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서른이 눈앞… 언제까지 뛸 수 있을까 생각이 불쑥불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여자배구대표 주장 김연경

“사랑해요” 22일입국한김연경이인천국제공항에서팬들을향해양손을머리위로올려하트모양을그리고있다.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캡틴김연경을보기위해이날공항에수십명의팬이모였다. 김연경소속사 P.P.A.P제공
“사랑해요” 22일입국한김연경이인천국제공항에서팬들을향해양손을머리위로올려하트모양을그리고있다.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캡틴김연경을보기위해이날공항에수십명의팬이모였다. 김연경소속사 P.P.A.P제공
 배구 팬들에겐 크리스마스 선물만큼이나 반가운 존재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배구 대표팀의 캡틴 김연경(28·페네르바흐체)이 크리스마스 휴가를 맞아 약 4개월 만에 한국에 돌아왔다. 2011년 터키에 진출한 김연경은 상황이 허락하는 한 성탄 휴가 때마다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2016년은 김연경에게도 의미가 남다른 한 해였다. 대표팀 주장으로 생애 두 번째 올림픽을 치른 김연경은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서른이 된다. 올 한 해를 마무리하는 소회를 24일 전화로 물었다.



○ “미모와 식빵이 인기의 비결?”

 이미 세계적인 선수가 된 지 오래인 김연경에게도 생애 두 번째 출전한 올림픽은 삶의 많은 부분을 바꿔놓은 무대였다. 대표팀 에이스로 활약하는 한편으로 주장으로서의 카리스마까지 발휘한 그에게 팬들은 열광했다. ‘센 언니’ ‘걸 크러시’ 등의 별명이 그의 이름 뒤에 붙기 시작했다. 코트 밖의 김연경을 보고 싶어 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방송 출연 등을 통해 팬들과의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꾸준히 관리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또한 김연경이 팬들과 소통하는 창구다.

 전날도 하루 종일 방송 촬영을 했다는 김연경은 “나의 다른 모습을 팬들에게 알리는 재미가 생기더라. 그동안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는데 앞으로는 가능하면 시간이 되는 대로 팬들 앞에 서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번 올림픽 여자배구 대표팀이 뜨거운 관심을 받은 이유에 대해 김연경은 “대표팀의 뛰어난 미모에 ‘식빵’이 큰 몫을 한 것 아니냐”고 농담을 던졌다. 김연경은 올림픽 경기 도중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식빵’을 연상시키는 욕설을 했는데, 이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히면서 ‘식빵’이 그의 별명이 됐다. 그는 “메달이라는 목표를 이루지 못해 눈물을 흘렸지만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으며 뛸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이번 올림픽만큼 모든 걸 다 쏟아낸 경기는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생각보다 아쉬움은 덜 남는다”고 말했다.

 동시에 “체계적인 준비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은 나라는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렵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했다”고도 덧붙였다. 올림픽 뒤 불거진 대한배구협회의 부실 지원 논란 때도 소신 발언을 했던 김연경은 “일부러 (쓴소리를) 했다기보다는 나는 항상 솔직하게 이야기를 한다. 앞으로는 좋아지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 “좋은 사람 짠 하고 나타났으면”

 올림픽이 끝나고 터키로 돌아가서는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시즌이 끝나자마자 대표팀에 합류해 예선, 본선 등 많은 스케줄을 소화하다 보니 몸이 버텨내질 못했다. 지난달에는 복부 근육이 손상돼 3주가량을 쉬었고 복귀 뒤에도 대상포진을 앓았다. 김연경은 “부상으로 이렇게 오래 쉰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특히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부상을 당해서 마음이 편하지 않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무엇보다 건강하게 사는 것이 큰 목표”라고 말했다.

 김연경은 “배구장에 찾아오라는 권유도 많이 받는데 나도 쉴 때는 배구장을 벗어나야 되지 않겠느냐”며 웃고는 “28일 새벽 비행기로 돌아가야 해 시간이 얼마 없다”고 아쉬워했다.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김연경(가운데)과 그의 대표팀 선배 김사니(왼쪽), 후배 양효진이 셀프카메라 앱을 활용해 산타클로스처럼 보이게 한 모습.
사진 출처 김연경 인스타그램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김연경(가운데)과 그의 대표팀 선배 김사니(왼쪽), 후배 양효진이 셀프카메라 앱을 활용해 산타클로스처럼 보이게 한 모습. 사진 출처 김연경 인스타그램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서른이 되는 김연경은 “사람 김연경으로는 아직 모르겠지만 선수 김연경으로서는 서른의 의미가 큰 것 같다. 무게감이 다르다. 머릿속에서 영화 필름이 돌아가듯 자꾸 예전 선수 생활을 돌아보게 된다. 프로 데뷔 시절의 쇼트커트 헤어스타일을 보니 ‘내가 이럴 때도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언제까지 선수생활을 할 수 있을지 생각도 자주 한다”고 말했다.

 “새해에는 좋은 사람이 짠 하고 나타났으면 좋겠다”며 애인이 생기길 바란다는 마음도 드러냈다. 김연경은 한때 모 방송에서 이상형을 묻는 질문에 “배려심, 이해심이 많고 키도 크고 얼굴도 잘생기고 능력도 많았으면 좋겠다”며 거침없이 속내를 밝혀 역시 그답다는 평가를 받았다. 평소 연예인 조인성을 이상형으로 지목해온 그는 올림픽 뒤 조인성과 함께 찍은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리며 “오늘 계 탔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올해 올림픽 출전이라는 꿈을 이룬 그가 내년에도 새로운 꿈을 이룰 수 있을까.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김연경#여자배구대표#배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