 과정을 몰래 촬영해 인터넷에 유포한 바가 있습니다. 그는 이날 출두하면서 파란 목도리를 두르고 취재진 앞에 섰습니다.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공식 색깔인 파란색과 농도가 같아 보이는 목도리는 예사롭게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의도된 선택인지, 우연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그의 출두 모습 역시 메시지보다는 이미지가 앞서고 있었습니다. ● 지금 필요한 건 상징의 확대가 아니라, 정확한 말2025년 한국의 정치에서 어쩔 수 없이 주목을 받는 정치적 사건 속에 있는 두 사람의 곤혹스러움을 이해합니다. 이날 아침 예정된 뉴스 현장에 나서면서 많은 고민을 했을테지요. 그러나 법원행정처장의 한글 넥타이와 특검 출석자의 파란 목도리가 지금 벌어지는, 첨예한 사회적 논쟁을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무엇이 잘못이고 무엇이 바른 방향인지에 대한 질문 앞에서 넥타이와 목도리보다는 적절한 근거와 정확한 언어가 더욱 절실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날 넥타이와 목도리의 상징성 자체가 언론 보도에서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한국 언론이 아직 시각적 상징을 통해 사고를 전개하는 방식에 익숙하지 않거나 바람직하지 않다는 기준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징을 ‘조심스럽게 무시’하는 언론의 태도가 결과적으로 다행스러운 부분도 있습니다. 시각적 상징이 과열된 상황에서는 언론이 중심을 잡는 것이 나쁘지 않습니다. ● 아카이브에 저장된 넥타이들2000년대부터 우리나라에서 정치인들이 넥타이를 메시지를 대신하거나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해 왔습니다. 아카이브에서 찾아낸 몇 장의 사진을 함께 소개합니다. 여러분이 기억하는 정치인의 넥타이는 어떤 게 있나요? 그리고 정치인이 아닌 분들이 메시지를 이렇게 전달하는 게 효과가 있을까요? 좋은 댓글로 여러분의 생각을 나눠주시면 좋겠습니다.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5-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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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 눈]馬는 달리고 싶다

    한때 마음껏 달리던 길이었는데…. 이제는 속도 제한 표지판이 질주 본능을 가로막고 있네요. 도심을 찾은 말의 표정이 시무룩해 보입니다. ―서울 용산구 원효로에서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5-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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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임 ‘쿠키런’ 세계관이 복원한 국가유산

    8일 서울 중구 덕수궁 돈덕전에서 ‘쿠키런: 사라진 국가유산을 찾아서’ 특별전이 언론에 사전 공개됐다. 전시 공간에는 게임 ‘쿠키런’ 캐릭터를 활용해 국가유산을 재해석한 상상화가 걸려 있다. 이번 전시는 ‘제2회 국가유산의 날’(9일)을 맞아 마련됐으며, 9일부터 내년 3월 1일까지 일반에 공개된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5-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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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 눈]쉼표가 필요한 순간

    ‘고독’으로 향하는 화살표를 따라가 봤습니다. 디지털 기기와 인터넷은 모두 차단됩니다. 오롯이 나와의 대화만 허용되는 공간이네요. ―서울 마포구 창전동에서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5-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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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대를 가르는 두 장의 계엄 사진…코트에 숨긴 카메라 vs SNS [청계천 옆 사진관]

