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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의 좌편향 역사교과서 수정 지시가 적법한 조치였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1부(부장판사 김창석)는 16일 금성출판사 교과서 공동저자인 한국교원대 김한종 교수(52) 등 3명이 낸 수정명령취소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1심과 달리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교과부가 내린 수정 지시 29건에 대해 “수정 명령 필요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내용) 수정으로 당초 서술된 내용에 본질적 훼손이나 변경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검정 내용을 수정할 현실적 필요성이 분명하게 존재할 경우 검정권자에게 상당한 재량권이 인정된다”며 “검정 권한에는 추후 교과서의 내용을 교육 목적에 맞게 수정하도록 명할 수 있는 권한도 포함되어 있다”고 밝혀 국가의 심사권을 인정했다. 금성출판사가 발행한 역사교과서는 광복 후 부분에서 ‘이승만은 제1차 미-소 공동 위원회가 중단되자 곧바로 남한만의 단독 정부 수립을 주장하였다’고 기술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는 “당시 북한에는 사실상 단독 정부가 수립됐으므로 (교과서 내용은) 이승만의 단독 정부 수립 주장으로 인해 남북이 분단된 것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으므로 ‘곧바로’ 단어를 삭제하고 당시 북한 움직임도 함께 서술하라”고 명령했다. 또 ‘남한과 마찬가지로 북한도 단독 정부 수립의 과정을 밟아나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분단 책임이 남한에 있는 것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으므로 교과부가 이 부분의 삭제를 명령한 것은 적절하다”고 밝혔다. 또 ‘연합군 승리로 광복이 이루어진 것은 우리 민족 스스로 원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는 데 장애가 되었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민족 스스로 원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국가’라는 표현이 모호하므로 수정 명령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금성교과서가 발행한 ‘고등학교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는 2002년 7월 교과부의 검정 합격을 받고 2003년 초판이 발행됐다. 2004년 10월 국정감사 이후 좌파 편향성이 심각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교과부가 역사교과 전문가협의회의 검토를 거쳐 2008년 11월 29개 항목에 대한 수정 지시를 내렸다. 이에 대해 김 교수 등 저자들은 취소소송을 냈고 1심은 “교과용 도서 심의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았다”며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원고 승소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수정 명령은 교과용 도서심의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지 않다”며 1심과 달리 절차상 하자를 인정하지 않았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5공화국 시절 대통령경호실장을 지낸 안현태 씨가 실형을 선고받고도 사면 복권됐다는 이유로 국립현충원에 안장되면서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사망 이후 문제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의 국립묘지 안장 여부는 법 적용 문제가 핵심이지만 당시의 국민 여론과 정권의 정치적 판단도 상당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법적으로는 전직 대통령이 서거하면 국립묘지에 안장되는 것이 원칙이다. 국립묘지 안장 대상을 규정한 ‘국립묘지의 설치·운영법’ 5조에 따르면 대통령을 지낸 사람은 국립현충원에 안장될 수 있다. 국가장법도 전직 대통령을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가장을 치르는 대상자로 규정하고 있다. 국가장을 치르면 현충원에 안장될 수 있다.2009년 8월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도 ‘국장·국민장에 관한 법(현 국가장법)’에 따라 국무회의에서 국장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결정돼 국립묘지에 안장되는 절차를 밟았다.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이 사망하는 경우에도 이 법규에 따라 국립묘지에 안장되는 순서를 밟을 수 있다.법에 따라 국립묘지 안장 대상이 된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두 전직 대통령이 내란죄 등으로 기소돼 처벌받은 전력 때문에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 전직 대통령은 12·12쿠데타와 5·18민주화운동 사건으로 기소돼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각각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 원 △징역 17년과 추징금 2628억 원이 확정돼 형을 살다가 그해 말 특별사면·복권으로 풀려났다.