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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어(제주도 방언)가 유네스코 지정 ‘소멸 위기 언어’로 등재됐다. 제주도청은 지난해 12월 제주어가 인도의 코로(Koro)어와 함께 유네스코 ‘소멸 위기 언어 레드북’ 홈페이지에 등재됐다고 최근 밝혔다. 소멸 위기 언어로 지정되면 정부는 해당 언어의 보존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세워야 하고, 유네스코에 관련 기금도 신청할 수 있다. 이번 등재를 추진한 강영봉 제주대 국어문화원장은 “지난해 3월 유네스코의 소멸 위기 언어 담당관이 제주도를 방문해 제주어 연구 현황을 파악하고 학자들도 만나는 등 현장 조사를 했다. 이후 등재를 위한 자료를 보내는 등 서신교환이 이어졌고 지난해 12월 16일 홈페이지에 실렸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제주어는 유네스코의 소멸 위기 언어 5단계 중 4단계인 ‘아주 심각한 위기에 처한 언어’(critically endangered language)로 등재됐다. 1단계는 ‘취약한 언어’, 2단계는 ‘분명한 위기에 처한 언어’, 3단계는 ‘심하게 위기에 처한 언어’이며 마지막 5단계는 ‘소멸한 언어’이다. 유네스코의 소멸 위기 언어 등재 기준은 세대 간의 언어 전승 현황, 화자의 절대 수, 해당 언어에 대한 정부와 기관의 정책, 해당 언어 자료의 양과 질 등 9가지다. 국어문화원은 2008년 국립국어원에 제출한 ‘제주 지역어 생태지수 조사 보고서’에서 “실제 제주 지역어를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인구는 날로 줄어들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 연구팀은 이 조사에서 1년의 순환에 관련된 어휘 86개와 제주 문화 관련 분야별 어휘 90개를 제주도에 거주하는 20대, 40대, 60대 각 100여 명(총 300여 명)에게 제시하고 일상생활에 사용하는지, 뜻을 이해하는지, 단어 자체를 아는지 등을 물었다. 그 결과 20∼60대 각 세대의 90% 이상이 뜻을 알고 일상생활에서도 쓰고 있다고 답한 단어는 ‘실프다’(표준어 ‘싫다’에 해당) 하나뿐이었다. 제주 문화에 관한 말 중에도 ‘어디 감수광’ ‘잘 갑서’ 등 6개에 대해서만 전 세대의 70∼79%가 무슨 뜻인지 알고 일상에서도 사용한다고 답했다. 세대차도 컸다. ‘우영팟’(표준어 ‘터앝’에 해당)은 60대 중 95.8%가 ‘알고 있고 사용한다’고 답했지만 20대의 경우 사용한다고 답한 사람이 한 명도 없고, 단어 자체를 모른다고 답한 비율도 62.5%였다. 제주어는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아래아와 중세 어휘가 상당수 남아 있어 한국어의 원형을 보여주는 언어로 특수성을 인정받는다. 제주도는 이 같은 제주어의 문화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2007년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방언에 관한 조례인 ‘제주어 보전 및 육성 조례’를 제정했다. 2009년에는 14년 만에 ‘제주어사전’ 개정증보판이 나왔고, 같은 해 2월에는 1992년 창립됐다 맥이 끊어진 ‘제주방언연구회’가 재창립됐다. 현재 회원 20여 명이 매년 2회씩 연구모임을 갖고 있다. 강 원장은 “지금까지의 제주어 보존 노력을 유네스코에서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도 다른 나라의 사례를 조사하고, 제주어 연구소 설립 등 기존의 보존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등재를 계기로 한국어 방언 전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승철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위기에 처한 것은 경상도, 전라도 방언 등도 마찬가지”라며 “지금까지는 의사소통을 염두에 두고 표준어로 한국어를 통일하는 것이 정부의 국어 정책이었다. 이번 등재를 계기로 한국어의 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해 방언의 가치를 인정하고 보존하는 쪽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책은 우리 안에 있는 얼음 바다를 깨는 도끼라야 하네.”(카프카) “몸이 음식을 필요로 하듯 정신은 읽기를 필요로 한다. 우리는 우리가 읽는 것으로 된다.”(플로베르) 읽기는 단순히 문자를 해독하는 행위를 넘어서 지식을 습득하고 생각을 확장하는 행위다. 그러나 읽기가 처음부터 이런 의미를 지녔던 것은 아니다. 읽기가 태동되던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읽기는 기호를 해독하는 목표 지향적 행위에 지나지 않았다. 언어학자인 저자는 쐐기문자를 사용하던 고대부터 전자부호를 읽어내는 현대까지 읽기의 역사를 일별한다. 구어 전통이 강하던 ‘파피루스 혀’의 시대부터 소리 내지 않고 눈으로 읽는 ‘양피지 눈’의 시대, 그리고 인쇄술을 통해 읽기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던 ‘종이인쇄’의 시대 등으로 나눠 살펴본다. 저자의 전작 ‘언어의 역사’ ‘쓰기의 역사’에 이은 3부작의 마지막 책이다. 고대에는 읽기란 극히 소수만이 지닌 능력이었다. 이것이 일반 시민으로까지 확대된 것은 고대 로마제국 시기였다. 저자는 로마를 “최초의 ‘읽기 제국’”으로 부른다. 법률 제안문서, 공직 후보자의 정견 발표 등 공적 영역에 참여하기 위해 읽기 능력은 꼭 필요했다. 그러나 이 시기에도 읽기는 대부분 낭독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낭독할 경우 읽기는 글자로 쓰인 것을 인간의 목소리로 재현하는 데 그친다. 소리 내 읽지 않고 눈으로만 읽을 때, 즉 묵독할 때 비로소 읽기는 재현에서 사고의 확장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묵독은 낭독과 달리 청자를 의식하지 않으며, 자유롭게 사유를 펼치는 개인주의적 행위의 가능성을 지닌다. 저자는 “그리스, 유대 및 라틴 문화가 다른 가치와 관행을 융합하며 ‘기독교 문화’를 형성한 고대의 후세기에 이르러 비로소 읽기는 보다 내부 지향적이고 조용하며, 개인적인 지식추구, 내밀한 탐색이 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14세기 르네상스의 선각자로 알려진 페트라르카를 “현대 독자의 효시”로 부른다. 페트라르카는 읽기를 책 속에서 필요한 내용을 골라내고 특정 내용에서 영감을 받는 행위로 인식했다. 특히 15세기 후반에 이르러 인쇄술의 발달로 책 공급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책을 선택하고 소유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읽기는 저자의 목소리를 수동적으로 듣는 것에서 스스로 질문하고 사고하는 능동적 행위로 바뀌었다. 근대를 거치며 사람들은 더 많이, 더 다양한 것을 읽게 된다. 저자는 한국의 읽기 역사에 대해서도 간략히 언급한다. 저자는 “한글은 조립식 금속활자 인쇄를 활용하기 위해 특별히 발명된 글자”라고 말한다. 그러나 “조립식 금속활자에 의한 인쇄술의 대단한 잠재력을 깨닫지 못했다”고도 지적한다. 문헌 생산은 계속해서 상류층이 독점했고, 그 결과 유럽과 같은 ‘읽기 혁명’을 일궈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명으로 읽기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읽기 자체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물론 읽기의 대상인 언어의 종류가 문자언어에서 다양한 시각언어로 확대되기도 했다. 