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범인 바꿔치기’ 변호사 사무실 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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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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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범인 자백후 번복과정… 진범과 결탁 녹음자료 확보”법원 한차례 수색영장 기각… “전관예우 아니냐” 지적도

‘범인 바꿔치기’ 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이 이 사건에 전관(前官) 출신 변호사가 개입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황을 포착하고 26일 A 변호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본보 14일자 A14면 참조
A14면 영화 ‘부당거래’의 한 장면이 현실에서도… 가짜범인…


○ 범인 바꿔치기에 변호사 개입?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김영대)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출신 A 변호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이번 범인 바꿔치기 사건과 관련해 A 변호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료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조만간 A 변호사를 참고인으로 불러 이번 사건 관련자들이 어떤 경위에 따라 범행을 저질렀는지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이번 범인 바꿔치기의 진범 신모 씨(32)와 정모 씨(31)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애초 A 변호사가 범행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집중 추궁한 끝에 진범과 가짜 범인 강모 씨(30) 모두에게서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 “입막음 현장에 있던 범인과 통화”

이 사건은 가짜 범인 행세를 해주는 대가로 매달 수백만 원의 용돈과 일자리를 받기로 한 강 씨가 법정에서 구속되자 마음을 바꾼 것에서 시작됐다. 강 씨는 “나는 진범이 아니다”라며 재판 결과를 정면으로 부인했다. 검찰과 재판부에 각각 반성문과 항소이유서도 제출했다. 강 씨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놀란 신 씨는 강 씨의 모친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신 씨는 강 씨가 입을 닫는 대가로 5만 원권으로 5000만 원을 건넨 뒤 현금 보관증까지 받았다. 강 씨는 지난달 항소심 재판부에 양형부당을 제외하고 자신이 진범이 아니라고 주장했던 부분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다시 말을 바꿨다. 그러나 이들의 행각은 검찰에 꼬리를 밟혔다. 검찰은 강 씨 어머니를 불러 조사한 뒤 강 씨가 진범이 아닌 사실을 확인하고 신 씨와 정 씨를 체포했다. 검찰은 신 씨가 강 씨의 모친에게서 받아낸 보관증도 확보했다.

검찰은 이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신 씨가 강 씨 모친을 만나고 현금을 건네줄 때 동행한 강 씨 모친의 사위가 당시 현장을 녹음한 자료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료에는 신 씨가 A 변호사와 현장에서 나눈 대화까지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진범이 아니라던 강 씨가 경찰과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이용했던 A4 용지 20여 장 분량의 ‘3가지 시나리오’가 전문가의 도움이 없다면 꾸며내기 불가능할 정도로 상세하고 전문적이었던 점 등도 주목하고 있다.

이후 강 씨는 검찰에서 A 변호사는 이 사건과 관계없다며 부인해오다 검찰의 추궁에 “A 변호사도 사건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진술을 번복한 상태다.

○ 한 차례 영장기각…전관 부담 의혹도

이번 사건이 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로 A 변호사도 범인 바꿔치기를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날 경우 법적 책임과는 별도로 그가 법조인의 윤리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도덕적 비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실체적 진실의 테두리 안에서 피의자나 피고인을 보호해야 할 변호사가 부정한 행위를 알고서도 묵인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범인이 뒤바뀌었을 가능성에 대한 지적은 계속돼 왔으나 A 변호사도 이를 알고 있었다는 진술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검찰은 신 씨가 작성했다고 진술한 보관증을 확보하기 위해 A 변호사 사무실의 컴퓨터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에 청구했으나 22일 법원에서 영장이 한 차례 기각됐다. 결국 사무실 안에서 일부 관련 자료만 확인하겠다는 영장을 재청구해 영장을 발부받았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A 변호사가 전관 출신이란 점에 법원이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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