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봄동김치를 씹은 듯… 풋풋한 일상의 몸짓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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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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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P무용단 정기공연
안무 ★★★ 무용수 기량 ★★★★

까마귀의 움직임을 형상화한 안무가 차진엽
씨의 ‘화이트 크로’. LDP무용단 제공
까마귀의 움직임을 형상화한 안무가 차진엽 씨의 ‘화이트 크로’. LDP무용단 제공
새로운 무용 작품, 특히 현대무용 작품을 볼 때 관객은 새로운 움직임을 만나길 기대한다. 5, 6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른 LDP무용단 정기공연은 일상의 동작이나 자연의 움직임이 어떻게 무용으로 발효되는지를 보여주었다. 조지영 씨의 ‘지 스트링’, 김한수 씨의 ‘미로’, 차진엽 씨의 ‘화이트 크로’, 이인수 씨의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은 발효음식으로 치면 갓 담근 김치의 생생한 맛이 느껴지는 재기발랄한 작품들이었다.

차 씨의 작품은 제목에 등장하는 까마귀(크로)의 움직임을 모티브로 했다. 고전발레 ‘백조의 호수’에서부터 새의 날갯짓은 오랫동안 무용의 소재가 돼 왔지만 ‘화이트 크로’의 날갯짓은 좀 더 기괴하고 우스꽝스러웠다. 특히 차 씨가 직접 흰 까마귀가 돼 양팔을 벌린 채 꿈틀거리거나, 몸을 뒤틀며 걸어 나가는 동작은 팔다리가 긴 탄탄한 근육질의 체형에 힘입어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흰 까마귀를 조롱하던 검은 까마귀들이 ‘백조의 호수’ 속 왕자의 독무나 백조들의 군무를 패러디하는 장면에서는 고전을 비튼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공을 던지고 받는 단순한 팬터마임을 점차 확장해 춤동작으로 발전시킨 작품. 교복 입은 여학생, 양복 입은 남자, 목이 늘어난 티셔츠를 입은 백수 등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인간군상이 등장했다. 공은 때로 커졌다가 작아지기도, 천천히 날아오다 빨리 날아오기도 했고 이에 따라 무용수들의 동작 역시 다양하게 변화했다. 끊임없이 허공을 뭉쳐 손 안에 가두고, 이를 던지고 받는 안무는 잃어버린 것에 집착하는 인간 모습을 표현하는 작품의 주제와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지 스트링’과 ‘미로’는 안무의 완결성이나 이를 무대에서 구현하는 연출 능력 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지 스트링’은 ‘끈’ 혹은 ‘선’이라는 뜻을 가진 제목처럼 무용수들이 손을 잡고 한 줄로 이어진 채 엉켰다 풀어지는 동작을 반복했다. 그러나 무대 전체를 넓게 사용하지 않아 관객에게 동작 자체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미로’는 일사불란한 무용수들의 호흡이 돋보였지만 힙합댄스에서 가져온 동작은 기시감이 느껴졌고, 평면적인 무대 사용도 아쉬움을 남겼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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