컴퓨터 채팅과 문자메시지는 일상 대화까지도 기록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읽기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저자는 “읽기를 통한 효율적 정보관리만이 그 최종 목표인 ‘지식’에 도달할 수 있다”며 “지금 인류는 언어의 한계, 시공간을 뛰어넘고자 이 놀라운 초감각 ‘읽기’에 기대고 있다”고 말한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2000년대 한국인 가운데 신문에 등장하는 횟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인물은? 피겨스케이트의 김연아 선수다. 2000년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다가 2009년 100만 단어당 3000회 이상 언급돼 10년 동안 약 600배 증가했다. 2위는 약 450배 증가한 이명박 대통령이었다. 외국인으로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신문 등장 횟수가 가장 많이 증가했다.신문기사를 통해 한국 사회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이 20일 발표한 ‘신문 어휘를 통해 본 한국사회의 추이 분석’으로, 민족문화연구원이 2008년부터 추진해온 ‘물결 21’ 사업의 첫 번째 연구 성과다. 2000∼2009년 동아 조선 중앙일보와 한겨레신문의 모든 신문기사에서 단어를 추출해 그 빈도와 용례, 사회적 의미를 분석했다. 추출된 단어는 어절(語節·띄어쓰기의 단위) 기준으로 약 4억 개에 달한다.‘키워드와 관련어 기반의 사회문제 분석’에서는 사회문제 관련 단어 중 빈도가 높으면서 연도별 변화 폭이 큰 단어로 양극화, 가난, 빈곤, 소외, 자살이 꼽혔다. 양극화는 2000년 100만 단어당 약 16.2회에서 2006년 약 157.9회로 증가했다. 그러나 2007년 약 70.7회, 2008년 약 36.5회로 점점 줄어들었다. 빈곤의 경우 2000년 100만 단어당 21.9회 등장하다 2004년 114.1회로 크게 늘었고 2009년에는 57.5회로 줄어들었다.연구는 각 단어 관련어의 변화 양상도 살폈다. 예를 들어 ‘자살’에 관한 단어 중 요인에 해당하는 단어를 추출하면 빚, 실패, 스트레스, 비관, 우울증 등이 나온다. 우울증은 가장 관련성이 높은 것으로 나오지만 빚은 2004년 이후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스트레스도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 자살의 주요인이 경제적인 것에서 정신적인 것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정치 관련 키워드를 통해 본 정치적 관심사의 변화’에서는 ‘정치’라는 단어의 등장 횟수가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2000년에는 100만 단어당 900회 이상 등장했지만 2009년에는 100만 단어당 600∼700회로 줄어들었다. 정치 분야에서 지난 10년간 등장 횟수가 증가한 단어는 진보, 보수, 중도, 실용주의, 선진화였고 감소한 단어는 개혁, 부정부패, 지역주의, 시민운동이었다. ‘트렌드로 살펴본 문화 소비 현상’에서는 ‘트렌드’와 관련한 단어 중 증가한 단어를 기반으로 지난 10년간의 문화소비 트렌드를 분석했다. 이미지와 관련한 단어로 ‘귀족적’ ‘청순’ 같은 추상적 단어는 줄어들고 ‘이효리’ ‘김태희’ 같은 스타나 ‘현대’ ‘아우디’ 같은 자동차 관련 브랜드명이 등장했다. 외식 관련 단어로는 패밀리 레스토랑 이름이 줄어들고 삼겹살, 된장찌개, 갈비 등이 증가했다. 집에서 먹을 수 있는 한식도 밖에서 사 먹는 등 외식문화가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이번 연구 결과엔 ‘지난 10년 신문으로 본 일상생활 방식의 변화’, ‘건강, 질병, 의료의 관념 변화와 트렌드 분석’도 포함됐다. 민족문화연구원은 2000년대 이전과 이후의 신문기사도 조사하고 분석 방식을 다양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홍승엽 안성수 전미숙 김남진…. 2011년 겨울 한국 현대무용계는 뜨겁다. 공연 비수기인 1월에도 주요 현대무용 안무가들의 공연이 잇따라 무대에 오르고 있다. 작품성을 인정받은 안무가들의 대표작이 줄지어 무대에 오르는 점에서 특히 눈길을 끈다. 가장 주목할 만한 공연은 29, 30일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무대에 오르는 국립현대무용단 창단공연 ‘블랙박스’. 홍승엽 예술감독의 대표작인 ‘데자뷔’ ‘달 보는 개’ ‘아큐’ ‘벽오금학’ 등 8개 작품을 해체 재구성해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전석 1만 원이라는 파격적인 티켓 가격과, 서울 도심 전광판 광고와 인터넷 포털에 메인배너 광고를 하는 등 적극적인 홍보 덕에 초대권을 배포하지 않고도 전석 매진됐다. 이후 29일 오후 2시 공연을 추가했지만 이 역시 19일 매진됐다. 02-3472-1420. 21, 22일 서울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안성수픽업그룹의 공연 ‘베스트 오브 안성수픽업그룹’에서는 끊임없이 음악을 탐구하고 이를 춤으로 풀어내는 안무가의 개성을 엿볼 수 있다. 21일에는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이용한 ‘장미’, 라벨의 ‘볼레로’를 이용한 ‘mating dance’를 선보인다. 22일에는 탱고의 거장 피아졸라의 음악을 사용한 ‘피아졸라 공부’, ‘볼레로’를 사용한 또 다른 작품 ‘Life 볼레로 2005’를 무대에 올린다. ‘볼레로’를 사용한 두 작품 중 ‘mating dance’가 서로에게 구애하는 남녀의 모습을 경쾌하게 그렸다면 ‘Life 볼레로 2005’는 생의 희로애락을 주제로 기하학적인 안무가 특징이다. 22일 공연 뒤에는 관객과의 대화 시간도 갖는다. 2만, 3만 원. 02-588-7520 전미숙 무용단 역시 같은 극장에서 27, 28일 ‘전미숙의 Edge’라는 제목으로 ‘나는 잠수한다’ ‘반갑습니까’ ‘약속하시겠습니까’를 무대에 올린다. 세 작품 모두 경계와 소통이 주제다. ‘나는 잠수한다’가 개인과 세상의 관계를 다룬 한편 ‘반갑습니까’는 속과 겉이 다른 현대인의 모습을 그리며 남북관계에 대한 풍자적인 메시지를 담았다. 독특한 무대미술도 안무가 전미숙 씨의 특징이다. ‘나는 잠수한다’에는 수족관을 연상시키는 사각형 틀이 등장하고 ‘반갑습니까’에서는 무용수들이 높이 15cm의 스테인리스 무대 위에서 춤을 춘다. ‘약속하시겠습니까’에는 가로 4m, 세로 4m의 기울어진 녹색 무대가 사용된다. ‘나는 잠수한다’ ‘약속하시겠습니까’에는 전 씨가 직접 출연한다. 2만, 3만 원. 02-588-7520 김남진 댄스씨어터창은 현대무용 공연으로는 드물게 19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장기공연을 펼치고 있다. ‘2011 환경 프로젝트’라는 주제 아래 환경파괴를 다룬 ‘미친 백조의 호수 Ⅰ, Ⅱ’(19∼23일), ‘두통’과 ‘Passivity’(25∼26일)를 공연한다. 검은 기름을 뒤집어쓴 백조가 차이콥스키 ‘백조의 호수’에 맞춰 춤을 추는(‘미친 백조의 호수’) 식의 충격적이고 직설적인 방식으로 사회문제를 작품 속에 담아온 안무가 김남진 씨의 스타일을 만날 수 있다. 1만5000원. 02-2263-4680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스미스 씨와 딸 스머지, 강아지 알버트가 공원으로 산책을 왔다. 스미드 부인과 아들 찰스, 강아지 빅토리아도 같은 시간에 공원에 도착했다. 목줄을 풀어주자마자 즐겁게 뛰어노는 알버트와 빅토리아. 금세 가까워져 함께 그네를 타는 스머지와 찰스. 하지만 두 어른만은 같은 벤치에 앉아서도 서로 다른 쪽만 본다. 구두를 신은 벤치, 굴뚝에서 튀어나오는 바나나 같은 독특한 소도구들, 다양한 계절을 표현한 풍경 등 작가 특유의 그림이 흥미롭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1929년 일제가 수탈을 목적으로 사찰림을 조사한 뒤로는 한 번도 제대로 된 사찰생태에 관한 조사가 없었습니다. 