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영욱

변영욱 기자

동아일보 사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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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변영욱 기자입니다.

cut@donga.com

취재분야

2024-04-23~2024-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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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 눈]숨 쉴 틈

    시멘트 덮인 주차장에 뿌리내릴 곳은 유도등 틈뿐이었나 봅니다. 그러나 살아내라고, 굳건히 버티라고 응원을 건네 봅니다.―서울 용산구 이촌동에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15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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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집 반려동물, 응급처치는 내 손으로

    20일 서울 성동구청 대강당에서 진행된 ‘반려동물 건강 시그널 및 응급처리 교육 특강’ 참가자들이 수의사의 지도에 따라 반려견 심폐소생술을 배우고 있다. KB금융그룹이 발간한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는 2022년 말 기준 약 552만 가구다. 이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반려동물 건강관리’(55%)인 것으로 나타났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4-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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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 눈]추억 놓고 가셨어요

    누가 떨어뜨린 졸업사진인가 봐요. ‘국민학교’ 친구들과의 추억이 담긴 세상에 한 장뿐인 사진일 텐데, 주인님 돌아와요!―경기 광명사거리역 개찰구에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4-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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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포 나루터의 풍경 사진[청계천 옆 사진관]

    누구나 스마트폰 카메라로 가족과 풍경을 멋지게 찍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사진이 흔해진 시대에, 우리 사진의 원형을 찾아가 봅니다. 카메라가 흔하지 않던 시절, 사진은 전문가들만이 만들 수 있는 매체였고 하루치 신문 전체에 한 장이나 많아야 두 장 밖에 실리지 않던 희소한 기록이었습니다. 사진기자가 100년 전 신문에 실렸던 흑백사진을 매주 한 장씩 골라 소개하는데 여기에 독자 여러분의 상상력이 더해지면 사진의 맥락이 더 분명해질 거 같습니다.이번 주 백년사진이 고른 사진은 1924년 5월 15일자 동아일보 2면에 실린 사진입니다. 100년 전 5월 서울 마포의 강변 풍경입니다. ● 마포나루는 물류와 상업의 중심지 서울 마포 나루터의 위치는 현재 주소로는 서울 마포구 도화동과 용강동 일대입니다. 마포대교 북단쪽입니다. 조선시대 마포나루는 삼남(三南·충청 경상 전라도를 통틀어 이르는 말)에서 서해와 한강을 이용해 올라온 쌀, 소금, 새우젓, 옷감 등 물자가 한양으로 들어가는 관문이었습니다. 일제 시대 역시 마포나루는 물류의 핵심 지역이었습니다. 그리고 사진설명을 보면 마포 나루터에는 물자를 운반하는 배들 뿐만 아니라 직접 어업에 나섰던 어선들도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은 명맥이 끊어졌지만 서울에도 어부가 있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물류와 시장의 중심이다 보니 먹거리도 발전했는데 포구의 상인과 물건을 사러 나온 시민들이 즐겨 먹던 음식 중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메뉴가 ‘서울식 설렁탕’과 ‘주물럭’입니다. 마포 설렁탕은 국물이 말갛고 담백하며 기름에 갠 다진 양념 대신 청양고추를 볶아서 빻은 다진 양념이 특징입니다. ‘마포 주물럭’은 고기에 간장, 마늘 등 양념을 입혀낸 음식입니다. 이렇게 한강의 나루터였던 마포가 지금은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 지역)이라고 하는 신흥 부동산의 대명사로 젊은층들에게 인기 높은 주거지역으로 변해 있습니다. 하지만, 사진 속 100년 전 모습과 현재의 깔끔한 모습 사이에는 난개발의 역사도 있었다고 합니다. 20세기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도시화는 처음에는 제대로 된 계획없이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1960년대와 1970년대 한강종합개발계획에 따라 강변 도로 건설, 다리 건설, 그리고 주변 지역의 상업 시설 및 주거 개발이 가속화되고 2010년대부터 주거지역에 대한 재개발이 다시 한번 이뤄지면서 현대적인 도시 공간으로 탈바꿈하였습니다. 마포 나루터는 한강의 역사와 서울의 변화를 잘 보여주는 곳입니다. ●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풍경의 의미비가 내리는 봄날, 당시 사진기자는 왜 마포 나루터로 카메라를 메고 나갔을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루터는 아름다운 풍경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오고 가는 곳입니다. 도심에서는 흔하게 볼 수 없지만 시대의 구성원들의 일상 모습이 포구에서는 다양하게 펼쳐집니다. 변화무쌍한 풍경은 사진을 찍는 사람 입장에게 다양한 셔터 찬스를 가져다 줄 수 있습니다. 배가 들어오고 나가고, 물건을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 그리고 물건을 어디론가 나르는 사람들 모습을 기대하고 나갔을 수 있습니다. 어부들이 배를 정박하거나 내일의 일을 준비하는 모습도 운좋게 포착할 수도 있을 겁니다.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만을 기대하지 않고 다양한 삶의 모습을 기록하려는 의도에서 카메라를 메고 나갔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최종 지면에 실린 한 장의 사진은 그야말로 목가적인 사진입니다. 아름드리나무의 늘어진 가지 사이로 보이는 두 척의 어선의 모습이 비오는 봄날의 고즈넉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이런 앵글의 사진을 ‘자연적 프레이밍’이라고 하기도 하고 ‘프레임 속 프레임’이라고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자연적 프레임은 주변 요소를 활용하여 촬영 대상을 감싸는 방법입니다. 나무나 문 등의 구조물, 창문 액자 등 자연적으로 제공되는 요소들을 활용하는 겁니다. 프레임 속 프레임이라는 표현은 사진이라는 게 카메라의 필름이라는 4각 프레임 속에 풍경을 집어 넣는 과정인데 화면 속에 또 하나의 프레임을 넣는다는 뜻일 겁니다. 이런 앵글은 여러분이 스마트폰으로 일상을 촬영할 때도 활용해 볼 만합니다. 풍경 사진을 찍을 때 그냥 저 멀리 산을 찍는 것보다는 내 앞에 있는 나무 가지나 동굴 입구 등을 프레임으로 사용하여 그 안에 풍경을 넣는 겁니다. 도시의 건물이나 구조물 사이로 특정한 장면을 촬영하거나 다리의 구조를 이용해 강이나 도로를 프레임 안에 포함시키는 방법도 좋습니다. 실내에서 인물을 찍으면서 식탁 위에 아이템을 배열하여 배경에 있는 인물을 강조할 수 있고 책꽂이 사이로 방안을 바라볼 수도 있을 겁니다. 이런 앵글을 주제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 시선을 집중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피사체가 자연 또는 전체 속의 일부라는 느낌을 주는 효과도 있습니다. # 오늘은 100년 전 서울 마포의 나루터 풍경 사진을 살펴보았습니다. 여러분은 사진에서 어떤 특이점을 보셨나요?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4-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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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 눈]내 마음에 저~장~

