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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외도했어요? 남편분은 아주머니가 여관에 들어가는 것을 봤다고 하던데요?” 2월 7일 경기 화성시에 사는 정모 씨(46·여)는 남편에게 4시간 동안 골프채로 폭행을 당해 병원에서 치료받던 중 관할 경찰서 경찰관에게서 평생 지워지지 않을 막말을 들었다. 커튼 너머 다른 병상의 환자들이 모두 들었을 거라고 생각하니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경찰은 심지어 “일단 아이 셋을 데리고 모텔로 가라”고 했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정 씨는 “전치 3주가 나왔을 정도로 제대로 움직일 수조차 없었는데 경찰의 언행과 이해할 수 없는 사건 처리로 또 한번 마음의 상처가 생겼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민 안전을 위해 반드시 척결돼야 할 ‘4대 악’ 중 하나로 가정폭력을 꼽았다. 이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경찰의 미숙한 조치로 2차 피해를 보고 있다. 가정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가정폭력 피해자는 신고 시 경찰의 응급조치를 받는다. 하지만 가정폭력의 특수성에 비해 담당 경찰관들이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 상황에 맞는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경찰 교육 과정에서 가정폭력 범죄의 대응과 관련해 별도의 체계적인 수업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순경, 간부후보생, 경찰대 학생의 교육 과정에는 가정폭력 과목이 별도로 개설돼 있지 않다. 경찰대는 여성청소년과 수업에 관련 내용이 있지만 재학 4년간 수업시수는 12시간에 그친다. 경찰 관계자는 “대체로 일선 경찰서의 여성청소년계로 발령된 뒤 교육을 받는다. 지구대로 발령받은 경찰들은 현장에서 선배들에게 도제식으로 알음알음 배운다”고 말했다. 미국, 영국은 신임 경찰 교육 단계부터 가정폭력에 대한 이해를 필수 교과목으로 지정하고 있다. 더욱이 외사계에서 조사를 받는 이주 여성들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가정폭력 조사 방침을 제대로 교육받은 적이 없는 외사계 경찰들은 잘못된 언행을 일삼거나 사건을 미숙하게 처리하기 일쑤다. 강혜숙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센터장은 “‘외사계 경찰이 남편과 나를 함께 앉힌 채 조사했다’며 신고하는 이주 여성이 많다. 언어가 안 통한다는 이유로 가해자만 조사하는 일도 있다”고 언급했다. 부족한 인력, 미흡한 절차 때문에 유연한 대응이 어려운 측면도 있다. 가정폭력 신고가 들어오면 경찰은 현장에서 부부를 격리한다. 이후 피해자가 가해자의 접근 금지를 원한다면 긴급 임시 조치 신청서를 작성하고 판사의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판사가 결정을 내리기까지 하루 정도가 걸리는데 거주지에 마땅한 보호소가 없는 피해자는 아이와 함께 경찰이 제공해 주는 모텔에서 지내는 일도 생긴다. 판사의 결정 전에는 가해자가 접근해도 법적으로 처벌할 수 없다. 피해자가 지구대에 ‘지속적인 보호 요청’을 해도 인력 부족으로 매일 거주지를 순찰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유연한 매뉴얼을 마련하고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경찰이 피해자의 눈높이에서 언행을 조심하고 사건을 처리할 수 있도록 경각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고 말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박지혜 채널A기자}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1번 후보인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사진)의 논문 표절의혹이 알려진 것보다 심한 것으로 분석됐다. 본보 취재 결과 박 교수의 논문 2개가 제자의 석사 논문과 흡사한 것으로 나왔다. 그러나 제자의 논문을 인용했다는 언급은 없었다. 박 교수가 2007년 수학교육학연구에 낸 ‘한국 수학 수업의 조직 및 교수 활동 분석: LPS 수업 자료를 중심으로)’는 제자 이모 씨의 석사 논문 ‘LPS를 통한 수학과 수업 분석’(2006년)과 분석 방법은 물론이고 결론, 그래프까지 같았다. 박 교수가 2004년 한국여성학에 제출한 ‘교사의 성별에 따른 수학 수업 방식의 비교·분석 연구’도 제자 박모 씨의 석사 논문 ‘수학 교사의 성별에 따른 수업 방식의 차이 비교·분석 연구’(2003년)와 내용과 표, 예시까지 동일했다. 이로써 2007년 처음 논문 표절 논란에 휩싸였던 박 교수는 총 4편의 논문에서 표절 의혹을 받게 됐다. 박 교수는 본인이 심사한 제자의 석사 논문을 요약해 본인을 단독 저자로 하고 1년도 안 돼 학술지에 발표했다. 석·박사 학생이 학위 논문을 쓴 뒤 지도교수를 교신 저자로 넣어 학술지에 발표하는 경우는 있다. 하지만 지도교수가 논문에 단초를 제공했더라도 자신이 단독 저자로 해당 논문을 발표하는 경우는 없다. 취재팀과 함께 논문을 검토한 서울 사립대 A 교수는 “학계의 암묵적 관행을 고려해 봐도 죄질이 나쁘다”고 전했다. 그가 쓴 수법은 표절 검사 프로그램이 적발할 수 없을 정도로 지능적이었다. 그는 제자가 쓴 문장을 복사한 후 6어절이 되기 전에 명사 하나를 바꾸거나 조사나 수식어의 위치, 서술어를 바꿨다. 예컨대 ‘…참고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를 ‘…참고할 가치가 있을 것이다’로, ‘의미를 형성시키기 어려운 용어’를 ‘생경한 용어’로 바꾸는 식이다. 박 교수가 6어절 이상 동일해야 표절로 색출된다는 프로그램의 알고리즘을 꿰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다 보니 표절 검사 프로그램 ‘카피킬러’로 논문을 검증해본 결과 박 교수의 논문과 제자의 논문 표절률은 10% 내외였다. 통상 30% 이상일 때 표절로 본다. 하지만 직접 두 논문을 대조해 읽어보면 내용과 결론은 동일했다. 논문을 살펴본 배영찬 한양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인공지능 기반의 논문 표절 검사 시스템을 개발해야 찾아낼 수 있을 정도”라며 “같은 데이터를 쓸 순 있어도 분석, 해석 방식과 결과는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7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지방대 출신 학생들이 많아 주술관계 등 문장 하나를 쓰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석사 논문을 내가 다 써서 후에 내 논문으로 낼 때는 제자를 교신 저자로 넣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특별히 (표절 검사에) 안 걸리려고 의도적으로 단어와 서술어를 바꾼 건 아니다. 수학 전공이라 글 쓰는 연습이 안 돼서 많이 퇴고한다”고 말했다. 2014년 6월 교육부 장관으로 지명된 김명수 후보자(한국교원대 명예교수)는 2002∼2010년 발표한 논문들이 제자 것을 베낀 것이라는 사실이 드러나 낙마했다. 