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이다… 新나다… 神되다… 50세 모이어 ML 최고령 승리투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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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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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km공으로 80년 묵은 기록 깨

삼팔선(38세에 퇴직), 사오정(45세가 정년)이 일반화된 요즘 세태에서 LG 왼손 투수 류택현(41)의 부활은 반갑다. 17일 현재 4경기에 나와 벌써 2승을 챙겼다. 13일 KIA와의 경기에서는 조웅천(전 SK)이 보유하고 있던 투수 최다 출장 경기 기록(813경기)도 넘어섰다.

그렇지만 그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메이저리그 최고령 투수인 제이미 모이어(50·콜로라도)에 대면 류택현은 ‘어린아이’나 마찬가지다.

○ 50세에 전설을 던지다

등번호 50번의 모이어는 18일 덴버의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샌디에이고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6안타 2실점으로 팀의 5-3 승리를 이끌었다. 49세 150일째에 따낸 승리로 잭 퀸(브루클린 다저스)이 1932년 세웠던 역대 메이저리그 최고령 승리 투수 기록(49세 70일)을 80년 만에 경신했다.

이날 샌디에이고 선발 앤서니 베이스는 그의 나이의 절반인 25세였다. 톱타자로 상대한 캐머런 메이빈 역시 25세였다. 아들뻘 선수들과의 맞대결에서 노익장을 과시한 것이다.

2년 전 팔꿈치가 아파 필라델피아에서 방출됐을 때만 해도 그의 재기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런데 그는 은퇴 대신 팔꿈치 인대 접합수술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재활 훈련을 하면서 TV 해설가로 활동했다.

올해는 불러주는 팀이 없어 초청선수 자격으로 콜로라도의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 동안 젊은 선수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실력으로 선발 한 자리를 꿰찼다. 직전 2경기에서 모두 5이닝 이상을 투구했으나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2패만을 당했다가 세 번째 도전 만에 승리를 추가했다.

○ 125km 직구로 살아남는 법

메이저리그에는 시속 150km 이상의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가 즐비하다.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워싱턴)나 조엘 주마야(미네소타)처럼 160km 이상을 던지는 파이어볼러들도 있다.

그에 비하면 모이어의 직구는 초라하게 느껴진다. 140km는 고사하고 130km를 넘는 적도 드물다. 2년 전 평균 직구 구속은 어지간한 투수들의 슬라이더에도 미치지 못하는 128km였다. 역사적인 승리를 거둔 이날도 그는 평균 시속 125km의 직구를 던졌다.

타자들은 뻔히 보이는 그의 공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한다. 이유는 몸쪽과 바깥쪽을 찌르는 제구력이다. 여기에 변화구 5종 세트(싱커, 컷 패스트볼,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이날은 특히 직구와 비슷한 궤적으로 들어오다 날카롭게 떨어지는 컷 패스트볼이 잘 통했다.

○ 강속구보다는 제구력이 정답

‘국보 투수’로 불렸던 선동열 KIA 감독은 항상 “투수는 빠른 공보다는 제구력만 있으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한다.

모이어도 그렇고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의 야마모토 마사(46)도 그렇다. 일본 프로야구 최고령 투수인 야마모토는 15일 한신전에 선발 등판해 8이닝을 2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시즌 첫 승을 올렸다. 46세 8개월 4일에 일궈낸 선발승으로 1948년 하마사키 신지(한큐)가 갖고 있던 48세 8개월 기록을 64년 만에 경신했다. 그의 직구 역시 130km대로 빠르지 않지만 절묘한 제구력을 자랑한다.

더욱 중요한 건 야구에 대한 열정이다. 모이어와 야마모토, 류택현은 모두 지난 2년 사이에 큰 수술을 받고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이들은 야구장에서 후배들과 경쟁하고 땀 흘린다는 자체에 무한한 행복을 느낀다.

언젠가 한 기자가 모이어에게 “언제쯤 은퇴할 생각이냐”고 물었을 때 그는 이렇게 답했다. “글쎄, 물음표로 남겨두고 싶군. 1년 전일 수도, 2년 전일 수도 있었을 테니. 아니 5년 전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거야.”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야구#MLB#제이미모이어#승리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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