    하트 거울에 일행 사진을 찍고 있는 외국인 여성이 비치네요. 마음에 저장할 추억 많이 만들고 가시길.―서울 홍대 레드로드에서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4-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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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석가탄신일 연등과 노인[청계천 옆 사진관]

    누구나 스마트폰 카메라로 가족과 풍경을 멋지게 찍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사진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우리는 원형으로 돌아가 그 시절의 사진에 담긴 의미와 맥락을 탐구해 보고자 합니다. 사진기자가 100년 전 신문에 실렸던 흑백사진을 매주 하나씩 선별하여 소개하는데, 독자들의 상상력이 더해짐으로써 사진의 의미가 더욱 깊어질 수 있습니다.이번 주 백년사진이 고른 사진은 1924년 5월 11일자 동아일보 2면에 실린 사진입니다.100년 전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갓과 흰 저고리 차림의 노년 남성 4명이 고궁의 담벼락 아래 앉아 있습니다. 두 사람은 사진 찍는 사람을 발견하곤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고 두 사람은 무표정하게 저 먼 곳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무슨 사연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석가탄신일에 어린이에게 새 옷을 입히던 풍습이 있었다노인들이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으로 보아선 긴 벤치가 있거나 평평한 돌이 있는 듯합니다. 그들의 뒤쪽 허공에 전봇대 굵은 줄을 이용해 5~6개의 물건이 나란히 걸려 있습니다. 사진은 지면의 왼쪽 상단에 실렸는데 지면의 오른쪽 하단에 관련 기사가 실려 있습니다. “오늘은 4월 8일 - 가정에는 복등(福燈)을 달고 사찰에는 인등(引燈)을 한다”라는 제목의 기사입니다. 인쇄상태가 좋지 않아 사진설명이 정확하게 안 보입니다만 기사를 통해 사진의 제목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기사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금일은 4월 8일 - 가정에는 복등을 달고, 사찰에는 인등을 한다〉오늘 11일은 음력으로 4월 8일이니 석가세존이 탄생된 지 제2951회의 탄신일이다. 해마다 8일이 되면 불교와 인연이 깊은 조선 각 가정에서는 어린 아이들에게는 고운 옷을 지어 입히며 각 상점에서는 복등을 지어 팔고, 자녀를 둔 가정에서는 어린 자녀의 수명(壽命) 장수(長壽)를 빌기 위하여 인등(引燈)을 하는데 복등 시세는 지등(紙燈)이면 30전부터 사등(紗燈)이면 1원부터 있다는데, 예년보다는 등(燈)의 산출액이 격증되었다 한다. 시내 각황사(覺皇寺)에서는 낮 12시와 밤 8시부터는 기념 설법이 성대히 열리겠다 하며 기타 시외에 있는 개운사(開運寺), 신흥사(新興寺), 봉원사(奉元寺), 화계사(華溪寺), 흥국사(興國寺) 등 각 사찰에서도 낮과 밤을 이어서 인등과 불공이 있으리라 하며, 창덕궁에서도 특히 유릉(裕陵)에는 인등(引燈)을 하신다더라.지금은 사라진 각황사를 비롯해 전국 유명 사찰에서 행사가 열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종이로 만든 연등과 비단으로 만든 연등의 가격이 다르다는 것은 아마 지금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불교를 믿는 가정에서는 자녀들에게 새 옷을 지어 입히는 풍습이 있었다는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기사 내용에서 이해가 안되는 것은, 왜 ‘연등’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복등’이라는 용어와 ‘인등’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지 하는 점입니다. 인터넷 검색으로도 두 표현은 별로 나오지 않습니다. 불교계의 의견을 물었더니, ‘인등’이라는 표현은 부처님 앞에 밝히는 등이라는 의미로 지금도 많이 쓰는 표현이라고 합니다. 다만, 복등이라는 표현은 흔하지 않은 표현입니다. <연등회의 역사와 문화콘텐츠>의 저자 이윤수 박사에 따르면, 일제의 중추원이 1924년 조선 풍습을 조사한 적이 있는데 이 보고서에서 ‘연등’의 의미를 당시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했는지 설명되어 있다고 합니다. 당시 조선 사람들은 슬하의 자녀 숫자대로 등을 올리려고 했고, 등불이 밝으면 좋고 어두우면 좋지 않은 징조로 여겨 추가로 떡 등을 올려 운을 좋게 하려 했다고 합니다. 자녀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연등이 ‘복등’이라는 표현으로 사용된 이유를 유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아사망률이 높았던 당시 상황을 생각해보면 아이들의 무병 생존을 위해 등을 달았다는 것이 얼마나 간절한 기도였을지 상상이 됩니다. 불을 밝힌다는 행위를 묘사하는 연등(燃燈)보다는, 불을 밝히는 이유인 ‘복을 가져오기 위한다’는 의미에서 ‘복등(福燈)’과 ‘인등(引燈)’이라는 표현을 썼을 거라는 설명입니다. ● 노인들이 거리에 여유롭게 앉아 있는 풍경은 사라져부처님 오신 날은 불교에서 석가모니 부처님이 탄생한 것을 기념하는 중요한 날로, 음력 4월 8일입니다. 2024년 올 해는 다음주 5월 15일입니다. 불교 국가인 고려에서 번성했던 행사가 유교가 중심 사상이었던 조선시대와 일제 강점기를 거쳐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국가에서 공휴일로 지정한 것은 50년이 채 안됩니다. 1975년부터 빨간 날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한글화 추세에 따라 공식 명칭이 2018년 4월 10일 국무회의를 통해 ‘석가탄신일’에서 ‘부처님 오신 날’로 변경되었습니다. 사진에서 눈에 띈 점은 사진 속 노인입니다. 부처님 오신 날과 관련해 남성 노인이 포함된 사진은 낯선 광경입니다. 왜 낯설다고 느꼈을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신문 사진을 찍는 제가 노인을 찍는 경우는 성공한 뉴스 인물이거나 아니면, 고독과 배고픔을 견디는 인물들이 대부분입니다. 탑골 공원 주변에서 무료 급식을 기다리시거나 폐지를 줍는 모습들 말입니다. 노령화가 점점 심해지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노인층이지만 신문에 실리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백년 사진 속에서는 노인들이 거리에 하릴없이 앉아 있는 풍경입니다. 혹시라도 나이든 분들의 일상에 대한 접근을 현대의 우리들 스스로 꺼리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반추해 봅니다. 매력적인 볼거리가 많은 시대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습니다. 다들 젊고 바쁘게 사는지라 시내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맞춤형 휴식 공간이 없어서인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시내에서 노인들이 저렇게 앉아 있을 공간은 별로 없습니다. 그러니 100년 전 사진처럼, 거리에 나와 쉬고 있는 노인들 사진이 없을 수도 있겠습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요. 고령화 사회로 가는 우리 사회의 거리 풍경도 점점 달라지겠죠?# 오늘 소개된 백년 사진을 통해 우리는 100년 전 부처님 오신 날 풍경과 조선 사람들의 일상을 조금 엿볼 수 있었습니다. 사진은 우리에게 그 당시 사람들의 삶과 관습을 생생하게 전달해 줍니다. 여러분은 사진에서 어떤 특이점을 보셨나요? 댓글로 여러분의 생각을 공유해 주세요.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4-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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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96회 동아수영대회 힘찬 스타트

