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이헌재 부장

동아일보 스포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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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중요하지 않은, 하지만 누군가에겐 재미있을지도 모를 스포츠의 뒷담화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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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8~2025-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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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아섭처럼… 야구판 개명 바람

    1990년대 초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마누라와 자식을 빼고 모두 바꾸라”며 변화와 혁신을 주문했다.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건 프로야구판도 마찬가지다. 최근 많은 선수들이 수십 년간 간직했던 이름을 바꾸고 있다. ‘야구를 잘하고 싶다’는 이유 때문이다. 올해만 해도 법원의 개명(改名) 허가를 받고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등록명 변경 신청을 한 선수가 6명이다. 2010년 이후 13명의 선수가 이름을 바꿨다. 얼마나 절실했기에 그들은 이름까지 바꾼 것일까. ○ 개명은 부상을 피하는 수단1990년대 태평양과 LG에서 투수로 활약했던 안병원(현 넥센 2군 재활코치)은 선수 생활 내내 지긋지긋한 부상과 싸워야 했다. 그는 당시 “이름에 ‘병원’이란 말이 들어서 그런 것 같다. 병원이란 이름 대신 ‘성용’이라고 불러 달라”고 선수단에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법원에 개명 신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부상은 최대의 적이다. 안병원처럼 많은 선수들이 부상을 피하기 위해 개명을 한다. 지난해 퓨처스리그(2군)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던 김남석은 최근 김재율(LG)로 이름을 바꿨다. 그는 지난해 수비 도중 주자와 충돌해 왼쪽 무릎 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그는 “재활 도중 어머니의 권유로 개명을 신청했다. 재율은 ‘스스로 다시 일어선다’는 의미가 있다고 하더라. 아프지 않고 운동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 개명의 원조는 ‘김바위’국내 프로야구에서 가장 먼저 이름을 바꾼 선수는 MBC(현 LG)에서 뛰었던 김바위(현 SK 원정기록원)다. 그의 원래 이름은 김용윤이었다. 같은 팀에 김용운이라는 비슷한 이름의 선수가 있어 이름을 바꿨다는 게 그동안의 통설이었다. 하지만 20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그의 얘기는 달랐다. 그는 “어릴 적 할머니께서 고향의 커다란 바위를 향해 ‘건강하게 잘 자라게 해 달라’며 매일 정성껏 기도를 했다. 그래서 집안에서는 일찌감치 ‘바우(바위의 사투리)’로 불렸다. 프로가 된 뒤 좀더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바위’로 이름을 바꾼 것이다. 김용운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했다. 바위라는 단단한 이름으로 그는 10년간 선수 생활을 했다. ○ 롯데는 ‘개명 천국’개명을 통해 재미를 본 구단은 롯데다. 손아섭(전 손광민), 문규현(전 문재화), 박종윤(전 박승종) 등 3명의 주전 야수들이 모두 개명파다. 손아섭은 이름을 바꾼 뒤 2010년 타율 0.306을 치며 주전을 차지했고 지난해엔 타율 0.326에 15홈런 83타점으로 생애 첫 골든글러브까지 받았다. 2002년 입단과 함께 재화에서 규현으로 이름을 바꾼 문규현도 지난해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찼다. 같은 해 개명한 박종윤도 이대호(일본 오릭스)가 떠난 1루수의 새 주인으로 유력하다. 프로야구가 ‘개명의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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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핀 포인트]‘야구 대박’ 시범 보여준 팬들

    17일 막을 올린 프로야구 시범경기는 주말 이틀간 7경기에서 10만1351명의 관중을 모았다. 불과 몇 해 전까지 텅텅 비었던 야구장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만하다. 현장에서 지켜본 관중 대박의 이면을 살펴봤다. ○ 야구가 좋다, 공짜는 더 좋다! 18일 LG와 삼성의 경기가 열린 잠실구장. 경기 시작 시간은 오후 1시였지만 오전 9시부터 관중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무료임에도 ‘명당’을 잡으려는 이들이었다. 오전 11시 경기장 문이 열리자 관중은 이른바 ‘프리미엄석’으로 불리는 탁자 지정석(정규 시즌에는 4만 원)부터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LG 팬 심은정 씨(20)는 “겨우내 야구를 기다렸다. 정규시즌에는 좀처럼 구하기 힘든 자리라 친구와 일찍 줄을 섰다”고 말했다. ○ 7500석 만원 관중의 진실 한화는 이날 넥센과의 청주 경기에 만원 관중(7500명)이 들었다고 밝혔다. 같은 날 LG는 1만8000명의 관중이 야구장을 찾았다고 했다. 정확하게 검표를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이 같은 수치가 나왔을까. 한화 오성일 홍보팀장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안전요원을 곳곳에 배치했는데 관중이 야구장을 거의 가득 채웠다.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어 오후 2시를 조금 넘겨 관중을 더 받지 않았다”고 했다. 이런 조치가 없었다면 7500석을 넘길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LG는 이날 외야석(7000석)을 개방하지 않았다. 2만 명을 수용하는 내야 쪽만 입장시켰는데 내야 쪽 대부분을 꽉 채웠다. LG는 서서 관람하는 관중까지 합쳐 1만8000명으로 잠정 집계했다. ○ 무료입장은 팬 서비스 시범경기가 인기를 끌자 몇 해 전부터 시범경기 유료화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관중당 1000원이라도 받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자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올해 초 각 구단 마케팅 담당자 회의에서 이는 없던 일이 됐다. 한 관계자는 “야구의 인기가 높아진 게 얼마나 됐다고 관중에게 돈을 받느냐는 의견이 우세했다. 서비스를 충실히 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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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8세.. 마지막까지 불꽃을 태우리라… LG 이대진의 야구 열애

    “미국 프로야구 제이미 모이어(50·콜로라도)도 아직 뛰고 있잖아요.”지난주 잠실구장에서 만난 LG 투수 이대진(38)은 대뜸 모이어 얘기를 꺼냈다.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267승을 거둔 모이어는 메이저리그 최고령 선수다. 2년 전 필라델피아에서 팔꿈치 부상을 당해 시즌 후 방출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고 올해 콜로라도와 계약하며 메이저리그 재진입을 노리고 있다. 이대진은 “모이어의 직구 최고 속도는 빨라야 135km 정도다. 나도 예전처럼 빠른 공을 던지진 못하지만 목표가 있고 의욕이 있다.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했다. ○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이대진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해태(현 KIA)의 에이스였다. 시속 150km의 빠른 공과 날카롭게 떨어지는 커브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다. 1998년 5월 14일 현대와의 경기에서는 10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잡아냈다. 그는 엄청난 노력파이기도 했다. 연습벌레로 소문난 김병현(넥센)이 “나보다 운동 많이 하는 유일한 선수”라고 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1990년대 후반부터 팔꿈치와 어깨 부상으로 3차례나 수술대에 올랐다. 공을 던지지 못한 날이 더 많았다. 타자로 전향한 적도 있었다. 긴 재활 끝에 다시 마운드에 올라 개인 통산 100승 고지에 올랐던 2009년. 팀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지만 그는 은퇴 권유를 받았다. 그는 결국 선수 생명을 연장하겠다며 지난해 LG로 이적했다. 이대진은 “내가 지금까지 마운드에 설 수 있는 건 그동안의 고통을 견뎌낸 결과다. 공 한 개 한 개를 소홀히 할 수 없다. 마지막까지 내 공을 던지고 후회 없이 마운드를 내려오고 싶다”고 했다. 이어 그는 “내 인생의 황금기는 바로 지금이다. 후배들과 함께 땀 흘리고 경쟁하고 운동하는 것 자체가 행복”이라고 덧붙였다. ○ “선발 기회 꼭 잡는다!”이대진은 올해 선발 투수로 시즌을 맞는다. 김기태 감독은 경기조작에 연루돼 퇴단된 박현준과 김성현의 공백을 메울 적임자로 경험 많은 그를 낙점했다. 그는 빠른 직구는 던질 수 없지만 커터와 투심 등 직구와 비슷한 속도를 내는 다양한 구질을 다듬고 있다. 정교한 컨트롤과 경기운영 능력을 갖췄기에 체력만 뒷받침되면 충분히 6이닝 이상을 책임질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이대진은 “지난해처럼 1군과 2군을 오르내린다면 선수 생명을 더 이어가는 의미가 없다.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반드시 잡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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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 서울국제마라톤&제 83회 동아마라톤]에루페 ‘인생역전 드라마’

