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영욱

변영욱 기자

동아일보 사진부

구독 59

추천

안녕하세요. 변영욱 기자입니다.

cut@donga.com

취재분야

2026-05-24~2026-06-23
칼럼54%
지방뉴스17%
사회일반10%
언론10%
사건·범죄3%
사고3%
선거3%
  • ‘집회가요, 지도부, 인쇄물’ 없는 이런 시위는 처음 본다[청계천 옆 사진관]

    6·3 지방선거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촉발한 ‘올공 시위’가 수습 국면에 들어가는 모양입니다. 유럽 순방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이 어제 금요일 기자회견을 통해 청년들의 분노를 이해한다는 취지로 밝히는 한편, 불법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있다는 표현을 동시에 했습니다.김민석 국무총리 역시 내일 21일 일요일, 개표소가 있는 올림픽공원과 불과 500미터 떨어진 한국체육대학을 찾아 ‘선관위 개혁’을 주제로 시민들과 토론회를 갖는다는 속보도 전해졌습니다. 선거 직후 대학 총학생회 대표들을 만난 데 이어 열흘 정도 지났지만, 행정부의 수장이 뒤늦게라도 문제 해결에 나서는 모양새입니다.● 화요일, 무산된 협상사실 이번 주 화요일인 16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개인 자격이 아닌 야당 당대표 자격으로 현장에 나타나 대한체육회 유승민 회장, 송파경찰서 간부들과 함께 시위대와 협상하고 중재할 시간이 있었습니다. 현장에서는 그날 사태가 일단락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생방송이 가능한 방송 카메라 2대가 체육회 관계자들, 시위 대표들과 함께 각 체육회 사무실로 들어가 필요한 비품만 갖고 20분 이내에 나온다는 합의안이 처음에는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성조기를 두른 젊은 여성이 출입구 문을 붙잡고 막아서면서 협상안은 무용지물이 되었습니다. 장 대표는 “지금 한 분이 입구를 막아 저희들이 지금 현장에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며 “최대한의 방법을 찾으려 노력했지만, 단 한 분이라도 문을 막으면 저는 강제로 이 일을 진행할 의사가 없다. 경찰도 철수했다”는 말을 남기고 현장을 떠났습니다.다음 날인 수요일에는 스포츠 스타 출신인 임오경 의원 등 여당 의원 3명이 잠깐 현장에 나타나 시위대와 대화를 나눴지만 진전을 보지 못했습니다.● 선거 당일의 기억6·3 지방선거 당일 저는 잠실7동 제2투표소에 뉴스 속보를 보고 저녁 6시 5분에 도착했습니다. 개표 방송이 시작된 시각인데도 아직 선거를 마치지 못한 유권자들이 줄을 서 있었고, 상황을 어떻게 정리할지 모르는 주민센터 직원들과 유권자들이 언쟁을 벌이는 장면과 맞닥뜨렸습니다.선관위원장의 대국민 사과, 그리고 지난 11일 민간인들이 참여하는 진상규명위원회 회의가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건물 2층에서 열린 것도 현장에서 직접 보았습니다. 그날 회의장 밖에서는 성조기를 내걸고 ‘부정선거’를 외치는 나이 든 시위대와, 그들을 조롱하는 맞불 집회가 동시에 열리고 있었습니다. 성조기 집회를 극우라고 표현한다면 그들을 조롱하는 맞불 집회는 극좌라고 표현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선거를 둘러싼 해석과 대응은 이해하기 어려운 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올림픽공원 시위에 없는 세 가지이번 주 백년사진에서는 올림픽공원 현장을 카메라로 지켜본 느낌 몇 가지를 여러분과 공유하려고 합니다.지난주 토요일 이 코너를 통해 올림픽공원 집회 사진이 왜 약해 보이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이번엔 일요일과 화요일 이틀 내내 현장을 직접 지켜보았습니다. 한국의 집회라면 으레 갖추는 세 가지가 없었습니다.음악이 없습니다. 가끔 애국가를 부르지만 민중가요나 투쟁가요는 들리지 않습니다. 지도부가 없습니다. 협상의 주체가 불분명합니다. 세 번째는 인쇄물이 없습니다. 지도부가 없으니 사전에 준비된 인쇄물도 없습니다. 