    제96회 동아수영대회가 9일 경북 김천실내수영장에서 막을 올렸다. 13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대회에는 유년부 초등부 중학부 고등부 대학부 일반부에서 모두 1173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경영과 다이빙, 수구, 아티스틱스위밍 4개 종목에서 경쟁한다. 사진은 9일 여자 중등부 배영 200m 결선 진출자들의 출발하는 모습. 김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4-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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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치돼 있던 잔디밭, 걷고 싶은 정원으로

    1일 개장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별빛내린천 일대 정원에서 시민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 관악구는 별빛내린천 봉림교 구간에 훼손된 채 방치돼 있던 잔디밭을 별을 모티브로 꽃과 자연이 어우러진 정원으로 조성했다고 7일 밝혔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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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 손주와 영상통화 안어려워요”

    7일 LG유플러스의 ‘스마트폰 배움실’을 찾은 고객이 그룹 영상통화 기능을 사용해 대화를 하고 있다. 스마트폰 배움실은 어버이날을 맞아 노년층 고객들이 스마트폰의 각종 기능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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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멀가중, 멀가중, 멀중가중” : 숲 사진을 찍을 것인가, 나무 사진을 찍을 것인가 [청계천 옆 사진관]

    누구나 스마트폰 카메라로 가족과 풍경을 멋지게 찍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사진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우리는 원형으로 돌아가 그 시절의 사진에 담긴 의미와 맥락을 탐구해 보고자 합니다. 사진기자가 100년 전 신문에 실렸던 흑백사진을 매주 하나씩 선별하여 소개하는데, 독자들의 상상력이 더해짐으로써 사진의 의미가 더욱 깊어질 수 있습니다.● 심판이 포함된 유도 경기 사진 vs 심판이 안 보이는 유도 경기 사진오늘 소개할 사진은 유도 경기의 순간을 포착한 두 장의 사진입니다. 첫 번째 사진은 1924년 4월 28일자 동아일보 2면에 실렸으며, 유도 경기 중인 두 청년의 모습이 중앙에 위치해 있습니다. 심판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이 사진은, 관중들의 흐릿한 윤곽만 보여주며 경기에 집중하도록 만듭니다.같은 대회를 촬영한 또 다른 신문 사진이 있습니다. 1924년 4월 28일자 조선일보 3면에 실린 사진입니다. 조선일보 사진 역시 포커스 아웃(focus out)된 관중은, 주제인 유도 경기 모습에 시선이 집중될 수 있게 돕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진은 심판의 모습을 포함함으로써, 경기의 규칙과 진행 과정을 더욱 명확하게 설명하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이 사진은 당시 유도가 대중에게 소개되던 초기 단계임을 생각하면, 심판의 포함 유무가 사진의 설명적 가치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줍니다.● 등장인물 2백 명의 사진 vs 등장인물 20명의 사진같은 날짜에 각각 다른 신문에 실린 또 다른 사진들을 살펴보면, 어린이날 행사를 기념하는 두 사진이 있습니다. 동아일보에는 수백 명의 어린이가 찍힌 전경 스타일의 사진이 게재되어, 행사의 대규모를 강조합니다. 1924년 5월 3일자 동아일보 2면 사진입니다. 한편 조선일보는 어린이들이 고무풍선을 날리는 순간을 포착한, 더 간결한 사진을 실었습니다. 1924년 5월 3일 조선일보 3면 사진입니다. 앞의 유도 경기 사진에서는 동아일보가 상대적으로 간결했었는데 어린이날 행사 사진에서는 조선일보 사진이 훨씬 간결하게 표현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진 선택은 그 시대와 사회의 편집 기준을 반영합니다. 대규모의 행사를 보여주는 전경 스타일의 사진은 이벤트의 규모와 중요성을 강조하는 반면, 클로즈업이나 작은 그룹을 중심으로 한 사진은 개별적인 순간이나 감정을 더 잘 전달할 수 있습니다. ●포함시킬 것인가, 배제할 것인가사진기자들과 편집기자들이 항상 고민하는 결정의 문제가 있습니다. 사진을 프레이밍하면서 어디까지 넣을 것이고 어디부턴 제외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 말입니다. ‘사진은 뺄셈’이라는 교과서적인 잣대로 보자면 미니멀리즘이 고급스런 사진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신문에는 가끔, 아니 잊을만하면 전경(全景) 스타일의 사진이 게재됩니다. 등장인물이 많은 사진(1924년 5월 3일 자 동아일보 어린이날 축하회)을 전경 스타일의 사진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행사의 규모 자체가 중요하다고 판단한 편집기자의 선택이었을 겁니다.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풍선 날리기 순간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조선일보 편집자의 선택도 존중합니다. 대체로 우리나라 신문 사진에는 등장인물이 많습니다. 위의 사진들을 보면 100년 전에는 더 많았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사실은 미국 뉴욕타임스와 조선일보 지면을 비교했던 김영수 박사(전 부산일보 사진기자. 현재 미국에서 저널리즘 교수로 활동 중)의 책 『기록자와 해설자: 조선일보와 뉴욕타임스의 사진 비교』에서 실증되기도 했습니다. 김 교수는 신문 사진을 등장인물 숫자에 따라, 군중 사진(15명 이상 포함), 미디엄 사진(5∼14명), 희소 사진(4명 이하)로 구분하면서 군중 사진은 전체 규모를 강조하는 사진이고, 희소 사진은 개별적인 사례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의 모든 형식과 마찬가지로, 사진도 문화적 산물이자 문화적 배경과 연관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개인을 중시하는 미국 신문에서는 등장인물이 적은 희소 사진이 많이 선택되고, 전체 맥락을 중시하는 우리나라 신문에서는 등장인물이 많은 군중 사진이 선택되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 결과를 책에서 밝혔습니다. ● 숲을 보여줄 것인가 나무를 보여줄 것인가전체 맥락을 중시하는 우리의 문화적 배경이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 신문의 게이트키퍼인 편집기자들이 등장인물이 많은 사진만 선택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전경 스타일의 사진을 골랐다가 다음 날에는 클로즈업 스타일의 사진을 고르기도 합니다. 이랬다저랬다 하면서 지면과 뉴스 형식의 변화를 꾀하는 겁니다. 현장을 뛰는 사진기자 입장에서 다양한 앵글의 사진을 취재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숲을 보여줄 것인가, 나무를 보여줄 것인가를 현장에서도 계속 판단을 해야 하는 겁니다. 아주 효율적인 사진 취재를 하는 동료 기자가 저에게 했던 말이 있습니다. 자기는 현장에 가면 군대 사격장에서 훈련하듯이 사진을 찍는다는 겁니다. ‘멀가중 멀가중, 멀중가중’으로. 군대를 다녀오신 분들이라면 잘 이해를 하실텐데요. 멀리 있는 타깃(멀), 가까이 있는 타깃(가), 가운데 있는 타깃(중)이 순서대로 올라오고 그 타깃이 올라오는 순서에 따라 몸의 자세를 바꿔가면서 사격을 하는 훈련이 있습니다. 사진을 찍을 때도 전경 스타일(멀), 클로즈업 스타일(가), 중간 스타일(중)을 섞어가면서 취재를 하면 다양한 앵글로 사진을 찍을 수 있더라는 노하우였습니다. 꼭 신문 사진을 찍을 때가 아니더라도 응용해 볼 만할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자녀들의 학예 발표회나 부모님의 팔순 잔치에서도 한번 시도해보세요. 전체도 찍었다가, 부분도 찍었다가. 최종적으로 앨범을 만들거나 블로그에 그날 행사를 올릴 때 큰 도움이 되실 겁니다. # 오늘은 100년 전 유도 경기 사진과 어린이날 사진을 통해, 등장인물 숫자에 따라 사진이 어떤 느낌을 주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여러분은 사진에서 어떤 점을 느끼셨나요? 댓글로 여러분의 생각을 공유해 주세요. 여러분의 의견은 이 사진들의 이야기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4-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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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현택 의협회장 취임

