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로봇-데이터센터까지 ‘엔비디아 동맹’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6월 9일 00시 30분


젠슨 황 ‘韓 피지컬 AI’와 전방위 협력
SK, 차세대 메모리 공동 개발… 현대차, 새만금에 AI 밸리 추진
LG, 로봇 데이터 등 전략적 협력… 네이버, GW급 AI 팩토리 합의
삼성전자 전영현 부회장과도 회동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전북 새만금에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인공지능(AI) 밸리’를 조성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친환경 전력과 부지 확보까지 가능한 한국을 피지컬 AI 시대의 전초 기지로 삼겠다는 포석이다.

황 CEO는 3박 4일의 방한 일정을 마무리하는 8일 SK, 현대차, LG, 네이버 등 국내 주요 기업 사옥들을 전방위로 방문하면서 반도체, 로봇, 데이터센터 인프라에 이르는 한국 주요 기업들을 엔비디아 생태계 안으로 끌어들이는 행보에 나섰다.

● 젠슨 황 “새만금, AI 밸리 조성에 동참할 것”

젠슨 황 엔비디아 CEO(오른쪽)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차그룹 본사에서 로봇을 사이에 두고 손을 맞잡았다. 뉴시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오른쪽)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차그룹 본사에서 로봇을 사이에 두고 손을 맞잡았다. 뉴시스
8일 서울 서초구 현대차그룹 양재사옥을 찾은 황 CEO는 약 1시간 동안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대화에 나섰다. 황 CEO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미래 제조 시스템에 AI를 통합하는 새로운 도시에 대해 이야기했다”며 “미국에 실리콘밸리가 있듯 한국 새만금에 AI 밸리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황 CEO는 이날 정 회장과 모빌리티, 로보틱스 등에 대한 의견도 교환했다. 황 CEO는 “산업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로봇 기술을 가속화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했고, 정 회장은 “15년 전 인연을 맺은 황 CEO와 오늘에 와서 모빌리티와 로보틱스를 같이 하게 되어 영광”이라고 말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오른쪽)와 구광모 LG 회장이 LG그룹 사옥에서 악수하고 있다. 뉴스1
젠슨 황 엔비디아 CEO(오른쪽)와 구광모 LG 회장이 LG그룹 사옥에서 악수하고 있다. 뉴스1
앞서 황 CEO는 여의도 LG 트윈타워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과도 피지컬 AI 관련 협업 논의에 나섰다. 차세대 로봇 분야 데이터 구축, 시뮬레이션, 학습, 행동 등에서 전략적 협력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황 CEO는 “로보틱스 시스템부터 A 팩토리에 이르기까지 엔비디아의 모든 사업 영역 전반에 걸쳐 LG그룹과 하나의 팀처럼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 회장도 “엔비디아와 미래 방향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황 CEO는 전날인 7일에도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과 만나 두산에너빌리티의 AI 팩토리용 전력기기 공급 등 AI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 한국 내 반도체·인프라 협업도 강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앞줄 오른쪽)가 SK 서린빌딩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젠슨 황 엔비디아 CEO(앞줄 오른쪽)가 SK 서린빌딩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황 CEO는 하드웨어 구축의 토대가 되는 반도체, 데이터센터 등에서도 한국 내 우군(友軍) 찾기에 나섰다. 이날 오전 8시 반부터 서울 종로구 SK 서린빌딩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만나 양사 간 기존의 고대역폭메모리(HBM) 파트너십을 칩 설계부터 제조, 데이터센터 운영까지 아우르는 단계로 격상시키기로 했다.

황 CEO는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가장 큰 메모리 파트너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신뢰를 보냈고, 최 회장은 “양사 협력을 그룹 차원으로 높여 미래 AI 팩토리를 함께 만들고 연구개발(R&D) 로드맵을 공유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칩셋용 맞춤형 메모리를 공동 개발하고, SK텔레콤은 2027년 가동 목표인 기가와트(GW)급 AI 클라우드 구축에 나선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오른쪽)와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네이버 사옥 1784에서 만나 직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성남=뉴스1
젠슨 황 엔비디아 CEO(오른쪽)와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네이버 사옥 1784에서 만나 직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성남=뉴스1
황 CEO는 이날 오후 경기 성남시 네이버 사옥 ‘1784’를 찾아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최수연 대표와 기가와트(GW)급 초대형 AI 팩토리 공동 사업에 전격 합의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월드 모델인 ‘코스모스’에 네이버의 거리뷰 지도를 결합해 AI가 현실 공간을 정밀하게 인식하는 ‘서울 월드 모델’ 개발도 본격화된다.

이어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전영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장(부회장) 등 경영진과 실무 미팅을 갖고 배정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면담에도 나섰다. 이후 같은 장소에서 국내 테크 스타트업 대표들과 비공개 만찬을 끝으로 3박 4일의 방한 일정을 마무리했다.

전문가들은 엔비디아가 한국의 고도화된 제조 인프라를 엔비디아 생태계에 완벽히 편입시키려는 ‘록인(Lock-in·자물쇠) 전략’을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 소프트웨어 독점 플랫폼인 ‘쿠다(CUDA)’를 무료 배포해 AI 개발자들이 엔비디아를 쓸 수밖에 없게 만들었듯, 차세대 핵심 산업인 피지컬 AI에도 똑같은 성공 방식을 이식하려는 것이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AI 생태계를 선도하는 엔비디아가 한국 업체들과 협력해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앞으로 우리 기업들의 협상력이 약화됐을 때 엔비디아에 종속될 수 있는 리스크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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