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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청기업체 배만 불려준 건보지원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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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청기업체 배만 불려준 건보지원 확대

위은지 기자 입력 2019-12-05 03:00수정 2019-12-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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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기준 34만→131만원 올리고
공단이 보청기값 90% 지원해주자 업체들 기존 제품 가격만 올려 팔아
경로당 돌며 ‘떴다방’식 판매, 저품질에 AS 안돼 노인들 큰 피해
공단 “내년부터 적정 가격 고시”
경기 파주시에 사는 70대 김모 씨는 반년 전에 경로당을 찾아온 방문판매업자에게서 보청기를 구입했다. “8채널 고성능 보청기를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말에 혹해 판매업자를 따라가 이비인후과에서 청각장애 판정을 받고 131만 원짜리 보청기를 13만 원에 구매했다. 그러나 보청기를 착용해도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판매업자에게 전화했지만 “지금은 봐주기 어렵다”는 말만 들었다. 결국 김 씨가 보청기 제조사에 제품을 보내 확인한 결과 8채널이 아닌 4채널 보청기였다. 화가 난 김 씨는 판매업자에게 전화를 걸어 따지려 했지만 ‘이미 폐업했다’는 문자메시지만 돌아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청각장애인용 보청기에 지급하는 급여액을 대폭 인상한 이후 싼 보청기를 비싸게 파는 업체들이 생겨나면서 피해를 보는 노인과 장애인이 늘고 있다. 이 업체들은 판매업체가 보청기 값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다.

건보공단은 2015년 11월 보청기 급여기준액을 34만 원에서 131만 원으로 인상했다. 소비자가 청각장애인이면 급여기준액 내에서 보청기 가격의 10%만 내면 나머지 90%는 건강보험으로 지원된다. 131만 원짜리 보청기를 구입하면 과거에는 100만4000원(본인부담금 3만4000원+급여기준액과 보청기 가격 차액 97만 원)을 내야 했다. 지금은 13만1000원만 내면 된다.


그러나 보청기의 급여기준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판매업자들이 30만∼50만 원대 저가 보청기 가격을 131만 원으로 올리고 차액을 챙기는 경우가 늘었다. 지난해 감사원이 보청기 301개 품목의 평균 판매가를 조사한 결과 급여기준액 인상 후 판매가가 평균 55%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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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지출도 크게 늘었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2014년 보청기 급여 건수는 1만5447건에서 지난해 6만5257건으로 4.2배로 늘었다. 같은 기간 지급된 급여액도 42억 원에서 767억 원으로 18.3배로 급증했다. 지난해 건보공단이 급여를 지급한 장애인 보조기기 88종 중 보청기 급여 비중은 64.3%나 됐다.

이렇다 보니 경로당, 노인복지관 등을 도는 ‘떴다방’식 방문판매업자까지 등장했다. 보청기는 사용자의 청력 상태에 맞춰 지속적인 사후관리가 중요한데 이런 업체에서 구입하면 애프터서비스(AS)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2013∼2017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고령자 의료기기 관련 상담 3562건 중 보청기 상담이 19.1%로 가장 많았다. 사유로는 보청기 품질 불만과 AS 불만이 37.4%로 가장 많았다. 급여 지원도 5년에 1회로 제한돼 구입 후 5년 내에 다시 사려면 정가를 다 내야 한다.

수도권에서 보청기업체를 운영하는 박모 씨는 “특히 지방에서 브로커들이 특정 병원과 결탁해 노인을 단체로 데려가 장애등급을 받게 하고 보청기를 파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며 “사후 관리가 안 되다 보니 노인들이 사용을 포기해 ‘장롱 보청기’가 된다”고 말했다.

건보공단은 내년 7월부터 보청기 성능 평가를 거쳐 제품별로 적정 가격을 고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급여액을 산정할 계획이다. 이동희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난청 증상이 있다는 이유로 무턱대고 보청기를 구입하기보다는 병원에서 보청기가 필요한지, 수술로 치료할 수 있는지 진단을 받고 이를 토대로 보청기를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건강보험#보청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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