    지난해 10월 그는 난생처음 비행기를 타 봤다. 경북 경주에서 열린 동아일보 2011 경주국제마라톤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는 그 대회에서 2시간9분23초의 기록으로 덜컥 우승을 차지했다. 철저한 무명이었던 그가 마라토너로서 세상에 이름을 알린 순간이었다. 18일 열린 2012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3회 동아마라톤대회. 그는 막강 ‘케냐 군단’의 일원으로 태어나 두 번째로 해외 대회에 출전했지만 그의 우승을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경력이나 개인 기록에서 그보다 뛰어난 선수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와 동아마라톤의 인연은 뜻밖의 결과를 냈다. 대회 초반부터 선두를 질주하더니 2시간5분37초의 대회 최고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 테이프를 끊은 것이다. 2시간5분대 기록은 한국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 역사상 처음 나온 것이다. 그는 우승 상금 8만 달러에 10만 달러의 기록 상금 등으로 20만 달러(약 2억2500만 원) 이상을 챙겼다. 동아마라톤을 통해 ‘인생 역전’에 성공한 그는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24)다.2년 전까지 그는 주로 1만 m를 뛰는 중장거리 선수였다. 명목만 선수지 국가대표는커녕 케냐 국내 대회에서도 입상을 한 적이 없었다. 고심 끝에 그는 마라톤으로 전향했다. 마라톤은 생각 이상으로 그와 잘 맞았다. 풀코스 데뷔전이었던 지난해 초 케냐 몸바사 마라톤대회에서 그는 2시간12분47초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완주했던 지난해 10월 경주국제마라톤에서 두 번째 우승을 했다. 올해 서울국제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도 우승을 했으니 3번 완주해 3번 모두 우승한 셈이다.이번 대회에서 그는 혼신의 역주를 펼쳤다. 특히 35∼40km의 5km 구간을 14분11초라는 놀라운 기록으로 주파했다. 너무 열중한 나머지 달리는 도중 왼쪽 엄지발톱이 깨지고 피부가 벗겨진 줄도 몰랐다. 대회를 마친 뒤 신발을 벗자 하얀 양말 위로 빨간 피가 배어나와 있었다. 그는 “내겐 달리는 것 자체가 기쁨이다. 동아마라톤은 날씨와 코스 등이 너무 훌륭하다. 내년에 다시 동아마라톤을 찾아 세계기록(2시간3분38초·패트릭 마카우 무쇼키·케냐)에 도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우승 상금을 어디에 쓸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내가 태어난 곳은 케냐와 에티오피아 접경 지역이다. 그곳에 우리 가족을 위한 집을 사고 싶다. 또 누나가 2명 있는데 누나 아이들의 학비에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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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의 눈/이헌재]경기조작 ‘몸통’은 숨고… 선수들만 씁쓸한 몰락

    수척한 얼굴에 흰색 마스크, 푹 눌러쓴 모자. 11일 전북 전주에서 만난 그는 TV의 사건 뉴스에 나오는 ‘범죄자’ 차림새였다. 불과 2주 전까지 일본 오키나와에서 그라운드를 누볐던 에이스 투수의 면모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면서도 불안한 듯 수시로 주위를 살폈다. 검찰에서 프로야구 경기 조작 혐의를 시인한 LG 투수 박현준(26). 그는 이날 기자와 만나 “친한 동생이자 팀 후배인 김성현(23)이 경기 조작 브로커로부터 협박을 받고 있다는 말을 듣고 그를 돕기 위해 스스로 경기 조작에 뛰어들었다”고 털어놨다.박현준이 큰 잘못을 저지른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정정당당해야 할 스포츠에서 그의 행동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 역시 “나 자신을 용납할 수 없다. 팬들에게 용서를 구할 수조차 없는 나쁜 짓을 했다”며 괴로워했다. 지난해 13승을 거두며 한국 프로야구를 이끌 투수로 평가받았던 그는 한순간의 실수로 야구 인생을 그만둬야 할 위기에 놓였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그에게 선수 자격정지 처분을, 구단은 퇴단 조치를 내렸다.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박현준도 ‘피해자’다. 두 차례 경기 조작에 가담하면서 그가 챙긴 돈은 한 푼도 없다. 첫 번째 사례금 500만 원은 김성현 아버지의 수술비와 약값에 보탰다. 나머지 500만 원도 경기 조작 실패로 협박을 받고 있던 김성현의 빚을 줄이는 데 썼다. 박현준에 앞서 넥센 시절에 경기 조작을 했던 김성현도 마찬가지다. 김성현 측은 “4월 첫 번째 승부 조작으로 500만 원을 챙겼지만 두 번째 경기 조작에 실패하면서 그동안 받았던 돈을 다시 브로커에게 돌려줬다. 여기에 경기 조작 실패로 브로커와 전주(錢主)가 본 손해까지 변상하라며 협박당했다”고 했다. 박현준은 “성현이가 협박에 못 이겨 살고 있던 집의 보증금(3000만 원)까지 줬다고 했다. 갈 곳이 없어 브로커 A의 집에 얹혀사는 신세가 됐다”고 전했다. 마무리로 접어든 프로야구 경기 조작 사건으로 붙잡힌 브로커는 2명이다. 몸통이랄 수 있는 전주는 단서조차 잡지 못했다. 큰 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은 숨어 있고 꼭두각시 노릇을 했던 두 선수만 죗값을 치르게 됐다.찬반이 엇갈리는 가운데 경기 조작에 관여한 박현준과 김성현에게 ‘영구 제명’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그게 과연 최선일까. SK 시절 박현준을 지도했던 김성근 고양 감독은 “참 착한 아이였다”고 했다. 넥센 선수들은 “성현이는 여리고 내성적인 동료였다. 경기 조작 같은 걸 할 선수가 아니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야구 관계자는 “그들에게 야구장을 떠나라고 하는 건 사형 선고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야구밖에 모르던 이들이 할 수 있는 건 장사 정도다. 이마저 실패하면 조직폭력배가 될 수도 있다. 이들이 진짜 ‘범죄자’가 되도록 방조해선 안 된다는 얘기였다. 한 번 실수를 했다고 그들이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올 기회마저 빼앗는 건 너무 가혹해 보인다. 잘못은 따끔히 혼내되 사회의 일원으로 돌아올 가능성은 남겨둬야 하는 것 아닐까.이헌재 스포츠레저부 uni@donga.com}