대신 현장에서 재능기부를 하는 사람들이 색연필로 스케치북에 태극기와 꽃을 그려서 참가자들에게 나눠주고 있었습니다. 직접 스케치북에 구호를 써서 들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시위 참가자가 기자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기자가 참가자에게 말을 걸기도 합니다. 몇몇 인상적인 참가자들이 있었습니다.20대 초반의 여대생은 경기장 옆 계단을 올라간 2층 광장에 테이블을 놓고 선크림과 생수, 과자 등을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아침 9시도 안 된 시간이라 일찍 나왔냐고 물으니 어젯밤 여기서 잤다고 했습니다. 모기장 형태의 텐트 안, 아스팔트 위에 자리를 깔고 잔 것이었습니다. 엄마는 자기가 여기 있는 걸 모를 거라며, 엄마가 평소 좌파라 자신과 많이 싸운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었습니다.주차장에서 만난 30대 초반의 청년은 외제차에서 카메라 장비와 프린터기를 꺼내고 있었습니다. 인생네컷 같은 사진을 보여주면서 그런 봉사를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웃으면서 시위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시위 참가자들이 오해를 해서 신분을 확인시키느라 힘들었다고 했습니다.일요일 오전에 만난 30대 중반의 남성 직장인은 직업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전문직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참정권을 침해한 국가 기관에 대해 크게 분노하고 있었고, 문제가 만족할 만큼 해결되지 않는다면 광화문으로 가야죠라고 말했습니다.빵과 음료수를 쇼핑백에 담아 현장 입구로 가져오는 사람들은 연령대가 다양했습니다. 의료진도 있었습니다. 의료 부스 앞에는 인상적인 안내문이 붙어 있었습니다. “약은 함부로 불출하지 않습니다.” 약품 관리 원칙이 있다는 뜻입니다. 수십 년간 우리 사회 광장에서 축적된 운영의 노하우가 여기에도 와 있었습니다. 낯설지 않았습니다.화요일 오후, 장동혁 대표가 중재를 통해 열려고 했던 출입구 앞에서 농성하던 60대 여성 세 분은 “부정선거를 자꾸 부실선거 프레임으로 끌고 가려고 하는 것 아니냐, 당신 생각은 어떠냐”며 둘 중 하나로 답해달라고 묻기도 했습니다. 동네 친구냐고 묻자 여기 와서 알게 되어 같이 앉아 있는 거라고 했습니다.종교적 신념으로 현장을 찾은 사람들도 가끔 보였습니다. 집회 현장 한쪽 구석에서 찬송가를 부르는 모습이 그랬습니다.● 같은 공간, 다른 시위 방식이제 현장의 구호는 거의 하나로 정리되는 듯합니다. “부정선거, 재선거” 그런 종류입니다. 비현실적인 요구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태극기부대로 시위가 비치는 데 부담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더운 날씨가 이어지는 것도 집회 규모를 축소시키는 요인일 겁니다.이제 정부가 나섰습니다. 그런데 과거의 프레임으로 이 집회의 에너지를 해석하려 하면 오독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규칙도 없고 지도부도 없는데, 난동이라 부를 만한 장면도 별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참가자들이 여론의 눈치를 상당히 보고 있다는 것도 느껴졌습니다. 그래서인지 언론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도 있었지만, 이미 이른바 좌파 집회에서 많이 경험했던 수준이었습니다. 최소한 기자들에 대한 신분증 검사는 없었습니다.중재나 문제 해결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아마 소환할 지도부가 없다는 사실일 겁니다. 조직화되지 않은 불만의 에너지를 어떤 방식으로 해소할 수 있을까요. 그건 정치의 영역일 것입니다. 올림픽공원 시위를 보시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현명한 의견을 나눠주시면 좋겠습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6-06-20
    • 좋아요
    • 코멘트
  • [고양이 눈]아낌없이 주는 나무