    임현택 신임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앞줄 왼쪽)은 2일 서울 용산구 의협 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의대 증원 승인 보류를 요구한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 정부가 진행하는 정책이 얼마나 한심한지 깨닫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4-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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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경찰에 의해 강제 해산된 청년들–조선청년동맹 해산 [청계천 옆 사진관]

    누구나 스마트폰 카메라로 가족과 풍경을 멋지게 찍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사진이 넘쳐나는 오늘을 살면서, 100년 전 신문에 실렸던 흑백사진을 한 장씩 살펴봅니다. 독자들의 댓글을 통해 우리 이미지의 원형을 찾아가는 여정이기도 합니다. ● 미국에서 벌어지는 반(反) 이스라엘 시위 vs 100년 전 일제에 의해 해산된 조선 청년 대회요즘 미국에서는 대학생들의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고, 그 시위를 진압하는 경찰들의 모습도 자주 보입니다. 4월 26일자 한 경제 신문에 실린 사진을 예를 들어 보면 사진설명에 “24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텍사스대에서 경찰이 기마대를 앞세워 친 팔레스타인 시위를 해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텍사스대 재학생 20여명이 연행됐다. 지난 18일 뉴욕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촉발된 대학가의 친팔레스타인 시위는 미국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라고 써있습니다. 100년 전 우리나라 신문에도 권력에 의해 강제 해산되는 청년들의 모습을 찍은 사진이 실려 있어 소개 합니다. 이번 주 백년사진이 고른 사진은 1924년 4월 26일자 동아일보 2면에 실린 사진입니다. 기사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결의 전 해산]-십 수명 경관 돌현(突顯)별항과 같이 최창익씨가 낭독한 제의안과 설명이 마치면서 마침에 장내의 공기는 극도로 긴장되였으며 그칠 줄을 모르게 되었으며 순서를 옮기어 결의(決意)하려 할 즈음에 돌연히 기자석 뒷문으로부터 정사복의 십 수명 경관은 살기가 등등하게 달려와 송미(松尾)경부가 해산을 명령하고 한편으로 제안문을 압수하는 등 현장은 수라장으로 화하여 돌연히 참을 수 없는 무슨 소리가 나올 듯 하였으나 아래위층에 부인 틈 없이 꽉찬던 관중과 각 대표 수백명은 흥분에 쌓인 채로 헤어졌다. 이 기사가 실렸던 신문보다 며칠 전 발행된 신문(4월 22일) 지면의 기사에 따르면 이 당시 청년대회에 참가한 단체의 숫자가 무려 223개 입니다. 좌우 이념의 모든 단체들이 참가해 나라의 미래에 대한 토론과 앞으로의 실천 방법들은 논의했다고 합니다. 규모가 큰 행사다보니 행사장에 기자석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는 것을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청년대회의 주최자 중 한 명인 최창익씨가 결의문을 발표하려는 순간, 사복을 입은 경찰과 정복을 입은 경찰 십여 명이 기자들이 있는 곳 뒤쪽 문을 통해 갑자기 들어와 유인물을 압수하면서 순식간에 행사장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는 내용입니다. 그리곤 주최자와 관중 들 수 백명이 어쩔 수 없이 해산하였군요. 보통 이런 사진에서는 행사 참석자들의 모습과 함께 경찰의 모습까지도 함께 포함되어야 사건이 잘 설명되기 때문에 사진기자들은 그런 각도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사진에서는 공권력의 존재가 확인되지 않습니다. 경찰이 물리적으로 참가자를 해산시키는 순간이 포착되지 않았습니다. 뭔가 이유가 있었을테지만 현장감이 떨어져 아쉽습니다. ● 시위 사진을 찍는다는 것신문에 실리는 사진 중에서 시위 모습이나 시위대를 해산시키는 모습은 사진 찍기가 어려운 편입니다. 현장은 질서가 없을 가능성이 높아 사진기자들이 몸을 움직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보통 시위는 공권력이 원하지 않는 행동이니 경찰들이 기자들에게 별로 호의적이지 않을 수가 있습니다. 물론 군중 심리 때문에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들에 의해 기자들이 봉변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갈등의 상황은 사진기자들이 꼭 챙기는 현장입니다. 기록으로서의 가치가 높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한국의 역사에는 시위의 기록들이 많습니다. 특히 1987년 전후 시위 사진은 신문의 단골 메뉴였습니다. 저는 입사하기 전이라 취재하지는 않았습니다만 그 당시 사진기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한국은 매일 전쟁터를 방불케 했습니다. 학생들이 던지는 돌과 화염병, 경찰이 쏘는 최루탄 가운데서 생명의 위협을 느껴가며 취재를 했었습니다. 아침에 시위 현장으로 곧바로 출근해서 퇴근시간까지 시위 모습을 취재했던 날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사진기자들의 필수 장비가 헬멧과 방독면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신문사 사진기자들이 방독면을 마지막으로 쓴 것은 아마 1996년 말~1997년 초 쯤 될 것 같습니다. 한총련이 연세대학교 신촌 캠퍼스 교정을 점거한 연세대 사태와 노동관계법 개정에 항의한 민주노총 시위 때 마지막으로 사용된 것으로 기억됩니다. 이후에도 헷멧을 쓰고 노사분규 현장에 가긴 했지만 최루탄은 더이상 터지지 않았습니다. 2024년 현재 신문사 사진부의 캐비넷에는 헬멧과 방독면이 없습니다. ● 미국 대학생 시위 사진에서 보이는 점미국 대학생 시위 사진에서 보이는 경찰들은 두꺼운 방석복(防石服)을 입고 헬멧을 쓰고 있는데 저의 눈에는 매우 익숙한 모습입니다. 중간중간 마스크를 써서 얼굴을 가리고 있는 미국 학생들의 모습도 우리나라에서 한창 시위가 많던 시절과 비슷합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하는 청년들을 공권력이 진압하고 해산시킨다는 점도 특이하고 말을 탄 경찰들의 모습도 이채로와 시선이 갑니다. 미국 텍사스대 시위대와 기마 경찰대의 충돌 모습을 찍은 사진에서 특이한 점을 보았습니다. 스마트폰을 들고 공권력의 모습을 찍고 있는 학생들 모습입니다. 아마 실시간으로 미 전역과 전 세계가 볼 수 있는 SNS에도 저 장면들이 올라가고 있겠지요? 누군가가 지켜볼 수 있다는 있다는 점만으로도 현재 미국 대학생들의 시위는 다른 나라의 역대 시위보다 덜 외로울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 오늘은 100년 전 조선의 청년들이 모여 민족의 미래를 토론하던 현장이 경찰에 의해 강제 해산되는 장면을 살펴보았습니다. 여러분은 사진에서 어떤 점이 보이시나요? 댓글에서 여러분의 시선을 느껴보고 싶습니다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4-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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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수엔 피카츄·실내선 야간 퍼레이드…잠실은 주야 (晝夜) 축제중 [청계천 옆 사진관]