    • 2012-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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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입 연 박현준 “1회 초 볼넷 주고 500만원…빚 줄여준다기에 또”

    “네.”이 한마디뿐이었다. 기자가 LG의 스프링캠프가 열린 2월 중순 일본 오키나와를 찾았을 때 경기 조작 연루설이 나돌던 투수 박현준(26·사진)은 극도로 말을 아꼈다. “넌 아니지”라고 물으면 짧게 “네”라고만 답했다. 그러나 그는 대구지검에 소환된 2일 혐의를 시인했다. 그의 말을 믿었던 팬들은 배신감에 등을 돌렸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5일 그에게 선수 자격 일시정지 처분을 내렸다. 구단은 이튿날 전격 퇴단 조치를 내렸다.지난해 13승을 거두며 LG의 에이스로 떠올랐던 그는 이렇게 하루아침에 ‘범죄자’가 됐다. 그렇지만 검찰 발표로는 이해되지 않는 의문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전도유망한 투수가 왜 그런 짓을 했고 드러날 줄 알면서 왜 자신의 계좌로 돈을 받았으며, 보름 넘게 거짓말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등…. 그런 박현준과 만남을 수차례 추진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수소문 끝에 11일 전북 전주에 있는 그의 집을 찾아갔다. 그는 수척해진 얼굴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시내의 한 카페에서 박현준으로부터 지난 1년간 벌어졌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사진 촬영은 극구 사양했다. ▼ “야구 못하게 될까 두려워 계속 거짓말” ▼―마음고생이 심했을 거 같다. 그동안 근황은….“꿈을 꾸는 것 같다. 그냥 멍하게 지내고 있다. 아는 형이 하는 배달 일을 이틀 정도 돕기도 했다. 마스크를 한 지는 3일 됐는데 어제 문득 거울을 보다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나’하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했다.”―왜 경기 조작에 손을 댔나.“(같은 혐의로 구속된 팀 후배) 김성현(23)이랑 2010년 대륙간컵에 함께 참가하면서 친해졌다. 지난해 5월 같이 밥을 먹던 중 성현(당시 넥센 소속)이가 경기 조작 브로커로부터 협박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성현이가 경기 조작에 실패하면서 손해 본 돈을 물어내라는 것이었다. (넥센) 구단에 알리겠다는 협박에 성현이가 무척 힘들어했다.”―그렇다고 박현준 선수도 경기 조작에 뛰어들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당시 성현이 아버지가 몸이 아파 수술을 했다. 성현이는 ‘수술비와 약값이 없어 경기 조작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협박 얘기를 듣고는 너무 화가 나 성현이를 통해 브로커와 먼저 통화를 한 뒤 직접 만나 항의했다. 그랬더니 브로커가 ‘성현이가 돈을 다 갚아야 된다’고 했다. 내가 같이 하면 성현이가 하루라도 빨리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나도 하겠다’고 했다. 멍청하고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지난해 8월에 두 차례 경기 조작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아니다. 5월 24일 잠실 두산전에서 처음 했다. 조건은 상대팀보다 먼저 볼넷을 내주는 거였다. 1회 초 처음 두 타자를 잡고 3번 타자 김현수에게 볼넷을 내줬다. 브로커가 그 대가로 성현이한테 500만 원을 주기로 했는데 전화를 해 보니 안 받았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브로커에게 ‘돈을 달라’고 했다. 사흘 후 내 계좌로 500만 원을 보냈다.”―계좌로 받으면 문제될 거라는 생각은 안 했나. 그리고 500만 원은 어떻게 했나.“6월 초에 약값에 쓰라며 성현이한테 500만 원을 줬다. 성현이는 안 받겠다고 했지만 억지로 건넸다. 계좌로 받으면 문제가 된다는 생각은 못했다.”박현준의 지난해 연봉은 4300만 원으로 결코 많은 액수가 아닌 데다 프로야구 선수는 10개월에 걸쳐 월급 형식으로 나눠 받기 때문에 당시로서 500만 원은 박현준이 선뜻 후배 아버지 약값으로 쾌척하기에는 거금이었다.―그 후에도 경기 조작을 했나. “6월 9일 잠실 한화전에서 한 차례 더 했다. 브로커에게서 먼저 연락이 와 ‘이번에는 성현이의 빚을 줄여주겠다’고 했다. 1회 초 선두타자 강동우에게 볼넷을 내줬다. 이후로는 경기 조작 의뢰가 오지 않았다. 성현이도 (7월 31일) LG로 트레이드된 뒤에는 경기 조작을 안 한 것으로 안다.”―경기 조작이 잘못된 행동이라는 생각은 안 했나. “잘못했다. 생각이 짧았다. 성현이로부터 처음 얘기를 들었을 때 내가 돈을 빌려서라도 브로커에게 갚도록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게 가장 후회된다.”―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린 뒤에도 계속 거짓말을 했다. “지난달 중순 ‘야구에도 경기 조작 사건이 있었다’는 뉴스를 봤다. 바로 기자들에게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괴로웠다. ‘나도 곧 잡혀 가는 건 아닐까’ ‘아니야. 나는 안 걸릴 거야’라는 생각이 교차했다.”―2일 조사를 받으러 대구지검에 들어갈 때까지 혐의를 부인했다. “‘내가 했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용기가 없었다. 한 번 거짓말을 한 뒤 이를 돌이킬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내가 그토록 사랑했던 야구를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게 너무 두려웠다.”―검찰 조사에서 오전까지 협의를 부인하다가 오후에 갑자기 시인을 했다던데….“오전까지 계속 아니라고 했다. 증거물로 (500만 원이 찍힌) 계좌를 보여줬을 때도 빌린 돈이라고 답했다. 그런데 점심을 먹으러 가기 전 검사님이 ‘팬들과 부모님께 정말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느냐’고 했다. 30분 정도 혼자 있으면서 곰곰이 생각했다. 더는 거짓말을 할 순 없었다. 자백하기로 마음먹고 내 인생에서 야구를 내려놓기로 했다. 정말 슬펐다.”―한순간의 실수 때문에 큰 대가를 치러야 할 상황인데….“내가 한 행동은 스포츠 선수로서 절대 해선 안 될 짓이었다. 어떤 변명도 용서받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잘못을 했으니 벌을 받아야 한다. 어떤 처분이든 달게 받겠다. 내가 무슨 말을 하든 팬들은 거짓말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정말 야구팬과 팀 동료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싶다.”―부모님도 마음 아프실 것 같다. “부모님의 얼굴을 차마 못 보겠더라. 그래서 요즘 집에 안 들어가고 친구 집에서 지낸다. 아버지는 당신이 운영하는 호프집 내부 장식을 온통 못난 아들 사진으로 장식해 놓았는데…. 사건이 난 뒤엔 가게 문을 열지 않고 있다.”전주=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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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훈련 폐인’ SK 왼손투수 정우람의 바람 ‘태극마크’