    나무 한 그루가 지나는 사람에겐 그늘을, 빗자루에겐 기대 설 곳을 내어 주고 있습니다. 든든한 버팀목이 따로 없네요. ―충남 아산시 온양동에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6-06-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더위 식히세요”… 이동 노동자에 생수 전달

    17일 서울 중구 장통교에서 열린 ‘2026 이동노동자 생수나눔 캠페인’에서 한 배달 라이더가 행사 참가자로부터 생수와 냉감용품을 받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이날 행사는 배달 라이더와 택배기사 등 이동노동자들의 온열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마련됐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6-06-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고양이 눈]누가누가 더 높나

    도심에 마천루만 높이 솟은 게 아니었습니다. 대파꽃의 기세도 만만치 않네요. 화분 속 영토는 좁다는 듯 위로 위로 올라갑니다.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서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6-06-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고양이눈]캠핑 실력

    포메라니안 두 마리가 나무 그늘에서 망중한을 즐깁니다. 함께 온 주인이 자리를 양보했나 봅니다. 의자와 물아일체를 이룬 모습을 보니 캠핑 내공이 나오네요.―경기 시흥시 갯골생태공원에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6-06-1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고양이 눈]새 입주민

    주인이 떠난 집 지붕에 풀들이 터를 잡았습니다. 누군가 떠난 자리는 또 다른 누군가가 채워 가나 봅니다. 이 집도 언젠가는 다시 주인을 맞이하겠죠.―충남 아산시 온양동에서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6-06-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포토제닉하지 않은 선관위 규탄 집회… 사진이 전부는 아니다[청계천 옆 사진관]