    ● 박정희의 계엄령을 기록한 사진계엄령 하면 여러분의 머릿속에는 어떤 장면이 먼저 떠오르시나요.저는 늘 1961년 5.16 쿠데타 이틀 뒤, 서울시청 앞에 모습을 드러낸 박정희와 군인들의 얼굴을 찍은 한 장의 사진을 떠올립니다. 당시 미국 AP통신의 한국인 기자였던 고(故) 김천길 기자가 촬영한 사진입니다. 그의 아들은 훗날 또 다른 신문사의 사진기자가 되어 1990년대와 2000년대 한국 현대사를 기록했고, 최근 은퇴했습니다. 그 무렵 동아일보 사진기자 이의택 기자가 촬영한 서울역 앞 사진(아래)도 잊히지 않습니다. 긴 코트에 카메라를 숨긴 채 계엄군의 눈을 피해 겨우 찍은 사진에 대한 기록입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서 34년 8개월간 사진기자로 근무한 그는 구순을 바라보는 지금도 종로에서 건강하게 지내시며, 후배들의 행사에 종종 금일봉을 들고 나타나기도 합니다.한국보도사진가협회가 작년에 펴낸 “카메라에 담은 한국 현대사의 기록 1 - 찰나의 승부사”에 이의택 기자의 1961년 5.16 계엄 당시 기억을 정리한 내용이 있어 소개합니다. 5.16일 일어난 그날 숙직었거든요. 새벽에 연락이 왔는데 지금 한강에서 해병대와 군 헌병대 간에 총격전이 벌어졌다는 거예요. 그래서 야간 당직 차를 타고 시청 앞으로 해서 한강으로 가려는데 벌써 군인들이 꽉 막아놓았더라구요. 차를 돌려 서대문으로 돌아서 서울역으로 갔지요. 그랬더니 그곳도 역시 막아놨어요. 5월이지만 아침엔 기온이 차기 때문에 코트를 입었죠. 그 코트 속에 카메라를 감추고 렌즈만 내놓고 촬영을 했지요. 그래서 사진이 로우(low) 앵글이 되었어요. 사진을 자세히 보면 경찰들도 다 밖에 나와서 쭉 앉아 있어요. 이 분위기가 5.16 군사혁명이 일어난 새벽의 서울역 상황인 거죠. 서울역에서 촬영하고 필름을 감추고 다시 광화문으로 왔더니 권총을 빼든 군인들이 지나가는 차를 다 세우고 내리게 하는 거예요. 그 당시 시청 앞에 덕수궁에는 공수부대가, 대한 체육회 건물에는 계엄군들이 진주해 있었지요. ● 계엄 선포 후 1년, 어떤 기록이 남았나이번 주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계엄을 선포했다가 해제한 지 1년이 되는 시점이었습니다. 1961년의 기록이 흑백 필름 안에서 만들어졌다면, 2024년의 계엄은 수많은 카메라와 스마트폰, 생중계 화면 속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기록되었습니다. 뜬금없는 계엄 선포는 생각지도 못한 수혜자와 패배자를 동시에 만들었습니다. 코인 투자 논란으로 정치권을 떠났던 김남국 전 의원이 새 정부가 탄생하면서 디지털소통비서관으로 다시 컴백했습니다. ‘훈식이 형과 현지 누나에게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 후보를 추천하겠다’는 문자가 며칠 전 카메라에 찍히면서 다시 수면 아래로 모습을 감추긴 했지만 계엄의 수혜자 중 한 명은 분명했습니다. 반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참모들은 지금 특검의 소환과 조사에 지난 세월의 공직 생활을 송두리째 부정당하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많은 중장년의 비서관과 보좌진들이 대통령실에서 쫓겨나 다른 일자리를 찾고 있습니다. 당시 계엄 발표 생방송을 연결했던 KTV 기술진들 역시 보직을 잃고 감사를 받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기자들은 1년 내내 숨 가쁜 시간을 보냈습니다.