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적 학대도 안돼”… 英 ‘자녀에 폭언’ 10년刑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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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가 안전한 나라로]<下>친권보다 아이 인권 중시하는 선진국

“엄마가 살찐다고 안 된다고 했지!”…“아주머니, 경찰입니다.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왔는데 신분증 보여주시죠.”

남편의 미국 연수로 뉴욕에 살던 김모 씨(39·여)는 지난해 말 마트에서 장을 보다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다. 점점 살이 붙는 열 살 난 딸이 과자를 사달라고 계속 조르자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는데 출동한 경찰에 호되게 당했다. 언성을 높이던 그가 손바닥으로 딸의 등까지 때리는 것을 본 현지인들이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김 씨는 “범죄자 취급을 받았던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등에 땀이 맺힌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호주 언론들은 한인 여성이 다섯 살 딸을 학대한 사건을 크게 보도했다. 딸을 가게 밖에 세워놓고 손등으로 배를 툭툭 때렸다는 것이다. 이 장면을 본 이웃들이 동영상을 촬영해 경찰에 신고했다. 한인 여성의 변호사는 법정에서 “이런 훈육 방식은 한국에선 흔한 일이다. 아이 엄마도 학교에서 경험했던 일”이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하지만 호주 법원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며 1200호주달러(약 106만 원)의 벌금형과 육아 및 스트레스관리 교육 수강을 명령했다.

○ 엄격한 법 집행

선진국에서는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감수성이 민감한 데다 법 집행도 엄격하다. 흉기를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학대하는 부모에게 무거운 벌을 선고한다. 부모의 친권보다는 아동의 권리를 우선시한다. 아이를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비뚤어진 부모관이 팽배한 한국 사회와는 정반대다.

미국에서는 가정 내의 아동학대와 교육적 방임에 대해 국가가 적극 개입한다. 학대받은 아동은 우선 부모로부터 격리해 위탁가정에 맡긴다. 이후 주(州)정부가 법적 후견인이 돼 아이의 상태를 6개월마다 검토한다.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도 엄하다. 2011년 9월 “채식주의를 고집해야 한다”며 생후 6주 된 아이에게 두유와 사과주스만 먹여 숨지게 한 애틀랜타의 채식주의자 부부는 조지아 주 대법원으로부터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영국은 부모가 아이에게 정서적 학대를 했을 때에도 최고 징역 10년을 선고할 수 있는 ‘신데렐라법’을 지난해 제정했다. 아이에 대한 모욕과 폭언부터 원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한국은 2014년 아동학대특례법을 마련해 아동을 숨지게 한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하지만 많은 아동학대 사건에서 부모에게 아동학대 치사죄가 적용돼 왔다. 이 죄의 형량은 징역 4∼7년으로 일반적인 살인죄의 형량(10∼16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 우리 모두가 감시자여야

선진국에서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아동학대의 감시자다. 신고에도 적극적이다. 반면 한국에선 ‘남의 집안 일’로 치부해버리기 일쑤다. 1월 부천 초등생 사체 훼손부터 최근 청주 안모 양 학대사망 사건까지 아이들은 이웃의 무관심 속에 방치됐다.

2014년 9월 미국 뉴욕 플러싱에 사는 한인 부부는 고성이 오가는 부부싸움을 하다 이웃의 신고로 경찰에 체포됐다. “두 살 난 아이가 지켜보고 있었고 과격한 말투가 아이의 안전을 위협했기 때문에 아동보호법 위반”이라는 것이었다.

2004년 개정된 일본의 아동학대방지법은 아동보호에 관한 업무를 하는 사람뿐 아니라 학대를 받았다고 의심되는 아동을 발견한 사람에게도 신고 의무를 지우고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아동학대는 우리 모두가 경각심, 민감성을 가져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친권#인권#아동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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