    선관위의 이해할 수 없는 선거 관리 행태에 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6·3 지방선거 당일과 그 이전 선관위의 비상식적인 운영에 대한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선거 다음 날 새벽부터 이어진 집회가 벌써 열흘째입니다. 대학 캠퍼스에서도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는데, 사진으로는 그다지 크게 부각되지 않는 느낌입니다. 그냥 흐지부지 사라질 목소리일까요, 아니면 사진이 뭔가를 놓치고 있는 걸까요.● 80년대, 시위 사진의 태동수백 명이 모여 한 목소리를 내는 현장은 대체로 비슷한 사진으로 표현됩니다. 지도부가 연단에 서서 구호를 외치면 군중이 주먹을 들어 따라 외치고, 카메라는 그 절정을 찍습니다. 대규모 집회의 에너지를 한 장으로 압축하는 방식입니다. 화려하고 강렬할수록 신문 지면과 인터넷 메인 화면에 픽(pick)됩니다.시장의 반응이 그렇다 보니 집회를 준비하는 쪽도 포토제닉한 화면을 만들기 위해 사전에 기획회의를 열고 현장을 준비합니다. 사람들의 에너지를 모으는 방식과 카메라가 그 에너지를 포착하는 방식이 함께 진화해 왔습니다. 지도부가 의식(ritual)을 만들고 카메라는 그 절정을 찍었습니다. 둘은 서로를 필요로 했습니다.이전에 소개한 적 있지만, 동아일보 데이터베이스에서 한쪽 팔을 들어 구호를 외치는 장면이 처음 등장하는 것은 1974년입니다.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 규탄집회와 김일성 규탄 및 일본 각성 촉구 국민총궐기대회가 그해 8월 27일 서울운동장에서 열렸습니다. 1950, 60년대는 손으로 쓴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하거나, 그게 여의치 않으면 어깨동무를 하고 스크럼을 짠 채 행진하는 모습이 대부분이었습니다.선거 유세 과정도 같은 문법 위에서 정교해져 왔습니다. 6월 3일 치러진 지방선거 최대 승부였던 서울시장 선거 마지막 날 유세는, 80년대부터 이어져 온 집회 이미지의 집대성처럼 보였습니다. 사전 집회로 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르고, 연단 위로 소설가, 전직 야구선수, 연예인들이 줄지어 섰습니다. 조명은 밝았고 화면에 담길 구도는 완벽했습니다. 카메라가 어디를 향할지, 결과적으로 어떤 사진이 나올지 모두가 알고 있었습니다.사진을 보는 우리도 이런 화려함에 익숙해져 있을지 모릅니다. 이 정도 규모와 완결성을 갖춰야 관심을 가질 만한 목소리라는 인식 같은 것입니다.● 서부지법이 바꿔놓은 것지난해 서부지법에서 난동이 발생했습니다. 유리창이 깨지고 법원 안 집기들이 무참히 파손됐습니다. 부정선거를 주장하던 젊은 사람들은 형사 처벌을 받았고, 그날을 기록한 영상과 사람들의 기억에는 메시지 대신 폭력이 남았습니다. 중도층이 떠났고 그 이미지는 오래 남았습니다.젊은 세대는 그것을 봤습니다. 카메라가 무엇을 포착하는지, 그 이미지가 어떻게 소비되는지를 이미 알고 있습니다.참정권이 침해됐다며 올림픽공원 개표소 앞에 모인 청년들이 들고 나온 손팻말에서도 비슷한 결을 느꼈습니다. 과장 없이 각자의 언어로, 찍혀도 괜찮은 방식으로 분노를 표현합니다. 큰 무대도 밝은 조명도 주먹을 든 군중도 없습니다. 행사를 기획하고 주도하는 세력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거기서 나오는 사진은, 80년대식 문법으로 보면 약한 사진입니다.● 사진이 놓치고 있는 마음6월 10일 전국 18개 대학 총학생회가 공동 시국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학교별로 몇 명씩 모이는 형식이라 대표성을 가진 한 장의 이미지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규모에 익숙한 뉴스 제작자들에게는 크게 어필하지 못하는 형식일 수 있습니다.그렇다고 이들의 감정이 실체가 없다고 누구도 주장할 수 없습니다. 송파구 개표소에서 6월 6일과 7일에 열린 집회에는 경찰 추산 3만 명이 모였고 그 절반이 20~30대였습니다. 이들은 현장에서 평화집회 규칙을 직접 공유하며 자정했습니다.그런데 최근 그 자리에 성조기와 부정선거 구호가 함께 등장하면서, 현장의 풍경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화면에 담기는 모습도 달라졌고, 손팻말은 그 안에서 점점 보이지 않게 됐습니다.그 분노가 사라진 것일까요, 화면 안에서만 사라진 것일까요.송파구 개표소 앞 손팻말 사진은 처음부터 약했습니다. 기획도 없고 연출도 없었습니다. 한 학생은 시국선언에서 말했습니다. “너무도 당연해서 한 번도 의심해본 적 없던 약속이 깨진 것에 대해 말하려고 나왔다.” 진보도 보수도 아닌, 절차가 깨진 것에 대한 분노였습니다. 손으로 써서 표현한 그 목소리는, 집회 경험이 많은 지도부가 사전에 인쇄물과 정교한 퍼포먼스를 준비하는 행사장의 목소리에 비해 과연 작은 것일까요. 어쩌면 더 큰 변화의 조짐이 아닐까요.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좋은 댓글로 고견을 나눠주시면 좋겠습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6-06-13
    • 좋아요
    • 코멘트
  • [고양이 눈]고리 빠진 사자

    고리 빠진 사자 한때 위엄 있는 풍모를 자랑하며 드나드는 이들에게 긴장감을 안겼습니다. 핵심 부품이 떨어져 나가니 풀이 확 죽은 표정입니다. 이빨 빠진 호랑이도 아니고….―서울 용산구 용산동2가에서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6-06-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한국이 보유한 세계기록유산은 무엇일까?”