대통령 선거는 통상 5년 주기로 찾아오는 대형 뉴스인데, 이번에는 3년 만에 발생했습니다. 탄핵 찬반 집회, 관저 앞 농성, 특검 활동까지 이어지며 카메라 앞에서 뉴스가 멈추지 않던 해였습니다.● 이미지를 모르는 사람들 vs 이미지를 잘 아는 사람들지난 1년 동안 가장 강하게 남은 이미지는 두 가지였습니다. ‘키세스맨’ 이미지와 우원식 국회의장의 담넘기 이미지입니다. 진보당 의원실이 공개한 ‘키세스맨’ 사진은 은박 담요를 뒤집어 쓴 채, 눈내리는 겨울 찬 거리에서 농성하는 시민의 모습이었습니다. 탄핵 찬성의 상징처럼 소비되던 이미지를, 국민의힘 미디어특위 위원장이 탄핵 반대의 목소리로 소개하며 올린 일이 있었습니다. 진보당 의원실의 항의에 사진을 삭제하긴 했지만 이 사건은 이미지 해독 능력이 정치적 성패를 좌우하는 시대임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장면이었습니다. 반대로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 담장을 넘는 장면은 측근이 촬영해 SNS에 올리면서 빠르게 확산되었습니다. 이 이미지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행동하는 정치의 상징’으로 재해석되며 긍정적 방향으로 계속 확장됐습니다. 3일 수요일, 우원식 국회의장은 시민과 함께 ‘비상계엄 해제 1주년 기억 행사’를 열었습니다. 1년 전의 긴박한 순간을 그대로 재현하려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상징을 축제로 전환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반면 같은 날 국민의힘 소장파 의원들은 카메라 앞에서 고개를 숙였습니다.이는 여론전이 단순히 말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누가 어떤 이미지를 보유하느냐의 문제임을 다시 확인시킨 사례입니다. 어떤 이미지를 만들고 소유하느냐가 여론을 가르고 때론 권력의 흐름까지도 바꿉니다.● 세상의 변화를 읽지 못한 계엄, 그리고 남겨진 풍경지난해의 계엄 발표는 한국 사회가 이미 이미지 중심의 정치 환경으로 완전히 넘어온 뒤에 일어난 사건이었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도 상징적 장면들은 계속 재생산되고 있습니다.보수와 진보가 균형을 맞추고 견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대부분의 기자들이 갖고 있는 생각일겁니다. 현장에서 본 세상에선 절대 선과 절대 악이 없기 때문입니다. 정치적 해석은 엇갈릴 수 있지만, 이미지 정치의 운동장은 더 이상 평평하지 않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정치가 이미지로 대체될지 모른다는 걱정이 사실 좀 있습니다. 오늘은 1961년의 흑백 사진에서 2024~2025년의 디지털 기록까지, 한국 현대사의 두 ‘계엄의 이미지’를 함께 짚어보았습니다. 여러분이 기억하는 계엄의 장면은 무엇이었는지, 그 사진이 어떤 의미로 남아 있는지 좋은 댓글로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5-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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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 눈]누군가의 작은 손길