국가장법은 법 제정 목적인 1조에서 ‘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겨 국민의 추앙을 받는 사람에게 국가장을 치른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진보 진영은 이 조항에 비춰 두 전직 대통령이 국가장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만일 국무회의 논의 과정에서 두 전직 대통령이 국가장 대상자가 아니라고 판단할 경우에는 국립묘지 설치 운영법에 따라 심의위원회가 최종 판단을 해야 하는데 일각의 반대 여론이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반면에 ‘두 전직 대통령은 내란죄 등으로 잃었던 모든 권리를 복권을 통해 되찾았기 때문에 국립현충원에 묻히는 것이 당연하다’는 반론도 강하게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반드시 참여하겠다는 의견이 개표 가능 선인 전체 유권자의 3분의 1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동아일보가 코리아리서치센터(KRC)에 의뢰해 13, 14일 이틀 동안 서울 거주 만 19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투표에 꼭 참여하겠다’는 답변이 37%였다. ‘웬만하면 투표할 생각’이라는 의견도 29%로 투표 의향 층은 전체 응답자의 3분의 2에 가까운 66%나 됐다. ‘별로 투표할 생각이 없다’는 16.7%, ‘전혀 투표할 생각이 없다’는 14.4%였다. 다만 일반 선거 여론조사와 달리 투표 의사가 없는 유권자들이 답변 자체를 거부했을 가능성이 있어 이번 조사 결과가 투표율을 그대로 설명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이번 조사의 응답률은 25.5%였다. ‘실제 주민투표율이 33.3% 이상일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도 43.3%가 ‘그럴 것’이라고, 43.1%는 ‘아닐 것’이라고 답해 팽팽히 맞섰다.또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급식 안을 지지했다. 58%는 ‘소득 하위 50%까지 단계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하자’는 서울시 안을 지지했고 34.9%는 ‘소득 구분 없이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2012년까지 전면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하자’는 서울시의회 및 야당 안을 선택했다. 오 시장의 시장직 사퇴 여부에 대해서는 3분의 2를 넘는 68%가 ‘투표 결과와 관계없이 시장직을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결과에 따라 사퇴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답변은 23.9%였다.한편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하종대)는 16일 주민 백모 씨 등 11명이 오 시장을 상대로 낸 ‘무상급식 주민투표청구 수리처분 집행정지 신청’ 사건을 기각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노골적이고 총체적인 모방이다.”(애플 측 대리인)“애플은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있다.”(삼성전자 측 대리인)“여기는 대한민국 법정이다.”(재판장)특허권 침해 여부를 두고 각국 법원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11일 또 한 번 맞붙었다. 삼성 스마트폰이 자사(自社) 디자인 특허 6건과 기술 특허 4건을 침해했다며 애플이 삼성을 상대로 낸 특허권 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소송의 첫 변론 준비기일에 양측은 미리 준비해 온 동영상 프레젠테이션으로 재판부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노력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1부(부장판사 강영수) 심리로 동관 367호 소법정에서 진행된 재판은 법정에 50여 명이 넘게 몰려 문도 닫지 못한 채 진행됐다. ○ 애플의 창 포문은 애플이 먼저 열었다. 애플 측은 아이폰과 갤럭시S의 유사성을 재판부에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동영상을 선보이며 “화면 조작 기술 특허와 디자인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법정 안에 있는 흰색 스크린에는 아이폰과 갤럭시S에 대해 각각 △터치스크린을 가장자리까지 밀면 튕겨나는 장면 △잠금 슬라이드를 밀어 전화기 사용을 활성화하는 장면 △전화기 하단에 있는 아이콘 배열과 모양 등이 촬영된 동영상이 재생됐다. 또 애플은 “갤럭시S가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모서리가 둥근 직사각형 몸체(Body)를 포함해 사용 인터페이스는 물론이고 포장과 제품 케이스 디자인, 제품 수납방식까지 베끼고 있다”며 “노골적이고 총체적 모방으로 두 회사 제품 사이에 혼동 가능성이 커 애플이 권리를 침해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소송 제기 후 삼성이 새롭게 선보인 ‘갤럭시탭10.1’의 생산과 양도를 금지하고 제품을 폐기하라는 취지로 소송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 삼성의 방패애플의 프레젠테이션이 끝나자 삼성은 “애플이 권리를 과대 포장해 공공영역을 사유화하고 있다”며 반격했다. 