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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스케치]하늘서 떨어졌나 땅에서 솟았나, 청계 20어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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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스케치]하늘서 떨어졌나 땅에서 솟았나, 청계 20어종

이철호기자 입력 2015-11-21 03:00수정 2015-11-23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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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 10년 ‘물고기 천국’ 청계천
‘맑은 개울’이라는 이름의 한 작은 개울이 있었다. 물속 생명체가 나고 자라며 사람들의 놀이터나 빨래터가 되기도 하는 소중한 곳이었다. 하지만 유난히 물이 자주 말랐다. 이름이 무색하게 구정물이 흐를 때가 잦아졌다. 인구가 늘자 가난한 이들은 개울가에 토막을 짓고 살았다. 연약한 토막은 장마가 질 때면 물에 잠기기 일쑤였다. 결국 물길은 폐기 처분을 받은 뒤 약 30년간 땅 밑에 파묻혔다. 생명이 떠난 지하 속 물길에 남은 건 어둠과 오염뿐이었다.

2005년 청계천이 다시 태어났다.

낡은 고가도로를 걷어내자 햇빛이 들어왔고 멀리서 온 한강 물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물이 빠질세라 강바닥엔 방수재를 단단히 둘렀다. 그러자 청계천을 떠나간 생명이 돌아왔다. 2015년 현재 20종의 민물고기가 살고 있고 오리 백로 도요새 같은 새들이 날아들었다.

복원 10년 만에 ‘물고기 천국’이 된 청계천. 빨라도 정말 빠른 민물고기들의 청계천 귀환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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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길이 70cm가 넘는 잉어 떼가 10일 오후 서울 청계천 영도교 아래에서 유유히 헤엄치고 있다. 청계천 중·하류에서는 1m가 넘는 대형 잉어도 관찰된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청계천 물고기 4종→20종… MB도 역할했나?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땅에서 솟아나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거죠. 일반적인 도심 하천의 4∼5배에 이를 정도로 청계천의 종 다양성은 뛰어난 편입니다.”

3일 오전 경기 가평군 국립수산과학원 중앙내수면연구소에서 만난 이완옥 박사(56)가 기자의 물음에 웃으며 말했다. 이 박사는 30년 이상 민물고기를 연구했다. 그가 청계천 민물고기 연구에 나선 건 복원 1년이 지난 2006년. 그는 1년에 3, 4차례 직접 선정한 6개 지점(청계광장, 관수교, 마전교, 황학교, 고산자교, 중랑천 합수부)에서 투망과 족대를 사용해 물고기를 잡은 뒤 개체 수와 몸길이, 체중을 측정한다. 대부분 바로 방류하지만 몇몇 운 나쁜 녀석은 ‘10% 포르말린 수용액’에 담겨 이 박사 연구실의 심층 연구 대상이 된다.

서울시가 청계천 복원 10주년을 맞아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복원 직전(2003년) 청계천에서 살던 물고기는 붕어와 참붕어 밀어 미꾸리 등 4종이다. 하지만 이 박사는 “누군가 인위적으로 풀었거나 청계천과 이어진 다른 하천에서 길 잃은 떠돌이 개체들이 잠깐 흘러들어왔을 뿐”이라며 “당시 청계천의 종 다양성은 제로(0)였다”고 강조했다. 복원 초에도 상황이 그만큼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학계가 추측하는 청계천 어류 기원설은 2가지. 우선 ‘자연 발생설’이다. 청계천 복원을 주도한 서울시 관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공식 입장이다. 이용민 서울시설공단 청계천관리처 생태팀장은 “청계천은 상류로는 백운동천과 옥류동천 삼청동천 등 작은 지천과, 하류로는 중랑천과 맞닿아 있다”며 “현재 청계천 어류 생태계는 지천에서 온 버들치와 참갈겨니 등이 밑으로 떠내려 오고 하류에서 먹을 것을 찾아 물을 거슬러 온 붕어와 잉어 메기 등이 잘 어우러져 있다”고 말했다. 즉, 청계천 어류들은 살기 좋은 환경을 찾아 스스로 찾아온 일종의 ‘이주민’과 비슷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가설에 의문을 제기한다. “10년 새 갑작스러운 어종 증가를 설명하기엔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원로학자 김익수 전북대 생명과학과 명예교수(73) 등이 대표적이다. 김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청계천은 결코 민물고기가 살기 좋은 환경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울(물 흐름이 빠른 곳)을 좋아하는 피라미와 물 흐름이 느린 모랫바닥을 좋아하는 모래무지나 참마자가 어우러지려면 다양한 수중 환경이 펼쳐져야 한다”라며 “현재 청계천은 하천 전체가 직강화(곧게 뻗은 형태)되어 있기 때문에 환경 다양성이 뛰어나다고 보긴 어렵다”라고 말했다. 복원 초창기 물고기들이 스스로 청계천으로 찾아들었을 가능성은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2010년 5월 벌어진 ‘청계천 갈겨니 방류 의혹 사건’을 상기하며 사람 손으로 외부 물고기를 유입시켰을 ‘방류’ 가능성을 제기했다. 피라미와 더불어 우리 강가에서 가장 흔한 민물고기인 갈겨니는 2005년 학계에서 갈겨니와 참갈겨니 두 종으로 다시 분류됐다. 눈에 빨간 점이 찍힌 갈겨니와 달리 참갈겨니는 점이 없다는 사실을 김 교수가 직접 밝혀 낸 결과다. 한반도 전역에 서식하는 참갈겨니와 달리 갈겨니는 영산강과 섬진강 등 남부 지역에만 산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그런데 이 박사팀 연구에 따르면 갈겨니는 2009년까지 청계천에서 꾸준히 발견된다. 이를 두고 김 교수는 “서울로부터 수백 km 밖 영산강, 섬진강에 사는 갈겨니가 어떻게 한강 지류인 청계천까지 들어왔겠느냐”라며 “청계천 생태 복원을 강조하고 싶은 서울시가 타지에서 민물고기를 매입한 뒤 몰래 풀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여전히 서울시는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가 무상으로 지원한 참종개 5000마리를 방류한 사실 이외에는 방류 가능성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어류 급증 원인으로 ‘청계천의 아버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주목하는 이들도 있다. 한 연구자는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임기를 마치고 야인 생활에 들어간 2007년 무렵 그가 1주일에도 3, 4차례씩 청계천을 찾아와 구경하다 가곤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그때마다 그는 ‘왜 이렇게 물고기가 없느냐’라며 푸념했다고 하는데 그걸 측근들이 듣고 가만있지 않았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곧게 뻗어 있는 광교 근처 청계천(위 사진). 서울시는 앞으로 돌무더기 등을 설치하는 방법으로 청계천의 일부 직선 구간을 구불구불한 모습으로 바꿀 계획이다(아래 사진). 서울시 제공
청계천은 인공 하천… 인간의 최소한의 간섭 필요

