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데뷔시절]아나운서 이규원, 방송입문 1년만에 뉴스앵커

  • 입력 2001년 3월 28일 18시 58분


1987년 KBS에 입사했을 때 언니(이규리)는 이미 MBC 아나운서로 활동하고 있어 방송계에서 ‘자매 아나운서가 탄생했다’고 화제가 됐었다.

이듬해 1월, 입사한 지 겨우 1년만에 메인 뉴스인 밤 9시 뉴스 앵커를 맡아 또 한번 화제가 됐다. 9시 뉴스에 투입되기 몇 개월 전부터 KBS 2TV의 5분짜리 뉴스로 ‘연습’했다. 이 때는 두 다리가 덜덜 떨리는 것이 내 눈에도 보일 만큼 긴장했지만 정작 9시 뉴스를 할 때는 안 떨렸다.

9시 뉴스는 88년부터 91년까지 4년반을 진행했으며 잠시 쉬었다가 93년 다시 맡았다. 이 때는 결혼했을 때였다. 여성 앵커는 미혼의 아나운서가 맡아온 관행을 처음 깬 것이었다. 9시 뉴스를 하는 동안 첫 애도 출산했다. 뉴스 앵커는 상반신만 나오기 때문에 임신 막달까지 계속 진행을 할 수 있었다.

‘유부녀 앵커’, ‘임산부 앵커’ 외에도 내가 ‘처음’이었던 것이 또 있다. 우스운 얘기지만 ‘안경끼고 나온 여자 앵커’도 처음이었다. 심한 눈병 때문에 일주일 동안 안경을 쓰고 나온 적이 있었는데 ‘거만해 보인다’ ‘안경 낀 여자 앵커는 재수없어 보인다’는 등 별별 얘길 다 들었다.

생방송이다 보니 실수도 몇 번 있었다. 축사에 불난 기사를 전하다가 그만 “불에 타 닭 100마리가 숨졌습니다”고 했다가 황급히 “아니, 죽었습니다”고 고쳐 말했지만 아마 그 뉴스를 들은 시청자들은 한참 웃었을 것이다.

그래도 큰 잘못 없이 진행을 잘했는지 93년에는 ‘방송대상’이라는 큰 상도 받았다.

9시 뉴스를 맡게 된 후 내가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씨의 조카라는 소문이 돌았다. 외모가 비슷한데다 성이 이씨라는 점 때문이었다.

동료들마저 그렇게 믿고는 “대외적으로는 아니라고 하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지금까지도 그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 하지만 그분은 한번도 뵌 적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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