삼성은 “애플이 주장하는 터치스크린 기술과 디자인은 이미 수년 전부터 미국 학회에서 발표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삼성은 당시 발표된 논문과 발표 당시 공개된 동영상을 선보였다. 이때 애플 측 동시 통역사의 통역 속도가 빨라졌다.삼성은 “아이폰 디자인 역시 애플이 특허를 주장할 수 없을 정도로 보편화된 것”이라고 일축했다. 삼성은 그 예로 경쟁사인 LG전자가 제작해 2006년 9월 유럽연합(EU) 공개 디자인으로 채택된 이른바 ‘프라다 폰’ 디자인까지 화면에 나타내 아이폰과 비교하며 방어에 나섰다. 또 “삼성과 애플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인식 없이 시민들이 상품을 구입하는 것도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에 앞서 독일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두고 양측 공방이 이어지자 강 부장판사는 “여기는 대한민국 법정”이라고 지적했다. 양측은 다음 변론 기일을 정하는 데도 신경전을 벌이다 추석 전인 다음 달 5일까지 삼성이 답변서를 제출한 뒤 같은 달 23일 재판을 열기로 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이인형)는 12일 “법인세 산정이 잘못됐다”며 현대모비스가 역삼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31억여 원의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세무당국이 법인세 처분의 기준이 되는 용역 시가를 적정하게 산정했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다”며 “글로비스가 업계 평균을 웃도는 총이익률과 설립 몇 년 만에 업계 1위가 된 점만으로는 이번 과세 처분이 정당한 것임을 증명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부는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있는 ‘부당한 지원행위’는 화물운송업 시장에서 글로비스가 부당하게 공정 거래질서를 저해했는지 여부”라며 “이번 사건의 쟁점은 ‘과세의 정당한 부과’로 다른 차원의 사안”이라며 직접적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해외 상습 도박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개월 형과 함께 법정 구속돼 구치소에 수감된 방송인 신정환 씨(사진)가 법정에서 ‘석방 후 반도박 캠페인에 참여할 계획’이라며 간곡하게 집행유예를 내려줄 것을 부탁했다. 이에 앞서 신 씨는 지난달 재판부에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반성문도 제출해 선처를 호소한 상태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부장판사 이재영) 심리로 진행된 항소심 첫 공판에서 신 씨는 연한 하늘색 수의와 고무신을 신고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신 씨의 변호인은 재판부에 “신 씨가 석방 후에는 반도박 캠페인에도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2009년 교통사고로 다친 정강이를 치료할 수 있도록 집행유예 선고를 내려달라”고 말했다. 또 “신 씨가 집안의 실질적인 가장이어서 가정 생계유지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읍소했다. 수척한 표정의 신 씨는 이날 “알려진 사람으로서 저지른 실수를 참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신 씨의 항소를 기각해 달라”고 짧게 반박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9일 오후 4시 40분 서울중앙지법 424호 형사법정. 300억 원대 회삿돈을 횡령하거나 유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로 구속 기소된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재판에 담 회장의 아내인 이화경 오리온그룹 사장(55)이 증인 자격으로 출석하자 법정은 순간 술렁였다. 이날 검은색 정장 차림에 물방울 모양 귀고리를 한 채 나타난 이 사장은 증인석에 앉은 뒤 분홍색 접착식 메모지를 꺼내 명패에 붙인 뒤 진술을 시작했다. 메모지 두 장에는 검은색 펜으로 쓴 글씨가 깨알같이 적혀 있었다. 이 사장은 증인석에서 “창업자의 딸인 저로 인해 회장인 남편이 회사 경영에서 소외된 때도 많았다”며 “이런 구조가 정착되면서 서로 챙기지 못하는 부분이 생기는 것을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장은 집안 반대를 무릅쓰고 담 회장과 결혼했을 때의 심경도 얘기했다. 그는 피고인석에 앉은 남편 담 회장을 바라보며 “남편이 화교라는 이유로 집안 반대가 심했다”며 “먼 미래에 중국시장이 열릴 때 이 사람의 가치를 보자며 가족을 설득했다”며 눈물을 쏟았다. 피고인석에 앉아있던 담 회장은 손수건으로 연방 눈물을 훔쳤다. 또 “남편은 본인이 가졌던 에너지를 해외시장 개척에 쏟아 경쟁사보다 앞서 도쿄(東京)와 베이징(北京) 등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다”며 “남편이 구속된 두 달여 동안 오리온그룹은 ‘전시상황’과 같다”며 선처를 부탁했다. 