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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의 도발]“국가채무 속이지 않았다”는 文정권, 못 믿겠다

김순덕 대기자 입력 2021-06-06 12:18수정 2021-06-06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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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국가채무비율까지 국민 속일 텐가’ 칼럼(https://www.donga.com/news/dobal/article/all/20210601/107219613/1)이 나간 다음 날, 기획재정부 재정혁신국장이 전화를 걸어왔다. 팩트가 잘못됐다는 거다. 논평은 자유라 해도 팩트는 신성한 법이다. 어떤 부분이 잘못됐는지 자료를 보내주면 고쳐 쓰겠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밤 11시26분에 기재부 사무관이 정말 자료를 보내왔다.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이렇게 열심히 일하다니, 감동이었다(그 시간에 정부부채를 줄이는 데 힘썼다면 더욱 감동적이었을 것이다).

지난달 청와대에서 진행된 2021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김부겸 국무총리(오른쪽)과 대화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렇다고 정부 자료를 그대로 받아쓰는 건 기자(대기만 하는 대기자^^)가 할 일이 아니다. 건설적 논쟁은 나라경제는 물론 도발의 발전과 지적 자극에도 도움이 된다. 다시 살펴본 국가채무의 진실은 다음과 같다.

주요기사
● 국가채무비율, 국제기준과 다른 건 맞다
‘국가채무비율까지 국민 속일 텐가’라는 제목부터 잘못됐다는 게 기재부 주장이다. “정확히 국제기준에 따라 국가채무비율(D2)을 산출하고 있고, 결단코 국민 속이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동아일보에 보낸 반박 자료 캡처.


지난번 칼럼에서 나는 “국제통화기금(IMF)이 2014년 개정한 정부재정통계(GFS)는 국가채무(D1)에 일반정부 채무(D2), 공공부문 부채(D3)까지 합산하도록 기준을 정했다”고 썼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달랑 국가채무(D1·2018년 680조5000억 원)만 따져 국내총생산(GDP) 대비 35.9%라고 발표하는 게 국민을 속이는 일이라고 나는 봤다.

정부가 국제기준에 따라 국가채무를 계산하고 있다면, 2018년 국가채무는 759조7000억 원(D2)이라고 발표했어야 마땅하다. 비영리공공기관부채를 포함한 일반정부 채무가 680조5000억 원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기재부가 담당하는 국가채무 지표엔 D2가 없다<표 참조>. 국제기준대로 산출하고 있다면서 굳이 궁금한 사람만 D2를 찾아보라는 건 국민 속이는 짓이 아니고 뭔가.

국가채무 추이 표


● 홍남기 별명은 왜 ‘홍두사미’인가


“정부가 국가채무비율을 국내총생산 대비 60%로 정한 한국형 재정준칙을 확 늘릴 모양이다…작년 10월 시행령을 만들 때 적용시기를 2025년부터로 정했는데 2차 추경까지 하면 2024년 벌써 60%를 넘기 때문이란다.” 지난번에 나는 이렇게 썼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수정계획 전혀 없음”이라고 밝혔다. 제발 그러기를 바란다. “2024년에도 60%를 넘지 않도록 총량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고마울 따름이다.

기획재정부가 동아일보에 보낸 반박 자료 캡처.


그러나 경제부총리 홍남기 별명이 ‘홍두사미’다. ‘홍백기’라고도 한다. 재난지원금이든 4차 추경이든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척 하다 집권세력이 밀어붙이면 번번이 물러났던 공직자가 이 나라 곳간 지기다. 기재부 공직자들은 그런 장관이 X팔리지 않은지 묻고 싶다. 2018년 말 적자국채 발행 문제로 괴로워하다 양심선언까지 했던 신재민 같은 기재부 사무관이 더는 없단 말인가.

● 기재부 지적이 맞은 부분도 있다
내가 잘못 쓴 부분이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2014년 개정한 정부재정통계(GFS)는 국가채무(D1)에 일반정부 채무(D2), 공공부문 부채(D3)까지 합산하도록 기준을 정했다‘고 썼는데 ’합산‘이라는 게 틀렸다. 기재부 지적대로 D2는 D1을 포괄하고, D3는 D2를 포괄한다(지적 감사합니다).

따라서 ”선진국 하는 대로 D1+D2+D3로 계산하면 2018년 국가채무는 2017조9000억원, GDP대비 106.8%로 훅 늘어난다“는 칼럼의 문장은 잘못됐다. D1, D2가 포함된 D3가 1078조다.

중요한 건 다음이다. 국민에게 정말 무겁고 무섭게 다가오는 부담이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부족분을 혈세로 채워주는 연금충당부채인데 이게 939조9000억원이나 된다. 그래서 D3에 연금충당부채까지 합쳐 ”2018년 국가채무는 2017조9000억원, GDP대비 106.8%로 훅 늘어난다“고 칼럼에 쓴 것이다.

2015년 한 청년시민단체가 국회 앞에서 공무원연금의 조속한 개혁을 주장하는 퍼포먼스를 벌이는 모습. 당시 공무원연금은 조금 더 내고 조금 덜 받는 방식으로 소폭 개편이 이루어졌지만 적자 폭은 1993년 이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이 대목에 대한 기재부 지적은 다음과 같다. ”2019년 기준 D3는 (GDP대비) 59%임. 국제기준상 D3에 연금충당부채가 포함되지 않음.“

● IMF 2014년판 정부재정통계 안 쓴다
그건 기재부 주장일 뿐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국가채무의 국제비교와 적정수준‘ 보고서에서 ”OECD와 EU회원국들은 모두 IMF에서 2014년에 개정한 GFS 기준을 적용해 공기업 적자나 공적연금 충당금 등도 국가부채에 포함해 관리하고 있음“이라고 지적했다(2020년 9월).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IMF가 1986년에 제정한 ’협의의 국가채무‘ 개념을 따르고 있다는 거다.