사찰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는 우선 비춰 볼 거울로 사찰생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2002년부터 7년에 걸쳐 전국 108개 사찰을 돌아봤다. 토양 나무 꽃 곤충 동물 등 사찰생태를 관찰해 그 내용을 책 10권에 오롯이 담았다. 김재일 사찰생태연구소 대표(64·사진)가 최근 완간한 ‘산사의 숲’ 시리즈다. 17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완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김 대표는 삭발한 모습이었다. 8년째 폐암으로 투병하고 있는 그는 “이제 듣는 항암제가 없어 지난해 12월부터 치료를 중단했다. 그때 병원에서 3개월 남았다고 했다. 10분 이상 걸으면 숨이 찬다”면서도 “숲이 치유 기능이 있기 때문인지 그래도 1년 정도는 더 산 것 같다”고 말했다. 고교 국어교사 출신으로 출가했다 환속한 경험도 있는 김 대표는 1994년 환경단체 두레생태기행을 설립하고 생태운동과 숲 해설 등을 해 왔다. 그는 “운전을 하지 않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해 모든 절에 다녔고, 사찰에서 주변 생태를 파괴한 사례도 가감 없이 담기 위해 절에서 잠을 자거나 밥을 얻어먹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책에는 비구니 사찰인 경북 청도 운문사, 부처님 오신 날에만 개방하는 경북 문경 봉암사 등 평소 접근하기 어려운 사찰도 포함돼 있다. “경북 영주 부석사는 1500년이 넘은 고찰로 아름답다고 평가받지만 생태적으로는 많이 부족해요. 주변이 솔숲에서 사과밭으로 바뀌었는데 농약을 치다 보니 근처에 곤충이 하나도 없습니다.” 김 대표는 “사찰은 그 문화유산뿐 아니라 생태도 아름다워야 한다”며 “외부에서 사찰생태를 파괴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찰 측이 건물을 짓거나 조경을 새로 하며 주변 생태를 파괴하는 일도 많다”고 했다. 생태가 잘 보존돼 있는 사찰로는 경북 포항 보경사, 전남 해남 미황사, 경북 봉화 청량사 등을 꼽았다. 그는 “시간이 허락한다면 사찰 주변의 식생을 보존할 수 있는 불교수목원을 세우고 싶다”는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 “석가모니는 숲으로 출가하고 숲에서 열반에 든 숲의 성자입니다. 불교는 ‘살생하지 말라’는 계율을 가진 숲의 종교죠. 사찰생태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인간은 악하기보다는 선하다’ ‘나쁜 일을 하면 대가를 치른다’ ‘운명은 타고나기보다는 노력이나 능력에 따라 만들어진다’ ‘자유가 평등보다 중요하며, 같은 직무라도 능력이 다르다면 서로 다른 월급을 받는 것이 공평하다’. 현대 한국인이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아가는지 알 수 있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갤럽은 17일 ‘한국인의 철학’을 주제로 2009년 12월 15일부터 2010년 1월 5일까지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503명을 개별 면접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항목은 인생관, 가족관, 윤리관, 종교관, 국가관, 사회관 등 가치관 전반을 포괄했다. 한국갤럽은 이 설문조사 결과를 종합한 책 ‘한국인의 철학’도 이날 출간했다. 이 책에는 송영배 이태수 서울대 철학과 명예교수, 손동현 성균관대 철학과 교수, 황경식 서울대 철학과 교수가 결과에 대해 대담을 나눈 내용이 들어 있다.》 인간의 본성에 관한 질문에서는 ‘태어날 때부터 선하다’는 답변이 53%, ‘선악을 동시에 갖췄다’가 32%로 나타났다. ‘나쁜 일을 하면 언젠가 그 죄를 받는다’에 대해서는 ‘그렇다’는 답이 85%로 압도적이었다. 운명에 대해서는 노력이나 능력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답이 62%, 타고나는 것이라는 답이 24%였으며 반반이라는 답이 12%였다. ‘인생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전체의 90%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러나 인생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얼마나 자주 하는지 묻는 설문에서는 ‘자주 혹은 가끔 생각한다’는 답이 51%로 ‘거의 생각하지 않거나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는 답(48%)보다 높았다. 이 교수는 대담에서 “의미 있는 삶이라고 답을 하면서도 인생의 의미에 대해 회의를 느낀 적이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도 서구처럼 복잡하고 심화된, 세련된 인생의 의미를 추구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죽음에 대한 생각은 자주 한다(7%), 가끔 생각한다(49%),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30%),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13%)로 나타났다. 황 교수는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비율이 (다른 국가에 비해) 많은 편”이라며 사후 세계에 대한 논의가 전무한 유교적 전통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전체의 83%(매우 행복하다 14%, 어느 정도 행복하다 69%)로 나타났다. 행복하다는 답은 1981년 한국갤럽 조사 결과에 비해 18%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한국인임이 자랑스러운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전체의 85%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매우 그렇다’는 비율은 22%로 1981년에 비해 23%포인트나 감소했다. 전쟁이 날 경우 우리나라를 위해 기꺼이 싸우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참전하겠다는 답이 61%, 참전하지 않겠다는 답이 26%였다. 1981년 당시 참전하지 않겠다는 답이 6%에 그친 것과 대비된다. 현 사회제도에 대해서는 점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는 의견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잘못된 점이 많으며 빨리 바뀌어야 한다’ 30%, ‘잘못된 점이 존재하나 서서히 개선돼야 한다’ 61%, ‘만족한다’ 3%로 나타났다. 자유와 평등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를 묻는 설문에서는 자유 53%, 평등 42%였다. 이와 관련해 같은 나이에 비슷한 일을 하지만 능력 차이가 있는 비서가 서로 다른 월급을 받는다면 이것이 공평한지를 묻는 문항도 있었다. 공평하다는 답이 78%로 대다수가 능력에 따라 월급을 차등 지급하는 것에 동의했다. 정치에 대해서는 66%가 관심 없다고 답했다. 1981년의 52%에 비해 14%포인트 증가했다.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매우 보수 3%, 다소 보수 26%, 보수도 진보도 아니다 39%, 다소 진보 18%, 매우 진보 2%로 답했다. 