    세계기록의 날인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2026 기록의 날 기념 전시’를 찾은 시민이 훈민정음 해례본, 조선왕조실록, 4·19혁명기록물 등 한국이 보유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설명을 살펴보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6-06-1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고양이 눈]안부의 통로

    건물 위에 통신 중계기들이 빼곡합니다. 스마트폰으로 서로 연결되는 세상도 이들 덕분이겠지요. 겉은 느긋해 보여도 수많은 이야기를 전하려 바쁩니다.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서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6-06-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6월 3일 잠실에서 본 광경…선관위 존재 이유를 묻다[청계천 옆 사진관]

    이번 주 선거가 치러졌습니다. 투표용지가 없어 난리가 난 그 현장 중 한 곳인 잠실7동 제2투표소가 마련된 아파트 경로당 앞에 제가 도착한 시간은 오후 6시 5분이었습니다.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습니다.기자들은 속속 도착하는데 정작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문제제기를 하는 유권자들과 주민센터 공무원들과의 언성이 높아지지만 책임있는 조치를 취하거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현장에서 가장 가슴 아프게 들린 말은 이것이었습니다. “윤어게인을 외치는 사람들이 부정선거 얘기를 해도 믿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내가 투표용지가 없어서 투표를 못 하는 걸 직접 겪고 나니, 부정선거 주장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신문사에 있으면 선거관리위원회와 관련된 취재를 참 많이 하게 됩니다. 투표와 개표는 물론이고 선거 D-100일, 투표용지 인쇄, 기표소 관리 요원 교육까지 모든 과정이 다 뉴스입니다. 선관위가 일을 잘해서가 아닙니다. 선거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그런데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는 화면을 보면서, 아직 투표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유권자들의 모습에는 그만 어안이 벙벙해지고 말았습니다.민주주의의 보루로 불리던 선관위는 언제부터 이렇게 흔들리기 시작한 걸까요.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궁금해서 옛날 사진들을 찾아봤습니다.투표용지 앞에서 누군가 담배를 피우고 있습니다. 표정이 자못 심각합니다. 선관위는 심판이었습니다. 서슬 퍼런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도 말입니다.선관위는 권력으로 가는 문을 지키는 문지기이기도 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의 당선을 확인하는 당선증을 김종필씨가 대리 수령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유권자에게 다가갈 선거벽보가 규정에 맞는지 살피는 일도 선관위의 몫이었습니다.전국에서 올라오는 개표 결과를 일일이 손으로 적어 넣던 고단한 시간도 있었습니다.비디오카메라를 이용해 불법 선거 현장을 단속하기도 했습니다. 사진에는 없지만 아마 그 과정에서 선거운동원들과 많은 마찰을 빚는 힘든 시간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꽹과리를 치며 분위기를 띄우는 것조차 위법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런 것을 책임지고 관리했던 것도 선관위의 몫이었습니다. 선거가 점점 중요해지면서 예산도 늘었나 봅니다. 첨단 비행선을 띄운 홍보가 시작됩니다.당연한 실무 교육마저 뉴스가 되었습니다. 선관위의 활동 하나하나가 신문과 방송의 주요 소재가 되어 유권자인 국민들에게 전해졌습니다. 선관위원장의 대국민담화는 생방송으로 전해지는 관행까지 생겼습니다. 그렇게 선관위의 존재감은 국민의 머릿속에 강하게 새겨졌습니다.홍보가 더욱 화려해지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입니다.기표소로 가는 화살표 디자인까지 더 눈에 띄게 바꿨습니다.직원들이 직접 거리로 나서는 투표 독려 캠페인도 자연스러운 풍경이 되었습니다.그동안 신문과 방송이 선관위의 활동을 자주 보도하고 국민들이 그토록 관심과 응원을 보낸 것은, 하늘에 띄운 비행선이나 거리의 캠페인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그들이 잘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잘해 달라”는 국민과 유권자의 마음 때문이 아니었을까요.이번 일을 두고 선관위가 꼭 필요한 조직이냐는 물음까지 나옵니다.우리가 이 조직을 오래 신뢰해 온 것은, 불법 선거운동을 단죄하고 무더기표를 가려내고, 밤새 들어오는 개표 결과를 한 자 한 자 손으로 적어 넣던 그 모습 때문이었을 겁니다. 앞으로 선거관리위원회의 활동은 어떤 모습으로 기록될까요?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6-06-06
    • 좋아요
    • 코멘트
  • [고양이 눈]안녕, 서울