서울 소재 대학 이공계열 전공 B 교수는 “제1야당이 과거 표절로 문제가 된 교수를 제대로 검증도 안 한 채 비례대표 1번을 줬다는 사실이 이해가 안 된다”며 “이런 인물이 국회의원이 돼 법을 만들고 장관을 검증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박지혜 채널A 기자 sophia@donga.com}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 박길배)는 중견 터치스크린 제조업체 디지텍시스템스의 금융감독원 감리를 무마해 주겠다며 3300만 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전 금감원 부국장 강모 씨(58)를 구속 기소했다고 5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6월 퇴임한 강 씨는 2012년 7월 9300만 원 상당의 디지텍시스템스 주식을 매입했다. 그런데 2013년 주가가 급락하자 주식 가치는 6000만 원 정도로 떨어져 3300여 만 원의 평가손실을 입었다. 그해 7월 강 씨는 이 업체 회장에게 “금감원 조사를 무마해 주겠다”며 손실 보전 명목으로 최초 주식 매입 자금 9300여 만 원을 요구해 받았다. 보유했던 주식은 실물로 업체 회장에게 건네 결과적으로 3300만 원을 받아 챙긴 셈이 됐다. 검찰은 또 이 회사가 은행으로부터 거액의 대출을 받도록 돕고 돈을 받은 혐의(뇌물수수 등)로 KDB산업은행 팀장 이모 씨(50)를 구속 기소하고 국민은행 전 지점장 이모 씨(60)를 불구속 기소했다. 또 이들에게 로비해 불법 대출을 알선하고 돈을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로 금융브로커 최모 씨(52) 등 5명을 구속 기소하고, 곽모 씨(41) 등 3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달아난 이모 씨(71) 등 2명은 기소 중지했다. 2012년 2월 이 회사를 인수한 기업 사냥꾼들은 거액의 대출을 성사시키기 위해 1인당 2억2200만∼4억5000만 원을 주고 최모 씨 등 은행별 맞춤형 금융 브로커를 고용했다. 이들은 2012년 12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불법 대출을 알선했다. 산업은행 팀장 이 씨는 2000만 원, 국민은행 전 지점장 이 씨는 3000만 원을 금융 브로커들에게서 받고 대출을 도왔다. 하지만 디지텍시스템스는 지난해 1월 상장 폐지돼 거액의 대출은 회수하기가 어려워졌다. 디지텍시스템스가 대출받은 약 1100억 원 중 산업은행 218억 원, 수출입은행 220억 원, 무역보험공사 50억 원, 국민은행 269억 원, 농협 57억 원, BS저축은행 41억 원 등 총 855억 원이 부실 채권으로 상각 처리됐다.전주영 aimhigh@donga.com·김철중 기자}
총선을 앞둔 대학생 천모 씨(25)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에는 파란색과 초록색 글뿐이다. 2012년 총선과 대선 때만 해도 천 씨의 SNS에 뜨는 글들은 빨간색, 노란색이었다. 하지만 이후 그는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인 글이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서전 서평 등에 모조리 ‘해당 게시물 숨기기’나 ‘팔로 취소’를 해왔다. 4년이 지난 지금 천 씨는 SNS에서 특정 성향의 글만 보고 있다. 천 씨는 “솔직히 지역구의 여당 후보자에 대한 정보는 잘 모른다. 거부감이 덜하고 성향과 맞는 글들을 보다 보니 야당 후보자들 관련 글을 자주 본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서 SNS의 ‘디지털 공론장’ 역할이 2012년 총선과 비교해 약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4년 동안 다음 아고라 등 인터넷 토론장 이용자에 비해 SNS 이용자는 급격히 늘어났다. 하지만 정작 SNS 이용자들은 특정 성향의 선택적 정보에만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SNS가 한국 사회에 안착되면서 공론장에서 성향이 비슷한 사람이 끼리끼리 모이는 ‘확증편향(確證偏向·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수용하고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것)의 확대 재생산’이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4년 전 SNS가 갓 등장했을 땐 초기의 신선함에 매료된 이용자들이 자신의 성향에 관계없이 서로 팔로잉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자신과 소통하기 편한 사람들로 네트워크가 한정됐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는 “SNS 등장 초기에는 다양한 정치인들에게 링크 되고 팔로 되는 걸 신기하게 여겼다”며 “지금은 취향에 맞는 사람의 글들에만 관심을 가지는 쪽으로 취사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SNS 생태계 또한 최근 급격히 개인화됐다. 예컨대 인스타그램은 자신이 팔로한 사람 외의 글을 볼 수 없다. 테러방지법으로 사용자가 급격히 늘어난 ‘텔레그램’은 끼리끼리 소통하고 헤쳐모이는 방식이다. 자신이 싫어하는 정당의 후보자에 대한 ‘찌라시’(사설 정보지)를 성향이 비슷한 사람끼리 방을 만들어 공유한 후 증거가 남지 않도록 폭파한다. 전 교수는 “SNS에서는 본인의 생각이 진짜인 것처럼 보여야 이용자들이 만족감을 느낀다는 것이 문제”라며 “자신의 생각과 다르면 네트워크에서 제외하는 기능도 잘 갖춰져 있어 공론장으로서의 질은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대학생 권모 씨(27)는 “SNS에서는 후보자의 공약보다는 친한 팔로어와 이야기하며 형성한 정당의 이미지가 더 중요하다”며 “선호하는 정당이 비슷한 친구끼리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지역구 후보 투표뿐만 아니라 정당 투표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말했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선거철에는 SNS에서 편향적, 선택적 정보를 받아들여 공약보다는 이미지에 따라 투표할 가능성이 높다. 젊은 유권자들이 전통적 매체 등 다양한 매체를 접해 주변에 휩쓸리지 않고 주체적인 결정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SNS에서 자녀나 조카의 외모가 화제가 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 유승민 후보(대구 동을)의 딸,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후보(서울 마포을)의 조카, 김부겸 더민주당 후보(대구 수성갑)의 딸 사진이 SNS에서 수만 건 공유됐다. 후보들이 SNS에 올린 공약 글에 ‘좋아요’가 1000건도 안 된다는 점과 비교하면 씁쓸한 현상이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서울 마포구에 사는 주부 김모 씨(43)는 요즘 초등학교 5학년인 딸을 몰래 관찰하는 게 주요 일과다. 올해 들어 부쩍 말투가 무뚝뚝해지더니 뜬금없이 “나 예쁘게 생겼어?” “나 뚱뚱해?”라고 묻곤 한다. 양치질하고 자라는 말에도 “왜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그래?”라고 갑자기 화를 내며 방문을 꽝 닫고 들어간다. 뭐 하나 슬며시 문을 열어 보면 거울 앞에 서 있다! “예전에는 시키는 대로 잘 따라왔는데 요즘엔 도무지 아이의 마음을 모르겠어요. 