가족관에 관해서는 ‘집안의 남자 어른이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는 항목에 대해 그렇다 47%, 아니다 50%로 나왔다. ‘남편과 아내가 하는 일은 구별돼야 한다’는 항목에 대해서도 그렇다 40%, 아니다 59%의 비율을 보였다. 전통적 가족관이 약화된 모습이다. 결혼관에 대한 설문에서는 혼전 동거에 대해 반대가 54%, 찬성이 40%였다. 그러나 20대 중에서는 찬성이 54%로 반대보다 많았다. 이혼은 68%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답해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견해(30%)를 두 배 이상 앞질렀다. 점(占)이나 사주를 믿는지에 대한 설문에서는 직접 점을 본 적 있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40%, 본 적 없다는 답이 60%로 나왔다. 점을 믿지 않는다는 답은 전체의 67%(전혀 신뢰하지 않음 30%, 별로 신뢰하지 않음 37%), 믿는다는 답은 전체의 31%(많이 신뢰 3%, 어느 정도 신뢰 28%)였다. 궁합에 대해서도 궁합이 나빠도 결혼은 괜찮다는 답이 62%로 가장 많았다. 응답자 중 44%는 종교가 없다고 답해 가장 많았고 25%는 개신교, 22%는 불교, 8%는 천주교 신자라고 답했다. ‘철학’이라는 개별 학문분야에 관한 설문도 함께 실시됐다. ‘철학’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지를 묻는 질문(2개까지 중복 대답)에 점과 관련된 용어를 떠올리는 비율이 전체의 21%, ‘어렵고 재미없다’는 생각을 떠올리는 비율이 전체의 20%에 달했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한국 철학자를 묻는 질문(2명까지 중복 대답)에는 생각나는 학자가 없다는 답이 76%로 압도적이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철학 책을 몇 권 읽었느냐는 질문에도 관련 책을 읽은 적이 없다는 답이 74%에 달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공정사회’와 ‘사회통합’. 올해 국내 인문사회 학술계의 주요 의제는 이 두 가지로 요약된다. 이명박 대통령의 공정사회론과 미국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촉발된 공정사회 및 사회통합 이슈를 놓고 인문사회 분야 주요 학회들이 그 의미와 실천방안, 문제점을 논의하는 자리를 집중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공정과 정의’ 실천방안 논의 한국철학회는 6월 초 개최할 학술대회 주제를 ‘공정한 사회와 정의’로 잡았다. 송인창 한국철학회장(대전대 철학과 교수)은 “작년에 국민들의 정의에 대한 열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학술적으로 점검하는 자리를 마련함으로써 철학이 대중과 괴리되지 않았음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는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그 결이 다른 만큼 철학적 논의를 통해 사회 구성원의 공유 기반을 넓힐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정책학회는 6월 중순 ‘정책학과 공정사회’를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연다. 김헌민 회장(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행정학과 교수)은 “공정에 대한 이론적인 연구와 함께 정책 수립을 위한 실무적인 연구도 필요한 시점”이라며 사회 주요 이슈에 대해 선도적인 역할을 해보자는 취지로 국제학술대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사회통합에 대한 고민 한국언론학회는 5월 ‘한국 사회 소통의 위기’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기로 했다. 언론학자 외 정치학자 사회학자 사회철학자도 초청해 종합적인 시각에서 사회통합의 전제조건인 ‘소통’을 다룬다. 양승목 한국언론학회장(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은 “2008년 촛불시위와 작년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한 여론에서 드러난 것처럼 소통 문제는 계속 심각해지고 있다”며 종합적인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사회학회는 전반기 학술대회 주제를 ‘사회통합’으로 정했다. 박재묵 한국사회학회장(충남대 사회학과 교수)은 “사회통합은 현재 사회의 이슈이기도 하지만 사회학의 오랜 연구 주제이기도 하다”며 공정사회와 더불어 사회통합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의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회통합의 주요 의제인 이주(노동)자 문제에 대한 논의도 이뤄진다. 역사학회(회장 김경현 고려대 사학과 교수)는 10월 전국역사학대회의 주제를 ‘국경을 넘어서-이주의 역사’로 정했다. 한국현대소설학회(회장 송현호 아주대 국문과 교수)도 5월 ‘이주와 귀환’을 주제로 이화여대에서 학술대회를 연다. 한국종교학회(회장 류성민 한신대 종교문화학과 교수)는 전반기 학술대회에서 종교 간 갈등의 원인을 파악하고 종교 소통을 논의하기 위해 한국 중국 일본의 종교 정책과 행정을 비교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노인복지에 대한 학술적 접근 2012년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복지 문제가 정치 이슈로 부각되면서 학계에서도 복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국심리학회는 노인복지 문제에 초점을 맞춰 올해 학술대회를 꾸릴 예정이다. 손정락 한국심리학회장(전북대 심리학과 교수)은 “복지 문제와 연관해 고령화사회에서 심리학이 기여할 수 있는 노인의 행복지수, 가족과 건강 문제에 대해 집중 토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서양사학회(회장 유희수 고려대 사학과 교수)는 올해와 내년 공공성과 노인복지 문제를 연속해 조망한다. 5월 학술대회 주제를 ‘서양사 속의 공공성과 공론장’으로 정한 데 이어 내년 대회는 ‘서양사 속의 노년’을 주제로 잡았다. 한국사회복지학회는 3월 ‘사회복지 정확히 이해하자’는 취지의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어 4월엔 빈곤뿐 아니라 다문화, 소수자 문제 등의 여러 측면에서 사회복지를 논의하는 학술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2008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전은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후보와 아프리카계 미국인 대통령 후보가 벌인 대결로 기억된다. ‘뉴욕’과 ‘타임’의 정치기자인 두 저자가 200여 명과 300여 건의 관계자 인터뷰를 바탕으로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재현한다. 오바마와 힐러리 두 사람의 승패를 가른 요인은 무엇이었는지 분석하는가 하면 경선의 분수령이 됐던 민주당 아이오와 경선 현장의 급박한 분위기도 그대로 전달한다. 두 사람의 대결을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다루며 2008년 공화당 대선후보 지명전도 다뤘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가 한반도를 덮치면서 수많은 소와 돼지, 오리가 도살돼 땅에 묻혔다. 축산농가의 시름도 깊어만 가고 있다. 