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인위, 운동사회내 성폭력 가해자 실명공개

  • 입력 2000년 12월 14일 17시 50분


여성운동가들로 구성된 한 시민단체가 인터넷에 진보진영 내 성폭력 사례들을 공개하면서 '가해자'들의 실명을 공개했다.

'운동사회 내 성폭력뿌리뽑기 100인 위원회'는 지난 11일 진보네트워크(www.jinbo.net) 게시판에 성폭력 사례 16건을 자세히 소개하고 각 사건의 가해자들을 실명으로 실었다.

성폭력 유형으로는 ▲'나와 잔 것만으로 영광으로 생각하라'는 등의 발언 ▲만취상태나 잠자리에서의 성추행 ▲수배중이라며 보호를 요구한 뒤 성폭행 시도 ▲같은 학교 내 4명에 대한 상습적인 성폭력 ▲스토킹 등이다.

이번 1차 공개에서 밝혀진 사례들은 진보진영 내에서 공공연히 알려졌던 대표적 사건들과 지난 10월27일부터 약 20일간 각계로부터 받은 피해자 접수를 토대로 100인위의 자체조사 작업을 거쳐 선정됐다.

성폭력사건에 관하여 사이버 공간에서 제3자에 의한 실명공개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

이에 관해 현재 진보넷 게시판은 접속이 힘들 정도로 네티즌들의 관심이 폭주하고 있다.

관련 게시물의 조회수는 건당 2000회를 웃돌고 있으며 게시판은 뜨는 속도가 터무니 없이 느려진 상태.

이에 대해 일부 가해자는 반성하는 취지의 사과문을 올렸으나 일부는 100쪽이 넘는 방대한 반증자료를 제시하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겠다며 나서고 있다.

네티즌들 또한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공개를 찬성하는 입장은 "가해자들의 반론이나 해명없이 실명을 거론한 것은 피해자들이 받은 정신적 고통에 비하면 당연한 처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이에 반대하는 네티즌들은 "그래도 실명거론은 너무 가혹한 것이 아니냐"며 "인권침해 및 명예훼손 여부에 대한 논란소지가 있다"고 맞서고 있다.

100인위의 한 관계자는 "성폭력 사건은 그동안 가장 진보적이고 깨어있어야 할 운동진영에서조차 심심치 않게 발생, 미해결상태로 은폐되어왔다"며 "실명을 공개함으로써 비슷한 사건의 재발을 막는 한편, 성폭력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인식이 바뀌길 바란다"고 밝혔다.

100인위는 앞으로도 계속 자료를 수집해 2차, 3차 공개를 강행할 예정이다.

오세린/동아닷컴기자 oh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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