    롯데월드타워·몰이 26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다음 달 5월 19일까지 ‘포켓몬 타운 2024 위드 롯데(with LOTTE)’ 행사를 열고 있다. 송파구청과 협업해 전시, 팝업스토어, 체험 등 포켓몬과 관련한 콘텐츠를 한 곳에 모은 것. 우선 행사 기간 석촌호수 동쪽에서는 약 16m 높이의 거대한 포켓몬 ‘라프라스’ 아트벌룬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전시되고 있다. 등껍질에 사람과 포켓몬을 태우고 바다 건너는 것을 좋아하는 라프라스의 등 위에는 전 세계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는 ‘피카츄’가 타고 있다. 롯데월드타워 앞 아레나 광장에는 ‘포켓몬 스마일 광장’이 조성되어 있다. 피카츄를 비롯한 여러 포켓몬 조형물을 만날 수 있다. ‘이상해의 도넛 창고’ , ‘꼬부기의 음료수 보관소’, ‘메타몽의 무비하우스’ 등 부스가 설치되어 있다. 5월 11일 토요일과 12일 일요일에는 아레나 광장 일대에서 15시 30분과 18시 30분 각각 두 번씩 퍼레이드가 진행된다. 롯데월드 어드벤처 퍼레이드팀과 11마리의 귀여운 피카츄가 참가한다. 한편, 실내 1층에 있는 롯데월드 어드벤처에서는 새롭게 짜여진 야간 퍼레이드 ‘WORLD OF LIGHT’(‘월드 오브 라이트’)’가 26일(금) 밤부터 펼쳐진다. 어드벤처 개원 35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퍼레이드는 전 세계에서 모여든 빛이 어드벤처의 대표 캐릭터 로티·로리와 함께 세상에서 가장 멋진 파티를 만든다는 콘셉트로 진행된다. 미국, 일본, 홍콩 등의 유니버셜 스튜디오, 디즈니랜드와 같은 테마파크에서 다양한 퍼레이드와 공연을 제작한 전문가가 참여하였으며 멀티미디어쇼까지 더해 화려함의 극치를 경험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는 것이 롯데월드 어드벤처측의 설명이다. 퍼레이드 개발에만 100억 이상의 투자비가 들었다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4-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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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 눈]나무의 괴력?

    나무가 시멘트를 뚫은 걸까요? 아, 구조물을 지을 때 나무를 위해 구멍을 낸 것이군요. 주인의 배려가 엿보이네요.―서울 종로구 동숭동에서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4-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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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 눈]연중 ‘선물 기회’

    챙겨야 할 기념일이 참 많군요. 선물을 팔기 위한 마케팅이긴 하지만 매달 사랑하고 행복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것도 새삼 느낍니다. ―서울 혜화동에서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4-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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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데월드타워 1층~123층까지 뛰는데 19분 27초[청계천 옆 사진관]

    국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뛰어 오르는 롯데월드타워 수직 마라톤 대회 ‘2024 스카이런(SKY RUN)의 누적 참가자가 1만 명을 넘어섰다. 2017년 1회 대회부터 누적된 숫자다. 지난 토요일인 20일 치러진 올해 대회에는 역대 최다인 2천 2백명이 참가했다. 총 2,917개의 계단, 수직 거리로는 555미터를 오르는 이 대회 올해 우승자는 19분 27초를 기록한 안봉준씨이며 여자 부문에서는 김보배 씨가 22분 59초로 가장 빨랐다. 올해 신설된 성인 보호자 1명과 자녀 1명이 함께 하는 키즈런에 참가한 3살 어린이부터 82세 최재홍씨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참가자들이 대회를 신청했다. 1위를 차지한 안봉준씨는 “100층 정도에서 고비가 왔지만 포기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극복했다”고 말했다. 1등은 123만원 롯데백화점 상품권, 2등은 시그니엘 서울 스테이 식사권(2인 사용 가능), 3등은 30만원 푸마 상품 교환권을 부상으로 받았다. 주최측은 안전을 고려해 22층, 40층, 60층, 83층, 102층 등 총 5곳에 피난안전구역을 마련했으며, 이 곳에서 휴식 공간, 음료, 스프레이 파스 등을 제공했다. 또 위급 상황에 대비해 의료진도 대기시켰다. 참가자들이 낸 참가비는 롯데의료재단 ‘보바스어린이의원’에 전달되고 환아들의 재활센터인 ‘오거스어린이병원’ 건립에 사용될 예정이다. 사진=롯데물산 제공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4-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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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경원에 있던 정신병원, 두 장의 사진으로 현실을 비판한 신문[청계천 옆 사진관]