예상치 못했던 천재(天災)일까, 이 같은 재앙을 부르는 데 인간의 손길이 영향을 미친 것일까. 2004년 2월 15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의 한 수의사는 지역 양계업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며칠 전 이 업자의 닭을 치료해주었는데 이제 한 시간마다 네 마리씩 닭이 죽어나가고 있다는 얘기였다. 저병원성이었던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빠르게 고병원성균으로 바뀐 것이다. 다른 양계농가로 전파된 것은 물론, 순식간에 사람과 동물 간 공통 감염형태로 발전해 15명 이상의 감염자가 나왔다. 저자는 대장균이나 바이러스 등 미생물을 가리켜 “산업적 식품 생산 시스템에 이만한 적수도 없어 보인다”라고 지적한다. 대량생산과 가공식품 위주인 현대 식품산업에서 균과 바이러스의 위협은 과거보다 훨씬 더 커졌다는 뜻이다. 저널리스트로서 자원과 환경 문제를 주로 다뤄온 저자는 이 책에서 현대의 식품 시스템이 언제, 어떻게 생겼는지를 설명하며 이 시스템 때문에 미래의 식량이 어떤 위기에 처해 있는지를 진단한다. 대장균은 먼지와 섞이면 못 가는 곳이 없다. 소가 길가에 뒹굴거나, 차가 비포장도로를 지나며 먼지가 일면 길가의 논밭으로 대장균이 섞인 먼지가 고스란히 앉는다. 대량생산되는 채소의 경우 대형 풀 절단기를 사용하는데 이 절단면은 대장균이 들러붙어 번식하기에 좋은 최적의 조건을 제공한다. 대량생산이기 때문에 세척과정도 간략해진다. 식품생산이 산업화되고 대형화될수록 효율은 오르지만 그만큼 깨끗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먹는 건 어려워지는 셈이다.저자는 다른 산업과 달리 식품산업에는 관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농업은 공급이 수요를 초과해 가격이 폭락해도 생산을 줄이기 어렵다. 땅을 사는 것 자체에 너무 큰 자본이 투입되기 때문에 계속 농사를 지어서 무엇이든 생산해내야 하는 것이다. 거대 식품기업 및 대형 마트와 같은 거대 소매업자들은 농산물이 더 저렴해지도록 부추긴다. 식품기업은 폭락한 농산물로 가공식품을 만들어 부가가치를 생산하고 더 높은 이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소매업자들은 상시적으로 가격할인정책을 펼치며 부담을 고스란히 생산자에게로 떠넘긴다. 결국 농업은 더 대형화되고 화학비료나 항생제, 유전자변형식품과 같은 기술을 동원하게 된다. 이처럼 비대해진 채 타성적으로 굴러가는 현대의 식품 시스템은 앞선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질병 전파에 취약하다. 새로운 상황에 맞춰 시스템을 개선하기도 어려워진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과 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식품 소비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특히 경제 발전과 함께 이들의 식생활은 점점 육류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이처럼 식품을 두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같이 농업이 취약한 지역은 점점 더 세계식량경제에서 소외되고 있다. 저자는 다양한 식품산업 관계자를 인터뷰하고 현장 취재를 통해 인류가 ‘식량의 종말’의 위기에 처해 있을지 모른다고 경고한다. 먹을거리 지역 공동체를 구성해 지역 식품을 활용하고 육류 소비를 줄여 이를 어류 소비로 대체하며, 소비자 스스로가 식품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는 등의 대안을 제시한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동아일보 △고객지원국장 최영묵 △경영지원국장 하준우 △미래전략연구소장 박원재(부장급) △논설위원 정연욱(차장급) 송평인(차장급) △부국장 한기흥 이인철 허엽 ▽부장 △편집1부장 황규화 △편집2부장 김사중 △지면리디자인팀장 조창래 △정치부장 박제균 △경제부장 임규진 △국제부장 이기홍 △사회부장 하종대 △교육복지부장 서영아 △문화부장 유윤종 △오피니언팀장 김상철 △전문기자 윤양섭 김창혁 △동아닷컴파견 성하운 석동율 권순일 ▽차장 △편집1부 김수곤 △정치부 박성원(부장급) 공종식 △산업부 정경준 △경제부 이강운 △국제부 이현두 △사회부 이진구 △교육복지부 송상근 정위용 △스포츠레저부 이원홍 △문화부 이진영 ▽차장급 △편집2부 최한규 △스포츠레저부 황태훈 △사진부 신원건 △동아닷컴파견 권혜진 ▽보도본부 △편집국 부국장 겸 보도본부장 김차수 △뉴스제작팀장 유종헌(부국장급) △스마트팀장 강수진(차장급) △기획팀장 서정보(차장급) ▽편성본부 △편성본부장 겸 동아미디어아카데미 원장 박희설 △편성팀장 김민경(차장급) ▽경영기획본부 △경영기획본부장 반병희(부국장급) △뉴미디어팀장 김광현(차장급) △경영계획팀장 천광암(차장급) △경영계획팀 김상완(차장급) △광고마케팅팀장 황재성(차장급) △광고마케팅팀 손종태(차장급) 오형진(차장급) ▽대외협력본부 △편집국 전문기자 겸 대외협력본부장 오명철(국장급) ▽기술본부 △시설팀장 강병기(차장급) △역량강화팀장 부형권(차장급) △영업1팀장 이준우(부국장급) △영업2팀장 조병익(부장급) △기획팀장 유호경(부장급) △전략영업팀장 조재현(부장급) △전략영업팀 미디어플래닝파트장 김기환 △영업1팀 금융유통파트장 김의섭(차장급) △영업2팀 교육파트장 송하승(차장급) △영업2팀 광고사파트 박종호(차장급) △기획팀 공기업파트 윤도현(차장급) △광고지원팀 광고관리파트 정주호(차장급) △영업2팀 부동산임시물파트장 김세환(차장급) △기획위원 최두열(국장급) 안기석(부장급) △경영교육팀장 한인재 ◇국토해양부 ▽국장급 임용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심판관 추교필 ◇농림수산식품부 ▽고위공무원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장 박규호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배시험장장 이한찬 △대변인 김상남 △기술협력국 기술경영과장 강진구 ▽국립농업과학원 △농업환경부장 윤순강 △토양비료관리과장 하상건 △기후변화생태과장 강기경 △잠사양봉소재과장 이명렬 △유전자분석개발과장 한장호 ▽국립식량과학원 △기능성작물부장 이종기 △두류유지작물과장 백인열 ▽국립축산과학원 △동물바이오공학과장 박진기 △낙농과장 권응기 △기획조정관 임재암 △연구정책국장 라승용 △농촌지원국장 이학동 △국립식량과학원 벼맥류부장 임상종 △지방이전추진단장 황정환 △농촌현장지원단장 곽창길 △청장비서관 강희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과수과장 황해성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생물부장 이상범 △농식품자원부장 전영춘 △기획조정과장 이영희 △운영지원과장 이영진 △생산자동화기계과장 최규홍 ▽기획조정관실 △지식정보화담당관 임대환 △녹색미래전략팀장 이병서 ▽연구정책국 △생명자원관리과장 박수봉 △평가관리과장 김경미 ▽기술협력국 △국제기술협력과장 이상재 △기술연수과장 박공주 ▽국립축산과학원 △축산환경과장 이상철 △영양생리팀장 문홍길 △가축개량평가과장 최유림 ◇국가인권위원회 ▽담당관 △기획재정 김용국 △행정법무 송호섭 ▽과장 △홍보협력 서수정 △조사총괄 배대섭 △침해조사 김성준 △장애차별조사 조영호 ◇교통안전공단 ▽상임이사 임명 △철도항공안전본부장 김찬수 △검사운영본부장 신기선 ▽전보 △자동차성능연구소장 김만웅}