아직 초등학생인데 내 아이가 맞나 싶어요. 미운 5학년이라더니….” 요즘 학부모와 초등학교 교사들 사이에서는 “‘초5병’이 ‘중2병’보다 무섭다”는 말이 나온다. 처음엔 “쪼그만 게 대든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초기 진압에 실패하면 중2병까지 이어지는 ‘대참사’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초등 4∼6학년과 어머니 128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에서도 5학년 학생들에게서 이상 기류가 감지됐다. 주관적인 행복도가 5점 만점에 4.14점으로 4학년(4.38점)이나 6학년(4.43점)에 비해 낮았다. ‘앞으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행복해질 것이다’는 문항에 대해서도 5학년(3.93점)은 4학년(4.21점)과 6학년(4.30점)보다 점수가 낮아 미래에 대해 상대적으로 비관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집에서도 “미운 5학년” 회사원 장모 씨(41)는 최근 주말 수영반에 다녀온 5학년 아들의 질문에 당황했다. 아들이 “샤워하면서 봤는데 내 고추가 친구 것보다 작은 것 같다”며 그 이유를 물었기 때문이다. 장 씨는 “초등학교 5학년이 성적인 신체 변화에 대해 또래와 비교하면서 신경을 쓴다는 게 놀라웠다”고 했다. 5학년 성모 양(11)은 요즘 부쩍 “남자가 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다. 같은 반 친구들이 생리를 시작하는 걸 보고 잔뜩 겁을 먹은 것이다. 어머니 김은희 씨(40)는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시기라 몸의 변화가 아이들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초등 5년생들의 상대적 불행감은 급격한 신체적 변화로 인한 혼란과 불안, 스트레스 때문인 경우가 많다. 여학생은 초경에 대한 두려움을, 남학생은 신체 변화에 민감해지며 성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내면도 혼란스럽다. 올해 설날 주부 이신정 씨(36)는 난데없이 혼자 지하철을 타고 외갓집에 가겠다는 5학년 아들을 달래다 크게 화를 냈다. 4가족이 함께 아버지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가는 게 연례 행사였다. “요즘 부쩍 독립적인 행동을 해요. ‘아, 이제 내 품 안의 자식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자기주장은 강해졌지만 뭐가 힘든지, 고민은 뭔지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죠. 내 아들이지만 정말 낯설어요.” 5학년들의 ‘가족’에 대한 만족도는 떨어지는 것으로 나왔다. ‘나는 우리 집이 좋다’라는 문항에 5학년은 4.52점을 주어 4학년(4.86점)이나 6학년(4.77점)보다 낮았다. 부모에 대한 만족도도 4, 6학년보다 낮았으며, ‘나는 좋은 자녀다’라는 문항에도 3.90점을 주어 4, 6학년(각각 4.43점, 4.18점)보다 스스로를 낮게 평가했다.○ 교사들도 “5학년 담임 맡기 싫다” 집에서만 ‘미운 5학년’이 아니다. 초등학교 교사들도 5학년 담임 맡기를 꺼린다. 서울 대치초등학교 전상훈 교사는 “5학년이 되면 반항적이 된다. ‘글을 읽어보라’고 시키면 ‘이건 안 해도 될 것 같다. 하기 싫다’고 말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서울 강북의 초등학교 정모 교사는 “5학년이 다루기가 가장 어렵다. 6학년은 머리는 더 굵지만 ‘내가 최고학년’이라는 마음으로 의젓하게 행동하려 하는데 5학년은 미숙하고 자기주장이 강해 통제가 어렵다”고 말했다. 심층 인터뷰에서 ‘나는 학교생활이 좋다’는 문항에 5학년은 3.98점을 주어 4학년(4.19점)과 6학년(4.43점)보다 학교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입시에 대한 부담도 한몫을 한다. 5학년이 되면 성적에 따라 일반고와 특목고로 갈 아이들이 나뉘고, 최상위권 대학 진학의 가능성도 구체화된다. 김진형 군(11)은 “쉬는 시간에도 짬짬이 학원 숙제를 해야 해 많이 지친다”고 했다. “선생님과 엄마는 ‘좋은 직장에 들어가야 편하게 산다’고 하신다. 서울대 가겠다는 아이들은 자기가 그렇게 생각해서가 아니라 부모님이 시켜서 말하는 거다.” 정선미 안산성포중 상담교사는 “중2병의 원인은 초등 5학년 때 부모의 양육 방식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강압적인 분위기를 만든다면 아이는 부모에게 더 이상 의지하지 않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탈선하기 쉽다”고 조언했다. 홍현주 한림대 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초등 5학년은 자기정체성을 만들어가기 시작하는 시기로 독립적인 인간으로 인정받길 원하기 때문에 부모들이 낯설어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때는 부모, 자녀와의 관계에서 분수령이 되는 시기이자 아직은 부모가 아이를 다독여줄 수 있는 때이므로 자녀와의 신뢰 관계를 형성해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박지혜 채널A 기자}
10대로 접어든 초등학생에 대해 전문가들은 “애매하고 어정쩡한 학년”이라고 입을 모은다. 신체와 내면은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반면 여전히 ‘초등학생’ 꼬리표를 달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사춘기라 하면 중고교생을 떠올리지만 사춘기에 해당되는 특징은 초등학교 4∼6학년 때 발현된다. 초기 청소년기에 들어서면서 신체적 변화와 함께 남성성, 여성성에 대한 관심이 생긴다. 정유숙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초등학교 고학년생은 아직 감정과 사고에 있어 충동조절력을 갖추지 못해 신체와 정신의 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윤미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 시기 아이들의 뇌에는 브레이크가 없다. 호기심이 왕성해 하고 싶은 것은 많지만 충동을 견디는 게 어려워 외부와 갈등을 일으키기 시작하는 때”라고 말했다. 이 또래는 자아정체성을 찾아가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자기주장이 강해지고 독립을 요구하기 시작한다. 화장을 하고 노래방을 가면서 활동 반경을 넓힌다. 신 교수는 “부모는 자녀의 새로운 모습을 보기 시작한다. 예민해진 자녀를 발달학적 이해 없이 통제만 하면 문제가 더 커진다”며 “이제 품 안의 자식이 아니라 놓아줄 준비를 해야 할 시기”라고 조언했다. 자아가 강해지다 보니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배척하고, 함께 어울리면서도 경쟁심리가 발동한다. 석승하 서울 인헌초 교감은 “왕따 같은 교우관계 문제가 5학년 때부터 불거진다. 6학년 때는 끼리끼리 그룹이 형성돼 있어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정선미 안산성포중 상담교사는 “초등학교 고학년이면 상대적으로 ‘예쁘게’ 반항하지만 중학생이 되면 반항조차 하지 않거나 막 나가버린다”며 “초등학생 때 치콜(치킨과 콜라)을 시켜두고 아이와 함께 소통하는 시간을 가지는 게 좋다”고 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총선을 앞두고 현직 경찰간부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현직 지자체장을 비하하는 글을 공유해 논란에 휩싸였다. 