    이름은 ‘우람’하지만 그는 투수치고는 체격이 크지 않다. 그렇다고 시속 150km대의 빠른 공을 던지는 것도 아니다. 선발 투수도 아니고 경기를 매듭짓는 마무리 투수도 아니다. 그렇지만 그는 팀 내 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연봉(2억8000만 원)을 받는다. 에이스 김광현(24)보다 3000만 원이 더 많다. 팀 기여도를 그만큼 인정받는다는 뜻이다. 중간 계투로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그는 SK 왼손 투수 정우람(27)이다. ○ 평범 소년, 최고 연봉 선수가 되다 우람이라는 이름은 외할머니가 ‘건강하고 우람하게 크라’고 지어준 이름이다. 하지만 어릴 적 그는 작고 약했다. 고교 때까지 멀리 던지기를 해도 중간 수준이었고 직구는 시속 130km를 겨우 웃돌았다. 그나마 투구 폼이 예쁘고 기본기가 잘 갖춰졌다는 평가 속에 2004년 SK 유니폼을 입었다. 그해 주로 2군에 머물며 그는 ‘나처럼 작고 약한 선수가 살아남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를 생각했다. 답은 세 가지로 정리됐다. 제구와 볼 끝, 그리고 확실한 변화구였다. 그때부터 그는 밤낮으로 훈련에 매달렸다. 원정을 가서는 놀이터에서 혼자 투구 폼을 연습한 적도 있다. 절실함은 성과로 연결됐다. 마음먹은 곳에 공을 꽂아 넣을 수 있을 정도로 제구가 좋아졌고 오른손 타자 바깥쪽으로 휘는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만들었다. 체인지업은 속도도 3, 4km 조절할 경지에 이르렀다. 그는 이듬해 곧바로 필승 계투조에 포함된 후 매년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엔 68경기에 등판해 4승 무패 7세이브, 평균자책 1.81을 기록했다. 25홀드로 홀드왕에 올랐고 최연소 100홀드도 달성했다. ○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 그가 성공가도를 걷는 또 하나의 이유는 공 한 개의 중요성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결정적인 순간 공 1개의 실투로 투수 인생이 끝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항상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심정으로 마운드에 오른다”고 했다. 야구를 대하는 그의 마음가짐은 구도자를 연상케 한다. 그는 “내게 만족이란 없다. 한 경기를 잘 던지면 바로 다음 경기를 준비한다. 못 던진 날은 ‘다음엔 어떻게 해야 잘 던질까’를 고민한다”고 했다. 완벽을 향한 끝없는 노력. 그것이 2005년 이후 7년 넘게 그를 버티게 해준 원동력이었고 앞으로도 그를 이끌어갈 힘이다. ○ 태극마크는 나의 꿈 올 시즌이 끝나면 그는 공익근무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치른다. 단, 예외가 생길 수 있다. 내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로 뽑힐 경우의 얘기다. 고교 시절에도 그랬고 프로에서도 크게 두각을 나타낸 적이 없던 그는 단 한 번도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도 막판에 부름을 받지 못했다. 정우람은 “병역 혜택은 없지만 WBC는 야구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무대다. 만약 대표가 된다면 입대를 1년 미룰 생각이다. 군대에 다녀와도 그리 많은 나이가 아니다. 40세, 45세까지 선수를 하고 있을 것 같다. 매년 조금이라도 발전된 모습을 보이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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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야구]삼성과 일곱 난쟁이

    삼성은 2010년 SK와의 한국시리즈에서 맥없이 4연패하며 무너졌다. 이 패배는 당시 삼성 사령탑이었던 선동열 감독(현 KIA 감독)이 중도 하차한 이유가 됐다. 최근 일본 오키나와에서 만난 선 감독은 역설적이게도 그해 포스트시즌이 지난해 ‘삼성 천하’를 만든 결정적인 계기였다고 회고했다. 삼성과 두산의 플레이오프는 역사에 남을 명승부로 꼽힌다. 5경기 모두 1점 차 승부였고 삼성은 최종 5차전에서 9회말 박석민의 끝내기 내야 안타로 승리했다. 선 감독은 “SK에는 완패했지만 두산과의 플레이오프를 통해 젊은 선수들이 자신감과 이기는 법을 깨달았다”고 했다. 업그레이드된 삼성은 지난해 류중일 신임 감독의 지휘 아래 한국시리즈에 이어 아시아시리즈까지 제패했다.○ 삼성, 일본 팀을 압도하다21일 오키나와 아카마 구장에서 열린 오릭스와의 연습경기. 한 수 위로 평가받던 오릭스 타자들의 방망이는 연신 허공을 갈랐다. 반면 삼성 타선은 짜임새가 좋았다. 주자들은 발 빠른 베이스 러닝을 선보였다. 수비 조직력도 탄탄했다. 삼성은 이날 최형우의 3안타 3타점 맹타 속에 7-3으로 완승했다. 삼성은 28일까지 오키나와에서 일본 팀을 상대로 8경기를 치러 5승 2무 1패를 기록했다. 18일 주력 선수들을 대거 출전시킨 니혼햄을 8-2로 대파했다. 구리야마 히데키 니혼햄 감독은 이례적으로 리턴 매치를 요청했다. 삼성은 27일 니혼햄과 다시 맞붙어 3-4로 뒤지다 8회 2득점하며 5-4로 역전승했다. 류 감독은 “일본 팀보다 우리가 먼저 캠프를 시작해 컨디션이 좋았을 뿐이다”라고 했지만 선수단 분위기는 확실히 달랐다. 주장 진갑용은 “선수들이 자신감이 넘친다. 일본의 어느 팀과 붙어도 지지 않을 것 같은 힘이 느껴진다. 주루 수비 등에서도 일본 선수 못지않은 기량을 갖췄다”고 말했다. ○ ‘삼성과 일곱 난쟁이의 시대’ 오나일선 감독과 해설위원 등 야구 관계자들은 삼성의 강세가 올해도 계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삼성은 전력상 부족한 데가 없다. 차우찬 장원삼 윤성환 탈보트 고든으로 이어지는 선발진은 탄탄하다. 마무리 오승환을 필두로 안지만 정현욱 권혁 권오준이 지키는 중간 계투진은 리그 최강이다.타선 역시 최형우 박석민 등 거포에 김상수 배영섭 조동찬 등 발 빠른 타자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까지 일본에서 8년을 뛴 ‘국민 타자’ 이승엽까지 가세했다. 부상 선수가 없고 백업 요원도 많다. 류 감독은 “올해는 큰 부담이 없다. 시즌 초반에 흔들리지만 않는다면 무난하게 시즌을 치를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나머지 7개 구단은 모두 삼성을 ‘공공의 적’으로 지명했다. 삼성을 넘어야만 우승할 수 있다는 얘기다. 만약 초반부터 삼성이 독주한다면 나머지 7개 팀이 치열한 4강 경쟁을 할 것으로 보인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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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야구-꼬꼬면 ‘동거’ 시작… 팔도와 타이틀스폰서 계약