“재한(在韓) 7년의 전쟁을 겪고 귀국하면서 웅천의 사기장(陶師·도사) 거관(巨觀) 등 100여 명의 한국인을 데려와 히라도(平戶) 성 아래 마을을 정하여 고라이(高麗) 정이라 하고 여기에 살게 했다.” 1918년 발간된 ‘히라도도자기연혁일람’의 한 구절이다. 마쓰라(松浦) 백작가 편수소에서 발간한 60쪽 분량의 유인물로 경남 웅천(현 창원시 진해구 일대)에서 끌려간 종차관(從次貫), 거관, 에이(X·일명 고라이바바) 3대 사기장과 그 후예들의 활동 등을 담았다. 이 일람과 다른 사료연구, 현지답사를 통해 일본 나가사키 현 히라도 섬과 미카와치(三河) 도자기 발달에 조선 도공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추적한 ‘임진왜란과 히라도 미카와치 사기장’(황정덕, 도진순, 이윤상 지음)이 최근 출간됐다. 일람은 2008년 황정덕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이 히라도 마쓰라사료박물관에서 발굴한 것이다. 웅천 출신 도공들의 내력이 일반에게 이처럼 상세히 알려진 적은 없었다. 이 일람에 가장 먼저 등장하는 사기장의 이름은 종차관이다. 차 사발과 불상을 빚는 데 능숙했던 그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후쿠모토 야지우에몬’이라는 이름을 받았다. 이후 그의 아들이 미카와치로 이주해 정착한다. 조선 여인 에이는 나카자토 집안과 결혼해 그 성을 따랐으며 미카와치에 가장 먼저 정착했다. 일람에는 에이가 흑색 자기를 빚는 데 능숙했고 회색 자기를 발명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거관은 미카와치 도자기의 전성기를 구가한 인물로 1634년 히라도 청자도자기를 발명하기도 했다. 이 같은 기술은 현대까지 이어져 1978년 미카와치 도자기는 일본에서 아홉 번째 국가지정 전통공예품으로 지정됐다. 이 외에도 책은 현지에서 조선 도공들을 어떻게 기억하고 기리고 있는지와 현재 미카와치에 사는 3대 사기장 후손들의 현황도 담고 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웹툰은 성장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이제는 ‘앱툰’ 시대다.”(한창완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2011년 한국 만화 시장이 변화하고 있다. 2000년대 한국 만화 산업의 중심은 웹툰이었다. 그러나 2010년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새로운 플랫폼이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만화 산업도 새로운 시장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포털사이트 만화코너 통해 등단2000년대 중반까지 웹툰 인기 작가는 보통 자신의 블로그나 홈페이지에서 연재를 시작해 인기를 끌면 포털사이트에서 연재를 제의받아 대중적 인기를 모았다. 자신의 홈페이지 ‘강풀닷컴’에서 연재를 시작한 뒤 다음에서 인기를 이어간 강풀 씨가 대표적이다.최근 주목받는 만화가 조석 씨(‘마음의 소리’), 하일권 씨(‘삼봉이발소’ ‘3단합체김창남’) 제피가루(‘브이’) 등의 경우는 이와 다르다. 조 씨는 네이버 만화 ‘도전만화’, 하 씨는 파란닷컴 신인만화가 코너, 제피가루는 다음 ‘나도만화가’ 코너에서 인기를 모아 정식 연재를 시작했다. 다음의 경우 ‘나도만화가’ 코너를 통해 정식 데뷔한 작가가 20여 명에 이른다.웹툰이 만화 산업의 주류로 자리 잡으면서 황미나, 허영만 씨 등 출판만화 인기 작가들도 웹으로 눈길을 돌렸다. 황 씨는 네이버에 ‘보톡스’를 연재 중이며 허 씨는 다음에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를 연재하고 있다. 두 작품 모두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시선이 이동하는 출판만화에서 탈피해 위에서 아래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웹툰 형식을 따르고 있다.한 교수는 “전국의 만화 관련 학과는 80여 개로 매년 6000여 명이 졸업한다. 이들이 등단할 통로는 현재 포털사이트가 거의 유일하다. 고정적인 팬을 가진 인기작가가 등장하고 포털 내의 등단 시스템이 정착됐다는 것은 웹툰 시장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다음과 네이버 만화코너의 연도별 월평균 페이지뷰는 2000년대 중반 폭발적으로 성장하다 2009년과 2010년 다소 완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스마트폰-태블릿PC로 만화 보는 시대애니메이션과 출판만화 콘텐츠를 제작해온 대원미디어는 올해 4월 1차 론칭을 목표로 스마트폰과 태블릿PC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 중이다. 홍찬의 대원미디어 이사는 “대원미디어가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와 콘텐츠 기획력을 바탕으로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한 일종의 엔터테인먼트 포털 앱 형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이미 국내 앱 시장에는 네이버 만화 모바일 앱처럼 기존 웹툰을 스마트폰으로 그대로 옮겨오거나 만화 작품 하나를 통째로 앱으로 옮긴 것이 여럿 출시돼 있다.미국과 일본에서도 만화 앱을 개발해 서비스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특히 화면이 큰 태블릿PC에서 주목받는 콘텐츠로 꼽힌다. 미국 마블코믹스, 코믹솔로지 앱, 일본 망가블레이드 앱 등이 대표적이다. 아이튠스와 비슷한 방식으로, 업체가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앱을 통해 바로 결제해서 보고 만화책을 모아 두듯 정리해 둘 수도 있다.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창작과 교수는 “만화 앱은 현재 주로 미국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앞으로 새로운 10년 동안 만화의 주목할 만한 플랫폼으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스마트TV가 대두될 것”이라고 말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연습실 맨 뒤쪽에 선 소녀의 눈동자는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그 시선은 동작을 알려주는 안무가, 앞에서 춤추는 선배 발레리나, 거울 속의 자신을 몇 차례나 바쁘게 오갔다. 사슴같이 큰 눈은 특별한 꾸밈이 없이도 첫사랑에 빠진 시골처녀 지젤 그대로였다. 11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국립발레단 연습실. 피아노 연주가 흐르는 가운데 2월 24∼27일 공연되는 ‘지젤’ 주역무용수들의 연습이 진행되고 있었다. 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 김주원 씨 뒤로 새로운 얼굴이 눈에 띄었다. 발레리나 이은원 씨(20)다. 2시간에 걸친 연습이 끝난 뒤에도 이 씨는 연습실을 떠날 줄 몰랐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자리를 옮기자는 말에도 “잠깐만 동작 한 번만 더 맞춰보고요”를 연발하며 파트너를 붙잡았다. “지금 조금 정신없어요. 어제(10일) 오후 클래스 끝나고 갑자기 내일부터 연습 나오라는 말을 들었거든요. ‘지젤’은 학교에서 2분짜리 솔로를 춰본 것 외에는 전부 처음이에요.” 작년 7월 인턴단원으로 입단해 9월 ‘라이몬다’에서 군무로 처음 국립발레단 무대에 섰다. 12월 초 ‘백조의 호수’에서는 솔리스트인 스페인 공주를 맡았다. 12월 말 ‘호두까기 인형’에서 주인공 마리 역으로 첫 주역 데뷔했다. 군무에서 주역까지 걸린 기간은 단 3개월. “여덟 살 때 호두까기 인형을 보고 저도 발레 하고 싶다고 부모님을 졸랐어요. 아빠는 딸 몸을 남자들이 그렇게 막 만지게 할 수 없다고 반대하셨다는데 제가 단식투쟁을 하면서 고집을 피워 어쩔 수 없이 하라고 하셨대요.” 취미로 시작한 발레는 예원학교를 거쳐 2007년 고교과정을 생략한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조기 입학으로 이어졌다. 