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시총 하루 600조 사라진 날… 30만전자-200만닉스 깨져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6월 9일 04시 30분


증시 ‘검은 월요일’
코스피 7500-코스닥 1000 무너져

코스피가 8일 8% 넘게 급락하면서 7,500 선이 무너졌다. 코스닥은 9% 넘게 떨어지며 4개월여 만에 900 선에서 마감했다. 미국 반도체주 하락,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기준금리 인상 전망 영향 등 미국발 투자 심리 악화에 국내 증시가 단기간 급등했다는 인식이 더해지면서 ‘검은 월요일’이 됐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8.29% 하락한 7,484.41에, 코스닥지수는 9.08% 내린 911.39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개장과 동시에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두 시장에서 모두 서킷 브레이커(주식 매매 일시 정지)와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매 호가 일시 효력 정지)가 발동됐다.

원-달러 환율은 상승 출발했다가 외환 당국의 구두 개입 영향으로 5일 대비 4.1원 내린 1535.0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美 금리인상 우려-반도체株 급락에 5일 美증시 하락, 8일 亞 충격 확산
스페이스X 상장앞 수급불안도 작용… 전문가 “반도체 펀더멘털 안 무너져”
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전 거래일 대비 8% 넘게 하락한 코스피와 9% 이상 떨어진 코스닥지수가 표시돼 있다. 가파르게 치솟던 반도체 기업 주가가 급락하면서 코스피는 ‘검은 월요일’을 연출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전 거래일 대비 8% 넘게 하락한 코스피와 9% 이상 떨어진 코스닥지수가 표시돼 있다. 가파르게 치솟던 반도체 기업 주가가 급락하면서 코스피는 ‘검은 월요일’을 연출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미국의 ‘고용 서프라이즈’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강해지고, 미국 반도체 기업의 실적 전망에 대한 실망감이 겹치자 아시아 증시가 동반 급락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에서는 3개월 만에 동반 ‘서킷브레이커’(주식 매매 일시 정지)가 발동됐다. 이날 하루에 증발한 한국 증시의 시가총액은 600조 원에 달한다.

특히 빚을 내 투자하거나 변동성이 큰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는 주식이 강제 청산을 당하거나 손실이 2배 이상으로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코스피 92%가 하락한 ‘검은 월요일’

8일 코스피는 676.18포인트(8.29%) 하락한 7,484.41로 마감하며 7,500 선이 붕괴했다. 지난달 20일 이후 11거래일 만이다. 이날 코스피 낙폭은 역대 8위에 해당한다.

이날 코스피는 장 초반 외국인 매도 물량이 쏟아지며 급락해 오전 9시 3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서킷브레이커는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8% 이상 하락한 채 1분간 지속될 경우 20분 동안 거래를 정지하는 조치다. 서킷브레이커 해제 후에도 약세가 계속돼 오전 9시 34분 코스피에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 호가 효력 정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코스닥은 91.05포인트(9.08%) 하락한 911.39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 1,000을 밑돈 것은 3월 4일(978.44) 이후 약 3개월 만에 처음이다. 지수가 지난해 12월 18일(901.33) 이후 약 6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이날 하락으로 코스닥은 올해 들어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코스닥에는 오전 9시 6분에 매도 사이드카, 오후 2시 36분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코스피와 코스닥에 동반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3월 4일 이후 3개월 만이다.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쳐 약 603조 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삼성전자(―10.18%)와 SK하이닉스(―7.68%)는 이날 나란히 30만 원과 200만 원 선이 깨졌다. 그 여파로 지난달 27일 상장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는 각각 20%, 15% 하락하며 상장 후 최저가를 기록했다.

이날 코스피 상장 종목 948개 가운데 상승한 종목은 43개(4.5%)에 그친 반면 876개(92.4%) 종목이 하락했다. 시총 상위 30개 종목 중 상승한 종목은 엔비디아와 협업을 발표한 네이버(+9.2%)뿐이다.

● 금리 인상 우려에 글로벌 반도체 급락

5일(현지 시간) 발표된 미국의 고용 서프라이즈가 글로벌 증시 급락의 기폭제로 작용했다. 미국의 5월 비농업 고용이 17만2000명 증가하며 시장 전망치를 크게 뛰어넘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커졌기 때문이다. 고용이 기대 이상으로 좋은 만큼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려도 경제가 받을 충격이 크지 않다는 관측이다. 기준금리 인상 전망에 따라 미국채 10년물 금리도 이날 고용 지표 발표 후 전거래일 대비 1.32%(0.059% 포인트) 상승하며 연 4.536%를 기록했다.

그 결과 엔비디아(―6.2%), 마이크론(―13.25%), 인텔(―11.28%) 등이 동반 급락하며 글로벌 주요 반도체 기업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10.26%나 하락했다. 주말이 지나고 열린 아시아 증시에서도 대만 TSMC(―2.96%), 일본 키오시아(―8.01%) 등이 나란히 약세였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3.85%), 대만 자취안지수(―3.48%), 홍콩 항셍지수(―1.22%) 등도 약세였다.

여기에 미국과 이란의 휴전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이란이 4월 8일 휴전 후 처음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한 점도 유가 상승 우려를 낳아 변동성을 키웠다. 12일로 예정된 스페이스X 상장이 투자 자금의 ‘블랙홀’로 작용한 것도 부담이다. 김종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역사상 최대 규모의 메가 기업공개(IPO)인 만큼, 단기적으로 국내 증시에 수급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기초체력 훼손되지 않았지만 금리 상승 부담”

전문가들은 그간 증시가 가파르게 올랐던 만큼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펀더멘털(기초체력) 자체가 훼손된 것은 아니지만 급하게 오른 만큼 조정은 불가피했다”며 “결국 시장의 유동성이 얼마나 버텨 주느냐의 문제인데, 금리 상승은 유동성을 잠식하기 때문에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반도체 등 주력 산업의 펀더멘털이 무너진 것은 아닌 만큼 한국 증시의 하락이 단기 조정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식 전략 책임자 티머시 모는 8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증시 급락에 대해 “이 급락은 기술적 조정일 뿐으로, 이후 안정세를 찾고 다시 고점을 경신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닷컴버블 때는 조정이 올 때마다 고점 대비 15∼23% 하락했다”며 “코스피가 고점 대비 그 정도 하락할 경우 7,480∼7,040 수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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