    올해 700만 관중 돌파를 노리는 한국 프로야구가 ‘꼬꼬면'과 손을 잡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꼬꼬면’으로 라면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팔도와 올 시즌 타이틀스폰서 계약을 했다고 28일 밝혔다. KBO는 타이틀스폰서 금액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롯데카드가 낸 50억 원보다 높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는 타이틀 스폰서 제도가 도입된 2000년 이후 최고 금액이다. KBO와 팔도는 구체적인 타이틀 명칭과 엠블럼 등 세부사항을 3월 12일 열리는 조인식에서 공식 발표한다. 팔도는 ‘꼬꼬면’ ‘왕뚜껑’ ‘팔도비빔면’ 등 라면과 ‘비락 식혜’ ‘산타페 커피’ 등 음료를 생산하는 종합식품기업이다. 지난해 개그맨 이경규의 아이디어로 만든 하얀 국물 라면인 꼬꼬면으로 대히트를 쳤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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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타차 열세… 8번의 연장… ‘존 허 드라마’

    “이 기쁨을 어떻게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27일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마야코바 클래식에서 8차 연장 끝에 우승한 존 허(허찬수·22)는 인터뷰 내내 감격에 겨워 말을 잇지 못했다. 올 시즌 PGA 무대에 데뷔한 존 허는 “데뷔 시즌에, 그것도 5번째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하다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항상 꿈꿔 오던 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존 허의 말처럼 이날 우승은 믿기 힘든 대역전 드라마였다. 존 허는 전날까지 선두에게 7타 뒤진 공동 13위를 기록해 우승 후보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27일 멕시코 플라야델카르멘 인근 엘 카말레온 골프장(파71·6923야드)에서 열린 최종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6개로 8언더파 63타를 몰아치며 최종합계 13언더파 271타로 대회를 마쳤다. 이때까지만 해도 순위를 끌어올린 것으로 위안을 삼는 분위기였다. 존 허보다 늦게 경기를 시작한 로버트 앨런비(41·호주)가 17번홀까지 2타나 앞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지막 18번홀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앨런비가 더블보기를 기록하며 존 허와 동타가 된 것이다. 18번홀(파4)과 10번홀(파3)을 오가며 열린 연장 승부는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연장 첫 번째 홀에서 앨런비의 버디 퍼트는 홀을 스치고 지나갔고, 6번째 홀에서는 존 허가 1m 거리의 짧은 버디 퍼트를 놓쳤다. 운명의 연장 8번째 홀. 존 허는 티샷을 그린 오른쪽 에지에 떨어뜨렸지만 칩샷을 홀 80cm에 붙인 뒤 파로 막았다. 반면 앨런비의 티샷은 그린 오른쪽 돌밭 지역에 떨어졌고 칩샷을 했지만 공에서 홀까지는 5m가량 거리가 남았다. 결국 앨런비는 보기를 기록했다. 이날 존 허가 기록한 8차 연장전 우승은 PGA투어 사상 두 번째로 긴 연장전 기록이다. 1949년 모터시티 오픈에서 11차 연장(당시 결국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공동우승으로 처리)이 최장 기록으로 남아있고 8차 연장은 이전에 4차례 더 있었다. 존 허가 1세 때 프로에 데뷔한 베테랑 앨런비는 경기 후 “마치 내가 루키 같았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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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놓을 수 없는 1%의 희망… 투수 최다출장 3경기 앞둔 류택현

    마흔 살(한국 나이)에 팔꿈치 수술을 한 뒤 팀에서 방출됐다. 모든 사람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런 투수가 다시 프로야구 1군 무대에 설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프로야구 30년 역사상 그런 전례는 없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단 1%라도 가능성을 믿는 것과 그렇지 않은 건 천지차이다. 희미한 가능성을 믿고 그 길을 향해 전력을 다했다”고 했다. 선수 복귀를 눈앞에 두고 있는 LG의 베테랑 왼손 투수 류택현(41) 얘기다.그는 2010년 초반부터 팔꿈치가 아팠다. 그해 9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다. 시즌이 끝난 뒤 구단은 직원 자리를 제안했지만 그는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싶었다. 구단은 결국 그를 방출했다. 그때부터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됐다. 다행히 구단은 경기 구리에 있는 팀 재활 캠프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는 홀로 재활에 매달렸다. ‘일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 올해 1월 5일 시무식. 류택현은 선수가 아닌 코치로 선수단 앞에 섰다. 구단이 그를 2군 투수 코치로 임명한 것이다. 구단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선수 등록을 했다. 왼손 투수가 부족한 팀 사정을 고려한 조치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LG 구단은 반신반의했다. 김기태 감독조차 “그 나이에 재기가 쉬운 게 아니다. 일단 전력 외로 생각하겠다”고 했다. 류택현은 사이판과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코치 자격으로 오후까지 후배 선수들의 연습을 도왔다. 그리고 개인 시간을 활용해 묵묵히 공을 던졌다. 14일 니혼햄과의 연습 경기는 류택현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았다. 그는 이날 1이닝을 1볼넷 무실점으로 막았다. 제구는 안정적이었고 공에는 힘이 있었다. 김 감독은 “기대 이상이었다. 지금처럼만 던진다면 왼손 불펜 투수로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까지 811경기(12승 28패 6세이브 103홀드)에 등판한 류택현은 3경기만 더 던지면 조웅천(SK 코치)이 갖고 있는 투수 통산 최다 출장 기록(813경기)을 넘어선다. 그는 “개인 기록은 중요치 않다. 팀의 숙원인 4강에 도움이 되고 싶을 뿐이다. 팬들에게는 ‘1%의 가능성을 잡은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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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진 “30홈런 부탁해요”, 태균 “14승은 해야지”

    “(류)현진요? 신인 때 완전 고문관이었죠. 남들은 어떻게 생각했는지 몰라도 전 그런 현진이가 너무 웃기고 재밌었어요.”23일 한화와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의 연습 경기가 열린 일본 오키나와 현 나하 구장. 경기에 앞서 김태균(30)에게 “류현진과 왜 그렇게 친해졌느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답이다. ‘고문관’이란 군대 등에서 어리숙한 사람을 일컫는 은어다. 김태균은 “나도 2000년 신인으로 입단했을 때 눈치 없는 고문관이었다. 2006년 현진이가 입단했는데 예전의 나랑 너무 똑같았다. 그래서 잘 챙겨줬고 현진이도 잘 따랐다”고 했다.김태균이 2년간 일본 롯데에서 활동하면서 둘은 잠시 떨어졌다가 올해 김태균이 복귀하면서 다시 한솥밥을 먹게 됐다. ○ “내가 던질때 점수 많이 뽑아줬으면”예전 류현진이 선발 등판하는 날엔 유독 김태균의 홈런포가 많이 터졌다. 김태균이 빠진 지난 2년간 류현진은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해 승리를 날린 경기가 적지 않았다. 류현진의 올해 목표는 자신의 한 시즌 최다 승리(2006년 18승)에 1승을 더한 19승을 올리는 것이다. 잘 던져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타선의 도움이 절실하다. 류현진은 “태균이 형은 파워와 정확성을 갖췄고 선구안도 좋다. 올해도 내가 던질 때 점수를 많이 뽑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류현진이 예상하는 올해 김태균의 성적은 홈런 30개에 100타점이다.○ “ML가고 싶겠지만 더 같이 뛰고 싶어”김태균은 류현진에 대해 “14승만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15승 이상을 세 차례나 기록한 류현진에 대한 기대치가 왜 이리 낮은 걸까. 김태균은 “14승 정도를 해야 내년에도 함께 뛸 수 있으니까”라며 빙긋 웃었다. 류현진은 올 시즌을 뛰면 해외 진출이 가능한 7시즌을 채운다. 이미 메이저리그 몇몇 구단이 류현진에게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슈퍼 에이전트인 스콧 보라스와 계약도 한 상태다. 김태균은 “현진이야 메이저리그에 가고 싶겠지만 난 현진이랑 더 오래 뛰고 싶다. 또 현진이가 14승 정도를 하고 팀 내 다른 투수들이 승수를 고루 나눠 가져야 더 강한 팀이 될 수 있다”고 했다.나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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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L까지 뻗어다오…임창용, 몸 상태 좋으면 내년에 도전