선처를 부탁하는 진술이 계속되자 재판장인 한창훈 부장판사는 “아직 유무죄가 인정된 상황이 아니다”며 선을 긋기도 했다. 증인신문이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선 이 사장은 증언 당시 참고했던 메모지를 떼어내 회수한 뒤 법정 문을 나섰다. 그는 “메모지에는 뭐가 적혀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해외 선교활동을 하다 친해진 회계법인 직원 A 씨(30)와 교사 B 씨(31·여)는 지난해 4월 결혼했다. 신혼살림은 시누이와 함께 살던 남편 집에 차렸다. 혼인 신고는 하지 않았다. 신혼의 단꿈은 신혼여행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깨졌다. 시시콜콜한 다툼에 시어머니가 사사건건 개입했다. 시어머니는 냉동실에 있던 미역국을 데워 아침상을 차린 일, 시누이에게 장뇌삼을 주라는 말을 잊었던 것을 일일이 지적했다. 남편이 3주간 지방 출장을 간다는 소식에 토라져 잠든 사이 남편이 혼자 참치 캔에 밥을 비벼먹은 일도 힐난의 대상이 됐다. 문제가 커지자 양가 가족이 한자리에 모였다.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다그치자 친정어머니는 “내 딸이 하녀냐? 직업도 사위보다 좋다”며 맞섰다. “확실하게 태도를 정하라”는 장모의 말에 A 씨는 “같이 못 살겠다”고 했다. 결국 결혼 생활은 2주 만에 끝났다.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부장판사 박종택)는 B 씨가 A 씨와 시어머니를 상대로 낸 사실혼 관계 파기 확인 소송에서 “피고인 남편과 시어머니는 5000만 원을 지급하되 3000만 원은 시어머니가 부담하라”고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남편이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하고 아내에 대한 불만을 가족에게 알려 시어머니가 지나치게 개입한 점이 인정된다”고 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SK브로드밴드가 고객에게 동의를 받지 않고 2006년 9월부터 2007년 7월까지 자사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가입자 51만여 명의 개인정보를 텔레마케팅 업체에 넘겨 자사(自社) 상품 가입을 유도한 것은 법을 어긴 행위인 만큼 고객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부장판사 지상목)는 29일 강모 씨 등 2573명이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개인정보 수집과 이용에 전혀 동의하지 않은 피해자들에게는 20만 원씩, 동의는 했지만 동의 범위를 넘어 정보를 제공한 때에는 10만 원씩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인터넷망 가입자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필요한 범위를 벗어나 과도하게 수집하는 것, 수집 목적에 어긋나게 사용하거나 제공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SK브로드밴드가 서비스 개통 확인서에서 고객에게서 받은 개인정보 이용 동의 양식 자체만으로는 고객이 다른 상품이나 부가서비스 가입 유치를 위해 외부에 제공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51만여 명의 개인정보가 제3자에게 제공돼 피해자들은 개인정보를 제3자가 알게 되거나 이를 도용당할지도 모르는 위험에 처하게 됐다”며 “2573명 가운데 유효한 동의를 한 225명을 제외한 2348명에게 위자료로 4억여 원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SK브로드밴드는 이 사건 피해자들에게 개인정보를 이용하는 적법한 절차를 거치고 동의까지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입증할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조합원 명단을 인터넷에 공개한 조전혁 의원(사진)과 언론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3부(부장판사 한규현)는 전교조와 소속 교사 3400여 명이 조 의원과 동아닷컴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조 의원은 1인당 10만 원씩, 동아닷컴은 교사 1인당 8만 원씩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조 의원과 동아닷컴이 지급할 배상액은 각각 3억4000여만 원, 2억7000여만 원이다. 재판부는 “조 의원이 공개한 정보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의 보호를 받는 개인 정보”라며 “전교조 가입 명단이 공개되면서 조합원이 불이익을 우려해 전교조를 탈퇴하거나 비(非)조합원이 신규 가입을 꺼리는 등 노조 결성이나 가입·탈퇴의 자유에 관한 단결권을 침해하게 된다”고 밝혔다. 또 “학생의 학습권과 학부모의 교육권 및 교육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전교조 교원 명단을 공개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지난해 조 의원을 상대로 명단공개 금지를 위한 간접강제 결정을 통해 이미 배상을 받은 7명의 전교조 소속 교원은 추가로 배상받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조 의원은 이날 내놓은 보도자료를 통해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명단 공개로 어떤 실질적 손해를 봤는지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지난해 교원노조 명단 공개를 추진할 당시 전교조는 자발적으로 회원 명단을 공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며 “민사상 손해를 배상하라는 것은 결국 전교조인 것이 부끄러운데, 내가 허락 없이 명단을 공개해 정신적 피해를 봤다는 의미냐”고 반문했다. 