같은 해 중국 상하이국제콩쿠르 주니어 2등, 2008년 불가리아 바르나국제콩쿠르 주니어 3등에 오르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즐겁기만 했던 발레가 힘들어진 것은 그 뒤부터였다. “조기 입학을 해서 동기들이 모두 서너 살 많은 언니 오빠들이었어요. 지금도 또래 친구가 별로 없어요. 2학년 말이 되면서는 욕심만큼 발레도 늘지 않고, 어릴 때부터 발레만 하느라 제가 못해본 것들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어요. ‘안달병’이 나서 정말 아무것도 안 보이고 잠도 제대로 못 잤어요.” 2008년 12월 찾아온 부상은 전화위복이 됐다. 부정확한 동작으로 무리해 연습을 하다 무릎뼈 부상을 당해 8개월 동안 발레를 쉬었다.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고 커피숍 아르바이트에 프랑스 파리 배낭여행까지 감행했다. “그렇게 하고 싶은 걸 다 해봤는데 금방 질렸어요. 제가 계속해서 할 수 있는 건 발레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학교로 돌아와 재활훈련을 시작했다.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훨씬 편했다. 그리고 1년 반, 낭만발레의 대명사 ‘지젤’에 주역으로 설 기회를 얻은 것이다. 소감을 묻자 이 씨는 “고개를 숙이게 된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아, 정말 예쁘다. 아름답다’ 하며 최고로 동경해오던 작품이었는데 막상 직접 해보니 너무 어려워요.” 함께 주역으로 서는 김주원 김지영 씨는 이 씨가 처음 발레를 시작하던 무렵부터 주역으로 활약하던 대선배이다. 이 씨는 “같이 주역으로 무대에 선다는 생각은 감히 하지도 못하겠다. 그냥 보고 많이 배워야겠다는 생각만 한다”고 말했다. 스스로 생각하는 장점을 묻는 질문에도 그는 손부터 내저었다. “전 그냥 다 보통인 것 같아요. 아직 노력해야 할 점이 너무 많아요. 신경 안 쓰면 팔이 자꾸 뒤로 뒤집어지는 버릇이 있는데 그것도 고쳐야 하고, 안쪽 근육을 강화해야 하고, 손가락 끝까지 에너지 보내는 것도 아직 잘 안되고….” 재차 캐묻자 그때서야 쑥스럽다는 듯 웃으며 한마디 한다. “제 얘기가 아니고요. 주원이 언니가 그러시는데 제가 무대에 서면 ‘빛’이 있대요. 중요한 거라고 하셨어요. 제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건 진짜 아니고요….” 이제 갓 스무 살, 프로 무용수로 활동을 시작하자마자 큰 역할을 맡게 된 그는 인터뷰 내내 ‘부담’이나 ‘초조’ 같은 단어는 절대 입에 올리지 않았다. “예전엔 무슨 일이 있으면 굉장히 조급해하는 편이었어요. 지금은 너무 달려가지 않으려고 해요. 큰 목표를 세우기보다 눈앞에 보이는 것부터 하나씩 해내며 천천히 쌓아나가야겠다고 생각해요.”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정민 한양대 교수,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 정병설 서울대 교수가 3일 문학동네 네이버 카페(cafe.naver.com/mhdn)에서 시작한 ‘우리 시대의 명강의’ 연재가 일주일 만에 조회수 1000회를 넘기고 댓글 200여 개를 기록하며 호응을 얻고 있다. 가장 먼저 연재를 시작한 정민 교수의 첫 회 게시물은 11일 오후 현재 조회수 1027회, 댓글 189개를 기록하고 있다. 각각 5일과 7일 올라온 정병설 교수와 안 교수의 글도 조회수가 773회, 647회에 달한다. 현재 이 카페에 매일 연재되는 소설 조회수는 보통 100∼300회 안팎이다. 정민 교수는 매주 월요일 다산 정약용과 제자 황상의 이야기를 담은 ‘삶을 바꾼 만남’, 정병설 교수는 매주 수요일 ‘한중록’을 통해 18세기 조선사회를 들여다보는 ‘권력과 인간’, 안 교수는 매주 금요일 ‘이십사시품’을 중심으로 한시 미학을 풀어 쓰는 ‘궁극의 시학’을 연재하고 있다. 독자들은 “첫날부터 원투펀치 막 날아오는데요.ㅎㅎ 퐁당 빠져서 다 읽었네요.” “요즘처럼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어수선한 때에 이처럼 선인들의 경우를 되짚는 것은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복사뼈가 닳아서 없어질 때까지 정진하고 또 정진할 일입니다” 등의 댓글을 남기며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몇 번째 댓글인지 세며 ‘등수놀이’를 하거나 ‘궁극의안대회쌤’ ‘우유빛깔정민’ ‘따뜻한카리스마정병설쌤’ 등의 말머리를 다는 모습도 눈에 띈다. 정민 교수는 “처음엔 신기하더니, 나중엔 무서워졌다. 거의 실시간 소통인 셈인데, 원고의 사소한 표현까지 신경 써야 하는 등 부담이 크다”고 했다. 안 교수는 “보급형 가벼운 지식이 아니라 저서 한 권에 해당하는 긴 호흡의 진지한 내용이란 점이 일단 호응을 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연구의 결과가 바로 인터넷으로 발표된다는 점에서 정말 새로운 시도”라고 말했다. 정병설 교수는 “마치 교실에서 학생들의 질문을 의식하며 강의하는 것 같다. 독자들의 반응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느끼고 있어서 더욱 조심해서 글을 쓰게 된다”고 했다. 세 교수의 연재물 모두 연재라는 형식의 특성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삶을 바꾼 만남’은 첫 회에서 제자 황상의 일화를 묘사하며 글을 시작해 마치 소설 같은 느낌을 준다. ‘권력과 인간’은 ‘한중록’에 관한 교양서 중 베스트셀러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역사학자 이덕일 씨의 ‘사도세자의 고백’을 비판하는 글로 연재를 시작했다. 독자들은 “이덕일 소장의 주장에 대해 이런저런 비판 글들을 접했지만, 오늘 교수님 글처럼 명쾌하게 하나씩 논리적으로 짚어서 비판한 글은 보지 못했다”(봄나물) “말 그대로 제겐 역사의 재인식이네요”(곤조)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궁극의 시학’은 다양한 컬러 이미지를 글과 함께 배치하고 플래시로 보여주기도 한다. 안 교수는 “주제가 다소 추상적이지만 독자의 눈높이를 확인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민 교수는 “질문이나 논란이 있을 경우 묶어서 답변 형식의 글을 올리려 한다”고 밝혔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독립큐레이터 이원일 씨(사진)가 11일 오전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향년 51세. 중앙대 회화과와 미국 뉴욕대 미술대학원을 졸업한 고인은 2006년 중국 상하이 비엔날레 전시감독을 맡아 한국인 큐레이터로는 최초로 외국 비엔날레의 큐레이터로 선임됐다. 이후 2007년 독일 카를스루에의 미술관 ZKM의 ‘아시아현대미술전’ 총감독, 2008년 스페인 세비야 비엔날레 공동감독 등을 맡아 한국 미술을 해외에 알려왔다. 빈소는 서울 건국대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13일 오전 8시. 02-2030-7903}