    통 안에 ‘나눔’의 우산이 담겨 있습니다. 갑작스레 비를 만난 청년들에게 든든한 힘이 되겠네요. 사용한 우산이 다시 돌아와 선순환이 이어지기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에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5-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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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겨울 따뜻하게 보내세요” 취약층에 연탄 배달

    대한적십자사 봉사자들과 고려아연 임직원들이 2일 오후 서울 노원구 덕릉로 일대에서 혹한기 난방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주거 취약계층에 전달할 연탄을 나르고 있다. 이날 열린 행사에서는 연탄 1만4000장과 백미 700kg이 취약계층 70가구에 전달됐다.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5-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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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 눈]실수일까, 착시일까

    흑백 줄무늬가 가지런히 내려오다 밑에서 흐트러졌습니다. 다시 보니 두 개의 벽이 겹치며 생긴 착시였네요. 실수인 양 시선을 끄는 기술이 대단합니다. ―서울 마포구 창전동에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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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죽 점퍼에 선글라스 낀 김주애, 3개월 만에 재등장[청계천 옆 사진관]

    9월 베이징 전승절 열병식 이후, 어느 날 갑자기 김주애는 화면에서 사라졌다.북한 매체를 매일 들여다보는 사람들은 그 공백을 누구보다 먼저 느낀다. “왜 안 보이지?”“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북한에서 지도자 일가의 부재는 언제나 작은 파문을 일으킨다.그리고 3개월이 지난 11월 마지막 주, 정적을 깨는 장면이 하나 올라왔다. 갈마비행장. 공군 창설 80주년.김정은이 걸어 나오고, 그 옆에 다시 나타난 인물. 검정 가죽 점퍼에 선글라스를 낀, 더 자란 김주애였다. 북한은 이 장면을 그냥 기록하지 않았다. 조선중앙TV는 42분짜리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 음악만 흐르고, 화면은 2초 이상 머물지 않는다. 하늘에서 찍은 장면, 조종석 안의 조종사 얼굴, 지상에서 올려다보는 비행기. 광각이었다가 망원이 되고, 다시 손바닥만 한 화면에 김정은과 김주애가 꽉 차오른다.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김정은 없이 등장하는 김주애 원샷’ 이다. 아버지와 함께 서 있다가, 어느 순간 혼자 장교들의 경례를 받는다. 북한이 누군가를 ‘중심’으로 세우고 싶을 때 사용하는 전형적인 방식이다. 이번 화면에서 북한은 여성 조종사들과 ‘1호’의 만남을 특별하게 편집했다. 다정하게 악수하는 장면이 길게 이어지고, 기념사진에서는 김정은 바로 뒤 양쪽을 여성 조종사들이 차지한다.여성 엘리트를 강조하는 북한 특유의 전통 속에, 다음 세대 이미지를 겹쳐 넣는 노동신문식의 ‘사진 언어’가 그대로 보인다.그런데 이번 김주애의 재등장은 ‘복귀’라기보다 준비된 전환점 같은 느낌이 더 강하다.지난 3개월 동안 보이지 않았던 이유를 북한식 이미지정치의 관점에서 보자면 답은 명확하다.북한은 항상 후계자를 보였다가 → 과하게 보였다가 → 갑자기 숨겼다가 → 더 강한 장면으로 다시 보여준다. 김정일도 그랬고, 김정은도 그랬다. 숨는 시간이 길수록 재등장 장면은 더 강력해진다.그리고 이번 등장에서도 마음에 걸리는 장면이 하나 있다. 김정은의 금색 ‘국무위원장’ 엠블럼이 붙은 컵. 그 컵이 김주애 자리에도 있었다. 사진 한 장이 보여주는 상징성은 생각보다 오래 남는다. 다시 말하자면, 김주애의 이번 등장은 “잠행의 종료”가 아니라 “다음 단계의 시작”에 가깝다. 북한의 이미지 실무진이 세대교체된 이후 촬영 위치, 간부들의 표정, 박수 치는 각도, 등장 간격 하나까지 놀라울 정도로 촘촘하게 계산하고 있다. 김주애의 3개월 공백도 그 계산 속 한 칸이었을 것이다. 3개월 만에 등장한 김주애에 대한 호칭은 ‘존경하는 자제분’이었다. 기존의 호칭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나이와 이름에 대한 언급은 없다. 외부 관찰자들은 정보를 자유롭게 취합하면서 그가 10대 초반의 나이에 이름은 김주애라고 할고 있지만 북한 내부에서는 정보가 차단된 만큼 신문과 방송에 보이는 이미지가 그녀의 전부일 수 밖에 없다. 이번에 재등장하면서 김주애는 키가 더 크고 성숙한 외모로 치장한 점이 눈에 띈다. 아무도 쓰지 않는 선글래스와 아버지와 같이 번쩍이는 가죽 점퍼를 입고 등장한 점은 과거와 큰 차이는 없더라도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특별한 존재라는 점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김주애는 이미 북한 화면 속에서 ‘준(準)후계자’의 자리를 잡았다. 이제 우리가 지켜볼 것은 두 가지다. 그의 호칭이 바뀌는 순간, 그리고 혼자 등장하는 시간이 더 길어지는 그 순간이다.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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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25년 채플린과 2025년 김 부장… 둘은 똑같이 치열했다 [청계천 옆 사진관]

