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수업’ 향한 엇갈린 시선들[현장에서/김재희]

김재희 문화부 기자 입력 2020-05-05 03:00수정 2020-05-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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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만남 주선 앱을 만들어 운영한 지수(왼쪽)가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된 같은 반민희의 입을 막는 장면. 넷플릭스 제공
김재희 문화부 기자
“클라이언트들 의뢰받고 물리적 위협으로부터 보호하지, 고객관리 대리해 주지, 픽업 중개하지. 이게 어떻게 포주야?”

지난달 29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인간수업’에서 조건만남 주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운영하는 고등학생 지수(김동희)는 자신을 ‘포주’라고 하는 같은 반 규리(박주현)에게 목청을 높인다. 자신이 하는 일은 ‘경호업자’라는 설명과 함께. “포주든 경호든 나도 껴 달라”는 규리의 제안을 지수가 수락하고, 앱을 통해 조건만남을 해 온 같은 반 민희(정다빈)는 ‘삼촌’이라 불렀던 포주가 지수임을 알게 되면서 이들은 범죄의 수렁에 더 깊이 빠진다.

청소년의 성매매를 그린 ‘인간수업’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기존 한국 콘텐츠에서 보기 힘든 소재를 다뤄 금기를 깼다는 평가와 “미성년자 성 착취물을 제작해 유포한 ‘n번방’이 떠오른다”는 비판이 갈린다. 논란 속에서도 ‘넷플릭스가 아니었다면 한국에서 30년은 지나야 볼 수 있을 드라마’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넷플릭스 ‘톱 10 콘텐츠’ 2, 3위를 지키고 있다.


청소년 성매매가 드라마에서 적나라하게 그려진 건 인간수업이 처음이다. 부모의 가출로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지수, 사업가 부모를 둔 ‘금수저’지만 부모의 억압으로 반항심이 극에 달한 규리, ‘일진’ 남자친구 규태(남윤수)와의 데이트 비용을 벌기 위해 조건만남을 하는 민희 등 각기 다른 환경의 10대들이 범죄를 택한 속사정을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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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무너진 공교육의 실태도 짚는다. 많은 10대의 목표가 대학 합격이 돼 버린 한국 사회에서 지수를 도우려는 담임교사의 고군분투는 개인의 노력에 그친다. 허광훈 씨(29)는 “새로운 매체가 새로운 작품을 낳고, 새로운 작품이 그동안 제대로 다루지 않았던 사회문제에 대해 날카로운 통찰을 내놨다”고 했다.

하지만 범죄 미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중학생 때 가출한 부모, 지수가 모은 돈을 훔쳐 도박으로 탕진한 아버지. 비극에 비극이 더해지는 지수의 삶에 시청자들은 연민을 느끼기 쉽다. 한 시청자는 “범죄에 서사를 부여해 이들의 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성범죄의 가해자 입장을 자세히 묘사함으로써 이들이 제도적 허점의 피해자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성인 남성이 미성년자의 손발을 묶고 입에 재갈을 물린 채 폭행하거나, 흉기로 사람을 찌르는 장면 등 폭력 묘사의 수위가 지나친 점이 자주 지적된다. 박가현 씨(30·여)는 “잔인한 장면들이 적나라하게 그려져 몰입을 해쳤다”고 말했다. 인간수업은 전에 없던 소재를 다뤘지만 자칫 범죄를 정당화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는 연출로 ‘죄의 본질이 무엇인지, 죄가 왜 나쁜 것인지 다루겠다’는 제작 의도가 희석됐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김재희 문화부 기자 jetti@donga.com

#인간수업#넷플릭스#범죄 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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