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육군과 싸우는 육군, 우린 전갈부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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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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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 인제 ‘과학화전투훈련단 전문대항군’ 대대

대한민국 육군 과학화전투훈련단의 전문대항군 부대원들이 북한군 복장을 한 채 6일 숲 속에서 수색 훈련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입소한 훈련부대와 실전과 다름없는 전투를 함으로써 훈련부대의 전투력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대한민국 육군 과학화전투훈련단의 전문대항군 부대원들이 북한군 복장을 한 채 6일 숲 속에서 수색 훈련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입소한 훈련부대와 실전과 다름없는 전투를 함으로써 훈련부대의 전투력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전갈부대를 아시나요?’

대한민국 육군이지만 복무 기간의 절반가량을 북한군 군복(실제로는 북한군복과 비슷한 옷)을 입는 부대. 부대원 모두가 특급전사인 부대. 실전과 다를 바 없는 전투 훈련에서 패배를 용납하지 않는 무적의 부대가 있다. 강원 인제군에 있는 육군 과학화전투훈련단(KCTC·Korea Combat Training Center)의 전문대항군 대대다. 이들은 속칭 ‘전갈부대’로 불린다.

전문대항군 대대는 훈련에 입소하는 부대와 싸우는 적군 역할을 수행한다. 훈련 부대가 전투력을 높일 수 있도록 강력하게 대응하는 것이 이 부대의 임무. 이 때문에 전문대항군 대대는 ‘적보다 강한 적, 적보다 지독한 적’을 표방한다.

2002년 KCTC 창설 당시에는 중대 규모의 훈련만 할 수 있었지만 2005년부터는 대대급 규모로 확대됐다. 전투 장비 및 식량 등 실전을 치를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추고 보통 10일가량 고지를 빼앗고 방어하는 전투를 치른다.

훈련에 참가하는 병사들은 첨단 마일즈(MILES·Multiple Integrated Laser Engagement System) 장비를 착용한다. 소총으로 공포탄을 쏘면 마일즈에서 레이저가 발사된다. 레이저를 맞으면 명중 부위에 따라 팔에 부착된 작은 화면에 사망 중상 경상으로 표시되고, 사망이나 중상을 당한 병사의 총은 발사되지 않는다. 수류탄, 크레모어, 대전차화기 등 투입된 장비 모두 레이저화돼 살상 및 파괴 정도가 실제처럼 나타난다. 모든 조건이 실전을 방불하기 때문에 야간에 아군끼리 살상하는 경우도 생기고, 식량을 빼앗기거나 훼손하면 훈련 내내 굶어야 한다.

2005년부터 현재까지 입소한 부대는 150여 곳. 이들과 맞붙은 전문대항군 대대는 그동안 전투에서 승리한 적도, 패배한 적도 없다고 한다. 훈련 자체가 승패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훈련부대가 실제 상황에서 적과 싸워 승리할 수 있도록 전투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승패는 무의미하다는 것. 그러나 훈련부대에 한 차례도 고지를 내준 적이 없다는 것을 보면 전승을 한 부대로서의 겸손의 표현으로 보인다.

KCTC 단장인 서정학 준장은 “대항군의 존재 이유는 우리 군의 전투력 강화이므로 승리란 처음부터 맞지 않는 표현”이라며 “우리의 역할은 주인공이 아니라 주연을 위한 완벽한 조연”이라고 말했다.

KCTC 대원은 논산훈련소에서 차출된 우수 자원이다. 키 170cm 이상, 심성, 체력, 사격 능력 등 차출 기준은 매우 까다롭다. 또 전갈교육대에서 3주간 체력 단력, 사격, 각개전투, 부비트랩 설치 운용, 100km 산악 행군 등 혹독한 훈련 과정을 통과해야 전갈부대원의 자격이 부여된다. 이들은 20발 사격 훈련에서 대부분 20발을 명중시키고 800m 고지를 한 차례도 쉬지 않고 뛰어오를 정도의 전투력을 갖추고 있다. 또한 지형지물에도 익숙해 전투에서도 유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150여 차례의 전투에서 한 차례도 패하지 않았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때문에 전문대항군 병사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이들은 군복에 부착된 ‘전문대항군’이란 비표를 강군(强軍)의 표지로 여기고 있다. 전역일이 훈련 기간과 겹치면 전역을 연기하면서 훈련에 참가하는 대원도 부지기수다.

이 부대 구희영 상병(22)은 “실전과 같은 전투를 수차례 치르면서 우리 부대는 전투력은 물론 전우애 또한 최고”라며 “힘든 만큼 보람도 크다”고 말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전갈부대#육군#북한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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