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文 정부의 대북 구애도, 北의 오만방자함도 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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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1월 2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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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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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를 향한 북한의 오만방자한 태도가 도를 넘고 있다. 북한은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초청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받았지만 초청을 거부했다고 그제 밝혔다. 그러면서 초청 거부 이유를 남쪽 탓으로 돌렸다. 애초부터 폐쇄적 독재국가인 북한에 정상 국가 의전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였지만 관영매체를 통해 공개적으로 면박을 준 것이나 다름없는 행태다.

북한은 또 “친서가 온 후에도 몇 차례나 특사라도 방문하게 해달라는 청을 보내왔다”고 공개했다. 더욱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반성과 죄스러운 마음으로 삼고초려해도 모자랄 판국” 운운하며 아랫사람에게 훈계하듯 남측을 비난했다. 이런 막말은 대한민국 국민 전체를 깔보고 모독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을 향해 ‘겁먹은 개’ 운운한 북한에 대해 우리 정부가 입도 벙긋 못하다 보니 갈수록 기고만장해지는 것 같다.

문재인 정부가 북측에 친서를 보낸 5일은 공교롭게도 탈북 범죄자로 추정되는 2명의 북송 방침을 통보한 날이다.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공동 발의국에서도 우리 정부는 빠졌다. 북한의 심기만 살피며 매달리는 동안 대한민국의 국격과 위신은 끝도 없이 추락하고 있다.

이런 판국에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금강산 관광 재개’만 외치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없으면 대북 제재는 해제될 수 없고, 금강산 관광 재개는 어렵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모든 회원국이 유엔 제재를 완전히 이행할 것을 기대한다”며 사실상 김 장관의 발언을 일축했다. 북한의 ‘선의’에만 기댄 대북정책이 북한은 물론이고 동맹인 미국에도 거부당하는 사면초가 상황이다. 이런 식이면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근거가 희박한 낙관론을 버리고 냉철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대응해야 할 때다.
#남북 관계#한-아세아 특별정상회의#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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