    세계 각국의 인사말이 유리창에 적혀 있습니다. 낯선 언어도 “안녕”이라는 뜻을 알면 조금은 친근하게 들립니다. 세계의 여행자들이 오가는 서울에선 이런 풍경도 익숙해졌습니다. ―서울 용산구 용산동2가에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6-06-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고양이 눈]한 뼘의 배려

    가파른 계단의 각 단마다 콘크리트 블록이 놓여 있습니다. 덕분에 숨을 헉헉거리며 올라가지 않아도 되겠네요. 어르신과 아이들에게 든든한 발판이 될 듯합니다.―서울 용산구 용산동2가에서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6-06-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지금이야”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새 단장

    1일 서울 종로구 교보생명 빌딩 외벽에 미국의 대표 시인 메리 올리버의 시 ‘마지막 날들’의 한 구절이 걸린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 문구는 동그랗게 말린 어린잎이 피어나는 순간을 감각적으로 묘사했다. 교보생명은 “시민이 스스로의 가능성을 믿고 당당하게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6-06-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한국 카메라 앞 무표정, 북한 카메라 앞 활짝 — 같은 선수, 다른 표정[청계천 옆 사진관]

    백년사진 No. 166 ● 같은 사람, 다른 표정우선 이 글의 제목에 대한 제 생각부터 말씀 드리면, “예수천국 불신지옥” 같은 이분법으로 세상을 보는 거라서 꺼려졌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일단 이렇게 시작해보았습니다. 우리 눈 앞에 보인 북한 여자 축구단의 모습은 분명히 극단적인 형태였으니까 말입니다. 사진 두 장을 나란히 놓아보겠습니다.한 장은 5월 17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입니다. 북한 여자 축구 클럽팀 내고향여자축구단이 입국하는 장면인데 현장에서 제가 찍었습니다. 그날 입국한 인원은 선수와 스태프를 합쳐 35명. 당초 AFC에 통보된 예비선수 4명이 빠진 숫자입니다. 사진 속 그들은 누구도 웃지 않았습니다. 시선은 카메라를 향하지 않았고 표정은 굳어 있었습니다. 환영 현수막을 든 실향민들을 비롯한 한국 단체들의 환영 연호에도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입국장을 빠져나갔습니다. 결승을 치르고 24일 출국할 때도 똑같았습니다. 한국 사진기자들의 카메라 앞에서 그들은 끝내 웃지 않았습니다. 수원에서 훈련 도중 아주 잠깐 웃는 모습이 포착된 정도 였습니다. 다른 한 장은 이틀 뒤 평양 순안공항입니다. 북한이 노동신문을 통해 외부에 노출시킨 모습입니다. 같은 선수들인데 이번에는 활짝 웃고 있습니다. 꽃다발을 안고, 손을 흔들고, 카퍼레이드 버스 창밖으로 환하게 미소 짓습니다. 화려한 꽃장식을 한 버스를 타고 평양순안공항을 출발해 시민들이 양손을 번쩍 든 거리를 지나가는 그들은 일사분란하게 웃었습니다.같은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한국 카메라 앞의 얼굴과 평양 카메라 앞의 얼굴이 정반대입니다. ● 사진은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사진을 고르는 사람은 거짓말을 할 수 있다사진은 있는 그대로를 기록하는 것 맞겠죠? 그렇다면 뭐가 진짜인가요? 카메라는 두 순간을 모두 있는 그대로 기록했습니다. 사진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인천의 무표정도 진짜였고, 평양의 미소도 진짜입니다.다만, 사진의 진실은 카메라 셔터가 열린 순간에만 있지 않았을 뿐입니다. 두 사진이 정반대인 이유는 사진기자가 무엇을 찍을지를 선택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피사체가 무엇을 보여줄지 그리고 어떤 표정을 지을지 선택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피사체였던 북한 내고항축구단의 선택이 인천공항에서는 무표정이었고, 평양에서는 웃음이었습니다. ● 감정 표현도 누군가에게 맡겨야 하는 상황우리가 집에서 제사를 치르는 경우 웃으면 안 됩니다. 엄격하게 적용되는 사회적 룰입니다. 결혼식에서는 웃어야 하고 장례식에서는 울어야 합니다. 사람의 감정 표현은 생각보다 자율적이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어떤 자리, 어떤 상대, 그리고 눈 앞의 카메라가 어떤 표정을 요구하는지를 본능적으로 알고 그에 맞춰 얼굴 표정을 통제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습니다. 북한 선수들이 한국 사람들과 만날 때도 그런 것 같습니다. 최소한 2026년 봄과 여름에는 말입니다. 오랜만에 한국에 온 ‘반쪽’을 환영하는 사람들 앞에서도 웃으면 안 됩니다. 