    “이무(‘임’의 일본식 발음) 상, 사인 오네가이시마스(사인 부탁합니다).”한화와 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의 연습 경기가 열린 22일 일본 오키나와 현 우라소에 구장. 출전하지 않고 불펜 피칭을 한 임창용(36·야쿠르트)이 지나가자 10여 명의 팬이 모여들었다. 그들은 차례로 줄을 서 사인을 받거나 사진 촬영을 요청했다. 아이코라는 이름의 한 여성 팬은 임창용이 한글로 이름을 써 주자 “너무 행복하다”며 여러 차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마치 ‘한류 스타’를 대하는 것 같았다. “인기가 참 많은 것 같다”고 말을 건네자 임창용은 “입단 첫해부터 그랬어요.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에요”란다. 임창용은 말과 행동이 쿨한 남자다. 생각을 에둘러 말하는 법이 없다. 마운드 위에서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씩씩하게 자기 공을 던진다. 가끔 블론세이브(세이브 상황에서 등장한 투수가 동점이나 역전을 허용하는 것)를 기록하기도 하지만 이튿날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자신감 넘치는 임창용’으로 돌아와 있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128세이브(11승 13패)에 평균자책 2.11을 기록한 데엔 그의 타고난 성격도 한몫을 했다.임창용은 “많은 선수가 마무리 투수 역할을 힘들어한다. 마무리 투수는 부담을 갖는 순간 할 수 없는 보직이다. 위기를 즐길 줄 알아야 한다. 급박한 상황에 등판해 경기를 마무리하는 재미를 느껴야 한다”고 했다.워낙 힘든 보직이어서 마무리 투수가 롱런하는 사례는 좀처럼 없다. 그런데 임창용은 지난 4년간 ‘철벽 마무리’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쉽게 생각하면 된다. 센트럴리그에 있는 나머지 5개 팀 주전 타자들의 특성을 파악하면 된다. 난 9회에만 등판하니까 8회까지 그날 상대팀 선수들의 컨디션을 면밀히 파악할 수 있다. 볼 배합에서 내가 이기고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적지 않은 나이지만 끊임없이 임창용의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구위와 마인드가 그만한 마무리 투수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구단과 ‘2+1년’ 계약을 했다. 2년이 지난 뒤 합의해 1년 계약을 연장하는 방식이다. 올 시즌이 지나면 2년을 채운다. 떠날 것인지 남을 것인지 그가 결정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임창용은 “시즌을 끝낸 후 몸 상태와 구위가 괜찮다고 생각되면 메이저리그에 도전해 볼 생각”이라고 했다. 내년에 그냥 야쿠르트에 잔류하면 연봉 4억 엔(약 56억 원)이 보장될 것이다. 하지만 그는 “돈에는 개의치 않는다. 적당히만 준다면 메이저리그를 먼저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왜 메이저리그에 가고 싶은지 물었더니 “한국에서는 야구를 할 만큼 했다. 올해 지나면 일본에서도 5년이다. 충분히 했다. 새로운 곳에서 새 도전을 해보고 싶을 뿐”이란다. 역시 임창용다운 대답이었다.한편 이날 한화는 야쿠르트에 1-12로 졌다. LG는 요미우리에 4-6으로 역전패했고, KIA는 주니치에 2-3으로 졌다. 한국팀 가운데선 SK만 유일하게 니혼햄을 2-1로 꺾었다. 우라소에=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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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릭스 기사누키 “박찬호 보고싶어 왔습니다”

    22일 한화의 스프링캠프 장소인 일본 오키나와 현 가데나 구장에 말쑥한 정장 차림의 사내가 나타났다. 그는 구단 직원에게 “박찬호를 만나러 왔다”고 했다. 알고 보니 그는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투수 기사누키 히로시(32)였다. 2009년까지 요미우리에서 이승엽과 함께 뛰어 한국 팬들에게도 낯익은 선수다. 하루 전에는 삼성과의 연습경기에 선발로 나와 3이닝 5안타 5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오릭스는 이날 일본 고치 현 고치로 3차 전지훈련을 떠나기로 되어 있었다. 기사누키는 비행기가 출발하기 전 지난해 팀 동료이자 어릴 때부터 ‘우상’이던 박찬호를 만나기 위해서 잠시 짬을 냈다. 그는 때마침 러닝 훈련을 마치고 나오던 박찬호와 반갑게 해후했다.기사누키는 2004년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에서 박찬호와 함께 뛰었던 오쓰카 아키노리로부터 박찬호에 대해 좋은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기사누키는 “박찬호가 지난해 오릭스에 입단했을 때 꿈만 같았다. 훈련 전 캐치볼 상대가 되기 위해 애쓰기도 했다”고 했다. 그는 또 “박찬호로부터 트레이닝 기법이나 투수로서 갖춰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많이 배웠다. 메이저리그 동양인 최다승(124승)을 거둔 투수답게 훈련할 때 집중력이 대단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올해 오릭스에 입단한 이대호와 백차승에 대해 “이대호는 박찬호와 이미지가 많이 닮았다. 또 백차승은 이승엽과 비슷하더라. 지난해 박찬호 이승엽과 좋은 한 해를 보냈던 것처럼 이대호 백차승과도 잘 지낼 것”이라고 말한 뒤 공항으로 가는 차에 올랐다.가데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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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승환 ‘코털’ 건드린 홈런 두 방