    누구나 스마트폰 카메라로 가족과 풍경을 멋지게 찍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사진이 넘쳐나는 오늘을 살면서, 100년 전 신문에 실렸던 흑백사진을 한 장씩 살펴봅니다. 독자들의 댓글을 통해 우리 이미지의 원형을 찾아가는 여정이기도 합니다.#이번 주 백년사진이 고른 사진은 1924년 4월 20일자 동아일보 2면에 실린 사진입니다. 서울 창경궁을 찾아 봄꽃을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과 함께 정신병원 병동 사진이 실렸습니다.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요? 사진 밑에 기사 두 꼭지가 이어져 있습니다. ◇애수의 동팔호(東八號) – 봄을 등진 세상 ◇환락의 창경원 – 봄을 맞은 세상. 두 꼭지의 기사를 아우르는 큰 제목은 <가곡(歌哭)이 一處에 交響: 춘광이 무색한 정신병자의 세상, 금일부터 밤놀이 한다는 창경원>입니다. 노랫소리와 곡소리가 한 장소에서 울려퍼진다면서 창경원 야간 개방 소식을 함께 전하고 있습니다. 동팔호는 창경원 안에 있던 정신병원의 이름이라고 합니다. 사진 순서와 달리 정신 병동 기사가 먼저 위치해 있습니다. 먼저 ◇애수의 동팔호 - 봄을 등진 세상 기사를 보시겠습니다. ◇ 哀愁의東八號 - 봄을 등진 세상봄은 왔다! 꽃은 피었다. 창경원의 꽃소식이 가까워 오더니 총독부 의원 동팔호(東八號) 울타리 밑에도 씀바귀꽃과 개나리꽃은 그윽하게 봄소식을 전한다. 그러나 세상을 떠나고 봄소식을 등저서 까닭 모를 웃음과 이유없는 울음으로 날을 보내는 남녀 50명의 정신병자들에게는 고로 내리는 봄의 은혜도 미치지 못한다.꽃을 보고 꽃인 줄 모르는 이에게 봄의 천사인들 무슨 기쁨을 그들에게 전하겠는가? 눈이 내리든 바람이 불든 그들은 다만 산송장과 같이 죄없는 몸을 유치장과 같은 병실에 눕혀서 다만 죽는 날만 기다리는 것이다. 같은 병에도 조선사람들에게는 전간증(癲癎症)이 많고 일본 사람에게는 매독에서 일어나는 마비성(痳痺性)이 흔하며 환자 전체로서는 정신없이 날뛰는 조발증(早發症)이 제일 많은데, 조선사람에게 전간증이 흔한 것은 대개 어렸을 때에 부모가 머리를 철없이 자주 때려서 그리된 것이라고 북촌(北村) 의관을 얼굴을 찡그린다. 봄이 되면 정신병은 발작이 더욱 심하여진다. 그러함으로 창경원 봄놀이꾼들의 웃음소리가 높아가면 동팔호의 신음하는 소리도 함께 높아간다. 애인의 이름을 부르며 팔을 벌리는 청년, 조선의 왕이 되었다고 팔을 뽐내는 교원, 일억만원의 재산을 찾아야 하겠다고 내달리는 노인, 자나깨나 머리만 빗고 있는 처녀 그들이 모여 사는 동팔호에는 영원히 봄빛은 그 모습을 잃고 마는 것이다.#이어서 ◇환락의 창경원 – 봄을 맞은 세상 기사를 보시겠습니다. 아래 사진에 해당합니다. ◇환락의 창경원 – 봄을 맞은 세상.동팔호를 찾아가는 사람은 반드시 창경원 앞을 지나야 돌아가게 된다. 인간의 지옥에서 돌아오는 이에게 찬란한 봄빛과 즐거운 웃음소리가 무슨 회포를 일으키겠는가. 날마다 날마다 모여드는 꽃 구경꾼! 수만 명 수천 명씩 드나드는 창경원의 봄놀이는 점점 가경으로 들어가 오늘부터는 수천 개의 전등을 밝혀 놓고 밤꽃놀이가 벌어질 터이라 한다. 가뜩이나 봄 한철 꽃놀이는 창경원이 독차지를 하여오던 끝에 밤놀이까지 벌려 놓으면 얼마나 번창하여지겠는가. 고대하던 벚꽃도 23~24일간에는 만개가 될 것이라 하며 밤놀이를 위하여 입장하는 이에게는 입장료를 따로 10전씩 받기로 되었다 한다. 첫사랑에 가슴을 졸이는 청춘남녀들의 사랑을 속삭일 새로운 무대는 그윽한 송림을 배경으로 크게 열리려 하는 것이다.『창경원을 밤에도 연다!』밤은 인간의 모든 향략을 고조시키는 마술꾼이다. 꽃빛! 불빛! 분냄새! 숲속에 반짝이는 작은 동자(瞳子)들! 그것이 모조리 함께 얼크러저서 봄의 노래를 아뢸 때에 등성이 하나 넘어 있는 동팔호에서는 여전히 가긍한 산송장들이 꾸물 거릴 것이다.# 내용이 이해되시나요? 저도 좀 어려웠습니다.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되던 전체 제목이 두 기사를 다 읽고 나니 이해가 됩니다. 한쪽에서는 봄놀이 나선 청춘들의 노랫소리가 들리고 한쪽에서는 정신병동에서 죽어가는 소리가 들린다는 내용을 대조시켜 전개하고 있습니다. 창경궁의 일제시대 이름이 창경원이라는 것과 1909년에 궁궐에서 동물원과 식물원이 있는 유원지로 변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1983년~1986년이 되어서야 동물들을 서울 동물원으로 이관하고 창경궁이라는 원래 이름으로 되돌아갔다는 사실도요. 하지만 이곳에 정신병원이 있었다는 사실은 이번 기사를 통해 처음 알았습니다. 조선총독부의 동쪽에 있는 이곳은 1910년 이전에는 대한의원이었는데 1913년 일제가 동팔호라는 이름의 정신병동을 만들었습니다. ‘미친 사람을 가두어 두는 곳’이라면서 기자들과 인텔리들의 비판이 이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1931년 채만식 선생이 ‘동팔호실 잠입기 – 이상 남녀 40여 인’이라는 산문을 쓰기도 했습니다. 1934년 박태원 선생이 쓴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도 동팔호실을 탈출한 정신병자의 한강 투신 사망 사건 얘기가 나온다고 합니다. # 100년 전 기자가 이 기사를 쓰게 된 계기는 창경원이 이날 밤부터 야간 개장을 한다는 ‘보도자료’에서 시작되었을 겁니다. 보도자료라는 용어가 당시에는 없었겠지만 독자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비유하면 그렇습니다. 요즘도 창경궁과 덕수궁 등 4대 궁궐을 야간 개방을 한다는 서울특별시 보도자료가 언론사에 전달되는데 100년 전에도 이런 프로그램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봄을 맞아 청춘남녀들이 데이트를 즐길 수 있게 하겠다는 권력과 행정당국의 야심찬 계획을 신문사가 국민들에게 알려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기사는 입장료와 벚꽃이 만개했다는 정보 이외에 독자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사실 하나를 노골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조선의 궁궐 바로 옆에 정신병동이 들어서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권력을 직접 비판하고 있지 않지만, 민족의 품위를 훼손시킨 외세에 대한 불만이 녹아 있습니다. 기사의 내용도 그렇고 사진도 창경궁의 봄 풍경과 함께 같은 크기로 정신병원 사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홍보를 원했을 당시 권력자들에게는 신문의 비틀기가 몹시 거슬렸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 덧붙이기 ◆두 장의 신문 사진은 언론사가 특정한 사안에 대해 입장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도식적이긴 하지만 어떤 경우에 두 장의 사진을 병렬로 배치하는지 몇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첫째 목적은 공정성입니다. 이것도 중요하고 저것도 중요한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우리나라 정치 사진에서 여당과 야당의 회의 장면이나 대표의 얼굴을 나란히 보여주는 것이 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둘째, 선과 악의 대비입니다. 북한 신문이 1990년대 말까지 자주 썼던, 남한 지옥 북한 천국을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북한 모습과 그에 대비되는 한국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면서 체제의 우월성을 주장한 적이 있었습니다. 셋째, 현상과 본질을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눈앞에 벌어지는 풍경은 이렇더라도 내면에는 다른 본질이 숨어 있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의 주장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현상에 비해 본질은 사실보다는 의견이기 때문에 반론의 여지가 많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사진이 본질을 표현한다는 것이 현상을 표현하는 것에 비해 몇 배 더 어렵습니다. 넷째, 원인과 결과의 조합입니다. 누군가가 말을 하고 있고 그 말을 들은 청중이나 반대편의 표정을 보여주기 위해 두 장의 사진을 사용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주 다룬, 창경궁의 두 표정은 아마 세번째 이유에 가깝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밖에도 다양한 이유로 두 장의 사진을 쓸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모르는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 추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권력을 직접 비판하지 않지만 두 장의 사진이 현실을 비판적으로 표현하기도 하는 특징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널리즘의 역할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여러분은 사진에서 어떤 점이 보이시나요? 댓글에서 여러분의 시선을 느껴보고 싶습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4-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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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 눈]힘내라, 잉어!