IMF에서 2014년 발간한 정부재정통계 매뉴얼.


IMF는 2012년에도 ’공공부문 부채 기준‘ 산출 가이드를 세계은행, OECD 등 9개 주요 국제기구와 공동으로 내놓은 바 있다. 여기엔 일반정부 부채 뿐 아니라 공기업부채와 공무원연금충당부채까지 포함된다.

그럼에도 기재부는 2014년 IMF 기준이나 2012년 공공부채 기준을 적용한다고 절대 언급하지 않았다. 당연하다. IMF의 2001년 지침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만 해도 연금충당부채를 IMF매뉴얼대로 일반정부부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됐었다. 그러나 문 정권에선 이런 논의가 쑥 들어갔다. 심지어 지난해 기재부는 이런 보도자료까지 날렸다. ”GFS’14는 GFS‘01 내용을 일부 보완한 것으로 각각의 기준에 따른 부채비율 수치가 거의 동일하여 OECD국가도 혼용.“

● 연금충당부채 왜 세금으로 메워주나
”그럼 왜 한국은 (2014년) 바뀐 기준을 적용하지 않느냐. 다른 선진국과 달리 공기업 부채와 공무원연금이 너무나 많아서다. 한마디로, 국민 속이는 짓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칼럼의 이 대목에 대해 기재부는 ”우리나라는 국제기준에 따라 D2, D3를 산출해 공개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13개 국가만이 연금충당부채를 포함한 재무제표상 부채를 산출하고 있으며 이 경우에도 우리나라 재무제표상 부채비율은 주요국보다 낮은 수준. 국민 속이는 일 결코 없음“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기획재정부가 동아일보에 보낸 반박 자료 캡처.


나도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한국은 미국 같은 기축국가가 아니다. 영국이나 일본처럼 미국의 막강한 동맹도 못 된다. 백번을 양보해 한국이 미·영·일보다 부채비율 적어 만만세라고 치자. 그럼 나랏빚도 아닌데 왜 국민 세금으로 공공귀족 연금을 메워줘야 하나?

공무원연금법과 군인연금법은 국가 지급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국민연금은 그런 규정 없다). 그래서 나랏빚이라는 거다. 감사원이 2월 발표한 국가결산검사보고에 따르면, 정부가 대 준 보전금이 2019년 공무원연금 2조1000억 원, 군인연금 1조6000억 원이나 됐다.

● 재정위기 몰고 오는 공무원연금부채

국민 혈세로 대줘야 할 연금충당부채는 앞으론 더 늘어난다. 공공노조에 포획된 문 정권이 공무원연금 개혁은 외면한 채 공무원 증원만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버티고 있는 감사원은 ”연금충당부채 등은 해외 사례 등을 고려해 국가채무(D1)나 일반정부부채(D2), 공공부문 부채(D3) 등에 포함하고 있지 않으나 미래의 재정위험 등에 대비해 공적연금 관련 부채 등에 대한 관리가 중요하다“고 못 박았다.

10여 년 전 PIGS(포르투갈·이태리·그리스·스페인) 국가에서 재정위기가 발생한 건 재정지출 확대로 인한 정부부채 급증 탓이 컸다. 특히 공적연금 지출이 GDP의 9~15.4%나 되는데도 공무원 서슬에 줄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스 같은 나라가 세계은행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강요된 연금개혁‘을 해야만 했던 이유다.

2015년 그리스 호텔종사자들이 연금개혁으로 삭감된 호텔종사자연금의 정부 지원액을 원래대로 돌려놓으라며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2008년 이후 심각한 국가경제 위기에 빠진 그리스는 각종 연금에 들어가던 정부 지원을 줄이는 연금개혁을 단행했지만 여전히 경제위기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동아일보DB


● 나랏빚 절반은 공공귀족 때문이다

국가채무, 특히 공무원연금 얘기만 나오면 기재부는 격렬하게 반박한다. 그런 에너지를 나랏빚 줄이는 데 쓰면 좋으련만 기재부는 오히려 국민연금 개혁이 시급하다는 주장까지 했다(공무원연금 아닌 국민연금 개혁을 강조하면 나부터 죽창 들고 나선다고 말해두었다).

기재부는 연금충당부채를 재무제표 계상하는 나라가 한국을 포함해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등 13개국뿐이라고 자랑한다. 그러나 이 나라들은 한국을 제외하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부분통합해서 운영하고 있다.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공무원연금을 우리처럼 따로 운영하면서, 특공(특별공급) 아파트 특혜까지 누리는 나라는 없단 말이다.

구한말 외국인들은 이 나라를 ’흡혈귀가 지배하는 나라‘라고 했다. 관료들이 백성의 피를 빨아먹는다는 뜻이다. 위정척사파 같은 시대착오파가 지배하는 문 정권도 다르지 않다. 공공귀족들은 나랏빚이 늘수록 연금도 늘어 좋겠지만 국민은 피눈물이 난다. 내 자식이 짊어져야할 부담이 너무 커서.

김순덕 대기자 dob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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