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슈끄지 사건 1년’…사우디 왕세자 “내가 시킨 일 아냐”

  • 뉴스1
  • 입력 2019년 9월 30일 15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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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사망 1주기를 사흘 앞둔 29일(현지시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그의 피살을 사주했다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날 CBS방송 ‘60분’에 출연해 ‘1년 전 카슈끄지의 살인을 지시했냐’는 질문을 받고 “절대 아니다”라고 답했다.

다만 카슈끄지 피살 사건은 사우디 정부를 위해 일하는 개인이 벌인 일이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건 자신이라고 말했다.

이는 빈 살만 왕세자가 앞서 PBS 다큐멘터리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 예고편에서 했던 말과 흡사하다. 당시 빈 살만 왕세자는 “내 감시 하에서 일어난 일이기에 내가 모든 책임을 진다”고 했었다.

카슈끄지의 약혼녀 하티제 젠기즈는 이런 빈 살만 왕세자의 발언을 “순수한 정치적 술책”이라고 비난하며 “모든 일이 자신의 감시 하에 일어났다고 말하면서 자신이 사우디 국왕보다 더 영향력 있는 실질적 국가 원수라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보내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사우디 왕실을 비판하던 카슈끄지는 젠기즈와 결혼을 앞두고 있던 지난해 10월2일 서류 작업을 위해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 들어간 모습을 마지막으로 영영 자취를 감췄다. 유해는 건물 안에서 분해·절단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미 중앙정보국(CIA)과 일부 서방 국가들은 카슈끄지의 살해 명령을 내린 주체를 빈 살만 왕세자로 보고 있지만, 사우디 관리들은 왕세자가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다면서 감싸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60분’에서 이 사건과 관련해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라면서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혐의가 입증될 경우 예외없이 법정에 서게 될 것”이라면서 원론적인 발언을 했다.

‘왜 카슈끄지 피살 사실을 모르고 있었냐’는 질문에는 “내가 사우디 정부에서 일하는 300만명이 매일 뭘 하는지 알 순 없지 않냐”면서 “300만명이 일일 보고서를 정부 수반이나 2인자에게 보낸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사우디가 카슈끄지 사건을 허술하게 처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건을 조사한 아그네스 칼라마드 유엔 특별보고관은 사우디가 용의자 11명에 대한 재판을 비밀리에 실시하고 있으나 순 엉터리라고 비판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 14일 발생한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의 원유 시설 피격 사건이 이란에 의한 전쟁 행위라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결론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다만 유가 등을 고려해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무장 충돌이 발생할 경우 원유 가격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은 수치를 기록할 수 있다”면서 “군사 행동보다는 평화적 해결을 훨씬 선호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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