과정이야 어찌됐건 현재 청계천 어류 생태계의 가장 큰 강점은 길이 10.48km에 불과한 도심 속 소(小)하천인데도 웬만한 시골 하천에서 볼 수 있는 상·중·하류 생태계 특징을 한꺼번에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 구간을 통틀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피라미(68.4%), 버들치(10.7%) 등 유영성 어류(빠른 물을 좋아하는 종)를 비롯해 최근에는 치리, 참마자 등 기존에는 볼 수 없던 새로운 어종도 꾸준히 출현하고 있다.

하지만 물고기의 양적 증가에도 불구하고 청계천이 진정 어류가 살기에 좋은 환경인지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따른다. 일례로 청계천에서는 유난히 지느러미, 아가미 등 피부에 깊은 상처가 있는 물고기가 적지 않게 눈에 띈다. 전문가들은 하천 직강화와 지나치게 빠른 유속이 상처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또 물고기 쉼터가 되는 물골, 웅덩이 등이 부족한 문제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부터 하루 12만 t 넘게 방류하던 청계천 유지 용수를 3분의 1 수준으로 줄인 건 매우 잘한 결정”이라며 “수량이 감소하면 유속이 떨어지고 자연히 모래 자갈 등 퇴적물이 쌓여 물 밑의 모습이 많이 변한다. 향후 모래무지, 버들매치 등 저서성 어류(하천 모랫바닥에 서식하는 종)를 개체가 늘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예측했다. 아직 나타나진 않았지만 수중 환경만 개선되면 서울 한복판에서 멸종위기종 등 진귀한 민물고기를 보는 것 역시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종종 눈에 띄는 금붕어, 비단잉어, 열대어 등 외래종의 방생을 줄이는 것 역시 생태 안정성을 위해 중요한 대목이다. 10일 오후 관상어 상가가 밀집한 청계 6, 7가 근처 청계천에는 15∼20cm급의 작은 비단잉어 2마리가 유유히 노닐고 있었다. 그대로 자라 야생 잉어와 교잡할 경우 잡종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부 지정 생태계 교란 야생동물인 블루길과 배스 역시 청계천에서 잡힌 적이 있다.

그렇다고 청계천을 완전한 자연 하천으로 재복원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일부 단체의 주장대로 청계천의 방수재를 다 들어낸 뒤 콘크리트 호안을 제거하고 한강물 공급을 완전히 끊는 방식의 복원은 지양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이미 물고기들이 현재 환경에 적응하고 있는 이상 갑작스러운 변화는 오히려 심한 스트레스를 일으켜 개체 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박사는 “청계천은 강원도 오대산 계곡물처럼 가만히 놔둬도 회복될 수 있는 하천이 아닌 엄연한 인공의 산물”이라며 “자연 원리에 어긋나는 측면이 있어도 최소한의 한강 물을 흘려보내고 시설물을 유지·관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청계천 개선 보완을 위한 ‘청계천 2050 마스터플랜’을 발표한 서울시는 앞으로 48억 원의 재원을 마련해 △하천 사행성 유도 △보 개선 △둔치 녹화 등 생태환경 개선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청계천#잉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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