앞서 조 의원은 지난해 3월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학교명 △교사명 △담당교과 △교원단체 가입 현황 등이 담긴 ‘각급학교 교원의 교원단체 및 교원노조 가입 현황 실명자료’를 제출받아 4월 19일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렸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범인 바꿔치기’ 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이 이 사건에 전관(前官) 출신 변호사가 개입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황을 포착하고 26일 A 변호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 범인 바꿔치기에 변호사 개입?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김영대)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출신 A 변호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이번 범인 바꿔치기 사건과 관련해 A 변호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료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조만간 A 변호사를 참고인으로 불러 이번 사건 관련자들이 어떤 경위에 따라 범행을 저질렀는지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이번 범인 바꿔치기의 진범 신모 씨(32)와 정모 씨(31)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애초 A 변호사가 범행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집중 추궁한 끝에 진범과 가짜 범인 강모 씨(30) 모두에게서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입막음 현장에 있던 범인과 통화”이 사건은 가짜 범인 행세를 해주는 대가로 매달 수백만 원의 용돈과 일자리를 받기로 한 강 씨가 법정에서 구속되자 마음을 바꾼 것에서 시작됐다. 강 씨는 “나는 진범이 아니다”라며 재판 결과를 정면으로 부인했다. 검찰과 재판부에 각각 반성문과 항소이유서도 제출했다. 강 씨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놀란 신 씨는 강 씨의 모친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신 씨는 강 씨가 입을 닫는 대가로 5만 원권으로 5000만 원을 건넨 뒤 현금 보관증까지 받았다. 강 씨는 지난달 항소심 재판부에 양형부당을 제외하고 자신이 진범이 아니라고 주장했던 부분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다시 말을 바꿨다. 그러나 이들의 행각은 검찰에 꼬리를 밟혔다. 검찰은 강 씨 어머니를 불러 조사한 뒤 강 씨가 진범이 아닌 사실을 확인하고 신 씨와 정 씨를 체포했다. 검찰은 신 씨가 강 씨의 모친에게서 받아낸 보관증도 확보했다.검찰은 이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신 씨가 강 씨 모친을 만나고 현금을 건네줄 때 동행한 강 씨 모친의 사위가 당시 현장을 녹음한 자료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료에는 신 씨가 A 변호사와 현장에서 나눈 대화까지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진범이 아니라던 강 씨가 경찰과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이용했던 A4 용지 20여 장 분량의 ‘3가지 시나리오’가 전문가의 도움이 없다면 꾸며내기 불가능할 정도로 상세하고 전문적이었던 점 등도 주목하고 있다.이후 강 씨는 검찰에서 A 변호사는 이 사건과 관계없다며 부인해오다 검찰의 추궁에 “A 변호사도 사건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진술을 번복한 상태다.○ 한 차례 영장기각…전관 부담 의혹도이번 사건이 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로 A 변호사도 범인 바꿔치기를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날 경우 법적 책임과는 별도로 그가 법조인의 윤리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도덕적 비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실체적 진실의 테두리 안에서 피의자나 피고인을 보호해야 할 변호사가 부정한 행위를 알고서도 묵인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그동안 범인이 뒤바뀌었을 가능성에 대한 지적은 계속돼 왔으나 A 변호사도 이를 알고 있었다는 진술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한편 검찰은 신 씨가 작성했다고 진술한 보관증을 확보하기 위해 A 변호사 사무실의 컴퓨터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에 청구했으나 22일 법원에서 영장이 한 차례 기각됐다. 