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천황 발언에 대한 한일 관계자들 반응

  • 입력 2001년 12월 23일 22시 03분


아키히토 일본 천황의 발언에 대해 한일 양국 학자들은 한일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보고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한국 학계 일각에서는 "일본 역사학계가 일본 천황의 한반도 이주설을 공인하지 않는 상황에서 천황이 먼저 이를 언급한 것은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을지도 모른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

▽이종욱(李鍾旭) 서강대 교수=메이지유신 후에도 일본 내에서 일본황실 가계에 백제인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한 사람들은 있었으나 그 후에 일본의 분위기 속에서 수그러들었었다. 이제는 일본 황실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할 때가 됐다고 봐야 한다.

▽박환무(朴煥珷) 한양대 강사=역대 황제 중 한반도의 피를 받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천황이 공개석상에서 처음으로 인정한 것은 일본이 먼 고대를 여유 있게 바라볼 수 있을 만큼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김현구(金鉉球) 고려대 교수=간무 천황의 어머니가 백제계라는 속일본기 기록은 학계에서도 사실로 인정하고 있지만 다른 천황들이 한반도 이주민이라는 근거는 희박하다. 그런데도 아키히토 천황이 간무 천황 관련 발언을 한 것은 내년 월드컵을 앞두고 자신의 방한을 성사시키기 위한 분위기 조성용 의도 있는 것 같다.

▼일본

▽우에다 마사아키(上田正昭)교토대 명예교수=간무천황의 명을 받들어 만든 속일본기에는 간무천황의 생모인 다카노노 니이가사(高野新笠)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고 전하며 백제의 건국신화도 싣고 있다. 역사학에서는 예전부터 주목되어온 기술이지만 천황이 스스로 언급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하타 이쿠히코(秦郁彦)일본대교수=천황 본인께서 천황가의 뿌리에 한반도가 관계가 있다고 언급한 것은 처음이 아닐까 한다. 한국에서 전수받은 문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고 있어 의외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 이노세 나오키(猪瀨直樹)=천황가가 백제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은 이미 역사적 사실로 널리 알려져 있다. 월드컵을 앞둔 시기에 공언을 한 것은 일한의 우호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한국에 대한 메시지일 것이다. 한국이 늘 일본을 적대시하는 자세를 바꾸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도코로 이사오(所功)교토산업대 일본문화연구소장=일한관계를 재인식하려는 열의와 각오를 느낄 수 있다. 한일관계와 역사적사실을 정확히 전달함으로써 천년이상의 긴 역사속에서 상호관계를 파악하고, 상호이해와 우호관계를 깊게 하고 싶다는 메시지가 아닌가 한다.

<동경=심규선특파원, 김형찬기자>leej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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