한 성직자가 순례여행을 하던 중 성인(聖人)의 유해가 안치된 마을 혹은 도시에 들른다. 성인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본 성직자는 유골을 훔치기로 결심한다. 그는 한밤중을 기다렸다 유골을 탈취해 살던 곳으로 돌아간다. 그곳의 신도들은 환희에 차 성인을 맞이하고, 성인은 이들을 위해 기적을 베푼다. 이 같은 이야기는 중세 중기(대략 9∼11세기) 유럽에서 최소한 100편 이상 발견된다. 대부분 유사한 이야기 틀을 갖추고 있어 한데 묶을 수 있다. 역사학자인 저자는 이런 ‘거룩한 도둑질’이 왜 일어났는지, 그리고 이야기 속에서 어떻게 정당화, 합리화됐는가를 분석함으로써 당대 사회상을 밝힌다. 성유골 도둑질이 성행한 것은 수요 공급의 불균형 때문이었다. 그리스도의 부활 약속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였던 초기 기독교 신자들은 최후의 날에 순교자들이 본래의 육체를 회복할 것이라 여겼다. 지상에 존재하는 순교자들의 거룩한 시신은 구원을 상기시키는 매개체였다. 당시 신자들은 그 유해 곁에 묻히면 함께 부활할 수 있다고도 믿었다. 그러나 기독교가 공인된 뒤에는 새로운 순교자가 생기지 않았다. 여태껏 알려지지 않은 성인을 갑자기 내세워 숭배하기도 어려운 일이었다. 결국 기존의 성유골을 자신들의 교회나 수도원으로 옮겨오는 수밖에 없었다. 특히 9세기 유럽은 카롤링거 왕조가 몰락한 뒤 강력한 중앙정부 없이 전역이 혼란에 빠진 상태였다. 이 시기 성인은 중앙권력 대신 지역사회와 교회, 혹은 수도원을 보호해주는 존재였다. 성인 숭배, 그리고 숭배의 구체적 대상인 유골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성유골 전문 도굴꾼과 장사꾼이 성업할 정도로 수요는 폭발적이었다. 성유골 상단이 조직돼 알프스 산을 넘나들며 로마 묘역에서 유골을 수집했다. 각 수도원 축제일에 맞춰 수도원을 방문해 축제를 찾은 순례자에게 유골을 팔기도 했다. 수도원이나 지역사회가 직접 도둑질에 나서기도 했다. 인근 수도원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혹은 자기 도시의 번영을 위해서였다. ‘성 레위나 유골 이전기’에는 수도사들이 훔친 유골을 들고 지역을 순회하자 성인이 각 지역에 기적을 베풀었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수도사들이 유골로 헌금을 모아 수도원 건축비 등으로 활용했음을 알 수 있다. 도둑질 이야기는 이 같은 행위를 변호하고 합리화하기 위해 생겨났다. 성인 본인이 나타나 유골 이전을 허락한다든가, 유골이 있던 기존의 환경이 열악해 유골을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옮겼다는 식이다. 소유권 분쟁이나 도둑질을 하며 겪은 모험이 적혀 있어 성유골에 대한 기억을 보존하고 그처럼 소중한 성유골을 지니고 있다는 지역사회의 자부심을 높이기도 했다. 저자는 이 같은 성유골 이전기를 인류학자들이 말하는 통과의례에 따라 분석한다. 성유골은 도둑질을 통해 본래 있던 곳에서 분리된다. 한동안 그 정체를 의심받고 또다시 빼앗길 위기에 처하는 등 불확실한 상태를 거친다. 마침내 지역사회로 이전된 뒤에는 기적을 일으키는 등 수호성인의 역할을 수행하며 완전히 통합된다. 분리-경계-통합의 과정이 나타나는 것이다. 한동안 성행하던 성유골 도둑질은 11세기를 지나며 서서히 사라진다. 강력한 중앙정부가 나타나면서 지역사회의 구심점이 됐던 성인숭배의 필요성이 낮아졌고 미신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도둑질과 신앙이 공존하는 이 모순에 대해 저자는 “그 모순이 무엇이든 그것을 있는 그대로, 즉 당시 사람들이 엮어간 삶의 피륙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고대 중국과 세계의 고지도를 분석해 중국이 서양보다 앞서 신대륙을 발견했다는 주장을 펼친다. 저자는 자신이 발견한 15세기 중국 세계지도 ‘천하제번식공도’의 모사본인 ‘천하전여총도’ 등 다양한 고지도를 근거로 제시한다. 저자는 중국이 원양항해, 지도투영법, 경위도 측정에서 많은 성취를 이뤘으며 14∼16세기 서양이 오히려 중국의 세계지도를 참고해 지도를 그렸다고 말한다. 정화가 대원정에 나선 이유, 대원정의 범위 등에 대해서도 새로운 주장을 펼친다. 저자는 15세기 말 이후 중국 과학기술이 쇠퇴한 이유를 유교의 번성으로 설명한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왜 그래? 아파?” “발톱이 반쯤 없어져서요….” “괜찮아? (토슈즈) 벗고 할래?” “아뇨, 괜찮아요.”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예술종합학교 107호 연습실. 무용수 한 명이 다리를 끌며 거울 앞으로 나오자 김선희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가 걱정스레 말을 걸었다. 하지만 부드러운 목소리는 그때뿐. 음악이 흐르고 연습이 시작되자마자 “발 모아야지!” “손끝!” “5번 자세!” “미소도 테크닉이죠! 테크닉 해야지!” 같은 지적이 쏟아졌다. 김 교수가 안무해 2001년 초연된 뒤 올해 10주년을 맞는 김선희발레단의 ‘인어공주’ 연습 현장이다. 주요 배역 캐스팅이 화려하다.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현웅, 작년 불가리아 바르나콩쿠르 시니어 부문 우승자 박세은 김명규, 작년 국립발레단 ‘호두까기 인형’ 주역으로 데뷔한 이은원, 역시 유니버설발레단에서 ‘호두까기 인형’ 주역을 맡은 이용정 이동탁…. 공통점은 김 교수의 제자라는 점이다. 김 교수의 입에서는 무용수들의 ‘과거’가 술술 흘러나왔다. “현웅이가 첫 공연 때 왕자였어요. 잘해서가 아니라 못하지만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시켰죠. 더 높은 과제를 주고 채워나갈 수 있게요. 은원이는 10년 전 첫 공연 때 초등학생이었는데 저 뒤에 있는 해파리 역할을 했어요. 올해는 인어공주로 나와요.” 이현준(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한서혜(유니버설발레단 솔리스트), 김기민 채지영(2010년 바르나콩쿠르 주니어 우승) 등 이 작품을 거쳐간 무용수 중에는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하거나 프로 발레단의 주역급으로 발돋움한 주인공이 수두룩하다.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무용수들을 배출해온 공연”이라는 김 교수의 10주년 소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동명의 동화를 원작으로 한 아동, 청소년 대상의 작품으로 새우와 주꾸미 같은 바닷속 생물을 표현한 동작, 마술을 동원한 연출이 흥미롭다. 그중에도 김 교수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고전발레 레퍼토리에 필적하는 예술성과 품격”이다. 고전발레의 기본기를 강조하는 것은 물론이고 ‘인어공주’를 위한 음악과 무대, 의상을 꾸준히 개선해왔다. 올해는 안규철 한예종 교수가 무대미술을 맡아 한층 품격 있는 무대를 선보이고, 지휘자 김훈태 씨가 한예종 학생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음악을 연주한다. “어떤 면에서 한국 발레는 요즘 세계 최고예요. 하지만 콩쿠르에서 상을 타는 게 다가 아니잖아요. 그 뛰어난 무용수들을 데리고 어떤 작품을 하느냐죠. ‘인어공주’가 계속 무대에 오르며 점점 나아진다면 50년, 60년 뒤에는 ‘백조의 호수’같이 전 세계의 사랑을 받는 작품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무용수들이 이런 창작발레 무대에 서며 그런 꿈을 꾸길 바라요.” 21∼23일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2만∼7만 원. 02-3216-1185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허찬미 인턴기자 서울대 외교학과 4학년}
2009년 도서관에 사는 고양이 듀이의 실화를 담아 화제를 모았던 책 ‘듀이’가 그림책으로 출간됐다. 황금빛 눈동자, 오렌지색 털을 가진 듀이는 도서관 반납함에서 발견됐다. 도서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장난만 치던 새끼고양이에서 사람들을 돕는 어엿한 도서관 고양이로 자랐다. 어느 날 도서관에 찾아온 웃지 않는 소녀를 위해 듀이는 무엇을 할까? 사람에게 몸을 부비며 가르랑대거나 봉투를 파고드는 모습처럼 고양이 특유의 동작을 묘사한 그림이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