결국 사무실 안에서 일부 관련 자료만 확인하겠다는 영장을 재청구해 영장을 발부받았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A 변호사가 전관 출신이란 점에 법원이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서울 동대문구가 주민 반발 여론을 의식해 건축 허가를 취소하는가 하면 대상 지역을 아예 도로로 만들겠다는 계획까지 세우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이번 판결은 여론에 굴복해 직접 내렸던 행정처분을 마음대로 폐기하는 정책당국의 무(無)원칙 행정에 일침을 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대문구는 지난해 6월 청량리동에 단독주택을 지으려는 김모 씨(31·여)에게 건축 허가를 내주고 착공신고까지 해줬다. 그러나 이웃 주민들이 교통 불편을 주장하며 해당 터를 공원이나 도로로 만들어달라며 집단 민원을 제기하자 구청의 태도는 180도 돌변했다. 구청은 지난해 10월 집단 민원 발생 등을 이유로 건축허가를 취소했다. 올해 1월에는 아예 도시계획을 변경해 해당 터를 도로로 만들겠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김 씨는 즉각 동대문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잇달아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하종대)는 김 씨가 건축허가 취소가 위법하게 이뤄졌다며 낸 소송에서 “허가 취소 근거로 든 ‘공사 완료가 불가능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의견 제출 기회도 주지 않고 허가가 취소됐다”며 “구청이 추진하는 정책은 고시원 건축이라는 잘못된 정보를 들은 주민들의 집단 민원에 떠밀려 진행되는 성격이 강하다”고 밝혔다. 김 씨가 낸 도시계획 변경결정 취소소송에서도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심준보)는 “토지를 도로로 변경하겠다는 도시계획사업 실시인가 처분은 위법하다”며 김 씨 손을 들어줬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소송 결과에 대해 잘못된 정보에 기초한 주민들의 집단 반발과 원칙 없는 구청의 졸속 행정이 만들어낸 해프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 관계자는 “집단 반발을 의식한 처분 변경이나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은 법리적으로 따지다 보면 결국 취소될 가능성이 높다”며 “원칙을 지켰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변호사들도 법정에서 판검사처럼 법복을 입고 변호를 한다는 서울지방변호사회 내부 방침이 알려지자 일선 변호사 사이에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오욱환)는 법정에서 변호사도 검사와 대등한 위치에서 피고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변호사의 책임 의식도 높이기 위해 ‘변호사용 법복’을 시범 제작하기로 결정했다고 24일 밝혔다. 1966년 대법원 규칙에서 변호사 법복에 관한 조항이 삭제된 뒤 변호사용 법복을 제작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선 변호사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재경지법 부장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판사 재직 시절 변호사 옷차림이 단정하지 못하면 좋은 인상을 받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며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30대 초반의 한 개업 변호사는 “들어가는 재판마다 법복을 입었다 벗었다 해야 한다는 말로 완전히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술 취한 동기 여학생을 집단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고려대 의대생 3명의 첫 공판에서 1명이 “성추행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배준현) 심리로 열린 이날 법정에서 배모 씨(25)의 변호인은 “배 씨는 애초에 차 안에 있다가 뒤늦게 방에 들어갔고 상의가 올라가 있는 것을 보고 내려주려 했을 뿐 성추행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배 씨는 “카메라 촬영에도 참여하지 않은 것은 물론 성추행이 있었다는 사실도 경찰서에 가서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에 배 씨와 함께 기소된 박모 씨(23)와 한모 씨(24)는 모든 혐의를 인정하며 “정말 죄송하다.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고 했다. 