서울 노원경찰서 김모 경정은 29일 진보성향의 이재명 성남시장을 비하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이 시장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는 사진과 함께 “즉각 체포해 처형시켜야 한다…북핵개발이 한국정부 탓이란다. 역적 놈이 한 지역 지자체수장이란 게 기가 찬다”고 적힌 글이었다. “김, 노 정권 때도 북은 핵실험을 했다. 더구나 좌파정권한테 조공 받고 핵 개발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이 시장은 31일 “엄정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할 현직 경찰 간부가 종북 몰이에 나선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사태”라며 해당 경찰관에 대한 즉각적인 조사와 처벌, 강신명 경찰청장의 공개사과를 촉구했다. 김 경정은 “페이스북 친구 글을 보다가 실수로 클릭했을 뿐 특별한 의미가 있거나 의도적으로 한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공무를 집행하는 경찰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판단해 이날 즉시 감찰조사를 지시하고 글을 올린 배경 등을 조사 중이다. 김 경정은 5·18 광주민주화 운동과 4·19 혁명을 폄훼하는 극우성향의 글을 수차례 유포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올해 2월부터 최근까지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북한군이 개입했다”, “4·19혁명은 쿠데타이며 배후에 간첩이 있다”는 내용의 글들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수차례 공유했다. 김 경정은 2014년부터 페이스북 활동을 하며 극우성향의 게시물을 꾸준히 공유해왔다. 김 경정이 공유한 글들은 보수논객 지만원 씨의 블로그나 특정 인터넷 매체에 올라온 것이다. 이밖에도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에 올라온 5·18 시민군을 폄하 글도 공유 했다. 논란이 된 게시물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박원순 서울시장이 야심 차게 추진해온 서울메트로(지하철 1~4호선)와 서울도시철도공사(지하철 5~8호선)의 통합작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서울메트로 소속 양대 노조인 서울지하철노조와 서울메트로노조는 29일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의 통합안에 대한 조합원 투표 결과 절반 이상이 반대해 부결됐다고 밝혔다. 두 노조에 따르면 서울지하철노조(민주노총 산하 1노조)와 서울메트로노조(한국노총 산하 2노조)는 투표 참여자의 51.9%와 52.7%가 각각 반대표를 던졌다. 투표율은 90% 안팎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지하철 5~8호선 운영을 맡고 있는 서울도시철도노조는 통합안에 대해 투표자의 71.4%가 찬성했다. 이에 따라 내년 초로 예정됐던 통합 지하철 공사 출범을 위한 노사정 잠정 합의안은 무효가 됐고, 노조는 통합 관련 협상을 중단하게 됐다. 서울지하철노조는 “통합 관련 노사정 논의에 불참한다”며 “시에서도 통합 추진 작업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또 “집행부가 부결 책임을 지고 조속한 시일 내 거취를 포함한 후속방침을 정하겠다”고 전했다. 두 노조가 부결시킨 원인에 대해 노조 통합이 충분히 공론화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십 년간 별도로 운영된 거대한 공기업을 통합하는 사안에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취지와 방식을 이해하고 의견을 밝힐 기회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서울지하철노조는 “통합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노조의 현장인력 충원, 안전 강화 주장과 시·경영진의 비용절감·인력효율화 주장 사이에 적지 않은 이견이 확인됐다”며 “불만과 항의의 뜻이 투표 결과에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가 2014년 말 발표한 지하철 통합혁신은 사실상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31일 열리는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를 해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전 금융감독원 부국장이 현직에 있을 때 자신이 갖고 있던 주식의 주가가 떨어지자 해당 업체 회장으로부터 손실보전 명목으로 수천만 원을 받아 구속됐다. 이 업체는 수백억 원대 불법대출 의혹이 있어 검찰이 수사 중이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박길배)는 금감원 부국장을 지낸 뒤 퇴직한 강모 씨(60)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로 구속했다고 28일 밝혔다. 강 씨는 지난해 6월 금감원 저축은행감독국 부국장을 끝으로 퇴임했다. 강 씨는 2012년 7월 9300만 원 상당의 디지텍시스템스 주식을 매입했다. 그런데 2013년 주가가 급락하자 주식가치는 6000만 원 정도로 떨어져 3300여만 원의 평가손실을 입었다. 그 해 7월 강 씨는 이 업체 회장에게 “금감원 조사를 무마해주겠다”며 손실보전 명목으로 9300여만 원을 요구해 받아 최초 주식 매입자금을 고스란히 돌려받았다. 보유했던 주식은 실물로 업체 회장에게 건넸다. 당시 금감원은 디지텍시스템스의 분식회계 혐의 등을 포착하고 특별 회계감리를 벌이고 있었다. 검찰은 강 씨가 실제로 금감원의 조사를 무마하는데 압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중견 터치스크린 제조업체인 디지텍시스템스는 2012년 2월 대주주가 지와이테크로 바뀐 뒤 경영이 급격히 악화돼 지난해 코스닥시장에서 상장 폐지됐다. 지와이테크 측은 부족한 인수자금을 메우기 위해 횡령 등을 저지른 끝에 2014년 기소돼 중형이 선고됐다. 올해 들어 검찰은 디지텍시스템스가 900억 원대의 은행 대출을 받도록 도와준 대가로 돈을 챙긴 혐의로 금융 브로커 최모 씨(51) 등 3명과, 이들로부터 돈을 받고 대출을 해준 산업은행 이모 팀장(49)을 구속한 바 있다. 검찰은 디지텍시스템스가 은행 대출을 받으면서 관계사인 엔피텍, 세종디앤아이 등에 1000억 원 상당의 채무 지급보증을 한 데 대해서도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올해 1학기부터 소득 하위 50% 가정 출신 학생에게 등록금 전액을 장학금으로 지급한다. 서울대 로스쿨은 2016학년도 1학기부터 장학금 제도를 바꿔 가구별 소득 5분위(소득 10분위 기준) 이하 학생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급한다고 27일 밝혔다. 1분위는 하위 10%, 10분위는 상위 10%를 뜻한다. 