    ● 시대를 감지한 두 사람 - ‘서울 자가에…김 부장’ PD와 찰리 채플린 요즘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가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의 메인 프로듀서를 30여 년 전 대학 캠퍼스와 호프집에서 만났던 터라 더 반갑습니다.아직 IMF는 오지 않았고 학생운동의 잔향이 남아 있던 캠퍼스에서 그는 가수 봄여름가을겨울의 ‘아웃사이더’를 부르며 세상을 다른 눈으로 해석하려 했던 청년이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50대의 중년이 된 그는 지난 시대를 통과하며 몸으로 겪어낸 디테일을 작품 속에 한 올 한 올 정확히 엮어 넣고 있습니다. OTT의 대중화, K-스토리의 탄탄한 저변 —지금은 분명 그의 이야기가 가장 잘 피어날 수 있는 시기입니다. 언제나 그랬듯 시대를 먼저 감지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문을 연 사람들은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만든 변화는 시간이 지나 더 큰 의미로 되돌아옵니다.이번 주 ‘백년사진’에서는 100년 전, 시대의 문을 가장 먼저 열었던 한 인물을 다시 불러옵니다.그의 이름은 찰리 채플린.지금도 전 세계인이 기억하는 이유는 단순히 훌륭한 배우나 감독이어서가 아닙니다. 그는 ‘대중문화가 만들어지는 방식 자체’를 바꾼 사람이었습니다.● 100년 전 헐리우드를 번역하다 1925년 11월 마지막 주 신문 지면에서, 동아일보는 찰리 채플린의 생활과 창작 과정을 네 번의 연재로 다루었습니다. 직접 인터뷰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아마 어떤 자료를 번역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조선 사회에 ‘활동사진’이 막 대중화되던 무렵이었습니다. 헐리우드는 먼 나라였고, 영화배우의 삶은 상상 속의 풍경이었지만, 이 연재는 단순한 연예 기사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습니다.당시 기자는 채플린이라는 아이콘을 통해 새로운 세계가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지, 대중문화의 생산 구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처음으로 조선 독자들에게 보여주려 했습니다. 아래는 그 네 편의 내용을 최대한 원문 분위기를 살려 재정리한 것입니다.① 궁궐 같은 집, 사치와 창작의 시작 (11월 26일 보도)하리우드 중심에서 해안 쪽으로 약 오 마일 떨어진 ‘띄페리힐’. 채플린은 이곳의 작은 산을 통째로 사서 궁궐 같은 집을 지었다.부인 ‘포라’와 신혼을 준비하며 남녀 하인과 고용인을 합쳐 열 명 이상을 두었고, 일본인 하인을 특히 선호해 여섯 명쯤 두었다. 자동차도 아홉 대를 보유했다.아침 아홉 시에 일어나 빵과 차를 먹고 목욕한 뒤, 그날 마음이 가는 자동차를 직접 몰아 십여 분 달려 ‘스타듸오’로 향하는 것이 그의 일상이다.② 조용하고 애상적인 성정, 철저한 창작자 (11월 27일 보도)그가 스튜디오에 들어서는 순간, 늘 떠들썩하던 현장이 한순간에 고요해졌다고 한다.그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풍금을 타는 일. 희극배우라는 이미지와 달리 그는 조용하고 애상적인 사람이었고, 정원에서 악기를 켜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종종 목격되었다.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며칠이고 촬영장을 찾지 않았지만, 한번 마음이 움직이면 밤을 새워 서른, 마흔 장면을 연달아 찍었다.마음에 들지 않는 장면은 서른 번, 쉰 번을 다시 찍는 것도 드문 일이 아니었다.③ 웃음을 만드는 노동, 필름 50만 피트 (11월 28일 보도)촬영 현장의 사람들은 그의 연기에 웃음을 참지 못했지만, 채플린에게는 만족스럽지 않으면 모두 버려야 하는 ‘노동의 세계’가 있었다.눈 오는 장면을 위해 수십 석의 소금을 뿌리고도“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통째로 폐기한 적도 있었다. 영화 한 편을 찍는 데 50만 피트 가까운 필름을 쓰기도 했고, 상영관에 몰래 들어가 관객들의 반응을 살피며 자신의 작품을 더 치열하게 가다듬었다.④ 열두 명의 지배인, 최고조의 인기, 그리고 메리 픽포드 (11월 29일 보도)일 년 반 만에 영화를 완성해도 스스로 완전하다고 여기지 않을 만큼 엄격했다. 작품 하나만 완성돼도 사려는 이들이 몰려들어 채플린에게는 지배인이 무려 열두 명이나 있었다. 때로는 제작비 부담으로 몇백만 원의 빚을 지기도 했지만 헐리우드에서 그의 인기는 압도적이었다.그가 거리에 나타나면 사람들은 최대의 경례를 했고, 무명배우에서 일류배우까지 모두 그에게 존경을 보냈다.그가 가장 신뢰한 사람은 메리 픽포드였다.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그는 반드시 그녀의 의견을 먼저 물었고, 그녀가 “베리 굿”이라 말하면 그대로 실행했다고 한다.● 시대를 먼저 읽은 사람들이 피운 꽃이번 주 ‘백년사진’에서는 찰리 채플린을 다시 불러왔습니다. 자동차 아홉 대, 하인 열 명, 오십만 피트의 필름, 그리고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는 이유 하나로 멈춰 세운 촬영. 이 과장된 일상 뒤에는 사실 새로운 시대를 가장 먼저 감지한 한 사람의 감각과 노동이 숨어 있었습니다. 1925년 신문이 기록한 채플린의 생활은 그저 사생활이 아니라, ‘대중문화’라는 낯선 세계가 막 태동하던 순간의 질감을 그대로 품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오늘의 김부장 PD’도 그와 다르지 않습니다. 젊은 시절부터 시대의 결을 읽고, 세월을 버티며 자기 감각을 지켜낸 한 사람이 자신의 작품 속에서 연속해서 꽃을 피우고 있는 것입니다. 백 년 전 헐리우드도, 지금의 한국도 같은 원리로 움직입니다. 먼저 감지한 이들이 있고, 그들이 피운 꽃은 언젠가 더 많은 이들이 바라보게 됩니다. 오늘은 100년 전 신문이 소개한 영화 배우이자 감독인 찰리 채플린의 사진과 이야기를 살펴보았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점이 눈에 들어오셨나요? 좋은 의견을 댓글로 나눠주시길 바랍니다.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5-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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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 눈]월동 준비