다만 한 씨의 변호인은 “공소장에 사건 경위나 대화내용 등이 다소 과장돼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음 달 16일 2차 공판에서 비디오 중계 시스템을 이용해 화상신문 형식으로 피해자 A 씨(여)를 비공개로 증인신문하기로 결정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교통사고를 내 애완견을 다치게 했다면 애완견 치료비뿐만 아니라 주인이 입은 정신적 고통까지 보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3단독 신신호 판사는 22일 시추(중국 원산의 소형 강아지) 주인 이모 씨가 사고 상대방의 자동차 보험회사인 삼성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애완견 치료비와 위자료를 합해 181만 원을 배상하라”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애완견은 일반적 물건이 아니라 강아지 주인이 정신적 유대와 애정을 나누기 위해 소유하는 것이고 생명을 가진 동물”이라며 “치료비가 강아지 시가보다 높게 지출됐더라도 배상하는 것이 사회통념에 맞다”고 밝혔다. 물적 손해에는 위자료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보험사 주장에 대해서도 “애완견이 교통사고로 다리가 부려졌을 때 소유자에게 재산 피해 외에 정신적 고통이 있을 수 있다”며 위자료도 인정했다. 이 씨의 강아지는 이 씨와 함께 지난해 8월 공터 주차장을 거닐다 안모 씨가 몰던 승용차에 치여 다리가 부러지는 사고가 났다.}
지난해 발매된 인기가수 이효리 씨의 4집 앨범에 외국 음악사이트에서 도용해 온 곡을 제공했던 작곡가가 이 씨의 전 소속사인 CJ E&M에 2억7000만 원을 배상하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30부(부장판사 이효두)는 이 씨의 4집 앨범에 도용한 곡을 제공한 작곡가 바누스(본명 이재영)에게 이같이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바누스가 이 씨에게 2700만 원을 받고 준 6곡(I'm Back, Feel The Same, Bring It Back, Highlight, 그네, Memory)은 외국 음악사이트에서 내려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CJ E&M은 해외 원 저작자들로부터 저작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요구받는 등 6억 원의 손해를 입은 데다 표절시비로 이 씨가 활동을 중단하면서 음반 판매도 중단돼 3억6000만 원의 손해를 봤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4월에 나온 이 씨의 4집 음반은 수록곡 일부가 정식 발매 전 유튜브 사이트를 통해 유출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끌었다.}
어린이를 상대로 한 성폭력 범죄자 가운데 재범 우려가 높다고 판단되는 성도착증 환자는 앞으로 최장 15년간 성충동을 억제하는 약물치료를 받게 된다. 사실상 ‘화학적 거세형’을 받게 되는 것이다. 법무부는 24일부터 ‘성폭력 범죄자의 성충동 약물 치료에 관한 법률(약물치료법)’이 시행됨에 따라 16세 미만의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 중 비정상적인 성적 충동이나 욕구를 억누를 수 없는 19세 이상 범죄자에게 약물치료를 실시한다고 22일 밝혔다. 치료 대상은 원칙적으로 법 시행 전 형이 확정된 수형자다. 치료감호나 보호감호를 받다가 가종료·가출소하는 수형자에게도 법원은 3년 안에서 치료명령을 부과할 수 있다. 법이 시행되면 검사는 정신과 전문의의 면접과 심리적·생리적 평가 등 엄격한 진단을 거쳐 성도착증을 앓고 있다고 판단한 범죄자에 대해 법원에 치료명령을 청구한다. 법원은 징역형을 선고하는 범죄자에게 15년 안에서 약물치료를 명령할 수 있다. 치료명령을 선고받지 않은 수형자도 가석방 요건을 갖추면 본인 동의에 따라 3년 안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치료명령은 검사 지휘에 따라 보호관찰관이 집행하며 세계적으로 성충동 약물치료에 사용되는 ‘루크린’ ‘MPA’ ‘CPA’ 등을 사용된다. 이 약품들은 남성호르몬 생성을 눌러 성적 충동을 줄이고 발기력도 낮추는 효과를 낸다. 심리치료 프로그램도 병행된다. 약물치료 비용은 원칙적으로 정부가 부담한다. 치료비용은 약물치료 180만 원, 심리치료 270만 원 등 1인당 연간 500만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약물치료법은 일부 학계와 시민단체가 인권침해라며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 제도가 당사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강제로 집행한다는 점을 문제 삼는다. 법무부는 “화학적 거세는 사회 보호를 위한 것이며 사전에 전문적인 감정절차를 거치는 것이어서 본인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연세대 의대 정신과 손동호 교수는 “사실상 치료를 가장한 처벌”이라며 “심각한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재판장님, 고맙습니다. 동생이 하늘에서 지금 이 법정을 내려다보고 있을 것입니다.”고등학교 동창이 수십 차례 내지른 회칼에 찔려 숨진 이모 씨(47)를 대신해 이 씨의 형이 재판장에게 거듭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이 씨의 형은 동생을 회칼로 33차례 찌른 유모 씨(47)를 옹호하던 유 씨의 아내에게 욕을 하다가 법정에서 내쫓긴 터였다. 이 씨의 여동생은 유 씨의 아내를 향해 신발을 내던지기도 했다. 이 씨와 그 형제자매의 한(恨)이 풀린 밤이었다. ○ 참혹한 죽음이 사건은 올해 3월 31일 오전 11시 25분 발생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나를 때리며 돈도 빼앗았다. 책가방을 들게 하고 심부름도 시켜 나는 사실상 ‘가방모찌(수행비서)’였다. 졸업 후에도 나를 괴롭혔다. 후회하지 않는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호프집에서 30년 지기이자 동업자인 고교 동창 이 씨를 살해하고 경찰에 붙잡힌 유 씨가 내뱉은 말이다. 