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헬스]민감성 피부와 건강한 여름

  • 입력 2005년 7월 25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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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삼성서울병원
사진제공 삼성서울병원
평소 과감하고 세련된 의상을 즐겨 입는 디자이너 이모(30·여) 씨는 요즘 누구와도 의논하기 어려운 사정 때문에 피부과를 찾고 있다.

노출이 많고 소재가 얇은 여름 의상을 소화하기 위해 몸에 착 달라붙는 스판덱스 속옷을 착용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브래지어와 팬티의 팽팽한 고무줄과 닿은 부분에 줄의 흔적을 따라 빨갛게 발진이 일면서 참을 수 없을 만큼 심한 가려움증이 생긴 것.

무더운 여름철에는 많은 젊은 여성들이 ‘순면 속옷은 두꺼워서 옷맵시가 안 난다’는 이유로 탄력이 뛰어난 합성섬유 소재의 속옷을 입는다. 그러나 이 씨처럼 평소 가벼운 자극에도 쉽게 발진이 나타나는 민감성 피부를 가졌다면 속옷 선택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 씨의 피부에 트러블을 일으킨 주 원인은 ‘소재’가 아닌 ‘압박감’. 이렇게 약한 물리적 자극에도 피부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을 ‘피부묘기(描記)증’이라고 한다. 말뜻처럼 자극이 가해진 ‘모양’ 그대로 두드러기가 돋는 질환으로 우리나라 인구의 5% 정도에게서 나타난다.

피부묘기증 환자는 꼭 끼는 속옷 때문만이 아니라도 여름철에 난처한 상황을 자주 겪는다. 대기업 홍보실에 근무하는 송모(38) 씨는 “조금만 긁히거나 쓸려도 벌겋게 두드러기가 돋다보니 수영장에서 전염성 피부염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때가 많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피부묘기증은 알레르기 질환의 일종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알레르기 반응검사를 해도 검사용 바늘의 미세한 자극 때문에 항원의 종류에 상관없이 모두 두드러기가 나타난다.

원인이 명확하지 않으므로 근본적인 치료법도 없다. 증상이 심할 경우에는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해 일시적으로 가라앉힐 수 있지만 바르는 약은 효과가 없다. 옷을 헐렁하게 입어서 마찰을 줄이는 것이 최선. 뜨거운 물 목욕도 자극이 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도움말=삼성서울병원 피부과 양준모 교수, 여의도CNP차앤박피부과 노도균 원장)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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