    도심 한옥 처마 밑에 매달린 명태가 초록 비닐 속에서 겨울을 기다립니다. 옛 방식과 요즘 물건이 한데 섞여 묘한 조화를 이룹니다. ―서울 종로구 누하동에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5-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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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 눈]다음 사람을 기다리며

    지하철역 입구에 ‘따릉이’가 줄맞춰 서 있습니다. 바쁜 누군가가 흐트려 놓았을 흔적을, 또 다른 누군가가 깔끔하게 정리했네요. ―서울 지하철 가산디지털단지역에서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5-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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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 다르고 어 다른 사진…같은 ‘종묘’ 두고 다른 결론[청계천 옆 사진관]

    요즘 종묘가 시끄럽습니다. 세운4구역 재개발을 둘러싼 논란은 단순히 “건물이 올라가느냐 마느냐”를 넘어, 국가유산 보존· 도시정책· 정치적 퍼포먼스· 사진 프레이밍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보기 드문 장면입니다.가장 먼저 현장으로 달려간 사람은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허민 국가유산청장이었습니다. 장관이 세계유산 현장에서 직접 기자회견을 연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데, 대법원 판결 직후라는 점에서 국민들 입장에서는 사법부와 행정부 메시지가 다른, 혼란스러운 장면이 되었습니다. 이후 국무총리, 국립중앙박물관장, 여당 최고위원까지 차례로 종묘를 찾았습니다. 대부분 정치인들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이슈로 읽히고 있습니다. 민주당 전현희 의원이 문화예술특별위원회 연예인들과 함께 종묘 현장을 찾은 장면은 더욱 상징적입니다. 정무위·법사위 소속 의원의 동선이라기보다는, 여론에 직접적으로 압박을 넣는 이미지 정치의 전형이었습니다. 정치가 ‘보여주기’ 전략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드러냅니다. ● 사진 한 장의 프레이밍 차이 — ‘wide shot’ vs ‘telephoto’서울시의 이미지를 활용한 반격도 만만치 않습니다. 18일 서울시는 종묘에서 바라본 세운4구역 개발 예상도를 공개했는데 하늘이 크게 보이는 와이드샷으로 촬영한 사진을 기반으로 했습니다. 오세훈 시장이 같은 당 소속 시의원의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자연스럽게 사진을 보여줬습니다.국가유산청은 상대적으로 긴 렌즈를 통해 현장을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둘 다 ‘사실’을 담고 있지만, 서로 다른 진실을 말하게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와이드샷은 “도시와 유산이 공존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하고 망원샷은 “세계유산의 경관이 무너진다”는 프레임을 강화합니다. 같은 장소를 두고 정반대의 결론이 가능해지는 이유, 그것이 바로 사진의 정치성입니다. 그래서 다큐멘터리 작가들 중에는 인간이 고개를 좌우로 돌리지 않고 한 곳을 바라보았을 때의 각도인 46도 정도의 화각을 기록하는 표준렌즈(풀프레임 기준 50mm 초점거리)로 찍은 사진만이 진실이라며 와이드 렌즈와 망원렌즈 사용을 자제했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 재개발 논란의 핵심으로 떠오른 시야의 문제대법원은 서울시가 유산 인근 건축 규제 조항을 삭제한 것이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세운4구역의 건물 높이는 71.9m → 141.9m까지 가능해졌습니다. 동아일보가 확보한 시뮬레이션을 보면: 종묘 정전에서 보면 건물의 절반 이상이 실제 시야에 들어온다는 분석이 있고 서울시는 “시야각 30도 밖이므로 정면에서는 보이지 않는다”며 문제없다는 입장입니다. 여기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는 “세운4구역은 반드시 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외교 공문을 보냈고, 국가유산청은 2006년 ICOMOS의 경고 사례를 들어 “유네스코 등재 취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서울시는 “정밀 시뮬레이션을 거친 만큼 문제가 없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시야와 시선이 종묘 앞 개발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 사진과 정치의 충돌 —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감추는가정치인들은 연일 현장을 찾으며 각자의 입장을 사진으로 남깁니다. 장관의 현장 기자회견,총리의 연속된 서울시정 비판 일정, 연예인과 동행한 국회의원, 서울시의 개발 시뮬레이션 공개. 