이에 따라 전액 장학금을 받는 인원은 지난 학기 81명에서 이번 학기 132명(소득 6분위 이상 전액 장학생 포함)으로 늘었다. 이는 전체 등록생 466명의 28.3%에 이른다. 서울대 로스쿨의 한 학기 등록금은 667만 원이다. 소득 2분위 이하 학생은 월 30만∼50만 원을 생활비로 지급받는다. 서울대 로스쿨은 장학금 수혜자에게 추후에 안정적 소득이 보장되면 일정 기간 로스쿨 후배에게 기부하겠다는 ‘약속장학금증서’에 서명하도록 해 도덕적 의무를 지울 방침이다. 서울대 로스쿨은 ‘취업 후 5년 이내에 기부를 시작하고 10년 내 받은 장학금보다 더 많이 되돌려주겠다’고 약속하는 증서를 만들었다. 이원우 서울대 로스쿨 학장은 “학생들이 경제적 상황과 상관없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장학금 재원은 로스쿨에서 자체 충당하기 때문에 장학금이 늘어난다고 해서 서울대 타 단과대학의 예산이 줄지는 않는다”고 말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여자를 굳이 우유와 치즈에 비유해야 한다면 무엇을 고르시겠습니까. 아래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댓글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던 한 의사의 의학 칼럼입니다. “치즈와 우유의 유통기한의 차이는 어떤 것이 있을까? 치즈는 유통기한이 길다. 솔직히 유통기한이 조금 지나도 그냥 먹는다. 하지만 우유는 어떤가? … 1등급 우유인데 유통기한이 3일 지난 것을 마실 것인가? 3등급 우유지만 유통기한이 3일 남은 것을 마실 것인가?” 계속 읽어 보면 의학 칼럼이라기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입니다. ‘정상적인 남자는 결혼에서 아이를 원한다. 남자와 그 부모가 생각하는 (여성의 가임기) 마지노선은 34세다. … 남자 측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개할 수 있는 여자 나이의 상한선은 32세다. … 34세 넘은 미혼 여성이 좋은 남편감을 만날 가능성에 기대를 건다는 것은 조금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남자가 자기 나이를 고려해 만나는 여자의 나이를 연장할 것이라는 것은 매우 큰 착각 중의 하나이다.’ 저는 간담이 서늘해졌습니다. 동서고금 막론하고 젊은 여자 좋다 하듯, 어쩌면 다 사실일지도 모릅니다. 또 어쩌면 머지않아 저는 질풍처럼 지나간 20대를 한탄하며 싱크대 하수구에 버려질 상한 우유 신세가 될지도 모릅니다. 글 제목은 ‘30대 전문직보다 20대 전문대 여자가 먹힌다’입니다. ‘30대 후반의 능력남은 30대 중반 여성을 만날 이유가 없다는 것을 당신은 명심해야 한다’는 의사의 충고입니다. 2014년에 쓰인 글이지만 최근 SNS 유명인이 ‘진정한 개저씨(개와 아저씨의 합성어) 칼럼을 발견했다’며 이 글을 공유하면서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이 의사의 주장에 동의한 남성들은 ‘역시 배우신 분. 용기 있는 의사 선생님의 글에 박수를 쳐라’라며 댓글을 달았습니다. ‘남자는 42세 넘어가도 정자가 만들어집니다. 여잔 42세 넘어가면 폐경기가 와서 난자가 안 만들어져요. 남녀가 똑같다고 주장하는 여자는 자원입대부터 하고 보시죠?’ 이윽고 유치찬란한 남녀 댓글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분기탱천한 여성들은 2010년 항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30대 여교사와 15세 남학생의 불륜 기사를 댓글로 달았습니다. 30대 여성도 얼마든지 매력적이라는 점을 증명한다는 겁니다. 남성들은 반격했습니다. ‘여자는 나이 들면 가치가 떨어지는 거야, 상폐녀(상장폐지녀·주식시장에 빗대어 결혼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당한 여자라는 뜻의 신조어)야’라는 글과 함께. 상황이 심각해지자 글을 올린 의사는 “여성의 나이가 장애물이 되는 현실을 알게 됐고 이런 불편한 진실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여성 혐오적인 내용을 담으려고 쓴 글은 전혀 아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댓글 전쟁이 이성 혐오로 번진 뒤였습니다. 저는 여성의 매력을 아이를 낳을 수 있느냐 없느냐로 재단한 것이 애초 이 칼럼의 문제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고령 출산이 가지는 난점과 그 난점의 극복을 의학적 관점에서 조망한 것이 아니라 남자들이 나이 든 여자를 대하는 태도를 마음대로 정의하며 엉뚱한 결론을 내립니다. 설사 서술된 글이 팩트에 매우 가깝다고 한들, 이 글에서 사용된 비유는 비판을 피할 여지가 없습니다. 최근엔 여성 팬층이 두꺼운 인디밴드 가수 윤모 씨가 “음악에서 ‘자궁냄새’가 나면 듣기 싫어진다”고 발언한 사실이 SNS를 통해 밝혀져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윤 씨는 “모성에 대한 공포를 함의한다”는 둥 이해 불가능한 사과문을 올려 조롱의 대상이 됐습니다. 그래도 저는 굳이 골라야 한다면 치즈를 고르겠습니다. 남녀를 막론하고 사람은 저마다의 특색을 안고 시간이 지날수록 깊은 맛을 내는 치즈에 가깝다고 믿습니다. 제가 푸른곰팡이가 서린 블루치즈를 좋아하듯, 상대가 느끼는 매력은 ‘개취(개인의 취향)’라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만 덧붙이고자 합니다. “의사 선생님, 1960년대생인 저의 어머니께선 나이 서른일곱에 4.2kg의 건강한 제 막냇동생을 순산하셨습니다. 제 걱정은 제발 참아주세요.”전주영 사회부 기자 aimhigh@donga.com}
생후 두 달도 안 된 딸을 물이 담긴 찜통에 넣어 살해한 어머니가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반정우)는 태어난 지 53일 된 딸을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기소된 김모 씨(41·여)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하고 치료감호를 명령했다고 24일 밝혔다. 김 씨는 지난해 9월 말 서울 양천구 자택 화장실에서 딸을 물이 담긴 찜통에 빠트려 익사시킨 혐의로 기소됐다. 김 씨는 2002년 전 남편과 사이에 낳은 아들을 데리고 유모 씨(42)와 결혼했다. 하지만 시부모는 김 씨를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김 씨는 유 씨의 아이를 낳으면 갈등이 해결될 것이라 생각하고 지난해 8월 초 딸을 낳았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김 씨는 딸을 낳은 후 직장을 그만뒀다. 설상가상으로 유 씨 또한 급여를 제때 받아오지 못했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된 부부는 갈등이 깊어졌다. 범행 하루 전, 김 씨는 유 씨에게 이혼얘기를 꺼냈다. 이에 유 씨는 “아이를 알아서 키우다가 안되면 보육원에 보내겠다”는 말을 하자 흥분한 김 씨는 다음 날 딸을 살해하기로 결심했다. 김 씨는 범행 당일 인천 소래포구에서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김 씨는 뇌질환을 앓아 인격 및 행태 장애 환자로, 범행 당시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부족한 상태였다. 재판부는 “잔인한 수법으로 딸을 살해해 죄질이 매우 중하다”면서도 “심신이 미약한 상태에서 범행했고 아이의 아버지와 오빠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을 감안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전주영기자 aimhigh@donga.com}

