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께 심려 끼쳐 송구”…허철훈 사무총장도 사의
외부전문가로 진상규명위 설치…국정조사도 수용
“책임져야 할 일 있다면 결코 회피하지 않겠다”
2023년 ‘선관위 자녀 특혜 채용’ 논란땐 사퇴 거부
선관위 “투표용지 부족, 전국 50곳…22곳은 투표중지”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5일 오후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를 마치고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2026.6.5/뉴스1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6·3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허철훈 사무총장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2022년 이른바 ‘소쿠리 투표’ 논란으로 노정희 당시 선관위원장과 김세환 당시 사무총장이 사퇴한 지 약 4년 만에 ‘선관위 잔혹사’가 반복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 위원장은 이날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에서 대국민 사과 및 상황 브리핑을 통해 “허 사무총장은 사무처의 수장으로서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사의를 표명했다”며 “이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면서, 저 역시 중앙선거관리위원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 지역의 투표소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 송구스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머리 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이어 “투표 참여로 보여주신 지방자치에 대한 국민의 높은 관심과 적극적인 의사표시를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손상시켰다”며 “나아가 선거 관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해 선거 과정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선관위원장으로서 참담함과 함께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면서 “참정권이라는 국민의 소중한 권리를 침해하는, 있어선 안 될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선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5일 오후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에 앞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2026.6.5/뉴스1노 위원장은 재발 방지를 위해 “가능한 신속하게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해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그 문제점과 대응 과정을 파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방안 등을 마련해 모든 결과를 소상히 밝히겠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진상규명위의 활동이 객관적이고 철저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위원들은 모두 외부전문가로 구성해 운영하겠다”며 “그리고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 등 이번 사태에 관한 선관위의 책임을 확인하는 모든 절차에 성실하게 임하고, 그 결과에 따라 책임져야 할 일이 있다면 결코 회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5일 오후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뉴스1노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였던 3년 전 선관위 관련 논란이 일었을 때는 사퇴를 거부한 바 있다.
2023년 노 위원장은 선관위 고위직 간부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여당인 국민의힘 등이 사퇴를 요구했지만 거부했다. 그는 같은 해 10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선관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내게 남아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과연 사퇴한다고 해서 선관위가 바로잡힌다든지 그렇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시 딸을 특혜 채용했다고 논란이 된 박찬진 사무총장과 송봉섭 사무차장만 도의적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하지만 이번에 벌어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선거 공정성 훼손 및 국민 참정권 침해 논란까지 파장이 확대됐고, 야당에서는 개표 중단 및 재선거까지 요구하자 노 위원장이 버티지 못했다.
노 위원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직무유기,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앞서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선거 당일인 3일 노 위원장 등을 고발하고 4일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를 추가해 고발장을 재차 제출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광역범죄수사대는 이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 “투표용지 실제 부족 50개소…투표 중지는 22개소”
윤재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정책실장. 뉴스1선관위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추가 투표용지를 송부한 투표소는 총 67개소로, 이 가운데 50개소에서 실제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잠시 중단됐다가 재개된 곳은 22개소로 확인됐다.
윤재수 선거정책실장은 브리핑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추가로 투표용지를 송부한 투표소는 전국 1만4288개 중 67개소로 파악된다”며 “지역별로는 서울 35개, 부산 8개, 대구 7개, 인천 6개, 울산 3개, 경남 8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를 추가 송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서울 송파구가 15개소로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중 실제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투표소는 현재까지 송파구 14개소를 포함해 50개소로 파악됐다”며 “투표용지 부족으로 잠시라도 투표가 중지됐다가 재개한 투표소는 총 22개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투표록의 전수조사 등을 통해 추가 사항이 있는지 등을 진상규명위의 조사를 통해서 밝힐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윤 실장은 투표용지를 선거인 수의 50%를 기준으로 감축 인쇄한 이유에 대해선 “최근 선거에서 사전투표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사전투표율이 높은 지역은 투표용지가 과다하게 남는 경향이 있었다”며 “이후 회수·보관·폐기 과정을 고려할 때 선거일 투표소에서 사용하는 투표용지를 감축해 인쇄할 필요가 있다는 내부 의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 선거일투표에 사용되는 투표용지는 사전투표를 한 선거인이 빠지기 때문에 선거인 수의 100%를 인쇄할 필요는 없는 것”이라고 했다.
선관위는 이에 내부 연구 결과와 일선 위원회 의견을 반영해 이번 선거 종합관리 지침에 해당 내용을 포함했고, 사무편람을 개정했다.
개정 내용은 예상 사전투표율과 최근 선거 투표율 등을 감안해 축소 인쇄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때엔 구·시·군 선관위 의결로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선거인 수의 60%, 다른 선거보다 투표율이 낮은 지방선거에서는 50%를 하한으로 산정할 수 있되 지역 실정을 감안해 선거구 또는 투표구별로 조정해 인쇄할 수 있게 했다.
일례로 송파구는 위원회에서 투표용지 인쇄매수를 선거인 수 기준 50%, 일부 투표소는 60% 기준으로 인쇄했다.
윤 실장은 “사전투표율이 23.3%라 총선거인 수 기준 73.3% 정도 인쇄한 것”이라며 “최종투표율이 66% 정도임을 감안할 때 송파구 전체로는 투표용지가 부족하지 않지만, 송파구 관내 146개 투표소마다 선거일 투표자 수에 편차가 있어 일부 투표소 투표용지가 모자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표용지 부족 상황이 발생했을 때 투표용지를 이송하는 구체적 절차를 마련하지 못해 미흡했던 부분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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