    “(손)시헌이 형, 고마워요.” 지난해 5월 20일 삼성과 두산 경기. 4-3으로 앞선 9회 등판한 삼성 마무리 오승환은 손시헌에게 동점 솔로 홈런을 맞았다. 지난해 1승 47세이브, 평균자책 0.63을 거둔 오승환이 기록한 유일한 블론세이브였다. 지난해 오승환이 허용한 홈런은 단 2개. 그런데 자신에게 홈런을 친 선수에게 고맙다는 건 대체 무슨 이유일까. 21일 오릭스와의 연습경기가 열린 일본 오키나와 아카마 구장에서 만난 오승환은 “당시 별 생각 없이 마운드에 올랐고 또 아무 생각 없이 초구에 직구를 던지다 일격을 당했다. 그 홈런을 통해 공 1개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날 이후 오승환은 등판한 모든 경기에서 세이브를 따냈다. 오승환은 또 동기인 이대호(오릭스)에게 맞은 홈런에 얽힌 얘기도 소개했다. 오승환은 2010년 6월 16일 당시 롯데 소속이던 이대호에게 연속으로 직구만 6개를 던지다가 비거리 140m짜리 홈런을 맞았다. 오승환은 “골프공처럼 까마득하게 날아가더라. 그날 대호한테 홈런을 맞고 난 뒤 한숨도 못 자고 다음 날이 되자 팔꿈치가 아팠다. 그 길로 팔꿈치 수술을 받게 됐다”고 털어놨다. 때마침 이대호가 옆으로 지나가자 반갑게 인사를 나눈 오승환은 “지난해 대호와 5번 상대해 3번 안타를 맞았다. 타율로 따지면 0.600이다. 일본에서도 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오승환의 전체 피안타율은 0.140(193타수 27안타)이다.온나손=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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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엽 “풀 스윙이 그리워… 나 다시 돌아갈래”

    “행님, 출전도 안 하면서 유니폼은 왜 입고 있습니꺼.”(오릭스 이대호·30)“얼른 가서 방망이나 쳐라. 여기서 노닥거리다 걸리면 감독님 화내신다.”(삼성 이승엽·36)삼성과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의 연습경기가 열린 21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의 아카마 구장. 오릭스 전현직 선후배 이승엽과 이대호의 만남은 화기애애했다. 타격 연습하러 그라운드에 들어선 이대호가 한걸음에 이승엽에게 달려가 반가운 해후가 이뤄졌다.지난해까지 오릭스에서 뛰었던 이승엽을 알아본 다른 젊은 선수들도 하나둘 다가오더니 허리를 90도로 굽혀 인사했다.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이 “이승엽은 성적을 떠나 팀 내 젊은 선수들에게 모범이 되는 선수였다”고 한 말이 떠올랐다.이대호가 훈련을 하러 간 뒤 기자는 이승엽과 나란히 앉아 모처럼 편안하게 대화를 나눴다. “이대호의 성공적인 적응을 위해 조언을 좀 해줬느냐”고 묻자 “알아서 잘하고 있지 않나. 내 앞가림 하기도 바쁘다. 내가 오히려 대호한테 한국 프로야구에 대해 조언을 들어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이승엽은 26일 한화와의 연습경기를 통해 9년 만에 한국 야구 복귀전을 치른다. 실전 투입이 늦어진 건 예전의 좋았던 스윙을 되찾는 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승엽은 “일본 야구에서 8년간 뛰면서 짧게 치는 콤팩트 스윙이 몸에 배었다. 한국에서 한창 좋을 때는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풀 스윙을 했었다. 빠르면서도 강한 스윙을 되찾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한국 야구 복귀를 앞두고는 기대와 부담이 교차하는 듯했다. 그는 “내가 없던 지난해 우승을 했는데 내가 있어서 우승을 못하면 안 되지 않겠나. 중심 타자라면 30홈런에 100타점 정도는 해야 한다. 풀타임을 주전으로 뛰며 내 몫을 해내고 싶다”고 말했다.내년에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에도 의욕을 보였다. 그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09년 WBC는 개인 성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름값만으로 국제대회에 나갔다. 소속팀(요미우리)에도 무척 미안했다. 그런데 내년은 다르다. 올해 삼성에서 성적이 좋아야만 대표에 뽑힐 수 있다. 꼭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한편 이날 경기에서 이대호는 두 차례 타석에 들어서 두 번 모두 2루타를 쳤고 두 번 모두 홈을 밟았다. 1회와 4회 각각 정인욱을 상대로 좌익선상 2루타와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때렸다. 오키나와 본섬에서 치른 4차례 연습경기 성적은 9타석 6타수 4안타(0.667) 3볼넷 3득점이다. 이대호는 경기 후 “홈런이나 안타는 정규시즌 들어가서 쳐야 한다. 지금은 사실 안타 치는 것도 아깝다. 그냥 삼진 먹고 들어오면 창피하니까 안타를 친 거다. 투수들의 공을 많이 본 것에 만족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대호는 22일 고치로 이동해 3차 전지훈련에 들어간다. 경기에선 삼성이 7-3으로 이겼다.온나손=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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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쟁자 방망인 도는데…” 무서운 ‘자율 훈련’

    아침 훈련, 오후 훈련, 저녁 훈련, 밤 훈련. 김성근 감독(현 고양 원더스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지난해까지 SK 선수단의 전지훈련 일정이다. 한 선수는 “밥 먹을 시간이 없어 삼각김밥을 입에 물고 다닌 적도 있다”고 했다.8개 구단을 통틀어 가장 많은 훈련을 했던 SK가 이만수 감독 부임 후 완전히 달라졌다. 일본 오키나와 구시카와에서 2차 전지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SK 선수단의 공식 훈련 종료 시간은 낮 12시다. 점심식사 후 웨이트트레이닝까지 해도 오후 2시면 모든 일정이 끝난다. 이후는 자유 시간이다. 쉬고 싶은 사람은 쉬고, 부족한 부분이 있는 선수는 알아서 훈련을 한다. 미국 플로리다 1차 전지훈련 때도 마찬가지였다.이는 메이저리그에서 오랜 기간 지도자 생활을 한 이 감독의 야구 철학에 따른 것으로 메이저리그에서는 일반적인 ‘아메리칸 스타일’. 이 감독은 “훈련은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다. 하루 3, 4시간 집중적으로 훈련하면 최고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후엔 자신에게 맞는 훈련을 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김기태 감독이 새로 지휘봉을 잡은 LG도 비슷하다. 지난해까지 공식 훈련 시간이 길었지만 올해는 오후 2시면 모든 공식 일정이 끝난다. 이후는 역시 자율 훈련이다. 김 감독은 “쉴 사람은 그냥 쉬라고 한다. 하기 싫은 선수 억지로 시켜봐야 서로 힘만 든다”고 말한다.그렇지만 선수들은 “지금의 훈련이 더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경쟁자가 자유 시간에 방망이를 치는데 혼자 놀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SK와 LG가 노리는 것도 이런 효과다. 자율을 주되 책임을 묻기에 어쩌면 더 무서운 훈련일 수 있다.이대호 두 경기 연속 안타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한 이대호(오릭스)가 연습경기에서 두 경기 연속 안타를 쳤다. 이대호는 20일 일본 오키나와 우라소에 구장에서 열린 야쿠르트와의 경기에 4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해 볼넷 2개를 골라내고 1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오릭스의 9-3 승리. 이대호는 19일 요코하마전에서 첫 안타를 신고했다.구시카와=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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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G, ‘봉’소식이 봄소식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을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LG는 이른바 ‘비(非)관심구단’이었다. 이택근(넥센)과 조인성(SK), 송신영(한화) 등 주축 선수들은 대거 팀을 떠났고 보강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올해도 하위권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언론의 관심도 예년에 비해 급격히 줄었다.그렇지만 프로야구 승부 조작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LG 선수 2명이 승부 조작에 연루됐을지도 모른다는 검찰 발표가 나온 뒤 LG는 뜨거운 취재 경쟁의 장이 됐다. 각 신문사 및 방송사 기자들이 매일 LG 훈련장을 찾는다. 선수단 숙소에 무작정 찾아와 카메라를 들이대는 경우도 있었다.우울한 소식만 들리던 LG에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비치고 있다. 왼손 에이스 봉중근(32)의 개막전 복귀가 현실화된 것이다. 지난해 6월 토미존 서저리(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를 받은 봉중근은 당초 올해 7월경 복귀가 예상됐다. 그런데 회복 속도가 놀랍다. 이미 불펜 피칭을 시작했고 19일에는 60개나 투구를 했다. 통증은 전혀 없었고 볼 끝도 괜찮았다. 현재 상태대로라면 4월 7일 개막전 엔트리에 포함될 것이 유력하다.이를 가장 반기는 사람은 김기태 감독이다. 김 감독은 “올해 우리 투수진의 키는 (봉)중근이가 쥐고 있다. 중근이가 건강하게 돌아와 불펜의 축이 된다면 천군만마를 얻은 것이나 다름없다. 불펜 요원으로 쓰다 구위가 좋다면 마무리를 맡길 수도 있다”고 했다.뒤늦은 가정이지만 만약 봉중근이 지난해 아프지 않았다면 LG는 무난히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었을 것이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간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둔 그는 언제든 10승을 할 수 있는 투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5월 중순 팔꿈치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팀도 그대로 내리막을 탔다.봉중근은 “수술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공을 내 마음대로 컨트롤할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하다. 구속이 145km까지만 나오면 마무리 투수에 도전해 볼 것”이라고 했다.그는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 만난 임창용(일본 야쿠르트)에게서 마무리의 매력을 들은 뒤 마무리 변신을 꿈꿔 왔다. 봉중근은 “내 성격이 상당히 와일드한 편이다. 또 책임감을 갖고 뭔가를 마무리하는 걸 좋아한다. 선수단에 믿음을 줄 수 있는 마무리 투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이시카와=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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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야구]잘못된 만남?… 한 비행기 탄 SK-KIA