“낯선 나라에서 자살까지 생각했던 저의 손을 잡아준 분은 경찰이었습니다.” 북한에서 굶주림에 시달리다 1998년 1월 한국 땅을 밟은 탈북민 김복순 씨(44·여·가명)는 전 남편의 손찌검에 시달리다 경찰의 도움을 받아 가정폭력에서 벗어났다. 24일 서울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김 씨는 탈북 중 중국에서 만난 중국동포 장권삼 씨(46·가명)와 결혼해 두 딸을 낳았다. 김 씨가 먼저 한국에 들어온 뒤 중국에 있는 남편과 딸들을 초청해 서울에 안착했다. 하지만 남편 장 씨의 가정폭력으로 행복한 가정은 물거품이 됐다. 김 씨는 2008년 남편과 이혼했지만 장 씨는 김 씨를 찾아와 “딸을 만나겠다”며 주먹을 휘두르며 행패를 부렸다. 장 씨의 폭력에 김 씨는 우울증에 시달렸고 안면마비 증상과 대인기피증도 생겼다. 음식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며 자살을 생각하기도 했다. 이를 참지 못한 두 딸들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김 씨에게 새 삶이 찾아왔다. 올해 초 경찰은 김 씨에게 강서구의 한 호텔에 임시 거처를 마련해줬다. 김 씨는 이곳에서 지내며 장 씨와의 접촉을 피할 수 있었다. 또 가정폭력 상담소 도움으로 심리상담을 받으며 안정을 취했다. 경찰은 장 씨가 김 씨에게 아예 접근하지 못하도록 김 씨가 지난달 11일 서울남부지법의 접근금지 명령을 받는 데 큰 도움을 줬다. 경찰 덕분에 그는 강서구청 복지지원과를 통해 긴급복지지원을 받았고 지역 한의원에서 진료도 받을 수 있었다. 김 씨는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이 없어 혼자 참아왔었다. 결국 안면마비가 왔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다”며 “하지만 경찰의 따뜻한 손길에 용기를 갖게 됐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는 전 남편에게 보복성 폭행을 당할까 봐 두려워 경찰에 신고하지 못했지만 신고 후 신변보호경찰관의 지속적인 관심으로 김 씨가 희망을 되찾게 됐다”고 말했다.전주영기자 aimhigh@donga.com}
“엄마가 살찐다고 안 된다고 했지!”…“아주머니, 경찰입니다.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왔는데 신분증 보여주시죠.” 남편의 미국 연수로 뉴욕에 살던 김모 씨(39·여)는 지난해 말 마트에서 장을 보다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다. 점점 살이 붙는 열 살 난 딸이 과자를 사달라고 계속 조르자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는데 출동한 경찰에 호되게 당했다. 언성을 높이던 그가 손바닥으로 딸의 등까지 때리는 것을 본 현지인들이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김 씨는 “범죄자 취급을 받았던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등에 땀이 맺힌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호주 언론들은 한인 여성이 다섯 살 딸을 학대한 사건을 크게 보도했다. 딸을 가게 밖에 세워놓고 손등으로 배를 툭툭 때렸다는 것이다. 이 장면을 본 이웃들이 동영상을 촬영해 경찰에 신고했다. 한인 여성의 변호사는 법정에서 “이런 훈육 방식은 한국에선 흔한 일이다. 아이 엄마도 학교에서 경험했던 일”이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하지만 호주 법원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며 1200호주달러(약 106만 원)의 벌금형과 육아 및 스트레스관리 교육 수강을 명령했다.○ 엄격한 법 집행 선진국에서는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감수성이 민감한 데다 법 집행도 엄격하다. 흉기를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학대하는 부모에게 무거운 벌을 선고한다. 부모의 친권보다는 아동의 권리를 우선시한다. 아이를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비뚤어진 부모관이 팽배한 한국 사회와는 정반대다. 미국에서는 가정 내의 아동학대와 교육적 방임에 대해 국가가 적극 개입한다. 학대받은 아동은 우선 부모로부터 격리해 위탁가정에 맡긴다. 이후 주(州)정부가 법적 후견인이 돼 아이의 상태를 6개월마다 검토한다.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도 엄하다. 2011년 9월 “채식주의를 고집해야 한다”며 생후 6주 된 아이에게 두유와 사과주스만 먹여 숨지게 한 애틀랜타의 채식주의자 부부는 조지아 주 대법원으로부터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영국은 부모가 아이에게 정서적 학대를 했을 때에도 최고 징역 10년을 선고할 수 있는 ‘신데렐라법’을 지난해 제정했다. 아이에 대한 모욕과 폭언부터 원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한국은 2014년 아동학대특례법을 마련해 아동을 숨지게 한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하지만 많은 아동학대 사건에서 부모에게 아동학대 치사죄가 적용돼 왔다. 이 죄의 형량은 징역 4∼7년으로 일반적인 살인죄의 형량(10∼16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우리 모두가 감시자여야 선진국에서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아동학대의 감시자다. 신고에도 적극적이다. 반면 한국에선 ‘남의 집안 일’로 치부해버리기 일쑤다. 1월 부천 초등생 사체 훼손부터 최근 청주 안모 양 학대사망 사건까지 아이들은 이웃의 무관심 속에 방치됐다. 2014년 9월 미국 뉴욕 플러싱에 사는 한인 부부는 고성이 오가는 부부싸움을 하다 이웃의 신고로 경찰에 체포됐다. “두 살 난 아이가 지켜보고 있었고 과격한 말투가 아이의 안전을 위협했기 때문에 아동보호법 위반”이라는 것이었다. 2004년 개정된 일본의 아동학대방지법은 아동보호에 관한 업무를 하는 사람뿐 아니라 학대를 받았다고 의심되는 아동을 발견한 사람에게도 신고 의무를 지우고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아동학대는 우리 모두가 경각심, 민감성을 가져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오빠, 내 가방 어디 갔어?” 지난달 21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영화관에서 남자친구와 함께 영화를 본 A씨(30·여)는 영화가 끝난 후 주변이 환해져서야 좌석 아래 둔 가방이 사라진 것을 깨달았다. 커플석에 앉았던 A 씨는 남자친구와 함께 영화에 집중하느라 범인의 인기척도 느끼지 못했다. 어두운 영화관에서 커플석만 노려 관람객의 가방을 몰래 훔친 2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야간주거침입절도 혐의로 이모 씨(27)를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씨는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5일까지 저녁 시간대에 영등포구의 한 영화관에 몰래 들어가 세 차례 관람객의 가방을 훔쳐 현금 47만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씨는 영화관의 구조를 미리 파악하고 범행을 저질렀다. 