그 규칙이 어디서 시작되었고 누가 정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35명 전원이 두 장소에서 같은 방향으로 표정을 바꿨다는 사실은 사진에 또렷이 남아 있습니다.● 평양에서 열린 카퍼레이드 한국에서는 시민단체 공동응원단이 폭우 속 경기장 자리를 지켰습니다. “오 필승 코리아”를 “오 필승 내고향”으로 바꿔 부르고, 실향민들이 그리운 고향의 팀을 남쪽 땅에서 본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우승 직후 축하 메시지를 남겼습니다.그러나 평양은 그 환대를 거의 모든 층위에서 거절했습니다. 한국 기자가 “북측”이라고 부르자 코치 리유일은 국호를 제대로 불러달라고 요구하며 회견장을 떠났습니다.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 어디에도 한국 공동응원단은 단 한 줄, 단 한 컷도 등장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혹시 언급된 게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사진이라는 게 때론 실수로 노출시킬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북한은 대신 성대한 환영 행사를 열었습니다. 평양순안공항에 도착한 선수단은 당과 정부 간부들, 체육인들, 가족들의 환영을 받았고, 꽃목걸이를 걸고 카퍼레이드 버스에 올랐습니다. 그과정에서 선수들은 시종일관 환하게 웃었습니다. ● 노동신문에 실린 결승전 사진은 누가 찍었을까여기서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하나 하겠습니다. 노동신문에는 가끔 초점이 완전히 나간 사진이 실립니다. 지난 5월 15일자 노동신문에 실린 김일경 선수 사진이 그렇습니다. 아시아 역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3개를 쟁취했다는 자랑스러운 보도인데, 정작 사진은 포커스가 흐려 선수 얼굴조차 알아볼 수 없습니다. 전문가가 아닌, 현장에 따라 나간 코치진이나 수행원들이 찍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움직임이 크고 멀리 떨어져서 찍는 사진의 경우 전문가가 찍느냐 비전문가가 스마트폰으로 찍느냐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납니다. 그런데 같은 날짜 노동신문에 함께 실린 AFC U-17 여자축구 결승 진출 사진은 또렷합니다. 차이가 무엇일까요. 답은 단순합니다. AFC(아시아축구연맹)처럼 주최측이 사진을 제공했느냐 여부입니다. 이번 내고향 우승 사진들도 마찬가지로 AFC가 홈페이지 등에 올린 사진이 노동신문에 실렸습니다. 북한에도 사진기자가 있습니다. 2026년 현재 기준 노동신문에 대략 15명 전후가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에도 각종 신문과 뉴스통신사가 있고, AP 소속 북한인 사진기자도 있고 하니 전국적으로 100명~200명 정도의 사진기자가 있지 않을까 추정합니다. 한국의 경우 신문 쪽이 약 450명, 인터넷 매체 약 350명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작은 규모지만 분명히 존재합니다. 이들은 나라의 월급을 받으며 살고, 그래서 당이 원하는 방식의 사진을 찍습니다. 미사일 발사 실험, 건축물 준공, 식료품 창고가 가득 찬 모습. 때로는 장진강에 뗏목이 흐르는 풍경, 아름다운 농촌, 편안해 보이는 유치원도 찍습니다. 그렇지만 정치적 의미가 있지 않은 스포츠 경기만을 찍기 위해 해외로 사진기자가 출장가는 경우는 거의 없어 보입니다. 이번 결승전에도 북한 사진기자는 오지 않았던 것으로 현장의 한국 기자들은 파악했습니다.노동신문과 북한 방송은 주최측인 AFC가 제공한 사진을 사용했습니다. 북한 사진기자들은 평양순안 공항에 도착한 이후부터 북한 여자 축구 선수들의 모습을 촬영했습니다. ● 카메라 뒤에서 한 번, 카메라 앞에서 또 한 번 선택되는 표정같은 피사체 다른 표정을 보면서 사진을 선택하는 일은 현장의 사진기자와 사무실 안의 에디터들만의 역할은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카메라 렌즈 앞에 서 있는 피사체도 사진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북한 선수들은 한국 카메라 앞에서 웃지 않았고, 평양 카메라 앞에서 웃었습니다. 찍히는 쪽에서 자기가 어떻게 보일지를 정한 겁니다.뉴스성이 있어 한국과 북한의 카메라가 관심을 갖고 팔로우를 했던 북한 선수들의 무표정과 미소는 누구의 선택이었을까요. 한국에서도,평양에서도 일사분란했던 선수들의 표정이 현재의 남북관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러운 감정을 담는다는 것이 이렇게도 어려운 일이구나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 계기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좋은 댓글로 여러분의 생각을 나눠주시길 바랍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6-05-30
    • 좋아요
    • 코멘트
  • [고양이 눈]틈새의 삶