    ‘헐크’와 ‘태양’이 만났다. 그런데 운동장이 아닌 하늘에서 조우했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1차 캠프를 마친 SK 선수단은 18일 인천공항을 떠나는 일본 오키나와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런데 같은 비행기에 역시 미국 애리조나에서 1차 캠프를 마친 KIA 선수단 선발진이 탑승했다. 객실 손님의 절반 이상이 야구단 관계자들로 채워진 것이다. 공교롭게 SK 이만수 감독과 KIA 선동열 감독은 비즈니스석의 제일 앞자리에 통로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았다. 일반석으로 들어서던 양 팀 선수들은 두 명 감독 사이로 지나야만 했다. SK 선수들은 모처럼 만난 선 감독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했고, KIA 선수들은 이 감독을 향해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을 지켜본 한 관계자는 “오랜만에 만난 양 팀 선수들이 처음에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그런데 얼마 되지 않아 분위기가 조금 어색해졌다. 아무래도 남의 식구이다 보니 서로 야구 얘기를 하는 것도 불편해하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우라소에=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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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근-오카다 두 명장, 이대호에 조언

    고양 원더스 김성근 감독(70)은 형식적으로 상대를 칭찬하는 ‘립서비스’를 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 김 감독도 올해 일본프로야구 오릭스에 입단한 이대호(30)에 대해서만큼은 확고하게 성공을 점쳤다. 일본 고치 현 고치에서 전지훈련 중인 김 감독은 최근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대호가 부상만 없다면 일본에서 3할대 타율을 기록하고 20홈런을 쉽게 칠 것”이라고 단언했다. 선수 보는 눈이 까다롭기도 유명한 오릭스의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55)도 같은 생각이었다. 오카다 감독은 오키나와 현 미야코지마 1차 전지훈련 마지막 날인 17일 한국 언론 가운데 유일하게 본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경험만 쌓이면 틀림없이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 야구를 대표하는 두 명장은 이대호에 대한 기대와 함께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 “도망만 안 치면 된다”부드러운 몸, 변화구 대처 능력, 강한 승부욕…. 김 감독은 먼저 이대호의 장점을 두루 열거했다. 한국에서 하던 대로만 하면 일본 야구에 적응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는 거였다. 일본 투수들의 포크볼이나 몸쪽 승부구도 이대호의 타격 기술이면 충분히 쳐낼 것이라고 전망했다.김 감독은 “단 하나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다는 생각만 안 하면 된다. 계약 기간 2년간은 죽어도 일본에서 죽는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에 오면 어떤 선수든 한 번은 벽에 부닥치게 된다. 이승엽(삼성)도 그랬다. ‘죽기 살기로 이겨내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는가 하면 ‘한국으로 가고 싶다’는 약한 마음을 먹을 수도 있다. 그 고비만 이겨낸다면 3할 타율에 20홈런은 거뜬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도망쳐선 안 된다. 마음 한구석에 조금이라도 그런 생각이 깃드는 순간 일본 투수들은 집요하게 그 점을 노릴 것”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이대호에게 4월 말이나 5월 초쯤 고비가 찾아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체력이 뒷받침됐을 때는 몸쪽 공도 힘으로 이겨낼 수 있다. 하지만 체력이 떨어지는 그 시기 즈음에 슬럼프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하체가 관건이다. 하체가 단단하면 몸쪽 깊은 공을 이겨낸다. 캠프 기간에 러닝을 열심히 해 한 해를 버틸 하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 “4번 타자의 존재감을 보여라”오카다 감독은 “지도자가 된 뒤 그렇게 큰 체격의 야구 선수는 처음 봤다”며 이대호에 대한 첫인상을 말했다. 이어 “두 번째 놀랐던 건 이대호의 타격을 보고나서다. 엄청난 유연성으로 배트 컨트롤을 하더라. 큰 덩치에 비해 정교한 타격을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오카다 감독 역시 이대호의 타격 기술이면 일본 투수들에게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실전을 많이 치르는 게 중요하다. 이런저런 스타일의 투수들을 만나 다양한 공을 경험해 봐야 한다. 그런 경험들이 쌓이면 반드시 성공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이대호를 4번 타자로 지목한 그는 “타율, 홈런 등 수치가 중요한 게 아니다. 홈런을 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자 2, 3루 상황 등에서 안타를 쳐 타점을 생산하는 게 더 중요하다. 누구나 인정하는 4번 타자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오릭스에 대한 한국 팬들의 성원과 관심에 고마움도 나타냈다. 그는 “이대호의 입단식 때 부산에 갔는데 한 식당 주인이 나를 알아보고 사인을 요청해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는 “이대호가 입단식 때 ‘일본에 놀러온 게 아니다. 우승하러 왔다’고 했다. 그와 힘을 합해 우승의 기쁨을 누리고 싶다”며 의지를 보였다. 한편 이대호는 19일 기노완 구장에서 열린 요코하마와의 연습경기 두 번째 타석에서 안타를 쳐내며 대외경기 첫 안타를 신고했다. 2타수 1안타. 18일 한신전에서는 2타수 무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우라소에=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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