이 영화관의 커플석은 일반석과는 달리 상영관 가장 뒤편에 배치돼있다. 바닥과 커플석 사이에는 손을 집어넣어 물건을 빼낼 수 있을만한 공간이 있었다. 이 씨는 영화가 시작돼 상영관이 어두워지면 몰래 들어가 커플석 뒤편을 돌아다녔다. 휴대전화 전등으로 바닥을 살피다 가방이 보이면 손을 뻗어 들고 나와 현금만 챙기고 가방은 버렸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씨는 1층에서 영화관으로 통하는 비상구가 항상 열려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관람권 없이 입장할 수 있었다. 특히 커플석은 두 사람이 함께 앉을 수 있어 연인들이 이용하는데, 나란히 앉아 영화에 집중하는 연인들은 등 뒤에서 벌어지는 범행을 눈치 채기 어려웠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폐쇄회로(CC)TV로 이 씨의 인상착의를 확인한 뒤 또 이곳을 찾아 훔칠 가방을 찾던 그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경찰 관계자는 “커플석에서 영화를 관람할 때는 반드시 소지품을 무릎 위에 놓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서울대가 수시모집 지역균형선발 특별전형 모집인원을 늘리고 정시모집 일반전형 모집인원을 줄이는 추세를 이어가기로 했다. 현재 고교 2학년이 입시를 치르는 2018학년도 서울대 정시모집에서는 영어영역의 영향력이 크게 줄어든다. 서울대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2017·2018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주요 사항’을 18일 발표했다. 수시모집 지역균형은 2016학년도 681명(21.7%)에서 2017학년도에 735명(23.4%), 2018학년도에는 756명(23.8%)으로 늘어난다. 정시모집 일반전형은 2016학년도 766명(24.4%)에서 729명(23.3%), 684명(21.6%)으로 줄어든다. 수시모집 일반전형은 2016학년도에서 1688명(53.3%)을 뽑았지만 2017학년도에는 1672명(53.3%)으로 줄었다가, 2018학년도에는 1735명(54.6%)으로 늘어난다. 2018학년도부터 수능 영어영역이 절대평가로 전환됨에 따라 서울대 입시에서 영어영역의 영향력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정시모집에서 영어영역은 2등급부터 0.5점씩 감점된다. 제2외국어는 3등급부터 0.5점씩 감점된다. 절대평가가 되면 1등급 인원이 지금보다 대폭 늘어나게 되는데, 점수 차이를 0.5점밖에 두지 않는 것은 사실상 입시에서 영어영역의 비중을 없애겠다는 것이라고 입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영어영역에서 1등급 받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해짐에 따라, 4개 영역에서 3개 영역 이상 2등급 이내(음악대학 제외)를 받아야 하는 수시모집 지역균형선발전형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에 대한 학생들의 부담도 크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서울대는 면접 및 구술고사 간소화를 위해 수시모집 일반전형에서 Ⅰ·Ⅱ로 나눴던 면접 및 구술고사를 2017학년도부터 하나로 통합한다. 2016학년도까지는 저소득 가구 학생과 농어촌 지역 학생 160명을 통합 선발했지만 2017학년도부터는 저소득 가구 학생 80명, 농어촌 지역 학생 80명으로 나눠 선발한다. 서울대가 2013년부터 예고한대로 2017학년도부터는 수능 과학탐구영역에서 Ⅱ과목을 2개 응시한 학생에게 모집단위별 수능 성적 1배수 점수 폭의 3%를 가산점으로 부여한다. 이 입시안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의 심의와 승인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전주영기자 aimhigh@donga.com}
프로야구 2군 선수 출신 30대 남성이 일부러 교통사고를 내고 보험금을 챙겼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서울 서초구와 강남구 등에서 16회에 걸쳐 차량 사이드미러에 손목을 부딪히는 등 고의로 사고를 낸 뒤 보험금 1300여만 원을 타낸 혐의(사기)로 박모 씨(33)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8일 밝혔다. 박 씨는 프로야구 구단에서 2군 선수로 활동하다 최근에는 사회인 야구인을 대상으로 개인레슨을 해왔다. 하지만 벌이가 시원치 않아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보험사기로 눈을 돌렸다. 박 씨는 주로 차량 블랙박스의 사각지대인 사이드미러와 바퀴 부분을 노렸다. 경미한 사고는 보험사가 쉽게 합의하는 점을 이용했다. 박 씨는 차선이 없는 주택가 이면도로에서 차량이 서행하면 핸드폰을 보거나 통화를 하는 척하며 사이드미러에 팔꿈치나 손목을 고의로 부딪쳤다. 다가오는 차량을 보지 못한 척 범퍼에 다리를 부딪치거나, 바퀴에 발을 밀어 넣어 밟히기도 했다. 당황한 운전자에게 보험 접수를 요구한 뒤 병원에서 엑스레이(X-Ray) 검사만 받고 차량 보험회사와 합의해 돈을 받았다. 박 씨는 이전 사고에서 골절된 발가락이라는 점을 숨기고 같은 수법으로 보험금을 타내기도 했다. 박 씨를 수상하게 여긴 보험사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범행이 들통났다. 경찰은 박 씨의 여죄를 수사 중이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학생을 동물에 비유하거나 등급을 매겨 차별대우를 하고 성추행까지 한 30대 초등학교 교사가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형사2부(부장 김대현)는 미성년자 강제 추행 등의 혐의로 박모 씨(39)를 구속기소했다고 18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박 씨는 2010년 3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서울 금천구에 있는 초등학교 두 곳에서 교사로 일하며 담임을 맡은 학생들을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씨는 학생들을 사자와 호랑이 표범 여우 토끼 개미 등 동물이나 애니메이션 ‘뽀로로’에 나오는 캐릭터 이름에 순위를 매긴 ‘최상에디’ ‘에디’ ‘포비’ ‘뽀로로’ 등 등급으로 나눠 관리했다. 자신을 욕하는 학생을 고자질하면 높은 점수, 반항하면 낮은 점수를 줬다. 또 높은 등급을 받으면 방학숙제 면제권, 급식 순서 우선권 등을 제공했다. 등급이 낮거나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공격”이라고 지시하고 모든 학급생들이 해당 학생을 향해 손가락질하거나 소리를 지르게 했다. 특정 학생에게는 ‘사랑의 매’라는 역할을 주고 지우개나 연필을 떨어뜨리는 학생을 때리도록 강요했다. 학생에게 “국민 등신” “느림보 새끼” 등 욕설을 하거나 화가 날 때마다 검은색 장갑을 끼고 주먹을 쥐거나 연필을 부러뜨려 겁을 줬다. 박 씨는 6학년 여학생들을 성추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2010년 여름 6학년 담임을 맡고 있을 때 여학생 2명을 서대문구 이화여대 근처로 데려가 짧은 치마와 티셔츠를 사주고 다음 날 입고 오라고 강요했다. 여학생들이 옷을 입고 온 날에는 방과 후에 교실에 남도록 한 뒤 허벅지를 만지며 추행했다. “스타킹 느낌이 이상하다. 스타킹을 벗지 않으면 등급을 낮추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또 다른 여학생 2명에게도 허벅지와 엉덩이를 만지는 등 강제 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전주영기자 aimhigh@donga.com}