이 씨는 차마 보기 힘든 모습으로 숨졌다. 흰 셔츠는 붉은 피로 물들었다. 유 씨 발언은 그대로 인터넷으로 번져나갔다. ‘죽을 짓만 골라서 하다 죽은 것은 동정할 수 없다. 법의 온정을 기대한다’ ‘당장 유 씨를 풀어줘라’ ‘스스로 무덤을 팠다’ ‘조폭 같은 놈 잘 죽었다’라는 댓글이 줄줄이 올라왔다. 이 씨를 잃은 슬픔에 더해 날아든 누리꾼의 조롱은 유족에게는 비수가 됐다. ○ 극적인 반전(反轉) 20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형사대법정. 굳은 표정의 김민아 검사가 국민참여재판에 참석한 배심원단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 누구도 저런 모습으로 죽을 이유는 없습니다. 피해자는 죽어 말도 못합니다. 그가 남긴 건 갈기갈기 찢어진 자신의 몸뿐입니다. 한 생명이 저런 비극적 죽음을 맞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습니다.”김 검사는 이 씨 죽음의 실체를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그는 이 씨가 칼에 찔릴 당시 폐쇄회로(CC)TV 장면을 재생했다. 유 씨가 저항하는 이 씨 배에 미리 준비해 온 회칼을 찍어 댔다. 숨진 이 씨 앞에서 유유히 담배를 꺼내 물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다가오자 이 씨 배에 다시 한 번 회칼을 꽂았다. 방청석은 수군거렸다. 이 씨의 누나가 통곡했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유 씨가 말했다. “이 씨와 함께 한 온천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이 씨가) 온천 인수 건이 무산되면 나와 아내 그리고 아들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해 정신적 고통을 받아 그를 죽였다.”그러자 검사는 즉각 유 씨의 계좌 추적 결과를 공개했다. 온천 계약금으로 이 씨가 유 씨에게 건네준 9억6000만 원의 흐름이었다. 유 씨는 이 씨를 죽이고 경찰에 체포된 지 3시간 도 안 지났을 무렵 증권계좌에 남아있던 3억4000만 원을 자신의 동생들 계좌로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배심원의 눈과 귀가 집중됐다. 받은 돈을 주식에 투자해 1억 원의 손실을 본 사실도 확인됐다. 또 유 씨가 구치소 접견실에서 ‘주식 손실 때문에 죽였다고 그러면 나는 무기징역이나 사형이야’ ‘주식 손실금 1억 때문에 죽였다 그러면 안 되니까 공탁을 해야 한다’고 말한 사실도 공개됐다. 고교 동창 등 지인들에 대한 증인 신문에서도 유 씨가 그동안 주장해 온 괴롭힘과 겁박은 드러나지 않았다. 검사는 결국 “이번 사건이 ‘가방모찌의 반란’이 아닌 금전문제에서 비롯된 계획적 범행으로 엄벌이 필요하다”라며 유 씨에게 무기 징역을 구형했다. ○ 어머니의 기일…다시 모인 가족21일 오전 2시 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정영훈)는 유 씨에게 살인 혐의로 징역 23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앞서 배심원단 9명 가운데 4명이 유 씨에게 징역 23년 형을 선고할 것을 재판부에 요청한 것과 같은 결과다.정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라며 “동업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점은 인정되지만 구타나 폭행을 당했다는 입증에 소명이 없다”라고 밝혔다. 또 “어떤 사유에 있어서도 생명을 존중해야 하며 함부로 박탈한 것은 옳지 못한 선택”이라고 피고인을 준엄하게 꾸짖었다. 재판을 진행하며 줄곧 굳은 표정을 유지하던 김 검사의 표정이 다소 홀가분해 보였다. 이 씨의 형과 여동생도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다. 이 씨 가족은 이날 새벽에야 어머니의 제사를 지낼 수 있었다. 이날은 이 씨 어머니의 기일이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노현주 인턴기자 성신여대 불문과 4학년 김재화 인턴기자 서강대 영문과 3학년}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판사 조경란)는 21일 론스타 임원진과 공모해 외환카드 허위 감자설을 퍼뜨려 주가를 조작한 혐의(증권거래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에 대한 파기환송심 속행공판에서 유 대표를 법정 구속했다. 유 대표가 유죄 확정판결을 받을 경우 함께 기소된 법인 론스타코리아도 ‘법인 대표가 주가조작을 저질렀을 경우 법인과 대표가 함께 처벌받는다’는 양벌규정에 따라 같은 판결을 받게 된다.}
케이블TV 회사가 지상파 방송을 동시 재전송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지상파 동시 재전송은 케이블방송을 송출하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가 가입자들에게 실시간으로 지상파 방송을 보내는 것을 말한다. 서울고법 민사4부(부장판사 이기택)는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가 CJ헬로비전, 씨앤앰 등 SO 5곳을 상대로 낸 저작권 등 침해정지 및 예방청구 소송에서 양측 청구를 모두 기각하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판결이 확정될 경우 SO는 판결문 송달일로부터 30일 이후 가입한 케이블TV 수신자들에게 KBS1 채널을 제외한 지상파 3사 방송을 동시에 재전송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