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 “이재명 사퇴는 없다” 비명 “퇴진해야”…野 내전 격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21일 21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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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민주당 내전(內戰)’이 시작됐다.”

2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자 민주당의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이제부터는 ‘아노미’ 상태”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무기명 표결 결과 민주당 내에서 기권 무효를 포함해 최소 31표의 이탈표가 나온 가운데,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비이재명)계 간 갈등이 격화하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극심한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친명계에선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이 대표가 최소 법원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대표직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비명계에선 이 대표의 퇴진을 본격적으로 요구하고 나설 것으로 보인다.

● “비명, 검찰과 야합” “약속 깨고 밑바닥 드러내”
정청래 페이스북 캡처
정청래 페이스북 캡처
민주당 지도부는 표결 직후 당혹스러운 표정 속에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아직 영장실질심사가 남아있다”며 “당장 변하는 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영장실질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이 대표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친명계 의원들은 이날 표결 결과에 즉각 비명계로 화살을 돌렸다. 김병기 의원은 페이스북에 “당 대표 자리를 찬탈하고자 검찰과 야합해 검찰 독재에 면죄부를 준 민주당 의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며 “다음 플랜은 뭐냐, 그게 무엇이든 이제부터 당신들 뜻대로는 안 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 “누구 좋으라고, 이 대표의 사퇴는 없다”고 썼다.

이에 맞서 비명계는 본격적으로 이 대표 사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특히 그동안 중립 성향을 보이던 의원들도 ‘반이재명 전선’에 본격적으로 합류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당내 리더십 교체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립 성향의 재선 의원은 “2월 체포동의안 표결 때와 달리 찬성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이 많다는 건 그만큼 ‘더 이상은 이 대표를 감싸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의원이 많아졌다는 것”이라고 했다. 한 친문(친문재인) 성향 의원도 “오래 기다려줬다”며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했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표결 직전 국민과의 약속을 깨고 ‘체포동의안을 부결해 달라’고 말한 이 대표의 모습은 ‘선사후당(先私後黨)’과 다름없다”며 “구속 여부를 떠나 밑바닥을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지도부 출신의 한 중진 의원은 “이 대표 앞에는 아직 사느냐 죽느냐 두 갈래 길이 있겠지만 민주당 앞에는 나락의 길만 남았다”고 푸념했다.

● 친명계 “옥중공천 가능…영장 기각 시 기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2023.8.18. 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2023.8.18. 뉴스1
이 대표의 영장실질심사 이후로도 혼란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이다. 일단 이 대표가 구속될 경우 ‘옥중 공천’ 여부를 두고 친명과 비명 간의 극심한 계파 갈등이 불가피해진다. 친명계인 박찬대 최고위원은 지난달 17일 MBC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구속된다고 해도 이 대표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필요하면 그것도 가능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사실상 옥중 공천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한 지도부 의원도 “이 대표 개인적으로는 지난 대선에 패배한 가장 큰 원인이 당내 세력이 약해서라고 보고 있다”며 “옥중 공천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이번 총선을 계기로 어떻게든 ‘내 사람’을 최대한 많이 만들겠다는 의지가 상당히 강했다”고 했다.

이 대표가 구속 이후 대표직을 내려놓는다고 하더라도 이미 계파 간 갈등의 골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보니 비대위 구성 인선 문제를 두고 추가로 갈등이 불거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이 대표 영장이 기각됐을 때의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법리스크를 덜어낸 이 대표가 ‘이재명 체제’를 공고화하는 과정에서 ‘공천 학살’ 논란 등으로 비명계와의 갈등이 더 극대화될 것이란 해석이다. 반면 친명계 인사는 “이 대표의 영장이 기각된다면 총선 전까지 누구도 이 대표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기 힘들어질 것”이라며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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