4년 전 북한 자강도에 가족을 남겨두고 탈북한 김모 씨(27·여)는 2013년 초 하나원을 나설 때만 해도 꿈에 부풀어 있었다. 한국에서 적응하기 위해 4개월 동안 하나원에서 교육을 받은 뒤 공공임대아파트와 정착지원금을 받았다. 공부를 잘했으면서도 북한에서 출신성분 때문에 가지 못했던 대학도 들어갈 희망이 생겼다. 하지만 김 씨에게 닥친 ‘남한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생활비를 감당하며 북한을 탈출할 때 조선족 브로커에게 진 빚 1000만 원을 갚아야 하는 게 고역이었다. 중국에서 캄보디아, 미얀마를 경유해 한국에 들어온 그는 한숨 돌리기도 전에 “1000만 원을 갚으라”는 독촉에 시달렸다. 이자가 연 20∼30%이다 보니 기본 생활비만 빼고 갚아도 4년이 넘게 걸린다. 김 씨는 하나원을 나올 때 받은 400만 원, 2014년 다시 받은 300만 원 등 총 700만 원의 정착지원금과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면서 번 돈 등으로 빚을 갚았지만 아직도 다 갚지 못했다. 공부를 병행하며 힘겹게 2년을 보내고 대학 진학을 눈앞에 둔 2015년 초 김 씨는 아파트 불법전대에 눈을 돌렸다. 정부 장학금을 받지만 교재비 등으로 증가한 생활비를 감당하기 힘들어 탈북 친구들 3명에게 함께 살자고 한 것이다. 한국 정부는 탈북자 각 1명에게 공공임대아파트 1채씩을 배정하고 있다. 김 씨는 “임대아파트가 10∼20평 정도로 넓은 편이니 함께 모여 살고 남는 집 3채는 세를 주자”고 제안했다. 보증금 없이 방 두 개짜리 아파트는 월 50만 원, 방 한 개짜리 아파트는 월 20만∼30만 원을 받았다. 아파트 3채를 전대하며 벌어들이는 수입은 한 달에 150만 원. 네 명은 이 돈을 나눠 생활비에 보탰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공공임대아파트 입주자가 다른 사람에게 재임대를 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것을 알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당국의 불시 방문조사로 적발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김 씨사례 외에도 탈북민 불법전대는 서울 양천구와 강서구, 노원구, 경기 안산시 등 임대아파트 밀집지역에서도 행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탈북자 지원체계의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탈북자 대부분이 직장 없이 방황하다 보니 불법전대에 쉽게 빠진다”며 “법으로만 단속하면 그들을 범죄자로 만드는 등 역효과도 있다. 탈북자들이 남한에 쉽게 정착할 수 있게 돕는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천한 출신성분 때문에 대학을 못 갔던 한도 풀고 혼자라 외로워서 그랬던 건데…. 저는 이제 남한에서 범죄자로 살아야 하나요.” 김 씨는 요즘 불법전대가 걸릴까 전전긍긍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장기매매 브로커들이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장기이식을 알선한 범죄 실태가 법원의 판결에서 처음으로 드러났다. 그간 포털사이트의 장기이식 카페에서 알선을 하던 브로커들이 최근에 SNS를 적극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합의1부(부장판사 이상호)는 페이스북으로 알게 된 장기매매 브로커 박모 씨에게 장기매매를 알선했다가 장기이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송모 씨(29)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송 씨는 지난해 8월 말 부산에서 페이스북을 하며 ‘박○○’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사람과 친구를 맺게 됐다. 가짜 계정으로 활동하는 박 씨는 장기이식 알선업자였다. 박 씨는 송 씨에게 “신장을 팔 사람을 구한다. 병원에서 검사 후 우리가 지정하는 환자에게 신장 이식을 하면 그 대가로 최대 1억6000만 원까지 줄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페이스북으로 보냈다. 돈이 필요했던 송 씨는 지인을 통해 신장을 팔 사람을 찾았다. 그는 지인인 이모 씨 등에게 장기를 팔 사람을 찾아 수수료를 나눠 갖자고 제안했다. 이들은 평소 알고 지내던 최모 씨(21)에게 “돈이 필요하지 않냐. 네가 신장을 팔면 그 대가로 800만 원에서 15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라고 꼬드겼다. 최 씨는 자신의 나이, 성별, 혈액형을 알려줬다. 이들은 다시 페이스북에서 활동하는 박 씨에게 “21세 O형 혈액형의 남자 손님이 있다”라며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신장을 팔 것을 약속했다. 박 씨는 건강검진과 수술을 받을 수 있는 병원으로 대구 북구의 한 병원을 지정했다. 검진 비용, 검사 방법 등 구체적인 절차를 설명했다. 박 씨는 “지난해 9월 12일 건강검진이 가능하다”고 알렸으나 최 씨가 응하지 않아 더 진행되지 못했다. 이후 송 씨 등은 수사기관에 검거돼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송 씨 등은 쉽게 목돈을 벌 생각에 장기를 팔 사람을 물색하여 장기매매 브로커와 연결시키려 시도하며 적극적으로 알선행위에 나섰다”며 유죄로 판결했다. 한편 과거에는 장기매매 브로커가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를 통해 신장이나 간 등을 팔려는 사람과 매수자를 구하는 방법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페이스북 등 SNS, ‘디시인사이드’ 같은 인터넷 게시판으로 활동 무대가 확대되고 있다. 장기매매를 의미하는 은어와 휴대전화번호를 함께 올리면 카카오톡을 비롯한 채팅 SNS로 계약이 성사되는 방식이 주로 사용된다. ‘귀신(귀하의 신장) 헬리콥터 삽니다’라는 글들이 글쓴이의 휴대전화번호와 함께 돌아다닌다. 헬리콥터는 영어 단어 ‘Heart(심장), Liver(간), Cornea(각막), Pancreas(췌장), Tendon(힘줄), Retina(망막)’의 합성어다. SNS에서는 ‘귀신(귀하의 신장)’ 외에도 ‘청웅(죽은 이)’, ‘통나무(장기가 적출된 시체)’ 등 장기매매를 암시하는 은어가 사용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에는 포털이나 커뮤니티에서 장기매매를 주선할 경우 검색 과정에서 걸릴 수 있어 공개적인 공간에는 글을 잘 남기지 않는다”며 “SNS를 통해 은밀히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배석준 eulius@donga.com·전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