    부모가 되는 길은 멀고도 험하군요. 산란철을 맞은 잉어가 알을 낳기 좋은 상류로 올라가기 위해 점프하고 있네요.―서울 양천구에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4-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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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남덕 사진전 ‘고려인, 고려사람, 카레이츠’ [청계천 옆 사진관]

    하루하루 신문에 들어가는 사진을 찍는 사진기자가 작가로 발전한다면 그 정점에는 김남덕 작가 같은 삶이 있을 것 같다. 현재 강원일보 편집국 사진영상 담당 부국장인 김 작가는 2022년 춘천시민 114명의 펀딩을 “와유산수”라는 미술 여행 사진집을 냈다. 김홍도가 정조의 명을 받아 강원도 일대 명승지를 그리는 화첩여행을 모티브로 당시 화가들의 진경산수와 2백 년이 지난 현재의 모습을 비교해 보는 기획이었다. 경포대 금강산 동해 설악산 양양 철원 춘천 울진 포항의 절경을 과거와 현재 이미지로 설명했다. 이름 그대로, 누워서 유람하는 산수화 여행의 결실이었다.자연과 사람을 테마로 다양한 사진 작업을 해 온 김 작가의 또 다른 시선을 정리하는 사진전 “고려인, 고려사람, Корейцы”이 열린다. 한국 사람들은 고려인이라고 부르지만 고려인들은 자신들을 고려사람이라 말한다. 러시아 말로는 ‘카레이츠(Корейцы)’이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2013년부터 러시아 연해주를 방문해 만난 고려인 촬영에서 시작되어 지난해 경주에서 만난 고려사람까지 긴 호흡으로 만들어졌다. 작가의 14번째 개인전이다.고려인은 1860년 무렵부터 1945년 8월 15일 해방 전까지 농업 이민, 항일독립운동, 강제동원 등으로 현재의 러시아 및 구 소련지역(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우크라이나·키르기스스탄·투르크메니스탄·타지키스탄 등)으로 이주한 이와 그 친족을 일컫는 말이다.폭압적인 스탈린 정권에 의해 1937년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된 뒤에도 고려인들은 강인한 생명력으로 삶을 일궈왔다. 열차에 실려 허허벌판에 내던져졌지만 고려인들은 중앙아시아의 척박한 땅을 개척해 벼농사와 목화농사를 지으며 빠르게 정착하였고, 모범적인 고려인 집단농장(콜호스)을 탄생시켰다. 1960년대까지 인구 30여만 명이던 고려인사회는 주로 농업분야에서 약 200명의 사회주의 노동 영웅을 배출했다.1991년 소련이 해체되며 상당수 고려인들이 러시아의 극동지역 특히 연해주로 재이주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한국으로 귀환하는 고려인 동포가 많아졌고, 2010년대 중반부터는 해마다 그 수가 대폭 증가했다. 출입국 통계에 의하면 국내거주 고려인은 2020년 4월 기준 85,072명이며, 국가별 비중은 우즈베키스탄 46%, 러시아 33%, 카자흐스탄 15%이다. 2024년 20만명이 넘는 고려인이 고국에 정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안산을 비롯하여 아산·인천·경주·광주(광역시) 등에 많이 거주하며, 안산 땟골마을과 광주 고려인마을, 경주시 성건동 등이 집단 거주지로 알려져 있다.고려인은 170여년 동안 삶과 운명을 공유하면서 생긴 끈끈한 공동체 의식이 강하다. 모든 고려인은 한 가족이자 형제라고 생각하며 산다.김남덕 작가는 2013년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고려인들을 만났다. 중앙아시아에서 연해주로 다시 이주해 돌아온 사람들었다. “말은 다르지만 내 마음을 당기는 강렬한 힘이 있었다. 아, 이게 뿌리라는 감정이구나. 같은 뿌리를 공유한 한 민족이라는 느낌.” 김 작가의 작업은 이 때 시작되었다.경주 성건동에 5천명이 넘는 고려인들이 살고 있다.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사진으로 기록했다. 러시아 극동연방대학교 한국학과 소속이면서 중앙대 연구교수로 한국에 와 있는 바짐 아꿀렌꼬 교수가 동행해 통역과 역사적 배경을 부연해 주었다.나라가 힘을 잃어 국민들의 생활을 돌보지 못한 아픈 역사가 있었다. 살아남기 위해 고향을 떠나 국경을 넘은 지 160년이 지났다. 고려사람들은 고단했던 삶의 여정을 지금도 이어가고 있다. “오늘의 전시가 먼 길을 돌아 조상들의 고향을 찾아온 카레이츠(Корейцы)를 위로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는 게 작가의 바램이다.● 전시제목: 고려인, 고려사람, Корейцы● 일시: 2024년 4월20일~5월19일● 장소: 밋업 커피하우스(경주시 성건동 174-9)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4-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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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이 변하면 사진도 변한다…꽃 사진이 변하고 있다[청계천 옆 사진관]