이 모든 것은 단순한 ‘현장 점검’이 아니라, 각기 다른 프레임을 이미지로 고착시키려는 전략적 움직임입니다. 그리고 이 장면을 지켜보는 시민들은 어떤 사진이 ‘사실’인지, 어떤 프레이밍이 ‘의도’인지 구분하기 매우 어려워졌습니다. 제가 2017년에 세운상가 옥상에서 종묘 방향으로 촬영했을 때도, 낙후된 도시의 모습은 개발 필요성을 강조하는 프레임으로 작동했습니다. 지금 종묘 앞 고층 건물 건립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시선 방향은 문화 유산 안에서 서울 시내쪽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세운상가의 낙후된 모습에서 바라본 시선에 익숙한 사람들을 설득하기 어렵습니다.● 100년 전에도 있었던 ‘시선의 정치’1925년 11월 19일자 동아일보에는 ‘보고 싶은 사진 제14회 — 경복궁 근정전’이 실렸습니다. 평안북도 의주 독자 박성찬 씨가 “근정전 사진을 보고 싶다”고 보낸 편지가 계기였습니다.신문은 근정전이 총독부 신청사에 가려져 광화문과 서로 볼 수 없게 된 현실을 애써 에둘러 표현했습니다. 그 후 김영삼 대통령의 ‘역사바로세우기’로 1995년 총독부 건물이 철거되면서 우리는 비로소 광화문과 경복궁의 원래 시야를 되찾았습니다.총독부(중앙청) 건물을 철거할 당시의 논리는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경복궁 안에서 서울을 바라보는 시선이 가려진 것에 분노했던 것인지 아니면 서울 시내에서 경복궁을 바라볼 수 없도록 막고 있는 총독부 건물에 대한 분노였는지 말입니다. ● 사진이 말하지 않은 세계를 읽어야 할 때게다가 지금의 종묘 논란은 단순히 “건물이 보이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아닙니다. 정치적 유불리, 경제적 형평성 등도 얽힌 복잡한 문제입니다. 문화관광부 장관 일행과 함께 논쟁의 첫날 종묘에 동행했던 서울대 김경민 교수 역시 “개발 자체는 찬성하며, 논쟁의 본질은 조망권만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파격적인 용적율을 허용해 누군가에게 과도한 이익을 허가할 수 없다는 논리도 존재합니다. 내년으로 다가온 서울시장 선거를 겨냥하고 있다는 해석도 과하지 않습니다. 이미 나대지로 변한 세운4지구를 개발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다만 어떤 시각에서 개발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리고 정치인들에 의해 논의가 독점되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할 때이기도 합니다. 오늘 살펴본 몇 장의 사진은 묻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보지 못하는가? 그리고 어디에서 보느냐에 따라 우리의 입장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종묘 앞 건물과 시야의 문제.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좋은 의견을 댓글로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백년사진이었습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5-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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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 눈]맛 감별사

    축제장 한편 사과 시식 코너에 벌이 내려앉았습니다. 제철 사과의 가을 향이 작은 손님까지 불러들였네요. “맛있네요. 사셔도 좋겠습니다!” 벌도 화답합니다. ―인천 서구 드림파크에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5-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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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하고 싶다”… 어르신 일자리박람회 북적

    17일 오후 서울 은평구청에서 열린 ‘은평 어르신 일자리박람회’ 행사장이 어르신 구직자들로 붐비고 있다. 이날 박람회는 60세 이상 구직자에게 재취업 기회와 일자리 정보를 제공하고, 인력난을 겪는 구인 기업에는 경력 있는 어르신을 채용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됐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5-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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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 눈]계절의 수순

    계절의 수순 한 번에 오는 줄 알았던 가을에도 순서가 있었네요. 마로니에(가시칠엽수) 잎은 바깥에서부터 안쪽으로 차분히 가을빛을 채워 갑니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변영욱 기자 cut@donga.co}

    • 2025-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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