    계단 틈에서 작은 풀들이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자랄 곳이 없을 것 같은데도 생명은 뿌리내릴 곳을 찾아냅니다.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서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6-05-2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살려주세요” 외치자… 튜브 들고 나타난 드론

    27일 서울 양천구 안양천에서 열린 ‘2026 여름철 풍수해 대응장비 시연 및 훈련’에서 소방대원들이 드론을 이용해 구조 대상자에게 튜브를 전달하는 구조 시연을 하고 있다. 이날 훈련에서는 대용량 유압배수차와 드론, 지상 소방차, 4족 보행로봇 등이 동원됐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6-05-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고양이 눈]누굴 기다릴까요?

    손바닥만 한 작은 의자가 집 앞에 놓여 있습니다. 참새 한 마리 쉬어 가기 빠듯한 크기이지만, 누군가를 위해 내어놓는 마음만은 넉넉해 보입니다. ―서울 용산구 용산동2가에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6-05-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고양이 눈]목련의 귀환

    누가 목련을 함부로 벤 걸까요? 놀라지 마세요. 드라마 촬영을 위해 잠시 세워둔 가짜 나무입니다. 화면에선 다시 목련꽃 만개한 봄 풍경으로 돌아올 거예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6-05-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고양이 눈]각자의 자리

    각종 비닐봉지가 매대에 층층이 걸려 있습니다. 소재만 같을 뿐 저마다 이름과 크기, 쓰임이 다 다르다네요. 각자만의 자리가 따로 있는 법이니까요. ―서울 중구 방산시장에서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6-05-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