    누구나 스마트폰 카메라로 가족과 풍경을 멋지게 찍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사진이 넘쳐나는 오늘을 살면서, 100년 전 신문에 실렸던 흑백사진을 한 장씩 살펴봅니다. 독자들의 댓글을 통해 우리 이미지의 원형을 찾아가는 여정이기도 합니다. ▶이번 주 백년사진이 고른 사진은 동아일보가 아닌, 매일신보에 실린 사진입니다. 동아일보 1주일치 신문(1924년 4월 7일~13일)에 실렸던 사진 중에 딱히 눈에 띄거나 소개할 만한 사진이 없었습니다. 그것보다는 지금 상황과 비교할 만한 사진이 매일신보에 있어 골라봤습니다. 매일신보 1924년 4월 7일자 3면입니다. 큼지막한 사진 밑에 “눈 뜨려 하는 사쿠라”라는 설명이 있습니다. 지금이야 사진 밑에 가령 ‘5일 오후 여의도 윤중로에서 시민들이 만개한 벚꽃을 즐기고 있다. 일부 나무는 이미 꽃이 지고 있어 주말이 지나면 절정이 끝날 것으로 보인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이런 식으로 설명을 썼겠지만, 예전에는 상세한 설명을 따로 붙이지 않았습니다. 일일이 활자를 찾아서 인쇄해야 하는 것도 번거로웠을 것이고 지면도 4면에 불과했으니 사진 설명은 간결하게 처리하는 게 합리적이었을 겁니다. ▶복수초→매화→산수유→목련→개나리→벚꽃→진달래→철쭉제가 일간지 사진기자 생활을 처음 시작한 게 1996년 11월입니다. 선배 사진기자들이 찍어 오는 봄꽃 사진을 보면서 어떻게 꽃이 핀 곳을 정확하게 알아내서 찍는지 궁금했습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었지만, 첫 개화(開花)를 종류별로 잘 포착해서 신문에 게재하는 것이 아주 신기했습니다. 같은 목련 나무라고 해도 서울에서 제일 먼저 꽃을 피우는 나무가 뉴스 사진의 주인공이 됩니다. 종로구청 인도와 용산구의 신광여고 교정의 목련이 서울에서는 가장 먼저 피었고 신문 사진의 단골 메뉴였습니다. 그리고 위의 순서대로 신문에 사진이 실렸습니다. 그래서 봄이 되면 눈밭을 뚫고 올라오는 복수초를 찍기 위해 강원도부터 전라남도 구례 매화마을까지 출장을 다니기도 했습니다. 신문의 칼라 지면에는 오늘은 노란색, 내일은 흰색, 며칠 후에는 분홍색 꽃이 실렸습니다. 매년 연례행사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제 기억이 맞다면 대략 2010년 경부터 뭔가 이상한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봄꽃 개화 순서라는 것이 애매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기상청의 개화 예측 시기와 상관없이 여기저기 꽃이 피거나 아예 안 피는 일도 생겼습니다. 급기야 동국대학교 교정에서 개나리와 진달래 목련이 한꺼번에 피는 사진이 통신사 기자에 의해 촬영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한 두송이 이례적으로 피는 것이 아니라 군락을 이뤄 다양한 꽃이 카메라의 한 앵글에 들어오는 일이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었습니다. 올해 서울 시내는 더 화려하고 그래서 심각합니다. 개나리와 목련 진달래 심지어 매화까지 동시에 서울에서 만개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초여름에 피는 걸로 알고 있던 이팝나무도 4월 초 서울에서 목격되었다고 합니다. ▶단색의 꽃이 연쇄적으로 피던 계절의 신비함이 무너져버린 현상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지구 온난화입니다. 온난화는 계절의 변화를 불규칙하게 만들어서, 기상청이 꽃들의 개화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게 합니다. 또 생태계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서로 다른 시기에 피어야 할 꽃들이 동시에 피어나면서, 꽃가루를 옮기는 역할을 하는 벌들의 활동에도 혼란을 초래합니다. 또한 꽃들이 예기치 않게 동시에 개화하면서 지역 축제와 관광 산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매년 이맘때면 개화를 기다리며 준비되었던 지자체들의 축제들이 꽃이 예상보다 일찍, 혹은 늦게 피면서 클라이맥스를 놓치는 일이 빈번해졌습니다. 강원도 속초시는 ‘2024 영랑호 벚꽃축제’ 개막을 사흘 앞둔 지난 3월 27일 긴급 공지를 통해 올해 벚꽃축제를 2번에 나눠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날씨 변덕에 노심초사하던 속초시는 SNS에 “죽을죄를 졌습니다. 하늘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라며 속초시청 관계자들이 시 마스코트와 함께 사죄의 절을 sns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속초시는 축제를 1차 3월 30일~31일에 이어 2차 4월 6~7일 두 차례 나눠 열겠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한꺼번에 피는 봄꽃 사진은, 분명 과거와는 다른 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화려함 뒤에는 우리가 직시해야 할 환경의 도전 문제가 숨어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100년 전 4월 7일자 신문에 실렸던 벚꽃 꽃망울 사진을 통해, 꽃 사진의 시기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살펴보았습니다. 지난주 여러분은 주변에서 어떤 꽃을 보셨나요? 댓글에서 여러분의 시선을 느껴보고 싶습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2024-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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