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에 미리 뿌린 비 씨앗, 허리케인 경로를 바꿨다

  • 동아일보

극한 기상 해법, ‘비에는 비’ 기술 주목
기상 예측 AI로 시뮬레이션 연구… 2012년 북미 강타한 ‘샌디’ 재현
일주일 전 미리 구름씨 뿌렸다면… 480km까지 경로 달라졌을 수도

극한의 기상 상황으로 인한 피해액이 2024년 600조 원을 넘어선 가운데 자연과 함께 살아갈 21세기식 방법으로 구름 씨뿌리기 등이 주목받고 있다. 챗GPT로 생성한 가상의 이미지
극한의 기상 상황으로 인한 피해액이 2024년 600조 원을 넘어선 가운데 자연과 함께 살아갈 21세기식 방법으로 구름 씨뿌리기 등이 주목받고 있다. 챗GPT로 생성한 가상의 이미지
과학자들이 대기 중에 인공 ‘구름씨’를 뿌리는 등 특정 지점에서 작은 변화를 일으켜 결과적으로 허리케인 진로를 바꾸는 등 기상 재난 피해를 줄이는 개념을 제시했다. 상대의 힘을 역이용해 제압하는 주짓수에 빗대 ‘날씨 주짓수’라는 이름이 붙었다.

친 황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연구원팀은 허리케인과 한파, 폭우의 피해를 줄이는 날씨 주짓수 개념을 제안하고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를 24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플로스 워터’에 공개했다.

● 허리케인 진로 틀고 한파·홍수 완화

2024년 기준 전 세계 극한 기상 현상으로 발생한 피해액은 600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각국 정부는 기상 재난 대응 인프라를 확충하거나 조기 경보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재난 이후 피해를 복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극한 기상 자체를 물리적으로 소멸시키는 아이디어는 비현실적이다. 기상 현상의 에너지 규모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효과가 일부 확인된 인간의 개입은 구름씨 뿌리기 정도에 그친다. 이미 형성된 구름에 미세입자를 더해 구름 속 물방울이나 얼음 결정이 강수로 성장하는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다.

연구팀은 초기 조건의 작은 변화가 결과에 큰 영향을 주는 ‘나비효과’에 주목했다. 대규모 기상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하는 단계에 개입해 대기 흐름 자체가 변화를 증폭시키는 접근이다. 조금만 변화가 생겨도 기상 현상의 양상이 달라지는 ‘민감 지점’을 찾기 위해 ‘유한시간 리아푸노프 지수(FTLE)’라는 평가 지표를 도입했다. FTLE가 높을수록 작은 차이가 큰 변화를 만든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상예측 인공지능(AI) 모델 ‘오로라’로 2012년 북미를 강타한 허리케인 ‘샌디’, 2021년 텍사스 한파, 2022년 캘리포니아 홍수 사건을 가상으로 재현하며 날씨 주짓수의 효과를 테스트했다. 재난 발생보다 며칠 앞선 시간대와 대기 흐름의 상류에서 민감 지점을 찾아 구름씨를 뿌려 온도와 수증기량을 증가시키는 상황을 시뮬레이션한 것이다.

분석 결과 샌디 상륙 약 7일 전 소규모 구름씨를 뿌려 개입시키면 상륙 지점이 480km까지 멀어지며 뉴욕시를 비껴갔다. 비슷한 방식으로 북극 공기의 남하를 약화시키자 2021년 텍사스 지역 한파 최저기온이 약 10℃ 상승했다. 2022년 캘리포니아 홍수 사건에서는 캘리포니아 지역 강수량이 약 5% 줄었다.

구름씨 살포뿐 아니라 레이저를 이용한 가열 등 개입 방법은 다양하게 열려 있다. 연구팀은 “자연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21세기식 접근법”이라며 “기술이 현실화되면 댐과 제방, 보험 등 기존 재난관리 수단을 보완해 극한기상 피해를 사전에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실제 적용 조건은 까다로워

이번 연구는 개념 검증과 시뮬레이션 결과로, 이를 현실화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먼저 시뮬레이션에서는 특정 좌표의 온도와 습도를 원하는 만큼 쉽게 바꿀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개입 기술의 정밀도와 정량적인 효과 검증이 부족하다.

오로라는 기존 데이터를 기반으로 날씨를 예측하는 AI 모델로 온도와 습도라는 물리적 변화에 직접 반응하는 수치예보 모델과 결론이 다를 수 있다. 정말로 인간의 개입을 통해 나온 결과인지, 첫 개입 이후 대기 반응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등을 확인하려면 다수의 추가 연구 결과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현실에서 날씨 주짓수를 구현하려면 기상 관측 기술의 발전과 함께 각종 극한 기상을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조절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가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개입 결정에 따른 정치적 책임과 지역별 형평성 문제도 배제할 수 없다. 예를 들어 허리케인의 진로가 실제로 바뀌면 다른 도시가 대신 재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또 한 지역에서 폭우를 막더라도 다른 지역 강수량을 변화시켜 의도치 않은 호우나 가뭄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연구팀은 “국경을 넘는 책임과 합의, 위험 분배 문제를 해결하려면 새로운 국제 거버넌스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상 재난#날씨 주짓수#허리케인 진로#구름씨 뿌리기#나비효과#극한 기상#기상 예측 AI#기상 관측 기술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